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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뜻으로, 사람은 자신을 인정해 주어야 최선을 다하여 일한다는 말한다.
士 : 선비 사(士/0)
爲 : 할 위(爫/8)
知 : 알 지(矢/3)
己 : 자기 기(己/0)
者 : 놈 자(耂/5)
用 : 쓸 용(用/0)
(유의어)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
출전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사기(史記) 조책(趙策)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
사마천은 보임소경서(報任少卿書)에서 한(漢)무제에게 충성을 하였다면서 말하는 가운데, 옛 사람들을 예로 들면서 편지를 시작한다.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다시는 거문고를 타지 않았는데, 이는 무엇 때문이었겠습니까?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하기 때문입니다(士爲知己者用 女爲悅己者容)."
예양(豫讓)은 진(晉) 나라 사람으로, 일찍이 범씨(范氏) 및 중행(仲行)씨의 휘하에 있었다. 그러나 이름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는 지백(智伯)의 휘하로 들어가게 되었다. 지백은 그를 극진하게 대접하였으며, 사람됨을 높이 평가하여 매우 아껴 주었다.
그러나 예양(豫讓)이 지백의 후대를 받으며 보람 는 삶을 살아가던 중 주인인 지백(智伯)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조양자(趙襄子)는 지백(智伯)을 죽이는 한편, 일족을 멸망시키고, 천하를 삼분(三分)하여 조(趙), 한(韓), 위(魏)로 나누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이를 3진(三晉)이라 불렀다.
그런데 조양자(趙襄子)는 지백(智伯)을 지독히 증오하여 죽인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지백(智伯)의 두개골에 옻칠을 하여 요강으로 사용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때 예양(豫讓)은 산속으로 도망해 혼자 다짐하였다. "아아, '사나이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고, 여인은 자기를 기쁘게 해 주는 이를 위해 얼굴을 가꾼다(士爲知己者用 女爲悅己者容)'고 하였다. 지백(智伯)이야말로 진실로 나를 알아준 사람이었다. 내 반드시 그의 원수를 갚고야 말겠다. 그래야 내 혼백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 후 예양(豫讓)은 이름을 바꾸고 죄인들의 무리에 끼어 조양자의 궁중에 들어가 변소의 벽을 바르는 일을 하였다. 그러면서 조양자(趙襄子)를 찔러 죽일 기회만 노렸다.
어느 날, 조양자(趙襄子)가 뒷간에 갔는데, 몹시 가슴이 두근거리므로, 이상하게 여겨 벽을 바르는 죄수들을 심문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품속에 비수(匕首)를 지니고 있던 예양(豫讓)을 찾아냈다. 조양자(趙襄子)는 몹시 화가 나서 그 까닭을 묻자, "지백(智伯)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 하였소"하고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이에 좌우에 있던 신하들이 달려들어 예양(豫讓)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조양자(趙襄子)는 그들을 말렸다. "저 사람은 의리 있는 선비이다. 나만 조심하면 되는 일이다. 지백(智伯)이 죽고 자손도 없는데, 옛날의 의리로써 복수를 하려 함은 천하의 현인(賢人)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예양(豫讓)은 풀려났다. 얼마 후 예양(豫讓)은 또 다시 복수를 위해 몸에 옻칠을 하여 문둥병을 가장하고 숯가루를 먹어 벙어리가 되었다. 이렇게 변장을 하니,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평생을 함께 살았던 부인도 몰라봤다.
어느 날, 지나가던 친구가 그를 알아보고 말하기를, "자네는 예양(豫讓)이 아닌가?" 예양(豫讓)이 고개를 끄덕이니, 친구는 울면서 말했다. "자네의 재능으로 조양자(趙襄子)에게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면, 양자는 틀림없이 가까이 해 총애할 것이네. 그런 뒤에 자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오히려 쉽지 않은가. 어찌하면 이렇게 몸을 자학(自虐)하고, 모양을 쭈그러뜨려 원수를 갚으려 하는가. 오히려 어렵지 않은가."
예양(豫讓)은 말했다.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면서 주인을 죽이려 하는 것은 두 마음을 품은 자의 행동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매우 견디기 힘든 고통이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천하에 남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은 자들을 경계하려는 것이다."
여기서 예양(豫讓)이 말한 것은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있는 말로써 이것을 사기(史記)의 조책(趙策)에서 인용하여 예양(豫讓)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
사람은 자기를 알아 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2022년은 가히 선거의 해라고 할 수 있다. 3월 9일까지는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시끄럽더니 6월 1일 지방선거로 나라가 온통 시끄러웠다. 정책 대결보다는 서로 편을 갈라 싸우며 상대방을 공격하고 헐뜯는데 혈안이던 모습은 참으로 민망했다. 국민 일부도 진영으로 갈라져 서로를 비방하는 모습을 보면 선거가 나라를 분열로 몰고 갈 수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의 마음이 진영 논리를 넘어 참된 정책 선거, 민생 선거, 도덕적이고 전문성이 있는 책임 있는 정치인을 뽑는 선거에 동참한다면 선거는 민주주의와 국가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선거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출마자들이 저마다 자기를 알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국민이 자신을 인정해 주어야 표를 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가면서 현수막을 걸고, 문자폭탄을 날리고, 거리에서 굽신거리며 명함을 돌린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리 유세를 하고, 온갖 방송을 다 동원한다. 그야말로 자기를 알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기를 알아달라고 호소하는 출마자보다는 유권자의 마음을 알아주고 인정해 주는 자를 더 지지한다. 사람은 자기를 알아달라는 사람보다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 근본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를 알아달라고 외치는 수많은 출마자를 보면서 사마천이 말한 “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이란 말이 떠올랐다. 이 말은 사마천이 지은 『사기 史記』 보임소경서(補任少卿書)에 나오는 말이다.
보임소경서(補任少卿書)는 사기의 내용과는 달리 사마천이 친구 임안(任安)에게 보내는 사적인 편지이다. 사마천은 왜 사기에 이 편지를 실었을까? 사람들은 흔히 ‘보임소경서를 읽으면 사마천을 알 수 있고 사마천을 알면 사기를 읽게 된다.’고 말할 정도로 보임소경서에는 사기를 쓰기 위해 궁형이란 치욕스러운 형벌을 받으면서 살아남아야 했던 사마천의 고뇌가 서려 있다. 사마천의 사기 보임소경서(補任少卿書)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일개 사관에 지나지 않는 사마천이 편지 올립니다. 오래전에 주신 편지에서 ‘남과의 사귐은 진심을 다하며 현명한 인재를 골라 천거하라.’는 말씀을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깊이 명심하여 새기고 있습니다. 저는 보잘것없는 일개 사관의 처지이지만 군자들의 가르침은 늘 귀에 담고 있습니다. 하오나 저는 지금 말할 상대도 없이 늘 혼자서 지내고 있는 처지입니다.
종자기(鍾子期)가 죽은 다음에는 백아(伯牙)가 두 번 다시 七絃琴(칠현금)을 뜯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고 하였습니다(사위지기자용 여위열기자용(士爲知己者用 女爲悅己者容) 반쪽이 되어 부끄러운 저 같은 사람은 혹여 높은 재주를 가지고 허유(許由)나 백이(伯夷) 같은 덕행을 쌓았다 해도 명예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세상이 웃음거리만 될 뿐입니다. 곧 회답을 드렸어야 했으나 동방 순행에 따라가랴, 형편없는 제 일 돌보랴, 찾아뵐 겨를도 없이 바쁘게 쫓기며 살다 보니 이렇게 답장이 늦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당신께서 뜻밖의 불행을 당한 지 수 개월이 지나 한해도 저물고 있습니다, 그러니 언제 당신께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지금, 저의 울적한 심정을 말씀드리지 못한다면 큰 한으로 남을 것입니다. 하여 일찍 회답드리지 못한 점을 사과드리며 저의 어리석은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임안(任安)은 사마천의 친구로 기원전 91년 반란에 연류되었다는 죄목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이때 사마천은 궁형을 받고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중서령에 임명되어 궁중의 일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사마천은 이미 궁형을 받은지라 환관의 신분으로 내정의 시중을 들뿐, 멸시의 대상이었다. 이때 임안은 사마천에게 자신의 억울한 처지를 호소하며 중서령이란 관직에 있으니 손을 써 달라는 내용이었다. 임안의 편지를 받고 사마천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여 비통해하고 있다가 뒤늦게 자신의 딱한 처지를 설명하며 아무 손도 쓸 수 없음을 드러내고 있다.
어쨌든 필자가 여기서 주목하는 대목은 “사위지기자용 여위열기자용(士爲知己者用 女爲悅己者容-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화장을 한다)”이다. 사실 옛날뿐 아니라 지금도 세상 거의 모든 사람은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충성을 바치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몸단장을 한다. 조폭의 세계에서도 자신을 알아주고 거둬주는 두목에게 충성을 바치며, 특히 정치 세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것은 정의와 진실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며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의 문제이며, 모든 생명체가 가진 본능적 속성인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충성과 신뢰는 긍정적인 말이지만 항상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만은 아니다. 왜곡된 충성과 신뢰는 국가를 무너뜨리고 국민을 수렁에 빠뜨리기도 한다.
