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크sf넷에서 예전에 퍼놨던 글입니다.
*이 이야기의 교훈. 차를 고를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문닫을 시간>
George R. R. Martin
번 역 : 이 병건
세상이 끝난 것은 어느 지루한 화요일 밤이었다.
오후부터 비가 몹시도 내리고 있었고 장사도 영 신통치 않았다.
행크는 맥주잔을 씻으며 바니 데일이 결혼생활에 대해 죽는 소리 하는
것을 들어주고 있었다. 바니의 결혼생활에 대한 죽는소리라면 전에도
여러번 들었지만, 그외에는 별달리 할일이 없었던 것이다. 오늘밤에는
한창시간때의 손님들도 일찍 돌아가버려서, 바니가 남아있는 유일한
손님이었던 것이다.
"내가 뭘하건 그녀는 다 못마땅해한다구."
바니는 술잔에다 대고 이렇게 웅얼댔다. 그는 머리는 거의 다
벗어진 제법 나이든 작은 남자였다. 그의 마누라가 사십년 동안 바가
지를 긁어댔던 것이다. 적어도 오년동안이나 행크는 이 얘기를 생생
히 들어왔다.
"아마 오늘밤에는 작살날것같아. 술을 많이 마시는걸 정말 싫어
한다구. 거기다 그 여자 나보다 훨씬 큰데다 말이야......"
그때 문이 활짝 열리더니 흠뻑 젖은데다몹시 화가난 밀턴이 불
쑥 들어왔다. 그는 열린 문간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뒤로 주차장
아스팔트에 비가 쏟아져내리고 있었다. 그는 어둑어둑한 텅빈 술집안
을 죽 흩어보았다.
"그놈 어딨어?"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맹세코, 이 망할 놈
죽여버린다."
행크는 푸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런 한심한 밤이로군.
"우선 문이나 닫으라구, 밀트." 그가 내뱉었다. "비가 들이치잖
아."
"이런." 밀턴이 말했다. 화를 내고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그
는 마음이 여린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를 보기만 해서는 결코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키는 6피트 7인치. 주먹은 실린더만하데
다 실린더보다 배는 단단해보였으니 말이다.
"미안혀." 얼굴이 붉어져서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조심스
레 문을 닫고는 바(bar)로 걸어왔다. 그가 내딛는 걸음걸음 화난티가
확확났다. 홀딱 젖어서 걸을 때마다 신발에서 절벅절벅 소리가 날 정
도였다. 하지만 어찌나 화가 났는지 몽땅 증발해버릴 것만 같았다.
"늘상 있는 일인가, 밀트?" 행크가 물었다. 그는 맥주잔에서 물
을 털어내고는 타월로 대충 닦아서 다른 잔들 옆에다 놓았다.
"그랴." 밀턴이 말했다. 그는 바 앞의 의자를 홱 잡아빼서는 바
니 옆자리에 앉았다. 가볍게 취한 바니는 놀라서 눈을 껌뻑대며 그를
쳐다보았다. "그 얼어 죽을 놈이 어디가 박혀있나 말좀 해줘."
"언놈 때문에 이렇게 열받친거야?" 박하술을 집어서는 그래스호
퍼 칵테일을 만들면서 행크가 물었다.
"누데기 피트지 누구겠어." 밀턴이 으르렁거렸다. "그놈의 앙상
한 모가지를 확 비틀어버릴거야. 빌어먹을 그놈 어딨냐니까? 그자식
화요일이면 이 근처에 어슬렁대는거 다 안다구. 그자식이 날 바보로
만들지는 못할걸."
행크는 바에다 술잔받침을 펼쳐놓고는 그위에다 그래스호퍼 한잔
을 내려놓았다. 밀턴은 커타랗고 디룩디룩한 손으로 술잔을 감아쥐더
니, 마치 한마디 하려는 듯한 표정으로 바니 데일을 쳐다보았다. 바니
는 갑자기 대단히 재미있는 것이라도 발견한 양 술잔 밑바닥만 쳐다보
았다.
