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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도가사상은 유교사상과 더불어 2,000년 동안 중국과 그 주변국의 생활과 사상을 형성해온 중국 고유의 종교철학이다. 도가사상을 펼친 대표적인 인물은 노자와 장자이다. 도가철학은 <노자> 또는 <도덕경>, <장자>·<열자> 등과 같은 경전의 사상, '도'를 숭배하는 종교로서의 도교, 도가를 모두 포함한다. 도가사상에서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 즉 우주와 인간사회의 상호작용, 시간의 주기적 성격과 우주의 리듬, 복귀의 법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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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도가사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 다시 말하면 우주와 인간사회의 상호작용, 시간의 주기적 성격과 우주의 리듬, 복귀(反者道之動)의 법칙 등이다.
우주와 자연질서의 개념
① 우주론 : 노자는 "말할 수 있는 도는 영원불변한 도가 아니요, 이름 붙일 수 있는 이름은 언제나 변하지 않는 이름이 아니다"(道可道 非常道, 名可名 非常名)라고 했다.
이는 중국 고대사상 중에서 안정된 사회를 이룩하려면 각자의 이름[名 : 신분]에 걸맞는 내용을 갖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정명론(正名論)과는 그 범주에서 다르다. "무명(無名)은 천지의 시초요 유명(有名)은 만물의 모태(母胎)이다." 즉 무명과 유명, 무와 유는 상호의존적이며 영원한 도의 양 측면이다.
무는 아무 것도 없음이 아니라 감지할 수 있는 질(質)이 없음을 의미한다. 노자에게서 무는 유보다 상위개념이다.
② 소우주와 대우주 개념 : 인간은 대우주에 대응하는 소우주이다. 인간과 우주 사이에는 그 체계에서 일치하는 점과 연관성이 존재한다. 인간과 자연질서가 통일적으로 융합되어야 한다는 신비로운 사상은 중국사상의 고유한 특징이며 도가가 특히 이 이론을 정교하게 다듬었다.
③ 도에로의 복귀 : 자연질서로서 도의 법칙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자신이 애초에 시작한 시점으로 계속 복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시간) 휘어지면 온전하게 되고 굽으면 곧게 되고 움푹 패이면 꽉 차게 되고 낡으면 새롭게 되고…… 등등은 모두 "되돌아오는 것은 도의 움직임이다"(反者道之動)라는 법칙에서 나온 말이다.
삶과 죽음은 영원의 관점에서 보면 '무'에서 '유'로, 다시 '무'로 반복되는 영원한 변화 속에 놓여 있지만 그 기초가 되는 최초의 합일성은 상실되지 않는다.
④ 발전과 분화 : 〈주역 周易〉의 5행(五行)과 64괘의 이론에 따르면 변화 자체는 어떤 체계를 가지고 일어나며 또한 지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 창조신화)창조에 대한 장자의 생각은 도공과 장인의 활동, 즉 '형성시키고 변화시키는 것'(造化)과 같은 것이었다.
이것은 동일한 과정의 두 국면이다. 즉 미지의 도가 태초의 혼돈으로부터 계속적으로 우주를 형성시킨다. 그리고 음(陰)과 양(陽)의 반복에 따른 우주의 영원한 변화(밤과 낮, 겨울과 여름 같은 것)는 동일한 도의 바깥면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과 사회에 대한 개념
① 무위 : 무위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단지 과장하지 않음을 뜻한다. 무위는 억지로 하지 않고 인공의 힘을 가하지 않은 자연스런 행위를 뜻한다. "완전한 행위란 그뒤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모든 자연의 과정에서 인위적인 것이 끼어들게 되면 그것은 항상 의도했던 것과는 정반대로 되거나 실패로 끝날 것이기 때문에 무위 없이는 진정한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② 도가 원시사상의 사회적 이상 : 초기의 도가사상에서는 계획적인 인간의 간섭은 자연의 변화과정의 조화를 깨뜨리게 된다고 믿었다.
