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여행 인터넷 언론 ・ 1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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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섭 기자
미술시장이 젊어지고 있다. 파리나 뉴욕의 미술시장 분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내 미술시장의 변화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눈에띄게 달라졌다.
실제로 각종 아트페어(미술장터)나 갤러리에 젊은 층 관람객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소위 MZ 컬렉터라고 할 수 있는 젊은 미술품 구매자들이 전시장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MZ 컬렉터가 미술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이들이 기존의 컬렉터들 못지않게 투자 상승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미술품에 대한 구입 능력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술품 감상을 즐기면서도 치밀한 정보 검색, 그리고 작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작가와 직접 소통을 통해 컬렉팅을 하는 똑똑한 미래 소비자들이다.
젊어지는 미술시장(사진: 최근 전국단위의 아트페어(미술장터)에 젊은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술인들 사이에서는 이들을 미술시장의 신인류라 부르기도 한다. 기존의 미술시장 큰손들과 비교할 수는 없겠으나 이들은 나름대로 자신들만의 영역에서 착실하게 ‘작은 손’ 구매자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작은 손 컬렉터들은 이미 잘 알려진 작가들의 작품을 컬렉팅 하는 것이 아닌 미래 세계미술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사들이며 국내외 미술시장을 스켄하고 있다. MZ 컬렉터들이 늘어나는 것이 한국 미술시장의 미래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라면 환영할 일이다.
한국 미술시장은 2022년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당시 언론과 매스콤들은 2030세대의 영끌 투자라며 앞다투어 이를 보도했다. 이에 뒤질세라 해외 유명 갤러리들도 서울에 둥지를 틀었다. 영국의 유명 화랑 화이트 큐브(White Cube)와 일본의 화이트스톤 갤러리(Whitestone Gallery)가 2022년 서울에 지점을 열었고, 글래드스톤 갤러리(Gladstone Gallery), 갤러리 리만 머핀(Lehmann Maupin),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 갤러리 페레스프로젝트도 서울에 자리를 잡았다.
브랜드 만으로도 미술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이들이 고작 1조원의 한국 미술시장을 위해 서울 IN을 했다고 보지 않는다. 이들은 아트 바젤·UBS의 ‘2023년 미술 시장 보고서’ 통계에 주목했다. 비록 1%의 아주 작은 수치에 불과하지만 한국이 스페인·일본과 함께 세계 7위의 미술시장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은 45% 점유율의 미국과 18%의 영국, 17%의 중국에 비해 여전히 작은 시장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컬렉터들이 한국의 미술시장을 주목하는 것은 한국 미술계가 끊임없이 진화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침입자들인 이들은 2023년 프리즈 서울에서 그것을 확인했다. ‘프리즈 서울’에선 글로벌 컬렉터들뿐만 아니라 국내 2030 젊은 컬레터들도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대거 참여했다.
이런 기류와 분위는 앞으로 ‘핫’ 하다고 할 수 있는 현대미술 작가 전시(아트페어, 초대, 개인, 단체전)에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의 발걸음이 늘어날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그리고 바로 위의 세대인 X세대 (Generation X)와 MZ세대가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시장이 생겨날 수도 있다는 시대적 흐름도 읽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국내 미술시장은 자의든 타의든 자연스럽게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게 된다.
그동안 미술시장은 잃어버린 세대 (Lost Generation)를 지나 침묵세대 (Silent Generation), 베이비부머 세대 (Baby Boomers)를 거쳐왔다.
우물안 개구리와 다름없었던 국내 미술시장은 MZ 컬렉터의 등장으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되고 있다. 그 변화는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도, 새로운 미술품 투자도 철저하게 계산된 방법으로 이루어 진다. 다만 MZ 컬렉터들은 ‘억’대의 작품보다는 취향에 맞는 작가의 작품을 찾아내 소장하고 되팔면서 ‘레드칩’으로 불리는 젊은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떠받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작은 손 MZ 컬렉터들에게 주목하는 것은 이들에게 발굴된 젊은 작가들 가운데 몆몆은 앞으로 세계적인 작가그룹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서다. 다만 미술계가 젊은 컬렉터들의 미술시장 참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기존의 경험 많은 컬렉터와 달리 젊은 컬렉터들은 다소 미술품을 바라보는 안목이 부족하고 작품 가격이 결정되는 '로직'(LOGIC)에 무신경하다는 것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더 높은 도약을 위한 과정과도 같다. 미술시장의 세대교체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미술판도 글로벌화 하는 새판으로 다시 짜야한다. 새판을 짜야 하는 것도 앞으로는 젊은 미술인들의 몫이다. 그리고 한국 미술이 더 글로벌화 하려면 세계적인 미술인 그룹에 한국의 젊은 작가들의 이름이 올라야 한다.
뒤셀도르프의 미술잡지 기자로 일했던 빌리 본가르드(1931~1985)에 의해 처음 만들어진 ‘세계 100대 미술작가 명단’에서 국내 작가로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설치미술가 양혜규(53)가 93위에 올라 한국작가로는 유일하다.
미술시장이 젊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미술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세계는 지금 K-POP, K-MOVIE, K-BEAUTY열풍이다. 그런데 왜 미술만은 K-ART열풍이 불지 않는가. 그것은 젊은 미술인들을 키워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어서다. 그리고 기존의 파이를 독식하고자 하는 기성 미술인들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 미술시장은 유명대학 출신들이 북치고 장구치는 형국이다. 언제까지 이들의 장단에 상모를 돌리고 피리를 불어야 하나. 지방대학 출신의 젊은 미술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중앙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언론과 자치단체, 예술인들이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미술협회의 역활이 가장 크다. 중앙은 물론 지역 미술협회가 학연, 지연, 혈연 따지지 말고 보석을 발굴하듯 보석이 될 원석들이 깍이고 다듬어 지도록 흐르는 얕은 시냇물일 지라도 넣어주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러면 K-ART도 지구촌 미술시장에 새바람을 불어 넣을 것이라 믿는다.
오늘도 서울에서는 큰 규모의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검은 5월 이라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럼에도 미술장터는 23일에도, 다음달에도 계속 이어진다. 참여 작가들과 갤러리들이 절반의 성공이라도 거두길 기원한다.
절반의 성공이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술시장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고 미술 장터가 젊어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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