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독도서관서 세쌍 무료 결혼식
거품 걷어내고 간소하게 구청서 모든 서비스 제공
신부 화장은 자원봉사로 야외 전통 다과상에 감탄
고운 한복과 정장을 차려입은 결혼식 하객들이 삼삼오오 도서관에 모여들었다. 잔디와 등나무가 우거진 앞뜰에서는 야외 피로연 준비가 한창이었다. 결혼식장으로 임시 개조된 도서관 3층 시청각실에서는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마법의 성' 등 결혼식을 축하하는 피아노 선율이 은은하게 들려왔다.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화동 정독도서관에서 신혼부부 세 쌍이 차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정독도서관은 경기고등학교가 서울 강남으로 이전한 뒤, 1977년 경기고 건물과 교정을 그대로 물려받아 설립됐다. 입시 준비하는 중고생들 발길이 잦은 곳이지만 22일 하루 동안 '결혼식장'으로 깜짝 변신했다. 서울 종로구가 알뜰 결혼문화 확산을 위해 시작한 '우리 이제 결혼할까요?' 캠페인의 결과물이다.
종로구의 '우리 이제 결혼할까요?' 캠페인은 결혼식에서 쓸데없는 거품을 걷어내 간소하면서도 우아하게 식을 치르자는 것이다. 청첩장·사진촬영·예복·피로연·신혼여행비 등에 들어가는 돈은 커플당 250만~300만원이다. 이 돈은 전액 구청이 대준다.
- ▲ 22일 서울 화동 정독도서관 앞뜰 분수대 부근에 차려진 피로연장에서 결혼식 하객들이 전통 차와 떡을 들고 있다./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이날 도서관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들은 이치성(47)·강미경(42)씨 부부, 오철호(35)·세실리아 발몬테(20·필리핀)씨 부부, 이남귀(51)·임희내(47)씨 부부다.
종로구는 올 상반기 세 쌍의 신청을 받아 지난 6월부터 실제 결혼식 준비에 나섰다. 종로구는 우선, 북촌 한옥마을과 삼청동 카페거리가 만나는 풍광 좋은 길목에 자리 잡은 정독도서관을 예식장으로 낙점했다. 도서관 측도 흔쾌히 무료로 장소를 내주겠다고 나섰다. 양종만 관장은 화환까지 보내줬다.
식장이 마련된 시청각실에는 아흔한 개의 하객 의자가 반듯하게 놓였다. 꽃잎이 뿌려진 분홍색 융단도 깔렸다. 창틀과 기둥마다 흰색과 분홍색 풍선이 나붙었다. 서울 도심의 마천루에 남산자락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진 창밖 풍경이 화려한 촛불과 샹들리에를 대신했다.
오전 11시, 이치성·강미경씨 부부가 한복 차림으로 함박웃음을 지으며 박수 속에 식장에 들어섰다. 두 시간 뒤에는 분홍색 톤의 '커플 한복'으로 맞춰 입은 오철호·발몬테씨 부부가 결혼식을 올렸다. 세 시간 뒤에는 이남귀·임희내씨 부부가 딸 복덕(6)양을 들러리로 세우고 박수 속에 나란히 단상에 올랐다.
종로구 건강가정지원센터 현영주 총괄팀장은 "사실 그냥 '공짜 결혼식'이 아니라 옷까지 한 벌 얻는 결혼식"이라고 말했다. 결혼 예복을 웨딩드레스 대신 한복이나 정장으로 하는 대신, 식이 끝난 뒤 신랑신부에게 그냥 준다는 것이다.
이날 결혼식 진행을 위해 센터 직원들과 자원 봉사자, 도서관 직원 등 50여명이 도우미로 나섰다. 종로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이용권(53) 센터장이 주례를, 센터 직원 김종율(31)씨가 사회를 맡아 '무보수 봉사'했다. 대한 불교소년소녀합창단원들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8월의 어느 멋진 날에'로 개사해서 축가로 불렀다. 신부 화장은 유명 미용실 체인인 '박준뷰티랩'에서, 사진과 동영상 촬영은 성균관대·동국대 학생들의 자원봉사로 해결됐다.
- ▲ 국제 결혼 커플인 오철호·세실리아 발몬테 부부가 결혼식을 마친 뒤 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행진하고 있다./종로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제공
맨 처음 결혼식을 올린 신랑 이치성씨는 "늦게 결혼하는 까닭에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는데, 오늘 산뜻하게 식을 치르고 나니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국제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 오철호·세실리아 발몬테씨 부부는 신랑·신부의 모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도서관 앞뜰을 배경으로 연방 기념사진을 찍었다. 늦은 결혼식을 올린 이남귀씨 부부도 딸과 함께 즐거워했다.
하객들은 후하게 점수를 줬다. 이치성씨 결혼식의 하객 조연옥(68)씨는 "자식 넷을 모두 사람이 복작복작한 예식장에서 결혼시켰는데, 도서관에서 하니 깨끗하고 조용해서 좋다"고 했다. 오철호씨 부부의 하객 추동신(39)씨는 "인근 초등학교에 차를 세우고 걸어와야 하는 점이 좀 불편했지만, 조금만 보완하면 '돈만 잔뜩 드는 판박이 결혼식'을 기피하는 젊은이들에게 인기를 모을 것 같다"고 했다.
김충용 종로구청장은 "올해는 시범 운영한 만큼, 예산이 없어 연내에 추가로 결혼식을 올려 드리기는 힘들 것 같다"며 "내년부터 더 많은 분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이런 프로그램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첫댓글 봤는딩 또 보넹 결혼추카추카해요
오호~~ 정말 결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결혼 진심으로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