"너무 일찍 왔구만. 피트는 네 시간은 있어야 온다구."
밀턴은 그래스호퍼를 홀짝이면서 투덜투덜거렸다.
바니는 맥주잔을 들고는 자신없는 미소를 지었다. 행크가 그 잔
을 받아들고는 한잔을 채워주었다. 그가 술잔을 내려놓자, 바니가 말
했다. "근데 그가 언제 오리라는걸 어떻게 알지, 행크? 자네도, 우리
마누라가 [인콰이어]에서 읽어주는 그 초능력자들 중 하난가보지?"
행크가 배시시 웃었다. "초능력같은거하곤 상관 없지. 피트도
단골이거든. 난 단골손님들을 잘 알고 있다고. 어디 살고, 돈은 어떻
게 벌며, 애들은 몇명이고 어떤 차를 모는지 다 알지. 그리고 어디 자
주 가는지도 안다고. 피트는 일찍 온단 말이야. 단 여름철 화요일만
빼고 말이야. 화요일이면 항상 영화관 아니면 야구장엘 가거든. 문닫
을 시간에서 두 시간 정도 전에 오지." 행크는 다른 맥주잔을 집어들
고는 설걷이 물에 퐁 빠트렸다.
"기다리겠어. 그 개자식이 들어오기만 하면, 머리를 날려버릴거
야. 어디 두고보라고."
"그러지 뭐." 행크가 말했다. 그는 그의 술집에서 말썽이 나는
것은 질색이었다. 하지만 별로 걱정이 되지는 않았다. 그는 단골손님
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밀턴은 그래스호퍼를 마시면 감상적
이고 마음좋게 취했던 것이다. 그러니 누데기 피트가 들어올 때쯤 되
면, 밀턴는 팍 퍼져버릴 것이다.
"왜 피트한테 그렇게 뒤틀린거야?" 행크가 그저 대화를 위해 말
을 꺼냈다. 어떤 것이라도 바니의 마누라에 대한 죽는 소리보다는 나
을테니까. "자네 둘은 친구인줄 알았는데."
"친구좋아하시네." 밀튼이 빽소리를 질렀다. "그 망할 놈 죽여
버릴거야. 그자식이 날 속였다고. 여기 이걸좀 봐." 그는 주머니에
서 뭔가를 꺼내서는 바에다 툭 던졌다.
바니 데일은 맥주를 홀짝거리면서 그 물건을 궁금한듯이 쳐다보
았지만, 만져볼 용기는 없는 것같았다. 행크가 설걷이하던 맥주잔을
내려놓고 다가와서는 그것을 주워들었다. 그것은 둥근 목걸이 부적으
로 묵직한 금속줄에 걸려있었다. 그는 불빛에다 비추면서 천천히 뒤
집어 보았다. "금인가?" 그가 물었다.
"전혀 아니야. 놋쇠야. 아무리 피트가 바보라지만 금이라면 팔
았겠어?"
그 부적의 가운데는 동그랗게 되어 있었는데 그 테부분에는 온갖
동물들이 새겨져 있었다. 한가운데에는 뭔가 우유빛나는 하얀 돌이
박혀있었다. 동물들이 새겨진 곳으로부터 그 돌이 박힌 곳까지, 바퀴
살처럼 줄이 죽죽 나 있었다. "재미있는데. 가운데 박힌건 뭐야?"
행크가 물었다.
"유리야. 젖빛 유리. 누데기 피트놈말로는 월석이라더군. 그게
뭐건간에 그건 아닐거야."
행크는 부적을 바에다 내려놓았다.
"저도 봐도 될까요?"
바니가 겁먹었는지 조심스레 물었다. 밀턴은 그를 쳐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피트가 자네한테 팔았단 말이지?" 행크가 말했다. 누데기 피
트는 몇구역 떨어진 곳에서 작은 헌책방겸 골동품점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항상 뭔가 쓸데 없는 것을 들고와서는 술취한 사람한테 팔려고
했다. 그래서 곤란해 진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던 것이다.