원시농경사회의 자연적인 리듬과 자연의 커다란 움직임 속에서 사심없이 공동체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도가가 이상으로 여기는 사회이다(→ 원시주의). 장자는 유가에 의해 찬양되는 문화영웅이나 문화·제도의 창시자, 사회의 의식과 규범을 만든 성현들까지도 비난했다. 심지어는 '지식욕'까지도 그것이 경쟁심을 자아내고 물욕을 자아내어 분쟁을 일으킨다고 하며 비판했다.
③ 지식과 언어에 대한 사상 : 장자는 중국의 논리학자인 혜시(惠施)로부터 자극을 받아 그의 지식과 언어에 대한 사상을 발전시켰다. (→ 인식론)도가의 관점에서 모든 존재와 만물은 근본적으로 하나이기 때문에 의견대립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전체적인 시야를 갖지 못하고 부분적인 진리를 절대적으로 간주할 때만 일어난다.
따라서 장자가 생각하는 성인(聖人)은 선과 악, 진리와 거짓 등과 같은 관념의 상대성을 완전히 인지한 사람이다. "그대가 변론(辯論)할 때면 그대가 보지 못하는 어떤 것이 있다.가장 위대한 도는 어떠한 이름도 갖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훌륭 한 변론에서는 어떠한 것도 말해지지 않는다."
④ 삶과 죽음의 동일성 : 신비로운 깨달음은 자아와 세계 사이의 구분을 없앤다.
이러한 사상은 죽음에 대한 장자의 태도를 규정지었다. 삶과 죽음은 단지 낮과 밤, 여름과 겨울처럼 쌍으로 이루어져 있는 주기적인 단계의 하나에 불과하다. 인간 자체도 예외가 아니다. "인간은 거대한 베틀로 되돌아간다. 따라서 모든 존재는 베틀에서 나와 베틀로 돌아간다." 일상적인 지(知)의 분별을 잊은 망(忘)의 상태에서 본다면 생시의 장자와 꿈에서 나비가 된 장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생과 사를 구분하기 어렵다.
⑤ 인간의 종교적 목표 : 유교에서 성인(聖人)은 고대의 의례를 회복하는 길을 가르친 사람을 말한다. 그러나 도가의 성인개념이 정적주의(靜寂主義)를 통해서 세상을 도의 길로 인도하는 외왕(外王)에 의해 분명해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도가에서의 성인은 내성(內聖)이다.
보통사람은 세속적인 탐욕과 부, 특히 일상적인 지(知)에 의해 흐트러지고 자신의 힘을 마르게 하지만 성인은 "통일성을 파악하고", "하나를 굳게 잡는다"(抱一). 즉 성인은 의식의 기초를 이루는 태초의 혼돈상태의 도를 가지고 통일성을 희구한다. '통일성의 파악'은 또한 자기 자신 내부의 음양의 조화를 유지하고 혼(魂)과 백(魄)을 일치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혼백을 보존하고 조화시키는 것은 육체적인 생활을 위해서와 똑같이 인간의 실재 전체를 통일시키기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다.
옛 도가의 진인(眞人)들은 오랜 삶을 통해 스스로를 함양함으로써 성인이 되었다. 그들의 장수(長壽) 자체야말로 그들의 성인다움과 도와의 일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오묘한 성찰 속에서 장자는 육체적인 수행을 통해 장수와 불사를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혐오했다. 그렇지만 육체적 불사는 도교 신비주의가 전개됨에 따라, 그리고 이전부터 오랫동안 도가의 목표였다.
⑥ 상징주의와 신화 : 도가들은 그들의 좌망(坐忘) 상태에서의 통찰력을 상징과 우화를 사용해 표현했다(→ 중국문학). 예를 들면 도는 골짜기와 같이 낮으며 수동적이고, 물과 같이 유연하며 생명력을 주는 것이다. 도는 모든 생명의 근원이요, 만물의 어머니이며, 신비에 싸인 듯한 여성과 같은 것이다.
또한 수레의 축이며, 들보이고, 바퀴의 비어 있는 중심이라고 했다.
많은 고대 중국의 신화는 도가에 의해 보존되었는데 그들은 도가의 사상을 예시하기 위해 신화를 끌어들였다. 신비로운 낙원, 구름을 타고 다니는 여행, 날아다니는 용에 대한 꿈은 혼백의 방황, 도의 깨달음, 꿈과 현실의 동일성에 대한 은유이다.
