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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생태교육연구소 터 원문보기 글쓴이: 하늘지기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김현태 서산고등학교 교사이자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 모니터링위원장 pintail1@naver.com
초등학교 시절,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친구와 함께 매일 논으로 달려갔다. 논과 논 사이 수로에는 많은 개구리들이 있었고 그들과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지만 도시로 이사 오면서 개구리를 접할 기회가 없어졌고 개구리와 함께한 생활은 점점 잊혀졌다.
내 안에 개구리를 다시 불러온 건 아이들이었다. 어느 날 딸들과 함께 길을 나섰다가 아이들이 개구리를 발견한 것이다. 신기해하는 아이들 틈에 나도 어느새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개구리가 뛰면 내 가슴도 뛰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양서류는 총 18종, 그 중 개구리는 13종. ‘이들을 모두 만나리라.’는 다짐을 하고 개구리 찾기에 나섰다.
“객객객객” 청개구리 “드르르륵 드르르륵” 참개구리
제일 먼저 만날 수 있었던 건 청개구리였다. 5, 6월경 집 주변 논에서 해가 진후부터 밤까지 “객객객객” 우는 소리가 들려 손전등을 들고 논으로 갔다. 모내기를 위해 물을 댄 논의 논둑과 논 속의 물에 잠기지 않은 흙더미 위에 목 앞쪽을 크게 부풀며 울어대는 청개구리가 눈에 들어왔다. 손전등을 비추면 잠시 가만히 있었지만 손전등을 끄고 조용히 잠시 기다리면 바로 다시 “객객객”하고 울었다.
청개구리는 5월부터 8월까지 논을 중심으로 생활하며 해가 진 이후 울어대는 가장 흔하며 친숙한 개구리다. 청개구리는 “객객객”하고 우는데 이 소리를 “개굴개굴”하고 운다고 표현하였으며 “개구리”라는 이름도 청개구리의 울음소리에서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청개구리들의 울음소리 사이에 가끔 “드르르륵, 드르르륵”하는 울음소리도 들린다. 그 소리의 주인공은 참개구리다. 참개구리라는 이름의 “참”이란 뜻은 “진짜”의 뜻으로 우리나라 개구리 중 진짜 개구리라는 뜻으로 우리 조상님들이 최고로 치던 개구리였다. 단백질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던 시절, 우리 조상들은 참개구리의 뒷다리에서 단백질을 공급받았으며, 집에서 기르던 닭이나 돼지에게 참개구리를 잡아 먹이로 주었다고 한다. 참개구리는 우리 조상님들에게 중요한 개구리였으며 개구리 중에 가까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고 가장 중요한 개구리였다.
그러나 논에 농약이 사용되면서 농약에 의한 직접적인 피해와 함께 개구리의 먹이가 되는 곤충 역시 급격하게 감소해 참개구리 수가 급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개구리로 여기고 있지만,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논에 많이 의존하며 사는 참개구리가 논의 상황이 나빠짐에 따라 수가 감소하고 있음을 파악해 취약종(near threatened)으로 지정해 보호하려 하고 있다.
“ 우엉, 우엉 ” 커다란 소리로 농수로에서 우는 황소개구리
논에는 황소개구리도 만날 수 있다. 황소개구리는 다른 개구리보다 고막이 크고 잘 발달되어 사람의 접근을 재빨리 알아채고 도망간다. 도망갈 때 “뾱”소리를 내는 특징이 있다. 황소개구리 역시 개발에 의해 과거에 비해 그 수가 줄어들었지만 논이나 저수지가 많은 평지 지역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개구리 중의 하나다.
황소개구리는 1990년대 중반 KBS 환경스페셜을 통해 물뱀을 잡아먹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토종 생물을 다 잡아먹는 나쁜 개구리로 알려졌다. 이후 황소개구리는 토종생물의 공공의 적으로 오랫동안 황소개구리 퇴치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실 황소개구리는 식용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화여자대학 자연사박물관 팀에서 1971년대 일본으로부터 들여와 증식에 성공, 강원도에서 제주도까지 많은 지역에 방사한 개구리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황소개구리를 먹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자연에 그대로 버려지게 된 비운의 개구리이기도 하다.
“봉, 봉, 봉” 무당개구리 “ 드르르륵, 드르르륵, 뾱, 뾱 ” 옴개구리
계곡 주변 조그만 웅덩이에서는 수십 마리의 무당개구리 수컷들이 “봉, 봉, 봉”하는 낮은 소리로 우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중에는 암수가 짝을 짓고 알을 낳고 있는 녀석도 있었다. 무당개구리는 다른 개구리와는 달리 수컷이 암컷의 허리를 잡은 상태로 알을 낳으며 한 번에 대략 10개 정도의 알을 여러 차례에 걸쳐 알을 낳으며 4월 중순에서 8월까지 넓은 기간에 걸쳐 산란한다.