"왜 그걸 산거야? 금이라고 생각했던건가?"
밀턴은 인상을 찌그리며 그래스호퍼를 다 마시고는 한잔 더 달라
는 시늉을 했다. "전혀 아니지. 내가 그렇게 바보로 보여? 금이 아
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고. 내가 취해있는데, 피트놈이 이게 마법의 물
건이라지 뭐야. 빌어먹을 마법의 부적이라나."
"아, 그러니까 그게 마법의 물건인줄 알고 샀는데,그게 아니더라
이거지."
밀턴은 고통스러운 듯이 보였다. 그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바를
쳐다보면서 술잔받침으로 손장난을 치고 있었다. 행크가 그래스호퍼
한잔을 더 주었다.
"꼭 그런건 아니고." 밀턴이 마지못한듯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어쨌든 마법은 마법이었어. 피트가 말한대로는 아니었지만 말이야."
행크는 설걷이를 하다말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뭐?"
바니 데일도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부적에서 밀턴에게로 시선
을 옮겼다가 곧 다시 아래를 쳐다보았다. 그가 들은 것을 믿지 못하
겠다는 듯이 물기어린 푸른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방금 말했잖아." 다시한번 인상을 쓰며 밀턴이 말했다. "그 빌
어먹을 물건이 말이야. 그러니까 ......" 그는 약간 당황해서 말을 끊
었다. "처음부터 얘기하는게 좋겠군."
"그렇게 하라구." 행크가 말했다. 그는 아마 재미있는 밤이 될
것같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화요일 치고는 말이다.
"이주전의 일이야. 바로 여기, 이 장소에서 말이야. 조금 취해
있었어. 그런데 누데기 피트놈이 오더니 그걸 보여주면서 몇마디 늘
어놓더군. 변신하게 해주는 물건이라는거야."
"변신?" 행크가 말했다.
밀턴이 손을 흔들었다. "모습을 바꾸어준다고 피트자식이 그랬
어. 왜 있잖아, 옛날영화에 나오는 늑대인간같은거 말이야. 단지 늑
대가 되는게 아닐 뿐이지. 피트말로는 내가 누군가의 목을 물어뜯을
생각이 아니라면 더 좋은 거라더군. 보름달이 뜨는 날에 직접 써 봤
더니, 커다란 매가 되더라는 거야. 밤새도록 날아다녔데. 그런데, 피
트가 왜 높은델 무서워하잖아. 그래서 변하고 싶지를 않다는거야. 보
름달이 비칠 때 이 물건을 갖고 있으면, 변한다는거야.
그런데, 제길, 난 높은델 무서워하거나 하지는 않잖아. 항상 날
고 싶었지만, 어디 돈이 있어야지. 그래서 정말 솔깃하게 들리더군.
값을 좀 흥정하다가 사버렸지 뭐. 집에 돌아가서는 다음 보름달이 뜨
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렸지."
바니가 부적을 집어들고는 말했다. "어젯밤이 첫 보름달이 뜨는
밤이었군요." 그가 조심스레 밀턴을 흘낏거리며 말했다.
"그래 맞아요." 밀턴이 말했다.
"그런데 뭐야. 변하질 않았나보지?" 행크가 물었다.
"제길. 변하긴 변했어. 하지만 매는 아니었다고. 내 그 거짓말
장이 녀석을 죽여버릴테야. 정말이라고. 날 속여먹었겠다. 내 생애
최악의 밤이었어."
잠시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를 몰아대고 싶지
는 않았던 것이다. 마침내 바니 데일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말했다.
"저 괜찮다면,실례지만, 뭘로 변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밀턴은 그의 그래스호퍼잔을 한잔동안 쭐쭐 빨고 있더니 천천히
의자를 바니 쪽으로 돌렸다. 그의 짙고 숱이 많은 눈썹아래 그의 두
눈은, 슬며시 쳐다보는 것이 음흉해 보였다. "어이 쬐그만 양반. 당
신 이름이 뭐유?"
