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사 중심영역, 절 마당에 서 있는 나무 몇 그루를 살펴봅니다.
위성류와 벚나무, 보리수...
미륵전 남쪽 옆으로 담장을 둘러친 후원 요사는
스님들이 수행하고 기거하는 공간이지요.
그곳 강원 설법전 담 앞에 선 고목 두 그루.
그중 오른쪽 거목은
설법전 지붕을 훌쩍 넘도록 솟아
수양버들처럼 펼친 가지마다 창백한 연황빛 꽃을 피웠습니다.
잎이 가늘어서, 꽃이 없었다면 멀리서 보고 향나무 같다고 했겠습니다.
중국의 위성(渭城)에 많이 자라는 버드나무라고 해서
위성류(渭城柳)라고 부르는 중국 원산 귀화식물입니다.
위성은 옛 진(秦)나라 수도 함양을 가리키는데요,
지금의 섬서성 함양현이지요.
무엇보다 한 해 두 번씩 5~7월과 8~9월에 꽃이 핀다는 게 놀랍습니다.
꽃이 연분홍빛이라는데 날이 흐려서인지 창백한 연황빛으로 보입니다.
5~7월 꽃은 늙은 가지에서 나오는데
꽃은 크지만 열매를 맺지 않고,
늦여름 꽃은 새 가지에 달리고 꽃이 작지만
열매를 맺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꽃은 열매도 못 맺는 꽃이었던 겁니다.
멀리서 보면 꽃도 잎만큼이나 가늘어 보입니다만
긴 꽃대에 여러 꽃자루가 내밀어 줄줄이 피는 총상꽃차례 꽃입니다.
보살탱화를 보면 곁에 화병에 꽂아둔 버드나무 가지를 그려놓곤 하는데요,
거기서 피는 꽃을 관음화라고 한다니까
불가와 관련이 깊은 나무입니다.
연리지 아닌 연리목처럼
한 뿌리에서 두 줄기가 솟아난 형태인데요,
나무 높이와 크기에 비해 줄기가 굵은 편은 아니지만
갈라지고 파인 몸통에 오랜 풍상이 배어 있습니다.
비늘조각에 가까운 침형 잎이 1~3밀리미터로 가늘어서
당연히 침엽수라고 생각했는데
활엽 소교목이라는 것도 신기합니다.
처음에는 드문드문 노란 잎이 꽃인가 싶어
높은 가지에 핀 꽃을 따로 당겨 찍지 않았는데,
자료사진을 보면
꽃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래쪽 줄기에 내민 노랗거나 연노랑 잎들은
아마도 말라서 빛깔이 변한 듯합니다.
이름난 금산사 벚꽃이 막바지였던 2012년 4월 하순에 왔을 때
설법전 앞 두 나무 풍경입니다.
왼쪽 벚꽃에 마음을 빼앗기느라
헐벗었던 오른쪽 위성류는 무심코 지나쳤지요.^^;;
유월 중순의 벚나무는 이미 초여름 녹음을 드리웠습니다.
위성류보다 키가 작지만 몸통이 훨씬 굵고 용틀임하듯 꼬인 괴목입니다.
잔뜩 흐렸던 봄날을 환히 밝히며
늙은 괴목이 매단 막바지 벚꽃을 넋 놓고(?) 바라보는??? ^^*
금산사는 진입로부터 경내까지 40~60년 벚나무들이 늘어서서
봄이면 선경을 이루는데요,
마당의 벚나무 몇 그루는 그보다 더 오래된 듯합니다.
하지만 설법전 앞에 드리운 꽃가지는 또 얼마나
곱고 여리던지요.
원통전 옆 노목도 못지 않게 찬란했더랬지요.
원통전 옆 공양 기와 접수하는 곳 앞에는
설익은 열매를 자잘하게 매단 나무가
싱그러운 초여름 잎을 가득 드리웠습니다.
벚나무 잎도, 산딸나무 잎도 아닌
보리수 잎입니다.
가을에 붉은 열매를 맺는 우리 보리수나무가 아니라
인도에서 온, 불가의 성스러운 나무이지요.
석가모니가 그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던 나무여서
'깨달음의 지혜'를 뜻하는 고대 인도 말, 산스크리트어 '보리'를 한자로 차음해
보리수(菩提樹)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보리수는 또 전체 나무 사진을 빼먹어서
2011년 늦가을 나목이었던 보리수 사진을 대신 올립니다.^^*
미륵전을 뒤로 하고 마당 복판에 선 배롱나무도 잎 다 떨궜을 때였지요.
[출처] 김제 금산사, 한 해 두번 꽃피우는 거목 위성류의 초여름 연분홍꽃|작성자 비니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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