현대정치사에서 늘 궁금했던 점이 있다, 냉철한 문학도였던 괴벨스(Paul Joseph Goebbels)가 어떻게 히틀러의 광적인 충성파가 되었을까? 괴벨스는 문학을 전공하였으나 힘든 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괴벨스는 나치스의 좌파 지도자 슈트라서의 비서가 되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슈트라서는 히틀러와 정치적으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이때 괴벨스는 히틀러의 편에 서서 충성을 맹세하고 당 선전부장으로서 발탁되었다. 그리고 문학적 감수성을 접목한 선동정치로 나치당에 크게 기여했다.
히틀러는 괴벨스를 인정하였고, 괴벨스는 히틀러에게 충성을 다했다. 그는 히틀러의 선전 장관으로 모든 문화와 언론 매체를 장악하고 선동으로 국민을 전쟁에 동원했다. 히틀러는 그런 괴벨스를 늘 인정하였고 괴벨스는 끝까지 히틀러에게 충성했다. 패전으로 히틀러가 자살한 다음날 괴벨스는 총리 관저의 대피호에서 처자와 함께 자살하였다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히틀러에게 충성했는가를 알 수 있다.
이것은 현대사의 한 비극이다. 괴벨스는 광적인 히틀러의 신임을 받기 위해 광적인 충성을 다하였고 히틀러는 그 충성을 바탕으로 세상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이 광적인 충성과 신임의 관계로 인해 세상은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는가? 그래서 충성과 신뢰가 늘 아름다운 것만은 결코 아니다.
황건적의 난의 원인이 되었던 한(漢)나라 말 십상시(十常侍)들의 국정농단 또한 왜곡된 충성과 신뢰의 한 단면이며 한국 현대사에서 촛불혁명을 일으켰던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또한 충성과 신뢰의 왜곡된 단면을 보여준다.
권력에서의 왜곡된 충성과 신뢰의 관계는 국민의 신뢰를 잃는 것은 물론 정권을 무너뜨리고 나라를 수렁에 빠뜨리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된 이유는 최고 지도자에게 있다. 아첨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면 아첨하는 자만 들끓으며 쓴소리도 귀 기울일 줄 알면 충성스런 자도 모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충성과 신뢰의 어두운 면이지만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많다. 삼국지에서 도원의 결의를 다신 관우와 장비는 끝까지 유비에게 충성을 다한다. 유비 또한 관우와 장비를 끝까지 알아주고 신뢰한다.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도 유권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진다. 알아주고 신뢰한다는 것만큼 사람을 얻는데 중요한 수단이 또 있을까? 그런데 그 알아주고 신뢰하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드물다.
대체로 사람들은 세력이 있는 곳으로 쏠리지만, 그 세력을 형성하는 데는 따르는 사람들이 따를 만한 조건을 가져야 한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 선거에서 국민은 바람을 탄다고 하나 반드시 바람만은 아니다. 결함이 많이 보인 후보와 정당에게 실망한 유권자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그때 유권자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후보는 신뢰와 지지를 얻게 된다.
현대의 많은 유권자는 지지에 대한 확증 편견을 가지고 있으나 그 확증 편견을 무너뜨리고 나의 편으로 이끄는 후보는 중요한 특성들을 지닌다. 그중에서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과 바람을 알아주고 국민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후보이다. 그리고 비록 선거에서 이겼다 하더라도 국민의 마음을 읽어주지 못하고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듣지 못하면 국민의 마음은 점차 떠나게 된다.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에 작용하는 민심이란 것이다.
일반 대중은 일상적으로 힘이 있는 정당, 힘이 있는 사람에게 쏠리는 경향이 있고 힘이 있는 사람에게 충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그의 힘이 사라지면 대부분 떠나는 것이 일반 원칙이다. 그래서 권력은 바람과 같다. 그 바람 같은 권력에서 권력을 지키고 유지하기 위해서도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또 현대 민주사회에서 정치인이든 일반시민이든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지켜야 할 몇 가지 원칙이 있다. 그것을 총체적인 한마디로 표현하면 '겸허하라'이다. 성경의 열왕기(상․하)의 전편은 이스라엘 왕들의 이야기이다. 거기에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겸허다. 겸허를 잃으면 자기의 오만에 빠져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나아가 국민의 신뢰도 잃게 된다는 점이다.
겸허한 왕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실천하며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만, 겸허를 잃은 왕은 자기의 오만에 빠져 하나님 말씀보다 자기의 주장을 고집하며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아부하는 신하를 충성스러운 신하로 착각하고 쓴소리를 하는 신하를 내친다. 그런 왕들은 반드시 심판을 받는다. 그런데 현대 정치사에서도 일상생활 속에서도 그것은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사기에서 사마천이 말한 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은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을 먼저 알아주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일상적인 생활에서나 정치의 세계에서나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사람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는 사람의 이름을 잘 기억하고 불러 준다는 점이다.
여러 차례 선거에 당선되는 국회의원이나 단체장, 심지어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놀라운 특성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와 자상함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업에서도 그렇다. 나아가 모든 사람의 일상생활에서도 자기를 기억해 주고 관심 가져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지지를 얻는 사람은 전화를 잘 받고 전화를 잘 건다는 점도 이와 통한다. 정치가나 지도자에게 청탁이 아닌 좋은 의견을 말하려 해도 혹은 관심사를 전하려 해도 전화를 받지 않거나 전화를 해도 답이 없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말을 해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하물며 아예 그런 기회조차 피하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청와대가 구중궁궐에 갇혀 있다고 용산으로 옮긴 윤석열 정부는 겸허하게 귀를 열겠다는 것인데 두고 볼 일이다.
둘째, 귀를 먼저 열고 입은 나중에 연다.
많은 정치인 중에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비록 그가 바람이나 업적으로 당선이 되었다 하더라도 주변에 살가운 사람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은 대체로 입을 먼저 열고 귀는 나중에 열거나 아예 귀는 닫는 경우가 많다.
그는 자기주장을 거침없이 쏟지만, 그것은 신념이라기보다는 오만과 확증 편견에 빠진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대체로 자기 과신이나 습관성인 경우가 많다. 그런 사람의 주변엔 서서히 사람들이 떠나간다. 그가 권력에서 떠나면 주변 사람도 떠나는 경우가 많다. 그는 결국 외로워진다.
셋째, 단 소리만 아니라 쓴 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
단 소리만 들으려 하고 쓴소리는 듣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결국 실패자가 된다, 단 소리만 하는 사람은 진실로 나를 위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 소리만 한다는 것은 상대의 비위만 맞추려는 이른바 공자가 말하는 향원(鄕原)에 해당하는 사람이다. 공자는 향원(鄕原)을 덕(德)의 도덕(盜賊)이라 하며 배척했다. 단 소리는 이익에 기반을 두지만, 쓴소리는 정의에 기반을 두기 때문에 차원이 다르다.
케네디 대통령이 닉슨에 비해 짧은 정치 경력과 대통령 생활이지만 성공한 지도자가 된 것은 그가 항상 쓴 소리를 하는 악마의 대변인을 기용하였으며, 거기서 귀를 열고 입을 닫았다는 데 있다. 그러나 케네디에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정치적 경륜과 경험을 가진 닉슨이 실패한 지도자가 된 것은 자기의 오만에 빠졌다는 데 있다.
그래서 정치나 인생에서 경험은 참고자료는 될지언정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 많은 정치인이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더 크다. 오만해져 귀를 닫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전문가를 자칭하는 학자만 모인 자리에서 최악의 의사결정이 나올 확률이 높다는 의사결정에 관한 이론도 그것을 대변해 준다. 성찰과 겸허가 깃들지 않은 경험은 오히려 자신을 오만으로 이끄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자기의 기분에 거슬리거나 맞지 않더라도 흥분하거나 화내지 않는다.
분노는 분노만큼 사람을 잃는다. 그러나 인간은 감정의 동물인지라 그것이 쉽지 않다. 특히 정치인이 국민과 혹은 지지자와 혹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다가 흥분하거나 화를 내면 상대는 그 사람과 다시는 상대하고 싶지 않아진다. 그리고 그만큼 국민은 자기에게서 멀어진다.
그것은 친구 사이에서도 부부관계에서도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귀에 거슬리는 대화도 흥분하거나 화를 내지 않고 들을 수 있는 인내심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끄는 중요한 덕목이다. 그런데 권위 의식이 강한 사람일수록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듣지 못하는 속성을 지닌다.
다섯째, 중요한 것은 정직하고 정의로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안다는 점이다.
정직하고 정의롭지 않은 사람으로 뭉친 권력은 주변에 그 혜택을 입어 따르는 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최후는 비참해진다. 모든 독재와 부정의 뒤끝이 어두운 것이 그것을 말해 준다.
여섯째, 아주 중요한 것은 정치 지도자는 국민(시민)의 소리를, 회사의 사장은 부하와 사원의 소리를, 가장은 가족의 소리를 듣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일상화하는 일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탈하게 그들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귀와 설득할 수 있는 입을 가지는 일이다. 미국의 백악관에서 대통령의 브리핑이 일상화된 것은 그런 것과 통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와 비슷하게 하겠다니 두고 볼 일이다.
선거에서 유세하며 자기를 지지해 달라고 사정을 하는 경우나, 정치 지도자가 국민의 마음을 알아주고 지지를 얻는 것이나, 우리의 일상에서 친구가 나를 알아주고 지지하게 하는 경우나 모두 그 기반은 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에 있는 것 같다.