바니는 숨을 훅 들이쉬었다. "에 그러니까, 바니에요. 바니 데
일."
밀턴이 미소를 지었다. "잘 들어요, 바니 데일씨. 대답해 드리
지요. 하지만 웃지는 않는게 좋을거요. 먼저 말해두는건데, 당신 조
금이라도 웃기만하면, 당신 목을 비틀어 뜯어내서는 저 길거리 밖으로
50야드는 날려버리겠소. 알아들었소?"
"에, 예. 물론이죠. 웃는 것 따위는 꿈도 꾼적 없어요."
"아주 좋아. 자, 그러니까 내가 변한 것은, 난 토끼가 됐었다구."
바니는 웃지 않았다. 웃기에는 너무 겁을 먹었으니까 행크도
역시 웃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참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
고 있었다.
"토끼라고?" 그가 물었다.
"그래 토끼. 빌어먹을 이스터 종이었다고. '깡총 깡총 뛰면서',
뭐 그런거 말이야."
"아 그래요." 바니가 말했다. 그는 부적을 다시한번 흘깃 쳐다
보면서 안경을 고쳐썼다.
"토끼는 매가 아니잖아." 밀턴이 말했다.
"그래 맞아." 행크가 맞장구 쳤다.
"정말이지 끔찍한 악몽이었어. 그 망할놈, 내가 겪은 만큼 대가
를 치뤄야 할거야. 도시는 토끼가 있을 만한 곳이 못된다고."
"토끼인간에게도 마찬가지지." 행크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아니고말고. 차에 치일뻔하질 않나, 고양이가 막다른 골목
구석에 몰아넣질 않나. 다행히도 무사히 도망치긴 했는데 이번에는
개 한마리가 몇마일이나 쫓아오지뭐야. 게다가 그 애들이라니. 그 젖
비린내나는 애새끼들은 정말 최악이었어. 어떤 놈은 돌을 던져대고
어떤 놈은 날 잡아다 애완동물로 만들려지 뭐야. 정말 밤내내 깡총
깡총 깡총 뛰어다니기만 했다고. 계속해서 끔찍한 일들만 일어났어.
다리도 아파 죽겠어." 그는 어깨를 들썩거렸다. "맹세코, 피트놈이 들
어오기만 하면, 이 망할놈의 부적을 갖다가 해도 안드는 곳에 묻어버
리고 말거야."
바니 데일은 부적을 손에 쥐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여
기에 토끼는 없는데요."
"뭐요?" 밀턴이 불쑥 말했다.
바니는 그 동그란 부적을 그들 사이의 바에다 놓았다. "자 봐요.
토끼는 없어요. 내 생각에는 말이에요 가장자리를 따라 나 있는 그림
들이 아마 이게 어떤 식으로 마법을 일으키는지 알려줄것 같아요. 내
말 알겠어요? 만약 매가 있고 토끼가 있고 그렇다면 말이 된다는거
죠. 그러면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알수 있다는 거죠. 다음에 이
부적을 지니게 되는 사람이 뭘로 변할지를 알수 있을거라는 거에요.
그런데 그저 토끼는 없다는 거죠. 여기 새는 있잖아요. -그가 손가락
으로 가리켜 보였다- 그리고 늑대도 있네요. 큰 고양이도 있고, 여러
가지 큰 육식동물들도 있군요. 하지만 토끼는 없어요. 아마 그저 장
식용인 것같군요."
밀턴이 투덜거렸다. "장식용. 그게 뭐가 어떻다는거요. 맹세코
피트놈도 토깽이가 됐던게 틀림없어. 그 그림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놈은 이게 뭔지 잘 알고 있었던 거라고. 맹세코 그놈을 날려버릴거
야."
바니가 시계를 쳐다보며 말했다. "에, 이런말 하기는 좀 그렇지
만, 당신한테 문제가 좀 있을 것같군요."
