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에 자목련쯤으로 오시거나
더 기다렸다가 수국이나 백일홍이 되어 오셨으면
금세 당신을 가려냈으련만.
하필 풀꽃으로 오셨어요, 그래.
새벽같이 만나리라 잠도 못 이루고요,
눈뜨자 풀숲으로 내달았는데요.
그렇게 이른 시간에 우리 말고
누가 더 있으랴 싶었는데요.
목을 빼고 손짓하시겠거니, 슬렁슬렁
풀섶을 헤집는데요, 아 이런……
온 산의 풀이란 풀들이 죄다 고개를 쳐들고
사람 찾는 낯이 되지 뭐여요.
이를테면 금낭화, 맥문동, 애기똥풀.
요다음엔 이름이나 일러주세요.
알고 간대도 이름과 얼굴이 따로 놀아서
오늘처럼 허탕만 치고 오겠지요만.
윤제림 (1960 - ) ‘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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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있는 시
환생 - 윤제림
sk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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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72
20.04.13 08:4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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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몽환적인 멋진 사진에
깊이있는 멋진 시 ~~
오늘도 신나게 인생 직진인거죠 ..ㅎ
일찌기 겪어보지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속에서도 사전 투표율이 높군요
지금의 이 세상에서들 행복하려면 투표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어렸을적 이상하게 보였던 백일홍도 좋아보이는건 세월 때문이겠지요
지난 여름 이야기!
보고 느끼는 분들만 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