특히 정치 지도자인 대통령이나 지방 단체장, 나아가 각종 의원들 모두 선거 유세에서는 국민(시민)에게 당신들의 마음을 알아주겠으니 지지해 달라고 머리를 조아리며 호소하였다. 그런데 그것이 진심이었다면 당선되었을 때도 변치 말아야 한다. 그것은 늘 국민(시민)의 소리를 들으며 국민(시민)의 마음을 알아주려는 노력에 있다. 국민(시민)은 그런 지도자에게 늘 지지와 충성을 보낼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은 그것을 버리고 자기 독트린이란 궁궐에 갇혀 있었기에 국민으로부터 배반당했다. 새로운 정부와 새로 집권하는 단체장들은 과연 국민(시민)의 마음을 알아주려 계속 노력할까? 자기주장과 고집에만 충실할까? 지켜볼 일이다. 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에서 사(士)를 민(民)으로 바꾸면 민위지기자용(民爲知己者用-국민은 자기를 알아주는 지도자에게 충성과 지지를 보낸다)이 된다.
사기열전(史記列傳) 86 자객열전(刺客列傳) 1/2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조말지맹(曹沫之盟)
1
曹沫者, 魯人也, 以勇力事魯莊公. 莊公好力. 曹沫爲魯將, 與齊戰, 三敗北. 魯莊公懼, 乃獻遂邑之地以和. 猶復以爲將.
조말은 노나라 사람이고, 용맹함과 힘으로 노 장공을 모셨다. 장공은 힘을 좋아했다. 조말이 노나라 장수가 되어 제나라와 싸워서 세 번 졌다. 노 장공이 두려워하여 이에 수읍의 땅을 바치고 화친했다. 오히려 다시 조말을 장군으로 삼았다.
2
齊桓公許與魯會于柯而盟. 桓公與莊公既盟於壇上, 曹沫執匕首劫齊桓公, 桓公左右莫敢動, 而問曰: 子將何欲?
제 환공이 노나라와 가에 모여서 맹약하는 것을 허락했다. 환공과 장공이 단상에서 맹약하고 나서 조말이 비수를 들고 제 환공을 협박해서 환공의 측근이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못하자 묻기를, "그대는 장차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라고 했다.
曹沫曰: 齊彊魯弱, 而大國侵魯亦甚矣. 今魯城壞即壓齊境, 君其圖之.
조말이 말하길, "제나라가 강하고 노나라가 약한데 큰 나라가 노나라를 침범한 것은 또한 너무 심합니다. 지금 노나라 성이 무너지면 곧 제나라 국경을 누를 정도이니, 임금께서 그것을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했다.
桓公乃許盡歸魯之侵地. 既已言, 曹沫投其匕首, 下壇, 北面就群臣之位, 顏色不變, 辭令如故. 桓公怒, 欲倍其約.
환공이 이에 노나라가 침략당한 땅을 모두 돌려줄 것을 허락했다. 말을 마치고 나서 조말이 그 비수를 던지고, 단을 내려와 북면하고 여러 신하의 자리에 나아갔는데 안색이 변하지 않고 말소리가 전과 같았다. 환공이 화를 내어, 그 약속을 뒤집으려고 했다.
管仲曰: 不可. 夫貪小利以自快, 棄信於諸侯, 失天下之援, 不如與之.
관중이 말하길, "안됩니다. 무릇 작은 이익을 탐해서 스스로 만족하고, 제후에게 신의를 버린다면 천하의 지지를 잃으니, 주는 것만 못합니다"라고 했다.
於是桓公乃遂割魯侵地, 曹沫三戰所亡地盡復予魯.
이에 환공이 마침내 노나라의 침략당한 땅을 떼어 주고 조말이 세 번 싸워서 잃은 땅을 노나라에 모두 다시 주었다.
어복장검(漁腹長劍)
3
其後百六十有七年而吳有專諸之事.
그 뒤로 167년이 지나 오나라에 전제의 일이 있었다.
4
專諸者, 吳堂邑人也. 伍子胥之亡楚而如吳也, 知專諸之能. 伍子胥既見吳王僚, 說以伐楚之利.
전제는, 오나라 당읍 사람이다. 오자서가 초나라에서 도망가서 오나라에 갔을 때, 전제의 능력을 알아봤다. 오자서가 오왕 료를 만나고 나서, 초나라를 치는 이익을 설득했다.
吳公子光曰: 彼伍員父兄皆死於楚而員言伐楚, 欲自爲報私讎也, 非能爲吳.
오공자 광이 말하길, "저 오자서는 부모와 형제가 모두 초나라에서 죽었고, 오자서가 초나라를 치자고 말하는 것은 자기를 위해 사사로운 원한을 갚으려는 것이니, 오나라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라고 했다.
吳王乃止. 伍子胥知公子光之欲殺吳王僚, 乃曰: 彼光將有內志, 未可說以外事.
오왕이 이에 그만두었다. 오자서는 공자 광이 오왕 료를 죽이려고 하는 것을 알고 이에 말하길, "저 공자 광에게는 장차 숨긴 뜻이 있으니, 나라 밖의 일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乃進專諸於公子光.
이에 공자 광에게 전제를 추천했다.
5
光之父曰吳王諸樊. 諸樊弟三人: 次曰餘祭, 次曰夷眛, 次曰季子札. 諸樊知季子札賢而不立太子, 以次傳三弟, 欲卒致國于季子札. 諸樊既死, 傳餘祭. 餘祭死, 傳夷眛. 夷眛死, 當傳季子札; 季子札逃不肯立, 吳人乃立夷眛之子僚爲王.
광의 아버지는 오왕 제번이다. 제번의 동생이 세 명인데, 바로 아래는 여제이고, 다음은 이매이고, 다음은 계자찰이다. 제번은 계찰이 현명한 것을 알고 태자를 세우지 않고 차례로 세 동생에게 전해서, 결국 나라가 계찰에게 이르도록 하려고 했다. 제번이 죽고 나서 여제에게 전했다. 여제가 죽고 이매에게 전했다. 이매가 죽고 마땅히 계자찰에게 전했는데 계자찰이 도망가서 즉위하기를 달가워하지 않으니, 오나라 사람들이 이에 이매의 아들 료를 세워 왕으로 삼았다.
公子光曰: 使以兄弟次邪, 季子當立; 必以子乎, 則光真適嗣, 當立.
공자광이 말하길, "만약 형제의 순서로 하면 계자가 마땅히 즉위해야 하는데, 반드시 자식으로 하면 내가 참으로 적손이고 마땅히 즉위해야 한다"라고 했다.
故嘗陰養謀臣以求立.
그러므로 일찍이 은밀하게 모신을 길러 즉위할 방법을 찾았다.
6
光既得專諸, 善客待之. 九年而楚平王死. 春, 吳王僚欲因楚喪, 使其二弟公子蓋餘屬庸將兵圍楚之灊; 使延陵季子於晉, 以觀諸侯之變. 楚發兵絕吳將蓋餘屬庸路, 吳兵不得還.
광이 전제를 얻고 나서 그를 빈객으로 잘 대우했다. 9년이 지나 초 평왕이 죽었다. 봄에 오왕 료가 초나라의 초상을 틈타 두 동생인 공자 개여와 촉용으로 하여금 군사를 이끌고 초나라의 잠을 포위하도록 하고, 연릉의 계자를 진나라에 사신으로 보내서 제후의 변화를 살폈다. 초나라가 군대를 일으켜 오나라 장수 개여와 촉용의 길을 끊었고 오나라 병사가 돌아오지 못했다.
於是公子光謂專諸曰: 此時不可失, 不求何獲! 且光真王嗣, 當立, 季子雖來, 不吾廢也.
이에 공자 광이 전제에게 말하길, "이때를 잃을 수 없으니 구하지 않으면 무엇을 얻겠는가! 또 광이 참으로 왕의 적손이니 마땅히 즉위해야 하고 계자가 비록 오더라도 나를 폐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專諸曰: 王僚可殺也. 母老子弱, 而兩弟將兵伐楚, 楚絕其後. 方今吳外困於楚, 而內空無骨鯁之臣, 是無如我何.
전제가 말하길, "오왕 료를 죽일 수 있습니다. 어머니가 늙고 자식이 어리며 두 동생이 군대를 이끌고 초나라를 쳤는데 초나라가 그 뒤를 끊었습니다. 바야흐로 지금 오나라가 바깥에서 초나라에 어려움을 당하고 안으로 비어 바른말하는 신하가 없으니, 이것은 우리가 어찌할 것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公子光頓首曰: 光之身, 子之身也.
공자 광이 머리를 조아리고 말하길, "나의 몸이 그대의 몸입니다"라고 했다.
7
四月丙子, 光伏甲士於窟室中, 而具酒請王僚. 王僚使兵陳自宮至光之家, 門戶階陛左右, 皆王僚之親戚也. 夾立侍, 皆持長鈹.
4월 병자일에, 광이 지하실 가운데 갑사를 숨기고 술을 준비해서 왕 료를 청했다. 왕 료가 군사들로 하여금 궁에서 광의 집까지 진을 치도록 하고, 문과 계단 주변은 모두 왕 료의 친적이 있었다. 좌우에 서서 모셨는데 모두 긴 칼을 가지고 있었다.
酒既酣, 公子光詳爲足疾, 入窟室中, 使專諸置匕首魚炙之腹中而進之. 既至王前, 專諸擘魚, 因以匕首刺王僚, 王僚立死.
술자리가 무르익고 나서, 공자 광이 거짓으로 발이 아프다고 하며 지하실에 들어가 전제로 하여금 요리한 생선 배에 비수를 두고 그에게 올렸다. 왕 앞에 이르고 나서 전제가 생선을 찢고 이에 비수로 왕 료를 찌르니, 왕 료가 서서 죽었다.