밀턴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건너다 보았다. "누데기
피트같이 하찮은 놈을 좀 두들겨 패는데 나한테 문제가 생길거라고 하
는거요, 지금?"
"흠, 그럴거 같군요. 행크말로는 피트는 문닫을 시간 몇시간 전
까지는 나타나지 않을거라면서요." 이렇게 말하며 그는 다시 시계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만약 내 시계가 정확하다면, 한 40분만 있으면
달이 떠오를 겁니다. 문닫을 시간까지는 너무 오래 남은거죠. 피트가
들어왔을 때쯤에는 당신은 토끼가 되어 있을 겁니다. 당신말이 맞다
면 말이죠."
밀턴은 한대 얻어맞은 것처럼 움찔했다. "오, 이런 제기랄." 그
리고는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여 말했다. "행크." 그의 목소리는 거
의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나좀 도와줘. 새벽까지 나를 좀 데리고
있어주게. 애들이 얼씬도 못하게 해달라고."
행크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는 이 일을 아주 즐기고 있었던 것
이다. "단골손님한테 그정도야 못하겠나. 냉장고에 상치도 좀 있다
네. 또 누군가 손님이 오면 자네를 가지고 내기를 해서 이길 수도 있
겠는데."
바니는 부적을 손에 꽉 쥐었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내가 이걸 사지요."
밀턴이 그를 쳐다보았다. "방금 뭐라 그랬수?"
"내가 산다고요. 50달러라 그랬죠?" 그는 이렇게 말하고는 지
갑을 꺼내서 20달러 2장과 10달러 한장을 뽑아내어 바에다 놓았다.
"자 이 돈 받아요. 그러면 이 부적은 당신 손에서 떠나는 겁니다. 당
신은 모습이 변하지도 않을거고, 그러면 당신 친구가 들어왔을때 피투
성이로 구겨줄 수도 있을거 아닙니까?" 그는 다시한번 부적을 꽉 쥐
었다. 그가 쥐고 있는 부적은 마치 하얀 바퀴 뚜껑이 달린 금빛 차바
퀴처럼 보였다.
"어디 다시한번 말해봐요?" 밀턴이 말했다.
밀턴은 바니를 잠시동안 쳐다보더니 왈칵 웃음을 터트리며 돈을
냉큼 집어들었다. "어이 여보쇼. 이제 당신겁니다. 당신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더이상 토끼인 채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오. 자 내 맥주 한잔 사리다."
바니는 부적을 주머니에다 집어넣으며 몸을 일으켰다. "고맙지
만, 사양해야겠네요. 벌써 몹시 걱정이 되는걸요. 집에 가야하는데,
마누라가 아마 날 죽이려들 겁니다." 그는 부끄러운듯 미소를 짓고는
문쪽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행크가 바니를 소리쳐 불렀다. "어이 바니. 잠깐만." 그는 궁금
해서 견딜 수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바니는 활짝 웃었다. "아주 멋진 놋쇠 세공품이잖아. 설혹 마법
의 물건이 아니라도, 50달러보단 훨씬 값이 더 나갈걸세."
"하지만 만약 마법의 물건이면 어쩌려고? 모습이 변한다는데 무
섭지도 않아?" 행크가 물었다.
바니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특별히 그렇진 않아. 마누라
한테 줄 생각이거든. 그 여자 아주 멋진 토끼가 될거야." 그는 이렇
게 말하며 키들키들 웃었다. "그럼 잘들 있으라구. 내일 또 보세."
그들은 그가 시동을 걸고 출발하는 소리를 들었다. 밀턴이 중얼
거렸다. "불쌍한 여자. 깜짝놀라겠구만." 그리고는 그는 행크에게 바
니가 준 20달러짜리 한장을 내밀며 말했다. "어이, 한잔 더 줘."
"자네 여전히 피트를 기다리는건가?"
"그럼. 어쨌건 그놈을 죽여버릴거야. 지난밤에 겪은 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건 아주 공정한거야, 그렇지 않나?"
