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나무/ 정다겸
여기 목마른 나무가 있다
나무 아저씨의 망치소리가 탁! 탁
들릴 때마다 물길이 만들어지고
멈추었던 숨이 되돌아온다
물길 안으로
인고의 세월이
둥글게 둥글게 꽃을 피우고
머금은 향기 고이 간직한 채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많고 많은 이야기들 중에
아름답고 힘이 되고 행복해지는
소리를 깊게 빨아들였으리라
그 소리가 오늘 깨어나고 있다
칼끝의 아픔 견디며
단풍나무 아래서/ 정다겸
단풍은
마지막 사랑을
뜨겁게 불태우는 노을이다
바쁜 걸음도 노을 앞에선 내려놓고
단풍은 레드카펫 드레스가 되어
주변시선을 압도한다
온 힘을 다해 가장 고운 빛깔을
뿜어내는 예술의 극치에서
아! 말잇못
하루가 얼마 남지 않은
저물어가는 시간의
소리가 빨라지고
일찍 길을 나선 낙엽들은
아궁이에서 활활 타오르며
긴 밤을 따뜻하게 준비하고 있다
겨울나무는/정다겸
겨울나무는
가진 게 별로 없다
봄의 푸르름도
여름의 싱그러움도
가을의 풍성함도
그저 모두 다 내주었다
여름에 시원한 그늘을 원하지만
겨울에 춥고 어두운 그늘 찾는 이 없다
겨울나무는 그렇게 사람들의 바람대로
하나 둘 그늘을 감추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앙상한 가지 사이로
눈부신 파란 하늘 엮어
햇살 한 줌이라도 더 챙긴 나무는
따뜻한 꿈을 꿀 수 있도록
나뭇가지에 달빛 걸어 둔다
카페 게시글
▶문학의 숲 시화전 작품
23시화전 작품
목마른 나무/ 정다겸외 2편
미소이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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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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