左右亦殺專諸, 王人擾亂. 公子光出其伏甲以攻王僚之徒, 盡滅之, 遂自立爲王, 是爲闔閭. 闔閭乃封專諸之子以爲上卿.
측근들도 또한 전제를 죽였지만 왕의 사람들이 어지러워지자. 공자 광이 그 매복한 군사를 나가게 해서 왕 료의 무리를 공격해서 모두 없애고 마침내 스스로 즉위해서 왕이 되니 이 사람이 합려다. 합려가 이에 전제의 자식을 봉해서 상경으로 삼았다.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
8
其後七十餘年而晉有豫讓之事.
그 뒤 7년이 지나 진나라에 예양의 일이 있었다.
9
豫讓者, 晉人也, 故嘗事范氏及中行氏, 而無所知名. 去而事智伯, 智伯甚尊寵之.
예양은 진나라 사람이고, 그러로 일찍이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지만 이름이 알려진 것이 없었다. 떠나서 지백을 모셨는데 지백이 매우 존경하고 아꼈다.
及智伯伐趙襄子, 趙襄子與韓魏合謀滅智伯, 滅智伯之後而三分其地. 趙襄子最怨智伯, 漆其頭以爲飲器.
지백이 조양자를 칠 때 조양자가 한나라, 위나라와 함께 모의하여 지백을 없애고 지백의 후손까지 없애고 그 땅을 셋으로 나누었다. 조양자가 지백에게 가장 원한이 깊어서 그 머리에 옻칠해서 술잔으로 썼다.
豫讓遁逃山中, 曰: 嗟乎! 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今智伯知我, 我必爲報讎而死, 以報智伯, 則吾魂魄不愧矣.
예양이 산중으로 도망가서 말하길, "아! 선비가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고(士爲知己者死),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 준 사람을 위해 꾸민다(女爲說己者容). 지금 지백이 나를 알아주었으니, 내가 반드시 원수를 갚고서 죽어서 지백에게 보답한다면 내 영혼이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乃變名姓爲刑人, 入宮涂廁, 中挾匕首, 欲以刺襄子.
이에 이름과 성을 바꿔서 죄수가 되어 궁에 들어가 변소의 벽을 발랐는데, 가슴에 비수를 품고 조양자를 찌르려고 했다.
襄子如廁, 心動, 執問涂廁之刑人, 則豫讓, 內持刀兵, 曰: 欲爲智伯報仇.
조양자가 변소에 가는데 마음이 심란해서 벽을 바르는 죄수를 붙잡아 물었는데 예양이었고, 몸에 칼을 지니고서 말하길, "지백을 위해 원수를 갚으려고 한다"라고 했다.
左右欲誅之. 襄子曰: 彼義人也, 吾謹避之耳. 且智伯亡無後, 而其臣欲爲報仇, 此天下之賢人也. 卒醳去之.
측근들이 죽이려고 했다. 조양자가 말하길, "저 사람은 의인이니 내가 삼가 그를 피할 뿐이다. 또 지백에게 후사가 없어서 그 신하가 원수를 갚으려고 했으니 이것은 천하의 현인이다"라고 했다. 마침내 풀어주고 떠나도록 했다.
칠신탄탄(漆身呑炭) : 몸에 옻칠을 하고 불붙은 숯을 삼킨다는 뜻으로, 복수를 위해 몸을 괴롭힘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10
居頃之, 豫讓又漆身爲厲, 吞炭爲啞, 使形狀不可知, 行乞於市. 其妻不識也.
얼마 뒤 예양이 또 몸에 옻칠을 하고 나병환자로 꾸미고 숯을 삼켜 벙어리가 되니, 형상을 알아볼 수 없도록 하고 돌아다니며 시장에서 구걸했다. 그 처도 알아보지 못했다.
行見其友, 其友識之, 曰: 汝非豫讓邪? 曰: 我是也.
길을 나서 그 친구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알아보며 말하길, "그대는 예양이 아닌가?"라고 했다. 예양이 말하길, "내가 바로 예양이다"라고 했다.
其友爲泣曰: 以子之才, 委質而臣事襄子, 襄子必近幸子. 近幸子, 乃爲所欲, 顧不易邪? 何乃殘身苦形, 欲以求報襄子, 不亦難乎!
그 친구가 울며 말하길, "그대의 재주로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 조양자를 모시면 조양자는 반드시 그대를 가까이하고 아낄 것이다. 그대를 가까이하고 아끼면 곧 하고 싶은 것을 한다면 오히려 쉽지 않은가? 어찌 몸을 학대하고 형체를 망가뜨려 조양자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니, 또한 어렵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豫讓曰: 既已委質臣事人, 而求殺之, 是懷二心以事其君也. 且吾所爲者極難耳! 然所以爲此者, 將以愧天下後世之爲人臣懷二心以事其君者也.
예양이 말하길, "이미 예물을 바치고 신하가 되어 남을 모시고 나서 죽이려고 하는 것은 이것은 두 마음을 품고 그 임금을 모시는 것이다. 또 내가 하려는 것은 매울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려는 까닭은, 장차 천하 후세에 남의 신하가 되어 두 마음을 품고 그 임금을 모시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삼약격지(三躍擊之)
예양이 조양자 암살에 실패하고 자결하기에 앞서 조양자의 옷을 벨 기회를 달라 청한다. 예양의 의리에 감동한 조양자가 자신의 겉옷을 벗어주자 예양은 칼을 뽑아 껑충 뛰어오르며 세 번 옷을 찌른 다음 스스로 칼을 찌르고 자결한다.
11
既去, 頃之, 襄子當出, 豫讓伏於所當過之橋下.
가버리고 나서 얼마 뒤, 조양자가 나갈 때에 당하여 예양이 조양자가 지나가야 하는 다리 밑에서 숨어 있었다.
襄子至橋, 馬驚, 襄子曰: 此必是豫讓也.
조양자가 다리에 이르러 말이 놀라니 조양자가 말하길, "이것은 반드시 예양 때문이다"라고 했다.
使人問之, 果豫讓也. 於是襄子乃數豫讓曰: 子不嘗事范中行氏乎? 智伯盡滅之, 而子不爲報讎, 而反委質臣於智伯. 智伯亦已死矣, 而子獨何以爲之報讎之深也?
사람을 시켜 묻도록 하니 과연 예양이었다. 이에 조양자가 예양에게 말하길, "그대는 일찍이 범씨와 중행씨를 섬기지 않았는가? 지백이 그들을 모두 없앴지만 그대는 원수를 갚으려고 하지 않고서 도리어 예물을 바쳐 지백에게 신하가 되었다. 지백도 또한 이미 죽었는데 그대가 유독 어찌 그를 위해 복수하려는 것이 심한가?"라고 했다.
豫讓曰: 臣事范中行氏, 范中行氏皆眾人遇我, 我故眾人報之. 至於智伯, 國士遇我, 我故國士報之.
예양이 말하길, "신하가 되어 범씨와 중행씨를 섬겼을 때 범씨와 중행씨가 모두 보통사람으로 나를 대우했고 나도 그러므로 보통사람으로 보답했다. 지백에 이르러, 국사로 나를 대우했고, 나도 그러므로 국사로 보답한 것이다"라고 했다.
襄子喟然嘆息而泣曰: 嗟乎豫子! 子之爲智伯, 名既成矣, 而寡人赦子, 亦已足矣. 子其自爲計, 寡人不復釋子! 使兵圍之.
조양자가 탄식하고 울며 말하길, "아 예양아! 그대가 지백을 위해 명성을 이미 이루었으니 과인이 그대를 용서하는 것도 또한 이미 충분했다. 그대가 아마도 스스로를 헤아려 본다면 과인이 다시 그대를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병사들을 시켜 그를 포위했다.
豫讓曰: 臣聞明主不掩人之美, 而忠臣有死名之義. 前君已寬赦臣, 天下莫不稱君之賢. 今日之事, 臣固伏誅, 然願請君之衣而擊之, 焉以致報讎之意, 則雖死不恨. 非所敢望也, 敢布腹心.
예양이 말하길, "신이 듣기로 밝은 군주는 사람의 아름다움을 가리지 않고 충신에게는 이름을 위해 죽는 의가 있다고 합니다. 전에 그대가 이미 너그러이 신을 용서했고 천하에 누구도 그대가 어질다고 칭찬하지 않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늘의 일은 신이 진실로 형벌을 받아 죽겠지만 그러나 원컨대 그대의 옷자락을 얻어 베고자 하니 그것으로 원수를 갚는 뜻을 이루게 한다면 비록 죽더라도 한이 없을 것입니다. 감히 바랄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감히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일 뿐입니다"라고 했다.
於是襄子大義之, 乃使使持衣與豫讓. 豫讓拔劍三躍而擊之, 曰: 吾可以下報智伯矣.
이에 조양자가 크게 의롭게 여기고 이에 사람을 시켜 옷을 가지고서 예양에게 주도록 했다. 예양이 검을 뽑아 세 번 뛰어올라 베고서 말하길, "오늘 지백에게 보답할 수 있구나"라고 했다.
遂伏劍自殺. 死之日, 趙國志士聞之, 皆爲涕泣.
마침내 검에 엎어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죽던 날 조나라의 뜻있는 선비들이 그것을 듣고 모두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12
其後四十餘年而軹有聶政之事.
그 뒤 40여 년이 지나 지 땅에서 섭정의 일이 있었다.
13
聶政者, 軹深井里人也. 殺人避仇, 與母姊如齊, 以屠爲事.
