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6.12(화)
• 엉거츠 산 정상 : 해발 2,120m
• 입산코스 : 엉거츠산 초원길 트레킹
• 소요시간 : 4~5시간 예정
게르 동쪽 하늘에 태양이 주위를 붉게 물들이며 떠오른다. 자연으로 살아가는 몽골인의 게르에서 푹 자고 나서일까. 어제 체체궁봉 산행으로 피로해진 다리가 일출이 빚은 태양에너지를 받은 듯 힘차게 일어선다..
22회 동기 송시영이 오랜 시간 동안 일출 태양의 기를 받고 있다. 말없이 뒤에 서서 함께 기를 받는다. 몽골에서 새 날을 선물 받은 오늘, 기쁨으로 시작한다
원정 두 번째 산행은 울란바타르 시 동쪽 50~70km 헨티산맥 산기슭에 위치한 엉거츠 (Унгутс уул)산행이다. 엉거츠는 비행기라는 뜻이며 몽골 최고의 휴양지 테를지 국립공원(Gorkhi-Terelj National Park)에 있다.
엉거츠산 트레킹은 제주도 올레길 뺨칠만큼 멋진 몽골 올레길 2코스의 일부라 한다. 푸른 하늘과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초원, 아름다운 야생화가 산꾼들을 올라오라 유혹한다.
어제 힘든 체체궁봉 산행으로 인해 많은 동문들이 엉거츠 산행에 갈등한다. 진행팀은 엉거츠 산 정상 팀과 엉거츠산 둘레길 팀으로 나뉘어 진행한다. 정상팀은 50명 만이 선택했다. 우리 22회도 무이회 회장과 나, 그리고 홀로 온 23회 김영희와 정상팀에 합류했다.
넓은 초원에서 산행 시작을 외치는 부고인의 표효가 엉거츠 산을 쩡쩡 울린다.
“천하부고여, 영원하라!”
우리의 외침이 비행기 산에 메아리진다.
입산은 해발고도 1,580m에서 시작하여 급격하게 고도를 높인다. 6월의 땡볕이 내리쬐는 오르막 길에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땀을 뻘뻘 흘리며 걷는다.
한 그루 서 있는 나무 아래 앉아서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다. 멋진 풍광들이 힘들었던 순간을 잊게 한다. 힘들게 걸어오는 동문의 모습이 바로 전의 내 모습 같아 박수로 격려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1, 700m고지를 넘어서면서 경사가 완만해지는 능선을 타고 올라선다. 이내 향긋한 꽃내음이 온 천지에 은은히 퍼지는 야생화 천국을 만난다. 새하얀 에델바이스 꽃을 비롯해 황금빛깔 할미꽃 등 우리나라에서 흔히보지 못한 다양한 들꽃들이 향연을 벌여 우리를 환영한다.
숲의 한가운데에서 시원한 조망이 열리는 전망 바위 지대를 만난다. 고도 1800m을 올라가면서 발아래 풍경은 더욱 멋지게 다가온다.
몽골 특유의 확 트인 풍경과 기암괴석, 그리고 속속 드러나는 동화 속 같은 오솔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막 피어난 듯한 생기 발랄한 야생화들이 우리 마음을 사로잡는다.
경이로운 풍경 앞에서 노래 한 자락 불러 젖히라는 후배들의 청을 받아 노래한다.
라틴음악의 최고 가수 세미노 로시(Semino Rossi) 의 노래
‘오직 나 만을 위해 있어주오(Solo Hay Una Para Mi )’를 스페인어로 불렀다. 이 야생화 천국에 피어난 들꽃들에 대한내 사랑의 노래가 아닐까.
열화와 같은 박수갈채와 앙코르가 터져나왔다. 마침 내 머리 위를 나르는 독수리를 보아 ‘엘 콘도르 파사(El Condor Pasa)’와 김종환 작사 작곡의 ‘위대한 약속’ 노래를 불렀다.
노랫가락이 산 위에서 부는 고마운 바람처럼 마음에 위안을 받았다는 선후배들의 고운 말이 꽃향기처럼 전해온다.
바위솔 군락지를 지나서 만난 직벽의 신기한 바위 아래 펼쳐지는 목가적인 풍경이 아름답다. 바위들의 흘러내리는 듯한 풍경은 한국의 모습과 흡사하다. 엉거츠 능선의 동쪽 아래는 평화롭기만 하다.
산허리를 끼고 돌아 정상 제단 앞에 선다. 9개 장대에 깃털이 나부끼는 어워(성황단) 앞에는 제사 상차림이 차려져 있다. 먹을 거리도 있고 동물 미니어처도 있다. 예전에는 동물을 잡아다가 바쳤던 것이라고 한다. 말, 소, 그리고 뼈들도 놓여있다. 불심 가득한 몽골인들이 삶의 안녕과 축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이제 하산은 정상에서 거의 직선 코스로 내려온다. 아차 실수하면 굴러 떨어질 듯 직하 길을 스틱을 짚으며 지그재그로 조심조심 내려온다. 말똥도 천지에 깔려있지만 야생화 향기에 상쇄돼 버린 듯하다.
드론이 엉거츠의 멋진 풍경을 고스란히 품어 안긴다.
테를지 국립공원을 둘러 싼 청녹색 바위 산 엉거츠산에서 고운 추억을 만들고 내려온다.
* 참고 : 몽골 올레길 2코스 안내
첫댓글 체력이 안 되어 중도에 포기했지만
사진으로 엉거츠산을 보니
나의 체력이 원망스럽네요
사진으로 대리만족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하하
자기 체력을 원망하기 보다
중도에서 우리가 보지 못한 것을 혼자 보고 느낀 것에 마음 올려주어도 좋겠지.
각자 자기 몫이 있는 거 아닐까.
늘 격려와 응원보내주니 참 고맙네.
엉거츠산 정상의 화려한 꽃밭은 오래도록 기억될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