제목 : 나의 버킷리스트 속 세 번째 다솜 행성
설명 : 별과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13살 새학기 때였다. 선생님께서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보는 새학기 설문지에 쌀이라고 적어냈다. 친구들과 내 자기소개서를 한참 동안 보시던 선생님께서 의아하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왜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에 쌀, 소금, 돈, 인터넷만 써왔니? 우린 밥이나 물은 안 먹고 도 3일에서 5일가량 살 수 있지만 공기 없이 단 5분도 못 버텨.”
이 말을 들은 친구들은 미처 생각 못 했다는 듯이 탄식하였다. 그 때 처음으로 공기가 중요하다는 게 귀에 들어왔다. 산을 좋아하시는 할머니와 무등산 중봉까지만 올라가도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푸른 하늘이 보인다. 하늘에 뜬 양떼구름도 보곤 한다. 하얀 구름 위에 양의 눈코입을 그리며 쉰다. 할머니께서 어릴 때는 하늘에 고양이, 개, 양, 코끼리 등 더 많은 동물들이 줄을 지어 다녔다고 웃으신다. 나는 예쁜 무지개가 보일 때나 구름이 선명해 보였을 때 할머니께 사진을 찍어 보여드린다. 그럴 때면 밤하늘의 별들은 특히 총총총 빛나고 아름다웠더란다고 꼭 말씀하신다. 매일 밤 마당에 앉아 별을 세다가 잠에 들었다고도 하셨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인터넷에 별이 가득한 하늘을 검색하고 가장 위에 떠 있는 영상을 봤다. 그 영상 속에선 진짜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쏟아지는 별들이 그려져 있었다. 이 영상을 같이 보던 아빠께서는 이런 밤하늘을 보면서 꿈을 꾸었다고 하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밤하늘을 보면서 꿈을 꾸었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보는 시간이었다.
이 생각을 한 후 내 머릿속엔 옛날에 봤던 한 만화책이 떠올랐다. 그때 그 책의 주인공인 소년은 엄마를 잃은 후 슬픔에 잠겨 있던 친구였는데 하늘에 떠 있는 예쁜 별들을 엄마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힘든 하루를 보낼 때마다 하늘이 제일 잘 보이는 산 위로 올라가서 힘들었던 일, 슬펐던 일, 화났던 일들을 스스럼 없이 털어놓곤 했었다. 누군가에겐 희망이자 누군가에겐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버팀목이었을 별들은 우리가 지구를 함부로 대하면서 점차 안 보이기 시작했다. 별들도 자신들이 옛날처럼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는 존재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별과 별들을 보는 것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별을 보지 마라는 듯이 지내고 있다. 가까운 거리도 차를 타고 다니고, 거리에 아무 생각 없이 쓰레기를 버리고, 계속해서 공장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 결과로 별들은 우리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만들어낸 뿌연 연기에 가려져 나오고 싶어 한다.
유튜브로 별똥별이 떨어지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 나는 처음 보는 별똥별이 떨어지는 영상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있었다. 그러자 옆에서 같이 영상 보던 아빠가 별똥별을 처음 보는 나를 더 신기하게 보고 계셨다. 아빠께선 어렸을 때 별을 보다가 별똥별이 떨어지는 걸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자주 밤하늘을 봤다고 하였다. 아빠는 꽤 나이가 든 후에도 별똥별이 떨어질 때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며 소원을 빌곤 하셨다고 한다. 명절에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것과 같이 별똥별은 소원을 비는 대상이엉ㅆ다. 이렇게 별똥별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다려지는 존재이자 도전할 때의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었던 별똥별은 요즘 어린 사람들에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라고 느끼는 것이 안타까웠다. 나도 영상 이외엔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참 아쉬웠다.
한 여행 유튜버가 캐나다 여행 후 인생은 오로라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으로 나눌 수 있 다고 한 말이 기억난다. 캐나다에서 본 오로라가 너무 아름다워서 한 말 같다. 경이롭고 신비한 경험을 해 보지 않은 사람은 그러한 느낌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오로라를 ‘불의 여우’라고 한다. 원주민들은 오로라가 불의 여우가 숲을 뛰어다니면서 나무에 부딪치거나 꼬리가 닿았을 때 발하는 빛깔이라고 믿었다는데 나는 불의 여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오로라의 아름다운 빛이 여우의 움직임과 겹쳐지는 환상에 빠진다. 그 후로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을 때 영상의 배경은 항상 오로라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알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우리는 오로라를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의 버킷리스트들 중에 하나가 오로라를 직접 보는 것이 되었다. 오로라가 한번 보일 때마다 인터넷엔 많은 목격담이 올라오고 직접 가서 본 사람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언제 우리 가족들과 다 같이 여행을 가서 구경해 보고 싶었다. 한국에선 볼 수 없어서 그런지 더 이루고 싶은 소원 중에 하나인데 지구 온난화가 지금보다 더 심각해지면 오로라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은 나는 물론 내 친구들, 미래에 태어날 나의 가족들도 오로라를 핸드폰 안에서만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도 전에 오로라가 사라질까 걱정되었고 나는 몇 년 후에 힘겹게 보더라도 그 후에 태어나는 사람들은 아예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나에게 지금 별똥별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존재가 됐는데 나중에 태어날 사람들에게 오로라가 그런 존재가 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난 평소에도 버킷리스트를 적을 때면 가장 먼저 오로라 보는 것이라고 쓰는데 지구가 지금보다 더 망가지면 미래엔 오염된 공기로 아름다운 오로라를 볼 수 없을 것 같아 매우 슬펐다.
내 생일은 4월 5일 식목일이다. 이 날은 많은 사람들이 지구를 아끼는 마음으로 다 같이 모여 나무를 심는 날이라고 공휴일로 정해졌다. 하지만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쉬는 날이 많아졌다는 이유로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요즘 친구들이 나에게 생일이 언제냐고 물어봤을 때 식목일이라고 답하면 “그래서 언제?”라고 되려 물어보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나는 생일이 식목일이어서 그런지 나무 심는 것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도 모두 식목일 정도는 알고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식목일이 무슨 날인지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환경에 더 신경을 쓰고 지구가 아파서 보내는 신호를 제대로 알아차리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와 미래의 아이들이 할머니께서 보셨던 맑고 푸른 하늘,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반짝이는 별,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어주는 별똥별과 오로라까지 볼 수 있는 날을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