섭정은, 지 땅의 심정리 사람이다. 사람을 죽이고 원수를 피해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제나라로 가서 도축을 일로 삼았다.
엄중자와 섭정
14
久之, 濮陽嚴仲子事韓哀侯, 與韓相俠累有卻. 嚴仲子恐誅, 亡去, 游求人可以報俠累者.
오래 지나서, 복양의 엄중자가 한나라 애후를 섬겼는데, 한나라 재상 협루와 틈이 있었다. 엄중자가 죽임을 당할까 염려해서 달아나 돌아다니며 사람을 구해서 협루에게 복수하려는 것이었다.
至齊, 齊人或言聶政勇敢士也, 避仇隱於屠者之閒.
제나라에 이르러, 제나라 사람 중에 누군가 섭정이 용감한 선비이며 원수를 피해 도축장에 숨어 지낸다고 말했다.
嚴仲子至門請, 數反, 然後具酒自暢聶政母前. 酒酣, 嚴仲子奉黃金百溢, 前爲聶政母壽. 聶政驚怪其厚, 固謝嚴仲子.
엄중자가 문에 이르러 청하고 여러 차례 왕래하고 나서 술을 준비하여 손수 섭정의 어머니에게 술을 올렸다. 술자리가 무르익자 엄중자가 황금 100일을 바치며 나아가 섭정 어머니를 위해 장수를 빌었다. 섭정이 그 많은 것을 놀라고 괴이하게 여겨 완고하게 엄중자에게 사양했다.
嚴仲子固進, 而聶政謝曰: 臣幸有老母, 家貧, 客游以爲狗屠, 可以旦夕得甘毳以養親. 親供養備, 不敢當仲子之賜.
엄중자가 고집스럽게 주려고 하자 섭정이 사양하며 말하길, "신에게 다행히 노모가 있는데 집이 가난하고 객으로 떠돌아 개 잡는 사람이 되었지만, 아침저녁으로 맛있는 음식을 얻어 부모를 봉양할 수 있습니다. 직접 봉양할 음식은 갖출 수 있으니 감히 중자의 선물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嚴仲子辟人, 因爲聶政言曰: 臣有仇, 而行游諸侯眾矣; 然至齊, 竊聞足下義甚高, 故進百金者, 將用爲大人麤糲之費, 得以交足下之驩, 豈敢以有求望邪.
엄중자가 사람을 물러가게 하고 인하여 섭정에게 말하길, "신에게 원수가 있고 제후의 나라를 여러 곳 돌아다녔는데, 그러나 제나라에 이르러 그대의 의기가 매우 높다는 것을 슬며시 들었고, 그러므로 백금을 준 것은 장차 대인의 어머니 거친 밥값을 위해 쓰도록 해서 사귀어 그대와 잘 지내자는 것이고, 어찌 감히 바라는 것이 있겠습니까"라고 했다.
聶政曰: 臣所以降志辱身居市井屠者, 徒幸以養老母; 老母在, 政身未敢以許人也.
섭정이 말하길, "제가(臣) 뜻을 낮추고 몸을 욕되게 하면서 시장에 머물며 도살하는 것은 다만 다행히 노모를 봉하려는 것이고, 노모가 계시니 제 몸을 감히 남에게 허락할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嚴仲子固讓, 聶政竟不肯受也. 然嚴仲子卒備賓主之禮而去.
엄중자가 계속 권했지만 섭정은 끝내 기꺼이 받으려 하지 않았다.
15
久之, 聶政母死. 既已葬, 除服, 聶政曰: 嗟乎. 政乃市井之人, 鼓刀以屠; 而嚴仲子乃諸侯之卿相也, 不遠千里, 枉車騎而交臣. 臣之所以待之, 至淺鮮矣, 未有大功可以稱者, 而嚴仲子奉百金爲親壽, 我雖不受, 然是者徒深知政也. 夫賢者以感忿睚眦之意, 而親信窮僻之人, 而政獨安得嘿然而已乎! 且前日要政, 政徒以老母; 老母今以天年終, 政將爲知己者用.
오랜 시간이 지나, 섭정의 어머니가 죽었다. 장사를 지내고 나서 상복을 벗고, 섭정이 말하길, "아! 나는 곧 시장 사람으로 칼춤 추며 도살하고 있는데 엄중자가 제후의 경상이면서도 천리를 멀다 여기지 않고 수레를 몰고 와 나와 사귀었다. 내가 그를 대우한 것이 지극히 가볍고 볼품없었고, 큰 공을 칭찬할만한 것이 있지 않지만 엄중자가 백 금을 바치고 모친을 위해 장수를 빌었으며, 내가 비록 받지 않았지만 그러나 이것은 다만 나를 깊이 알아준 것이다. 무릇 현자가 사소한 원한을 분하게 여겨 감응하고 친히 궁핍한 사람을 믿어주었으니 내가 어찌 말없이 있을 뿐이겠는가. 또 전날 나를 필요로 했으나, 내가 다만 노모 때문이라고 핑계 대었는데, 노모가 지금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으니, 내가 장차 나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쓰일 것이다"라고 했다.
乃遂西至濮陽, 見嚴仲子曰: 前日所以不許仲子者, 徒以親在; 今不幸而母以天年終. 仲子所欲報仇者爲誰? 請得從事焉.
이에 마침내 서쪽으로 복양에 이르러 엄중자를 만나 말하길, "전에 중자를 허락하지 않은 까닭은 다만 부모님이 계셨기 때문이고, 지금 불행히도 어머니가 천수를 누리고 돌아가셨습니다. 중자가 원수를 갚으려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청컨대 일을 맡기를 청합니다"라고 했다.
嚴仲子具告曰: 臣之仇韓相俠累, 俠累又韓君之季父也, 宗族盛多, 居處兵衛甚設, 臣欲使人刺之, (眾)終莫能就. 今足下幸而不棄, 請益其車騎壯士可爲足下輔翼者.
엄중자가 자세히 말하길, "저의 원수는 한나라 재상 협루이고, 협루는 또 한나라 군주의 숙부이니, 종족이 매우 많아서 거처의 호위병이 많이 있어서 제가 사람을 시켜 죽이려고 했으나, 끝내 누구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지금 그대가 다행히 이 일을 포기하지 않으니 청컨대 그 수레와 말과 장사를 보태서 그대를 돕도록 할 수 있소"라고 했다.
聶政曰: 韓之與衛, 相去中閒不甚遠, 今殺人之相, 相又國君之親, 此其勢不可以多人, 多人不能無生得失, 生得失則語泄, 語泄是韓舉國而與仲子爲讎, 豈不殆哉.
섭정이 말하길, "한나라와 위나라는 서로의 거리가 중간으로 멀지 않고, 지금 재상을 죽이려는데 재상은 또한 임금의 친척이니 이것은 그 형세가 사람을 많이 쓸 수 없고, 많은 사람은 이해득실이 생겨나지 않을 수 없으니, 이해득실이 생겨나면 말이 새고, 말이 새면 바로 한나라가 나라를 들어 엄중자와 원수가 될 것인데 어찌 위험하지 않겠소"라고 했다.
遂謝車騎人徒, 聶政乃辭獨行.
마침내 마차와 말과, 사람을 사양하고 섭정이 이에 작별하고 홀로 나섰다.
피면결안( 皮面決眼) : 남이 자기를 알아볼 수 없도록 얼굴 가죽을 벗기고 눈알을 빼다.
16
杖劍至韓, 韓相俠累方坐府上, 持兵戟而衛侍者甚眾. 聶政直入, 上階刺殺俠累, 左右大亂. 聶政大呼, 所擊殺者數十人, 因自皮面決眼, 自屠出腸, 遂以死.
칼을 지팡이 삼아 한나라에 이르러, 한나라 재상 협루가 막 관청 위에 앉았을 때, 병기와 창을 들고 호위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섭정이 곧바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 협루를 찔러 죽이니, 측근들이 크게 어지러워졌다. 섭정이 크게 소치치고 죽인 사람이 수십 명이었고, 이어 스스로 얼굴 가죽을 벗기고 눈을 도려내 스스로 칼로 베어 창자를 꺼내고 마침내 죽었다.
17
韓取聶政尸暴於市, 購問莫知誰子. 於是韓(購)縣 [購]之, 有能言殺相俠累者予千金. 久之莫知也.
한나라가 섭정의 시체를 거둬 시장에 드러내 놓고, 상금을 걸고 물었는데 누구도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이에 한나라가 상금을 걸고 재상 협루를 죽인 사람을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천금을 주겠다고 했다. 오래 되었지만 누구도 알지 못했다.
18
政姊榮聞人有刺殺韓相者, 賊不得, 國不知其名姓, 暴其尸而縣之千金, 乃於邑曰: 其是吾弟與? 嗟乎, 嚴仲子知吾弟.
섭정의 누이 섭영이 한나라 재상을 찔러 죽인 사람이 있고, 도적을 알지 못하고, 나라에서 그 이름과 성을 알지 못하여, 그 시체를 드러내고 천금을 현상금으로 걸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듣고 이에 울면서 말하길, "그 사람이 내 동생이 아닌가? 아, 엄중자가 내 동생을 알아 주었구나"라고 했다.
立起, 如韓, 之市, 而死者果政也, 伏尸哭極哀, 曰: 是軹深井里所謂聶政者也.