계곡 안쪽에는 옴개구리가 돌 위에 앉아 있었다. 옴개구리는 다른 개구리와는 달리 물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으며 몸에 독을 가진 개구리로 알려져 있다. 만졌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먹었을 경우에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옴개구리는 산 속의 계곡에서부터 낚시터 및 저수지 그리고 도심의 하천까지 폭넓은 지역에서 생활하며 수질이 나쁜 지역에서도 관찰된다. 산 속의 수컷과 저수지의 수컷이 암컷을 부르며 노래하는 소리가 큰 차이를 보여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옴개구리는 모습은 비슷하지만 여러 종일 가능성도 있다.
“호르르릉 호르르릉” 산개구리
산에서는 이른 봄에 산개구리들이 알을 낳는다. 산개구리는 이름처럼 산에서 주로 살며 산의 정상 부근에서도 만날 수 있다. 대부분의 기간을 산의 축축한 곳을 중심으로 곤충이나 지렁이와 같은 먹이를 먹고 사는데 9월 말 기온이 내려가면 다음해 산란을 위해 계곡 주변으로 모여들어 돌 밑 또는 계곡 물 속의 돌 밑에서 겨울잠을 잔다. 겨울이 지나고 다음해 봄 계곡의 얼음이 녹으면 바로 “호르르릉, 호르르릉”하고 수컷들이 암컷을 불러 알을 낳고 다시 산으로 올라가 생활한다. 3월 6일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은 우리나라 개구리 중 산개구리가 깨어났음을 알리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산개구리에는 산개구리(Rana dybowskii), 계곡산개구리(Rana huanrensis), 그리고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한국산개구리(Rana coreana) 3종이 있는데 산개구리가 가장 흔하다. 전 세계에서 오직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한국산개구리는 다른 산개구리보다 덩치가 작고 입 주변에 하얀 테를 가지고 있어 구별되며 논에 물이 고인 곳이나 논 사이의 작은 웅덩이에 주먹보다 작은 알을 낳는다.
산개구리들은 논에 사는 개구리보다는 농약에 의한 피해를 적게 받지만 겨울철에 산의 계곡을 뒤져 개구리를 잡아먹는 사람들 때문에 큰 영향을 받는다. 특히 박지성 선수가 어릴 적 산개구리를 먹고 체력을 보충했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알려지면서 최근 산개구리 엑기스 판매가 급증하고 산개구리의 포획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농사일이 없는 겨울철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겨울에 주변 계곡을 뒤져 산개구리들을 잡아먹는 정도였지만, 지금은 업자들이 겨울잠을 자러 내려오는 10월 달부터 전국의 계곡을 뒤지며 산개구리를 포획하고 있다. 심지어 산개구리 증식허가를 받아놓곤 산에서 잡아온 산개구리를 증식한 산개구리라고 하면서 음식점에서 개구리튀김, 개구리탕, 엑기스로 판매를 한다. 이에 대한 조처가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박지성 선수에게 산개구리를 보호해달라는 편지 쓰기 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할 정도다.
“ 뿅뿅 뿅 ” 두꺼비
야산 주변의 저수지나 논에서 산개구리보다 약간 늦게 2월 말에서 3월 사이 두꺼비들이 산란을 한다. 두꺼비의 알은 일렬로 긴 선처럼 생겼다. 두꺼비 한 쌍이 낳는 알의 길이는 13미터 이상이며 6000개 이상의 알로 이루어져 있다. 알에서 부화한 올챙이는 다른 개구리의 올챙이보다 검은색을 많이 띠며 무리를 지어 함께 움직인다. 두꺼비는 산란 후 다시 주변 야산의 흙 속에서 잠을 잔 후 5, 6월 경 야산 주변이나 계곡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생활한다.
물두꺼비는 보기 힘든 개구리 중 하나다. 물두꺼비를 처음 만난 곳은 춘천이었다. 이후 원주 치악산의 계곡에서도 물두꺼비를 만났다. 강원도와 충청북도를 중심으로 고도가 높은 산의 계곡에서 4월 말부터 계곡의 돌 밑에 두꺼비와 같이 긴 선의 형태의 알을 돌돌 말아 낳아 떠내려가지 않게 하는 습성이 있다. 물두꺼비는 9~10월 산에서 생활하다가 겨울잠을 자기 위해 물가로 이동한다. 이동하던 중 일부는 암수가 포접을 하기도 하며 포접한 상태로 알을 낳는 다음해 4월까지 물속에서 같이 겨울잠을 자기도 한다. 두꺼비와 비슷한 형태이기는 하지만 두꺼비보다 훨씬 작고 참개구리만 하다.
“뾱 뾰복, 뽀로로록” 금개구리
금개구리는 우리나라의 서해안 주변 습지에서 생활한다. 참개구리와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참개구리와는 다른 종으로 다리가 짧고 물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많다. 금개구리는 한반도에서만 사는 고유종이나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어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종이다.