행크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벌서 그래스호퍼
세잔이나 마셨으니, 누데기 피트가 모습을 보일 때쯤에는 밀턴은 아주
기분이 좋아져서 누그러질 것이라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반시간쯤 지났을 때 밀턴이 고개를 쳐들고는 말했다.
"어이, 들어봐. 비가 그쳤는데."
행크도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자네 말이 맞구만." 그리고
는 뭔가 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차 한대가 멈춰서는 소리가 들렸다.
행크는 오싹해졌다. 마후라가 더이상 제구실을 하지 못해서 펑펑 소
리가 나는 고물차 소리였다. 닳아빠진 브레이크로 끼익하고 서는 소
리가 나더니, 기침소리가 들렸다. 행크는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
다. 누데기 피트의 똥차였다. "이 정도면 거의 초능력 수준이지." 그
가 중얼거렸다.
밀턴은 그를 궁금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물어볼 새도
없었다. 바로 그때 문이 열리면서 피트가 어슬렁거리며 들어왔던 것
이다. 긴 금발머리에다 뼈에다 가죽만 간신히 도배해놓은 것같은 체
구에 이리저리 기운 질질 끌리는 작업복차림이었다. "어이, 여보게들."
그는 즐거운듯 내뱉었다. "잘들 있었나? 오늘 게임은 비로 취소됐어.
잘있었나 행크? 잘있었나 밀트?"
밀턴은 그의 의자를 돌려놓고 앉았다. "너, 너 어디 죽어봐라."
그는 벌떡일어나서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피트에게로 다가갔다.
건물을 부술 때나 쓰는 커다란 쇳덩어리 같은 주먹을 빙빙 돌리면서
말이다. 누데기 피트는 한참 쳐다보고 있어니 문으로 마구 달리기 시
작했다. 밀턴이 으르렁대며 뒤를 쫓았다.
행크는 한숨을 내쉬고는 바 밑에서 몽둥이를 집어들었다. 이 장
사도 못해먹겠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는 그들을 뒤쫓아서 밖으로
나갔다. 만약 정말로 피트를 다치게 할 것 같으면 억지로라도 밀턴을
진정시킬 각오를 하고서 말이다.
피트는 차로 정신없이 뛰고 있었다. 하지만 밀턴이 훨씬 덩치도
크고 빨라서, 문을 막 열려는 순간 그를 붙잡고 말았다. 밀턴은 그를
뒤로 홱 잡아채서는 몸을 돌려 멱살을 잡고는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누데기 피트는 비명을 지르며 발을 내둘렀다. "너 어디 죽어봐라. 이
개자식." 밀턴은 이렇게 말하며 피트를 차에다 대고 쾅쾅 내리쳤다.
"자, 밀턴. 그만하라고. 난 그대로 두고 볼수만은 없네."
"날 토깽이로 만드는게 그리도 재미있던? 널 잘게 다져줄테니
어디 얼마나 재미있나 보자."
"살려줘. 너 지금 제정신이 아니라고. 토끼라니 무슨소릴 하는
거야!"
밀턴은 씩 웃으며 커다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밀턴!" 행크는 이렇게 고함을 지르고는 야구방망이로 피트의
자동차 흙받이를 세게 내리쳤다. 충분히 큰 퍽소리가 났다.
밀턴은 놀라서 행크를 넘겨다 보았다.
"그만 놔줘." 행크가 말했다. 그는 배트를 그러쥐었다.
밀턴은 인상을 쓰면서 누데기 피트를 잡고있던 손을 풀었다.
"이런 이런. 난 다치게 할 생각은 없었어. 그저 혼을 좀 내주려던 것
뿐이었다고."
"그만하면 충분히 혼이 났어." 행크가 매정하게 말했다.