일어나 한나라로 가, 시장에 가니 죽은 사람은 과연 섭정이었고 시체에 엎드려 곡하고 매우 슬퍼하며 말하길, "이 사람은 지 땅 심정리의 이른바 섭정이란 사람이다"라고 했다.
市行者諸眾人皆曰: 此人暴虐吾國相, 王縣購其名姓千金, 夫人不聞與? 何敢來識之也?
시장의 오가던 사람이 모두 말하길, "이 사람은 우리나라 재상을 잔악하게 죽였고, 왕이 그 성명을 알려고 천금을 걸었는데 부인은 듣지 못했는가? 어찌 감히 와서 그를 알아보는가?"라고 했다.
榮應之曰: 聞之. 然政所以蒙污辱自棄於市販之閒者, 爲老母幸無恙, 妾未嫁也. 親既以天年下世, 妾已嫁夫, 嚴仲子乃察舉吾弟困污之中而交之, 澤厚矣, 可柰何! 士固爲知己者死, 今乃以妾尚在之故, 重自刑以絕從, 妾其柰何畏歿身之誅, 終滅賢弟之名.
섭영이 응답하여 말하길, "들었습니다. 그러나 섭정이 오욕을 당하며 시장 가운데 자기를 던진 까닭은, 노모를 위하여 다행히 병이 없고, 제가 시집가지 않아서입니다. 어머니가 이미 천수를 다하고 세상을 떠나고, 제가 이미 시집을 갔으니 엄중자가 이에 내 동생이 곤궁하고 천한 것을 살피고도 사귀어 은혜가 두터웠으니 어찌하겠습니까. 선비는 진실로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 것이고, 지금 제가 여전히 살아 있기 때문에 자기를 심하게 훼손해서 종적을 끊었으니, 제가 어찌 죽는 벌을 두려워하고 끝내 동생의 이름을 없애겠습니까"라고 했다.
大驚韓市人. 乃大呼天者三, 卒於邑悲哀而死政之旁.
한나라 시장 사람들이 크게 놀랐다. 이에 하늘에 크게 소리친 것이 세 번이고, 마침내 울며 슬퍼하다 섭정의 곁에서 죽었다.
19
晉楚齊衛聞之, 皆曰: 非獨政能也, 乃其姊亦烈女也. 鄉使政誠知其姊無濡忍之志, 不重暴骸之難, 必絕險千里以列其名, 姊弟俱僇於韓市者, 亦未必敢以身許嚴仲子也. 嚴仲子亦可謂知人能得士矣.
진, 초, 제, 위나라에서 이것을 듣고 모두 말하길, "홀로 섭정만 능력 있는 것이 아니라 곧 그 누이도 또한 열녀다. 만약 섭정으로 하여금 진실로 그 누이에게 참아내는 뜻이 없고, 해침 당하고 뼈가 드러나는 어려움을 중하게 여기지 않고, 반드시 천리를 달려와 그 이름을 나란히 하고, 남매가 함께 한나라 시장에서 죽을 것을 알 수 있게 했다면 또한 반드시 감히 몸을 엄중자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엄중자도 또한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고 선비를 얻었다고 할만하다"라고 했다.
▶️ 士(선비 사)는 ❶회의문자로 하나(一)를 배우면 열(十)을 깨우치는 사람이라는 데서 선비를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士자는 '선비'나 '관리', '사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士자는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고대 무기의 일종을 그린 것이다. 士자는 BC 2,000년경인 오제(五帝)시대에는 감옥을 지키는 형관을 뜻했고, 금문에서는 형관들이 지니고 다니던 큰 도끼를 말했다. 그러니 士자는 본래 휴대가 간편한 고대 무기를 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학문을 닦는 사람을 '선비'라고 하지만 고대에는 무관(武官)을 뜻했던 것이다. 士자에 아직도 '관리'나 '군사', '사내'와 같은 뜻이 남아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士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선비'나 '관리', '남자'라는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士(사)는 (1)장기에 있어서 궁을 지키기 위하여 궁밭에 붙이는 두 개의 말 (2)중국 주(周)나라 때 사민(四民)의 위이며 대부(大夫)의 밑에 처해 있던 신분 등의 뜻으로 ①선비(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 ②관리(官吏), 벼슬아치 ③사내, 남자(男子) ④군사(軍士), 병사(兵士) ⑤일, 직무(職務) ⑥칭호(稱號)나 직업의 이름에 붙이는 말 ⑦군인(軍人)의 계급 ⑧벼슬의 이름 ⑨벼슬하다 ⑩일삼다, 종사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선비 유(儒), 선비 언(彦)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장수 장(將), 백성 민(民)이다. 용례로는 병사를 지휘하는 무관을 사관(士官), 선비의 아내 또는 남자와 여자를 사녀(士女), 선비의 힘 또는 병사의 힘을 사력(士力), 장교가 아닌 모든 졸병을 사병(士兵), 병사의 대오를 사오(士伍), 학식이 있되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를 사인(士人), 군사를 사졸(士卒), 군사의 기세 또는 선비의 기개를 사기(士氣), 선비로서 응당 지켜야 할 도의를 사도(士道), 선비들 사이의 논의를 사론(士論), 선비와 서민 또는 양반 계급의 사람을 사민(士民), 일반 백성을 사서(士庶), 선비의 풍습을 사습(士習), 문벌이 좋은 집안 또는 그 자손을 사족(士族), 학문을 연구하고 덕을 닦는 선비의 무리를 사류(士類), 군사와 말을 사마(士馬), 선비의 기풍을 사풍(士風), 양반을 일반 평민에 대하여 일컫는 말을 사대부(士大夫), 사회적 지위가 있으며 덕행이 높고 학문에 통달한 사람을 사군자(士君子), 교육이나 사회적인 지위가 있는 사람을 인사(人士), 하사관 아래의 군인을 병사(兵士), 절의가 있는 선비를 지사(志士),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 성심껏 장렬하게 싸운 사람을 열사(烈士), 의리와 지조를 굳게 지키는 사람을 의사(義士), 기개와 골격이 굳센 사람을 장사(壯士), 세상을 피하여 조용히 살고 있는 선비를 은사(隱士), 학덕이 있고 행실이 선비처럼 어진 여자를 여사(女士), 의욕이나 자신감이 충만하여 굽힐 줄 모르는 씩씩한 기세를 떨쳐 일으킴을 일컫는 말을 사기진작(士氣振作),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음을 일컫는 말을 사기충천(士氣衝天),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은 둘도 없다는 뜻으로 매우 뛰어난 인재를 이르는 말을 국사무쌍(國士無雙), 수양이 깊어 말이 없는 사람 또는 말주변이 없어서 의사 표시를 잘못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무언거사(無言居士), 백금을 받은 용사라는 뜻으로 매우 큰 공을 세운 용사를 이르는 말을 백금지사(百金之士), 산림에 묻혀 사는 군자를 두고 이르는 말을 산림지사(山林之士), 세속밖에 홀로 우뚝한 훌륭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특립지사(特立之士), 궤변을 농하여 국가를 위태로운 지경에 몰아넣는 인물을 일컫는 말을 경위지사(傾危之士), 보잘것없는 선비 또는 식견이 얕은 완고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일개지사(一介之士), 나라의 앞일을 걱정하는 기개가 높고 포부가 큰 사람을 일컫는 말을 우국지사(憂國之士), 세상일을 근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우세지사(憂世之士), 좋은 일에 뜻을 가진 선비를 일컫는 말을 유지인사(有志人士), 무슨 일이든지 한마디씩 참견하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사람 또는 말참견을 썩 좋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일언거사(一言居士), 조그마한 덕행이 있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일절지사(一節之士),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을 편하게 할 큰 뜻을 품은 사람을 일컫는 말을 지사인인(志士仁人), 바위 굴속의 선비라는 뜻으로 속세를 떠나 깊은 산 속에 숨어사는 선비를 이르는 말을 암혈지사(巖穴之士), 천명을 받아 천자가 될 사람을 보필하여 대업을 성취시키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좌명지사(佐命之士), 항우와 같이 힘이 센 사람이라는 뜻으로 힘이 몹시 세거나 의지가 굳은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항우장사(項羽壯士) 등에 쓰인다.