금개구리를 만나기 위해 태안 신두리, 태안 파도리, 안면도의 습지를 돌아다녔고 4월 초 어느 날 해가 질 무렵 신두리에서 녀석을 만날 수 있었다. 신두리의 논과 논 사이 큰 농수로에서 “뾱 뾰복, 뽀로로록”하는 금개구리 수컷의 특이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에 청개구리보다 조금 일찍 울기 시작하며 더 어두워져 청개구리들이 본격적으로 울어대기 시작하면 금개구리는 조용해졌다. 황소개구리가 많이 서식하는 곳에서는 금개구리의 수가 극히 적고 황소개구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금개구리 수가 많은 것으로 보아 황소개구리와 경쟁관계에 있으며 황소개구리에 밀리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맹” “꽁” 맹꽁이
맹꽁이는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되었다. 2008년 6월 학교에서 야간자율학습 지도를 하고 있는데 밖에 큰 비가 내렸다. 그때 학교 운동장 주변 수로 속에서 “맹” “꽁”, “맹” “꽁”하는 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환경부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한 맹꽁이가 바로 우리 학교 운동장 수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손전등을 들고 운동장 수로 속을 살펴보니 맹꽁이가 물위에 뜬 하나하나의 알이 보였다.
맹꽁이는 큰 비가 내려 새롭게 생기는 웅덩이에 알을 낳으며 알은 부화까지 36시간, 변태를 마치는데 28일 정도의 기간에 빠르게 성장을 마친 후 땅 위로 올라오는 열대성 개구리다. 이런 습성으로 학교 운동장 주변 수로는 조금만 비가 내려도 맨홀을 중심으로 물이 고여 맹꽁이들이 알을 낳기에 좋은 장소가 되었다. 또한 맹꽁이는 몸에 끈끈한 액을 분비하여 콘크리트 수직벽을 타고 오를 수 있어 맨홀도 충분히 왕래가 가능했다. 올챙이 시기를 마치고 땅 위로 올라온 작은 맹꽁이는 개미나 곤충이 많은 곳에 뒷발로 땅속을 파고 들어가 작은 구멍만 남겨 놓은 후 그 앞을 지나가는 곤충을 혀로 잡아먹고 사는 특징이 있어 번식기 이외에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챙 챙 챙” 수원청개구리
수원청개구리를 만나는 건 쉽지 않았다. 생김새가 청개구리와 거의 비슷해서 구별할 수 없고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 경기만 주변에서만 관찰되며 울음소리가 청개구리보다 더 높은 소리로 느린 템포로 우는 특징만 있다고 알려져 있다. 2년에 걸쳐 수원을 찾았지만 수원청개구리를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다 이천에 수원청개구리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가 수원청개구리를 만날 수 있었다.
수원청개구리는 청개구리처럼 논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청개구리는 땅바닥에 앞 뒷발을 다소곳이 놓고 울지만, 수원청개구리는 벼나 논둑의 식물을 타고 올라가 앞발로 풀을 꼬아 잡고 더 높고 큰 소리로 멀리까지 소리가 들리도록 울어댄다. 재밌고 예쁜 개구리다.
그러나 최근 농약이나 개발로 인해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처음 발견된 수원에서는 잘 관찰이 되지 않는다. 또한 수원청개구리가 서식하는 평택의 아산호 지역은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서식지에 도로가 들어서고 습지를 메워 집을 짓기 위한 기초 작업을 하고 있다. 수원청개구리가 비교적 많이 발견되는 김포 지역도 개발 사업으로 1~2년 안에 수원청개구리 서식지는 없어질 운명에 처해 있다. 현재 파주 지역만이 수원청개구리만이 유일하게 안전한 상태인 듯하다.
수원청개구리는 전 세계에서 오직 우리나라 경기만 주변에서만 살아가는 개구리다. 1980년 처음 알려졌지만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사이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다. 하지만 청개구리와 구별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우리나라 보호종에 등재되지 않고 있다. 수원청개구리를 지키기 위한 우리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함께 살자
4년에 걸쳐 13종의 개구리를 모두 찾을 수 있었다. 개구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해 환경지표종으로 불린다. 또한 개구리는 생태계에서 중간 위치로 뱀이나 새 그리고 포유류들에게 먹이원이기도 하다. 개구리가 사라지면 뱀, 새, 포유류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개구리를 보기 힘들어졌다. 기후변화까지 이들을 위협해 개구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하지만 아직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개구리들도 적지 않다. 여름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시라. “객객객객” “드르르륵 드르르륵” “맹, 꽁” 함께 살자는 개구리들의 노랫소리가 당신을 부를 것이다.
[출처] 함께하는 길 6월호 투고 내용 (한국양서류보존네트워크) |작성자 대략난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