누데기 피트가 그런 별명을 얻은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의
작업복은 이리저리 누덕누덕 기운데다 정말 더러웠고 머리는 엉마인데
다가 그의 차조차도 20년은 된 고물이었으니 말이다. 군데군데 빨간
색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거의 회색이었다. 피트는페인트칠을 끝마쳐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피트는 자동차 후드앞에 퍼질러 앉아 징징거리고 있었다. "엉엉.
이 바보같은놈. 도대체 뭐가 잘못된거야?'
"자네가 팔아먹은 마법의 부적이 그를 토끼가 되게 했다더구만."
밀턴이 대답하기도 전에 행크가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았나봐."
"그래. 정말 끔찍했어." 밀턴이 말했다.
"토끼? 그럴리가 없는데. 매인간이 되는 부적인데. 내가 직접
써 봤단말이야. 새가되어야만한다구."
"새가 뭔지는 나도 알아. 토끼가 뭔지도 알고. 난 빌어먹을 토
깽이가 됐었단 말이야. 이 망할놈아!"
누데기 피트는 그의 턱수염을 긁적긁적거렸다. 몹시도 당황한
것같았다.
"그거 재미있는데. 내 생각에는 그걸 가지는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하는 것같아. 아마도 그 테두리에 있는 동물들의 패턴에 따라
서......"
"그건 아니야. 우리가 살펴봤는데, 그저 장식으로 새겨진 것뿐이
었다고. 토끼는 없던데."
피트는 더 혼란스러운 것같았다.
"그러면 말이 안되는데. 흠 가만, 가만. 아마도 그 사람의 진정
한 본성이 열쇠가 되는지도 몰라.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걸 좋아
하는 놈이니까, 매가 된거고. 자네 경우에는, ......" 그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차리고는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밀턴은 아주 불길한 씩씩 소리를 내면서 다시 그를 잡아들었다.
"너 이자식. 나보로 토깽이라 이거지?" 그는 빽 소리를 질렀다. "이
죽일놈. 너 어디 죽어봐라."
행크는 속으로 욕을 내뱉고는, 다시한번 야구방망이로 차의 흙받
이를 내리쳤다. "그만두지 못해!"
그들은 딱 멈춰섰다. 밀턴은 투덜거리면서도 그를 놔주었다. 피
트가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내 차. 내 차.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는 징징 울어댔다. 두
번째 내리쳤을 때 흙받이가 움푹 들어가버린 것이다. "행크, 이게 뭐
야?"
"미안해." 그가 말했다. "대신 술한잔 공짜로 줄께. 이런 차 한
쪽이 좀 들어갔다고 해서 누가 알아차리겠어? 고물차가지고 뭘 그
래."
"이건 클래식이라고." 피트가 우겨댔다. 그는 얼굴을 있는대로
쭈그리며 흙받이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후드를 들어올렸다. "쓰리
프리 라운드 방식이야. 진짜 클래식이라고."
"이거봐. 난 자네 생명의 은인이야. 거기다 이 차는 진짜 위험
한 놈이라고. 그런데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자네는 클래식 자동차를 모르는거야. 이건 팔콘(매)이란말이야.
포드의 첫 모델들 중 하나란 말이야. 멋진 소형자라고."
행크는 갑자기 딱 멈추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차장은
어두웠고 아스팔트는 방금 내린 비로 반들반들 했지만. 그는 건물 구
석자리에 있는 그의 밴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차는 꼭 한대가 더
있었다. 그는 야구방망이로 그것을 가리켰다. "저게 자네차 맞지?"
그가 밀턴에게 물었다.
"그래." 밀턴은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했다.
"VW?"
"그래. 신품이라고. 래빗(토끼)이지. 정말 좋은 ......" 그는 말
을 멈추었다. 상황을 알겠다는 것이 그의 눈에 드러났다.
행크는 껄껄 웃었다.
피트는 두 차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런, 이럴수가." 그는 이
렇게 말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럼 그건 어디가있는거야? 안전
한데다 보관해야 한다고. 여러 종류의 차들이 있잖아. 쿠거(표범), 밥
캣(스라소니). 망할. 그들이 누군가를 죽일지도 몰라."
