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어요/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이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국 대표 명시1, 빛샘]===
○ 파문: 물결 모양의 무늬
○ 지리한: 지루한
○ 가이 없는: 끝이 없는, 한이 없는. 다함이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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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韓龍雲)
출생: 1879년 8월 29일
충청도 결성현 현내면 박철리
(現 충청남도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 박철마을)[1]
사망: 1944년 6월 29일 (향년 64세)
경기도 경성부 동대문구 성북정
(現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심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