초기의 이론적 절충
① 음·양과 기(氣)의 사상 : 음과 양은 모든 중국철학의 공통된 줄기이다.
음과 양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교대로 일어나는 상호보완적이고 상호의존적인 2개의 원리 또는 국면이다. 음·양은 우주의 모든 대립쌍의 조화로운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상징이다. 음·양의 변화와 상호작용은 만물을 생성시키는 것이다. 음과 양은 자주 2개의 '기'라는 표현으로 쓰인다.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에게 부여된 원초적인 생명력의 한 부분인 '기'를 갖고 있다.
사람이 할 일은 그에게 주어진 생애를 모두 마치기 위해 '기'를 강하게 하고 다스리며 키워나갈 수 있도록 분별있는 생활을 해 '기'를 해치지 않는 것이다.음양가(陰陽家)와 관련해 또다른 중요한 개념으로는 오행과 오덕(五德)이 있다.
② 양주(楊朱)와 열자(列子) : 양주(BC 400경)는 '사회를 개선하려는 공자의 열정을 비웃은' 초기 도가 운둔자들 가운데 대표적 인물이다.
양주는 모든 사람은 어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의 생명을 중요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세상을 다 준다 하더라도 자기의 머리카락 한 올도 희생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사상은 〈열자〉에 잘 나타나 있다. 열자는 많은 고대전설 속에서 영혼의 여행을 했다고 하는 유명한 인물로 나오며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활동작용 전체를 기계론적으로 파악한 철학자였다.
③ 관자(管子)와 회남자(淮南子) : 도교의 색채가 들어 있는 〈관자〉의 몇몇 부분은 '심술'(心術)에 대한 강조가 나타나 있다.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듯이 '심'은 육체를 다스린다. 〈회남자〉는 그당시까지에서 가장 정교한 우주철학, 즉 대우주 속의 인간의 위치, 사회 질서, 인간의 '성인다움'을 지향한 이상에 대해 논했다.
진·한(秦漢) 이후 도가사상의 발전
3~4세기에 도가는 3방향으로 발전했다.
첫째, '현학'(玄學)으로 왕필(王弼 : 226~249)의 〈노자주 老子注〉나 곽상(郭象 : ?~312)의 〈장자주 莊子注〉를 들 수 있다. 여기에서 왕필은 송학(宋學)보다 앞서 이(理)를 말했고, 곽상은 자연을 중심개념으로 서술했다. 두 사람 모두에게 성인은 부자연스러운 행위는 조금도 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완성된 생활을 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들이 생각하는 최대의 성인은 노자가 아니라 공자라는 것이 특징이다.
둘째, 열자가 출현하여 숙명론적 자연주의를 말했다. 셋째, 세속적 가치를 멀리하는 청담사조(淸談思潮)가 유행하게 되었다. 이 사조는 2세기 중엽부터 6세기초까지 계속되었다. 11세기에 도가사상은 성리학의 발전에 기여했다.
그러나 성리학자들이 도가의 정적주의와 무위사상을 호되게 비판한 결과, 도가사상은 11세기 이후에는 철학체계로 존속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정서에서는 중국의 문화와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지 않았다.
도가사상의 영향
도가는 선진(先秦)시대의 중요한 학파 중의 하나로 중국 고대철학의 전체적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역사상 도가철학은 정통 유학에 비판적인 인물들인 한대(漢代)의 양웅(揚雄)·왕충(王充) 등의 사상을 변화시켰으며, 송·명(宋明) 이학과 같은 관변유학에 흡수되기도 했다. 또한 한대 초기의 황로학(黃老學)이나 위·진 현학(魏晉玄學)에서와 같이 통치철학이 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도가철학은 도교의 종교철학체계 수립과 불교의 사상발전에 기여했다. 한대나 위진남북조 시기의 불교는 종종 도가사상을 원용해 인도의 불경을 해석하기도 했다.
양진(兩晉) 시기의 불교인 반야학(般若學)은 도(玄學)·불 결합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