"그 사람 무슨 차를 모는지 알아, 행크?" 밀턴이 물었다. "자네
그 사람 알잖아, 그렇지? 무슨 차를 모느냐고?"
행크는 안됐다는 듯이 머리를 저었다. "불쌍한 바니. 우리는 충
분히 안전해. 바니 차도 VW거든. 단지 좀 오래됐을 뿐이지."
밀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제길, 비틀(딱정벌레)이로군."
"불쌍한 바니." 행크가 다시 중얼거렸다.
"정말 끝내주는 밤이 되겠군." 밀턴이 말했다.
행크는 한숨을 내쉬고는 그의 술집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피
트가 저걸좀 보라고하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달이 참 밝네." 밀턴이 말했다. 피트가 가리키는 편 넘어로 하
늘이 밝아오고 있었다. "정말 큰 보름달이네. 이제 그 불쌍한 녀석의
밤이 시작되는거야. 그 사람 마누라가 밟아버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는
데."
행크는 다시 온몸이 오싹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방망이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길바닥에 팅하고 떨어져서는 데구를르 굴러갔다.
그는 열쇠를 주머니에 꺼내서는 문에걸린 자물통을 풀었다.
밀턴이 말했다. "어이, 아직은 문닫을 시간이 아니잖아."
"아니, 맞어." 행크가 대답했다. 그는 하늘이 점점 밝아지는 쪽
을 가리켜보였다. "저건 달이 아니야. 달이 보이기에는 구름이 너무
많다고. 거기다 방향도 다르잖아." 하지만 이미 그때에는 누구도 그
것을 달빛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을 정도로 밝아져 있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점점 부풀어올라 하늘의 절반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은 정오의 태양처럼 불타고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쳐다볼 수 없
을 지경으로 밝았다.
"이런 젠장." 밀턴은 이렇게 말하며 눈을 가리고는 벽쪽으로 물
러섰다.
"마누라한테 사준다고 했었지." 행크가 슬프게 말을 이었다.
피트가 최후의 질문을 했다. "그여자가 ......" 하지만 그가 꺼낸
말을 채 맺기도 전에 그의 살은 뼈에서 녹아내리고 끔찍한 찢어지는
비명만이 남았을 뿐이다.
행크도 그저 한번 봤을 뿐이다. 바니의 마누라가 그를 끌고가려
고 온 날 밤에 말이다. 바니는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녀 혼자서 차에
실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행크가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기억이 났다. 그는 그런 것은 아주
잘 기억을 하니까 말이다.
"노바(신성:新星)였어." 그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찬란한 빛
속으로 사라졌다.
글구 옛날에 비슷한 단편을 하나 읽었었어요. 라이칸스로프 라고. 그 소설에서는 각 지방의 라이칸스로프 전설을 분석해 본 결과 (늑대인간, 호랑이인간, 곰인간....) 그 지방에서 많이 볼수 있으며 사람에게 피해를 많이 주면서 한편으로 숭배받던 존재들이 라이칸스로프의 대상이되는걸 알아냈죠.
첫댓글 탁미에게 저 부적을 주면 어떻게 되는 걸까요? 86명으로 분리? :>
글구 옛날에 비슷한 단편을 하나 읽었었어요. 라이칸스로프 라고. 그 소설에서는 각 지방의 라이칸스로프 전설을 분석해 본 결과 (늑대인간, 호랑이인간, 곰인간....) 그 지방에서 많이 볼수 있으며 사람에게 피해를 많이 주면서 한편으로 숭배받던 존재들이 라이칸스로프의 대상이되는걸 알아냈죠.
그리고 현대 뉴욕의 라이칸스로프는.... 스포츠카로 변신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었습니다.
ㅎㅎㅎ, 기발하고 재미있군요 ^^ 가진 차에 따라 변신한다... 혹시 신의 이름을 딴 차가 있다면 신으로 변신하는 것인지 ^^;;
헉~ 그렇다면 정말 멋지겠네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