▶️ 爲(할 위)는 ❶상형문자로 为(위), 為(위)는 통자(通字), 为(위)는 간자(簡字)이다.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양을 본떴다. 전(轉)하여 하다, 이루다, 만들다, 다스리다의 뜻으로 삼고 다시 전(轉)하여 남을 위하다, 나라를 위하다 따위의 뜻으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爲자는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爲자는 원숭이가 발톱을 쳐들고 할퀴려는 모습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러나 갑골문에 나온 爲자를 보면 본래는 코끼리와 손이 함께 그려졌던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코끼리를 조련시킨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爲자의 본래 의미는 '길들이다'였다. 하지만 후에 코끼리에게 무언가를 하게 시킨다는 의미가 확대되면서 '~을 하다'나 ~을 위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爲(위)는 ①하다 ②위하다 ③다스리다 ④되다, 이루어지다 ⑤생각하다 ⑥삼다 ⑦배우다 ⑧가장(假裝)하다 ⑨속하다 ⑩있다 ⑪행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 옮길 사(徙),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옮길 이(移), 다닐 행(行), 구를 전(轉)이 있다. 용례로는 나라를 위함을 위국(爲國), 백성을 위한다는 위민(爲民), 다른 것에 앞서 우선하는 일이라는 위선(爲先), 힘을 다함을 위력(爲力), 첫번을 삼아 시작함을 위시(爲始), 자기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행동함을 위아(爲我), 생업을 삼음 또는 사업을 경영함을 위업(爲業), 사람의 됨됨이를 위인(爲人), 정치를 행함을 위정(爲政), 주되는 것으로 삼는 것을 위주(爲主), 예정임 또는 작정임을 위계(爲計), 진실한 즐거움을 위락(爲樂), 어떤 것을 첫 자리나 으뜸으로 함을 위수(爲首), 기준으로 삼음을 위준(爲準), 나라를 위한 기도를 위축(爲祝), 부모를 위함을 위친(爲親), 자기를 이롭게 하려다가 도리어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을 이르는 말을 위총구작(爲叢驅雀), 치부致富하려면 자연히 어질지 못한 일을 하게 된다는 말을 위부불인(爲富不仁), 바퀴도 되고 탄환도 된다는 뜻으로 하늘의 뜻대로 맡겨 둠을 이르는 말을 위륜위탄(爲輪爲彈), 겉으로는 그것을 위하는 체하면서 실상은 다른 것을 위함 곧 속과 겉이 다름을 일컫는 말을 위초비위조(爲楚非爲趙), 되거나 안 되거나 좌우 간 또는 하든지 아니 하든지를 일컫는 말을 위불위간(爲不爲間), 선을 행함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말을 위선최락(爲善最樂), 도마 위의 물고기가 된다는 뜻으로 죽임을 당하는 것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어육(爲魚肉), 어떤 사람을 위해 벼슬자리를 새로이 마련함이나 남을 위해 정성껏 꾀함을 일컫는 말을 위인설관(爲人設官), 자손을 위하여 계획을 함 또는 그 계획을 일컫는 말을 위자손계(爲子孫計), 가난을 면하지 못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위귀소소(爲鬼所笑), 자기가 정한 법을 자기가 범하여 벌을 당함을 일컫는 말을 위법자폐(爲法自弊), 화가 바뀌어 오히려 복이 된다는 뜻으로 어떤 불행한 일이라도 끊임없는 노력과 강인한 의지로 힘쓰면 불행을 행복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말을 전화위복(轉禍爲福),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라는 뜻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로 만들어 강압으로 인정하게 됨 또는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마음대로 함을 이르는 말을 지록위마(指鹿爲馬),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아무리 이루기 힘든 일도 끊임없는 노력과 끈기 있는 인내로 성공하고야 만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마부위침(磨斧爲針), 강남의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뜻으로 사람도 환경에 따라 기질이 변한다는 말을 귤화위지(橘化爲枳), 손이 도리어 주인 행세를 한다는 뜻으로 주객이 전도됨을 이르는 말을 객반위주(客反爲主), 인공을 가하지 않은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일컫는 말을 무위자연(無爲自然), 티끌이 모여 태산이 된다는 뜻으로 작은 것도 모이면 큰 것이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진적위산(塵積爲山), 하는 일 없이 헛되이 먹기만 함 또는 게으르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을 일컫는 말을 무위도식(無爲徒食) 등에 쓰인다.
▶️ 知(알 지)는 ❶회의문자로 口(구; 말)와 矢(시; 화살)의 합자(合字)이다. 화살이 활에서 나가듯이 입에서 나오는 말을 말한다. 많이 알고 있으면 화살(矢)처럼 말(口)이 빨리 나간다는 뜻을 합(合)하여 알다를 뜻한다. 또 화살이 꿰뚫듯이 마음속에 확실히 결정한 일이나, 말은 마음의 움직임을 나타내는 것이므로 알다, 알리다, 지식 등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知자는 '알다'나 '나타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知자는 矢(화살 시)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知자는 소전에서야 등장한 글자로 금문에서는 智(지혜 지)자가 '알다'나 '지혜'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슬기로운 것과 아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智자는 '지혜'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고 知자는 '알다'라는 뜻으로 분리되었다. 智자는 아는 것이 많아 화살이 날아가는 속도만큼 말을 빠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知자도 그러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知(지)는 (1)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정신의 작용하는 힘. 깨닫는 힘 (2)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알다 ②알리다, 알게 하다 ③나타내다, 드러내다 ④맡다, 주재하다 ⑤주관하다 ⑥대접하다 ⑦사귀다 ⑧병이 낫다 ⑨사귐 ⑩친한 친구 ⑪나를 알아주는 사람 ⑫짝, 배우자(配偶者) ⑬대접(待接), 대우(待遇) ⑭슬기, 지혜(智慧) ⑮지식(知識), 앎 ⑯지사(知事) ⑰어조사(語助辭)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알 인(認), 살펴 알 량/양(諒), 알 식(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다닐 행(行)이다. 용례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나 사물을 지식(知識), 사물의 도리나 선악 따위를 잘 분별하는 마음의 작용을 지혜(知慧), 지적 활동의 능력을 지능(知能), 지혜로운 성품을 지성(知性), 지식이 있는 것 또는 지식에 관한 것을 지적(知的), 알아서 깨달음 또는 그 능력을 지각(知覺), 지식과 도덕을 지덕(知德), 아는 사람 또는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봄을 지인(知人), 새로운 것을 앎을 지신(知新), 은혜를 앎을 지은(知恩), 지식이 많고 사물의 이치에 밝은 사람을 지자(知者), 제 분수를 알아 마음에 불만함이 없음 곧 무엇이 넉넉하고 족한 줄을 앎을 지족(知足), 자기 분에 지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을 지지(知止), 거문고 소리를 듣고 안다는 뜻으로 자기의 속마음까지 알아주는 친구를 지음(知音), 여러 사람이 어떤 사실을 널리 아는 것을 주지(周知), 어떤 일을 느끼어 아는 것을 감지(感知), 비슷한 또래로서 서로 친하게 사귀는 사람을 붕지(朋知), 기별하여 알림을 통지(通知), 인정하여 앎을 인지(認知), 아는 것이 없음을 무지(無知), 고하여 알림을 고지(告知), 더듬어 살펴 알아냄을 탐지(探知), 세상 사람들이 다 알거나 알게 함을 공지(公知), 서로 잘 알고 친근하게 지내는 사람을 친지(親知), 나이 50세를 말함으로 50세에 드디어 천명을 알게 된다는 나이를 달리 이르는 말을 지천명(知天命), 천명을 알 나이라는 뜻으로 나이 오십을 이르는 말을 지명지년(知命之年), 자기를 가장 잘 알아주는 친한 친구 또는 서로 뜻이 통하는 친한 벗을 일컫는 말을 지기지우(知己之友),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는 뜻으로 적의 형편과 나의 형편을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의미의 말을 지피지기(知彼知己), 참 지식은 반드시 실행이 따라야 한다는 말을 지행합일(知行合一), 누구나 허물이 있는 것이니 허물을 알면 즉시 고쳐야 한다는 말을 지과필개(知過必改),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사람을 일컫는 말을 지명인사(知名人士), 지식과 행동이 한결같이 서로 맞음 또는 지식과 행동이 일치함을 일컫는 말을 지행일치(知行一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뜻으로 믿는 사람에게서 배신당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지부작족(知斧斫足), 알면서 모르는 체함을 일컫는 말을 지이부지(知而不知), 형세가 불리한 것을 알면 물러서야 함을 이르는 말을 지난이퇴(知難而退), 모든 일에 분수를 알고 만족하게 생각하면 모욕을 받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지족불욕(知足不辱), 은혜를 알고 그 은혜에 보답함을 이르는 말을 지은보은(知恩報恩), 지자는 도리를 깊이 알고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미혹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불혹(知者不惑), 사리에 밝은 사람은 지식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함부로 지껄이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지자불언(知者不言), 밝은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를 드러내지 않고 대우大愚의 덕을 지키는 일을 일컫는 말을 지백수흑(知白守黑), 대우를 잘 받아서 후의에 감격하는 느낌을 이르는 말을 지우지감(知遇之感), 족한 줄을 알아 자기의 분수에 만족함을 일컫는 말을 지족안분(知足安分), 족한 것을 알고 현재에 만족하는 사람은 부자라는 뜻을 이르는 말을 지족지부(知足知富) 또는 지족자부(知足者富), 간악한 꾀가 많아 선을 악이라 하고 악을 선이라 꾸며 대어 상대방을 곧이 듣게 함을 이르는 말을 지족식비(知足飾非) 등에 쓰인다.
