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가고 가을, 겨울이 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아이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야할텐데 왜 우리 아이들은 위한 계절은 오지 않는 걸까요.”
지난 8월 2일, 무더운 날씨 속 시작했던 발달장애인 가정의 이야기를 전하는 화요집회는 날씨가 부쩍 추워진 10월 11일 오전에도 이어졌다.
이날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부모연대)는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제9회차 화요집회를 열고, 발달장애 당사자들과 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눴다.
▲ 1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제9회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경남지부 창녕지회 안태호 회원. ⓒ에이블뉴스
아이를 올해 초등학교를 보내며, 느리지만 나날이 성장할 아이의 모습을 꿈꾼다는 부모연대 경남지부 창녕지회 박도희 회원의 이야기를 대독하던 안태호 회원은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제 아이의 사연과 너무나 같아서... 지금 38살이 된 제 아이는 어렸을 적 매달 3군데를 돌아다니며 교육을 받게 했었지만, 38년 동안 엄마, 아빠 소리도 제대로 듣지를 못했습니다. 남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입니다. 제 아이뿐 아니라 모든 발달장애 자녀를 위해 세상이 조금씩 바뀌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 1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제9회차 화요집회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충북지부 충주지회 이영순 이사(왼쪽)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서대문지회 강현주 씨(오른쪽). ⓒ에이블뉴스
수십 년째, 하루 24시간을 긴장하며 살고 있다는 부모연대 충북지부 충주지회 이영순 이사는 발달장애 자녀의 돌봄을 오롯이 가족들이 책임지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다.
“처음 학교를 보낼 때도 힘들었지만, 성인기에 접어들어 센터를 다니고 있는데도 걱정을 내려놓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의 장애를 안 순간, 우리 가족은 세상으로부터 고립됐습니다. 특히 동생을 위해서는 딸아이의 희생도 당연하다 여겼습니다.”
“딸은 이제 32살인데 내가 아이를 돌보지 못 할 때면 여전히 딸아이가 동생을 돌보고 있습니다. 딸은 집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말을 합니다. 또 가끔 안아달라며 자신을 먼저 두고 가지 말라고, 같이 가자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고 막막할 뿐 딸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습니다.”
부모연대 서울지부 서대문지회에서 복지일자리로 근무하고 있다는 발달장애인 당사자 강현주 씨는 정직원이 돼서 평범한 미래를 꿈꾸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동생에게는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엄마는 장애가 있는 저를 돌보느라 4살 어린 막내는 엄마 품을 떠나 외할머니가 키웠습니다. 저로 인해 동생은 유치원 행사 때도, 학교 졸업식에도 항상 엄마가 가지 못하고 할머니만 참석하셨습니다.”
한편 부모연대는 화요집회를 통해 ▲발달장애인 특위결의안 통과 ▲발달자앵인 생애주기별 지원대책 수립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안 통과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가 구축되는 날까지 매주 화요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백민 기자 (bmin@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