▶️ 己(몸 기)는 ❶상형문자이나 지사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본래 구불거리는 긴 끈의 모양을 본떴고, 굽은 것을 바로잡는 모양에서 일으키는 일의 뜻으로 쓰인다. 일으키다의 뜻은 나중에 起(기)로 쓰고, 己(기)는 천간(天干)의 여섯번째로 쓰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己자는 '몸'이나 '자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여기서 말하는 '몸'이란 '나 자신'을 뜻한다. 己자의 유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사람이 몸을 구부린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굽의 있는 새끼줄을 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런데 己자와 결합한 글자를 보면 새끼줄이 구부러져 있는 모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다만 己자가 단독으로 쓰일 때는 여전히 '나 자신'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다. 己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상용한자에서는 뜻과 관련된 글자가 없다. 다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새끼줄이나 구부러진 모양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니 상황에 따른 적절한 해석이 필요하다. 그래서 己(기)는 ①몸 ②자기(自己), 자아(自我) ③여섯째 천간(天干) ④사욕(私慾) ⑤어조사(語助辭) ⑥다스리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여섯 번째를 기사(己巳), 열여섯째를 기묘(己卯), 스물여섯째를 기축(己丑), 서른여섯째를 기해(己亥), 마흔여섯째 기유(己酉), 쉰여섯째를 기미(己未)라 한다. 그리고 자기의 물건을 기물(己物), 자기 마음을 기심(己心), 자기가 낳은 자녀를 기출(己出), 자신의 의견이나 소견을 기견(己見), 자신의 초상을 기상(己喪), 자기의 소유를 기유(己有), 자기의 물건은 기물(己物), 제 몸이나 제 자신 또는 막연하게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자기(自己), 자기 이익만 꾀함을 이기(利己), 자신의 몸을 닦음을 수기(修己), 안색을 바로잡아 엄정히 함 또는 자기자신을 다스림을 율기(律己), 자기 몸을 깨끗이 함을 결기(潔己), 몸을 가지거나 행동하는 일을 행기(行己), 신분이나 지위가 자기와 같음을 유기(類己), 자기를 사랑함을 애기(愛己), 자기 한 몸을 일기(一己), 자기에게 필요함 또는 그 일을 절기(切己), 자기가 굶주리고 자기가 물에 빠진 듯이 생각한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으로 여겨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함을 일컫는 말을 기기기익(己飢己溺), 중종때 남곤 일파 조광조 등을 쫓아내어 죽인 사건을 일컫는 말을 기묘사화(己卯士禍), 기미년 3월1일 일제에 항거하여 일어난 한국의 독립운동을 일컫는 말을 기미독립운동(己未獨立運動), 자기 스스로를 돌이켜 봄을 일컫는 말을 자기관찰(自己觀察), 모든 사고와 판단과 행동을 자기 중심으로 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본위(自己本位), 자기의 이해와 쾌락과 주장을 중심으로 삼고 남의 처지를 돌보지 않는 주의를 일컫는 말을 애기주의(愛己主義), 자기 존재를 인정 받으려고 남에게 자기를 과시하는 심리적 경향을 일컫는 말을 자기과시(自己誇示), 스스로에게 황홀하게 빠지는 일을 일컫는 말을 자기도취(自己陶醉), 자신의 생활은 검약하게 하고 남을 대접함에는 풍족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약기유물(約己裕物) 등에 쓰인다.
▶️ 者(놈 자)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者(자), 者(자)는 동자(同字)이다. 원래의 자형(字形)은 耂(로)와 白(백)의 합자(合字)이다. 나이 드신 어른(老)이 아랫 사람에게 낮추어 말한다(白)는 뜻을 합(合)하여 말하는 대상을 가리켜 사람, 놈을 뜻한다. 또는 불 위에 장작을 잔뜩 쌓고 태우는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者자는 '놈'이나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者자는 耂(늙을 노)자와 白(흰 백)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者자는 耂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노인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者자의 갑골문을 보면 이파리가 뻗은 나무줄기 아래로 口(입 구)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탕수수에서 떨어지는 달콤한 즙을 받아먹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사탕수수'를 뜻했었다. 후에 者자는 '놈'과 같은 추상적인 대상을 지칭하는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본래의 의미는 더는 쓰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者(자)는 (1)어떤 명사(名詞) 아래에 붙여, 어느 방면의 일이나 지식에 능통하여 무엇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또는 무엇을 하는 사람임을 뜻하는 말 (2)사람을 가리켜 말할 때, 좀 얕잡아 이르는 말로서, 사람 또는 놈 이란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놈, 사람 ②것 ③곳, 장소(場所) ④허락하는 소리 ⑤여러, 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⑥이 ⑦~면(접속사) ⑧~와 같다 ⑨기재하다, 적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병을 앓는 사람을 환자(患者),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글을 쓰거나 엮어 짜냄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기자(記者), 학문에 능통한 사람이나 연구하는 사람을 학자(學者), 책을 지은 사람을 저자(著者), 살림이 넉넉하고 재산이 많은 사람을 부자(富者), 힘이나 기능이 약한 사람이나 생물 또는 집단을 약자(弱者), 그 사업을 직접 경영하는 사람을 업자(業者), 달리는 사람을 주자(走者), 어떤 종교를 신앙하는 사람을 신자(信者), 어떤 일에 관계되는 사람을 관계자(關係者), 물자를 소비하는 사람을 소비자(消費者), 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을 근로자(勤勞者), 해를 입은 사람을 피해자(被害者),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을 노동자(勞動者), 희생을 당한 사람을 희생자(犧牲者), 부부의 한 쪽에서 본 다른 쪽을 배우자(配偶者), 그 일에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을 당사자(當事者), 권리를 가진 자 특히 선거권을 가진 자를 유권자(有權者),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다는 뜻으로 인생의 무상함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일컫는 말을 회자정리(會者定離), 일을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을 결자해지(結者解之),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뜻으로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면 그 버릇에 물들기 쉽다는 말을 근묵자흑(近墨者黑), 붉은빛에 가까이 하면 반드시 붉게 된다는 뜻으로 주위 환경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근주자적(近朱者赤), 생명이 있는 것은 반드시 죽게 마련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 세상만사가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생자필멸(生者必滅), 소경의 단청 구경이라는 뜻으로 사물을 보아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아는 체함을 이르는 말을 맹자단청(盲者丹靑), 생존 경쟁의 결과 그 환경에 맞는 것만이 살아 남고 그렇지 못한 것은 차차 쇠퇴 멸망해 가는 자연 도태의 현상을 일컫는 말을 적자생존(適者生存), 소경이 문을 바로 찾는다는 뜻으로 우매한 사람이 우연히 이치에 맞는 일을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맹자정문(盲者正門), 입이 관문과 같다는 뜻으로 입을 함부로 놀려서는 안 됨을 이르는 말을 구자관야(口者關也), 목이 마른 자는 무엇이든 잘 마신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은 은혜에 감복하기 쉬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갈자이음(渴者易飮), 가난한 사람이 밝힌 등불 하나라는 뜻으로 가난 속에서도 보인 작은 성의가 부귀한 사람들의 많은 보시보다도 가치가 큼을 이르는 말을 빈자일등(貧者一燈), 자신을 이기는 것을 강이라 한다는 뜻으로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강한 사람임을 이르는 말을 자승자강(自勝者强), 성공한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성공자퇴(成功者退), 세상일은 무상하여 한번 성한 것은 반드시 쇠하게 마련이라는 말을 성자필쇠(盛者必衰), 떠나간 사람은 날로 소원해진다는 뜻으로 평소에는 친밀한 사이라도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면 점점 서로의 정이 멀어짐을 이르는 말을 거자일소(去者日疎) 등에 쓰인다.
▶️ 用(쓸 용)은 ❶상형문자로 감옥이나 집 따위를 둘러싸는 나무 울타리의 모양 같으나 卜(복; 점)과 中(중; 맞다)을 합(合)한 모양이니 화살을 그릇에 넣는 모습이니 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물건을 속에 넣는다는 뜻에서 꿰뚫고 나가다, 물건을 쓰다, 일이 진행되다의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用자는 ‘쓰다’나 ‘부리다’, ‘일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用자는 주술 도구를 그린 것으로 보기도 하고 또는 걸개가 있는 ‘종’을 그린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用자의 쓰임을 보면 이것은 나무로 만든 통을 그린 것이다. 用자가 ‘나무통’을 뜻하다가 후에 ‘쓰다’라는 뜻으로 전용되면서 여기에 木(나무 목)자를 결합한 桶(통 통)자가 ‘나무통’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用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상용한자에서는 관련된 글자가 없다. 다만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나무통’이라는 뜻을 전달한다. 그래서 用(용)은 (1)용돈 (2)비용(費用) (3)어떤 명사(名詞) 뒤에 붙어서 무엇에 쓰이거나 또는 쓰이는 물건이라는 뜻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쓰다 ②부리다, 사역하다 ③베풀다(일을 차리어 벌이다,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다), 시행하다 ④일하다 ⑤등용하다 ⑥다스리다 ⑦들어주다 ⑧하다, 행하다 ⑨작용(作用), 능력(能力) ⑩용도(用度), 쓸데 ⑪방비(防備), 준비(準備) ⑫재물(財物), 재산(財産), 밑천 ⑬효용(效用) ⑭씀씀이, 비용(費用) ⑮그릇 ⑯도구(道具), 연장(어떠한 일을 하는 데에 사용하는 도구) ⑰써(=以)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버릴 사(捨)이다. 용례로는 볼 일을 용건(用件) 또는 용무(用務), 무엇을 하거나 만드는데 쓰는 제구를 용구(用具), 기구를 사용함을 용기(用器), 쓰고 있는 예를 용례(用例), 용도에 따라 나눔을 용별(用別), 사람을 씀을 용인(用人), 쓰는 물품을 용품(用品), 생산과 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하는 일을 용역(用役), 어떤 일에 쓰기 위한 토지를 용지(用地), 사용하는 방법을 용법(用法), 사용하는 말을 용어(用語), 돈이나 물품 따위의 쓸 곳을 용처(用處), 쓰이는 곳을 용도(用途), 대변이나 소변을 봄을 용변(用便), 긴 것이나 짧은 것이나 다 함께 사용함을 용장용단(用長用短), 돈을 마치 물 쓰듯이 마구 씀을 용전여수(用錢如水), 대롱을 통해 하늘을 살핀다는 용관규천(用管窺天), 마음의 준비가 두루 미쳐 빈틈이 없음을 용의주도(用意周到), 일자리를 얻었을 때에는 나가서 자신이 믿는 바를 행하고 버리면 물러나 몸을 숨긴다는 용행사장(用行舍藏)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