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의 휴대폰 패턴을 풀었다. 그리고, 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야. 왠 야동이냐?"
당황한 듯한 소현의 눈이 나를 응시한다. 소현이 말한다.
"아...야! 그거 잘못 들어간거야... 그래서 그냥..."
"야. 니가 뭘 할지 모르지만, 너 뼈 삭어."
"어...어?"
"뼈 삭는다고. 나도 뼈 삭더라. 그래서 약골 아니냐 내가."
"아 씨! 장난치지마!"
"됐어 자. 나 마루에서 잘게."
"야 류시우 그래도 돼? 안 추워? 같이 자. 그냥."
"아냐. 너 지금 그거봐서 나 어떤 봉변 당할지 몰라. 그냥 자 거기서."
"뭐? 뒤질래?"
거실에서 자고 난 뒤, 그 날 아침 나는 독한 감기에 걸려버렸다. 물론 소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물론, 그 친구는 둔해서 남이 아픈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걱정끼치기 싫어서 그냥 말 안한 것도 있지만 말이다.
그 몹쓸 감기에 걸려서 고생한지 3일만에 다 나았고, 화요일 나는 학교에 나갔다. 어제는 되게 아팠다. 열이 39도 까지 올라서 병원 응급실에 갔다. 큰 주사를 맞고, 엉덩이를 문지르지 않아서 엉덩이에 멍이 들었다. 그래서 앉을 때 마다 되게 쑤시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딱딱한 의자가 내 멍을 누르는 느낌이다. 겁나게 아프다.
10시가 되자마자 꼴뚜기 담임은 칼종례를 해줬다. 수능이 끝나면 10시 칼종례를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단, 우리가 모두 자리에 착석하고 담임을 기다려야만 했던 것이다. 신기한 점은, 단 한명도 그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는 것. 정말 대단한 미친놈들이다. 어떻게 손해보는건 잘 잊어버리면서 이득되는건 다 기억을 하고 있을까. 대단한 미친놈들이 맞는 듯 하다.
정문을 나섰다. 10시에 보는 정문 앞 풍경은 처음이다. 조퇴를 한 기억도 없다. 10시5분. 집에 가면 또 뭘할지 고민일 것 같다. 버스를 탔다. 우리학교를 제외한다고 치면, 이 버스는 나 혼자였을 것이다.
"어. 안녕! 시우. 너 집에 가는거야?"
아니. 혼자는 아닐 것이다.
"안녕하세요. 누나도 집...?"
"야 너 내가 '요'자 쓰지 말랬잖니. 나 늙어 보여 너무."
아 맞다. '요'자 쓰면 이 누나 팍 늙어 보이지.
"미안. 어른공경."
"놀고있네. 그건 어른공격이거든?"
"아...그래?"
"그래!"
누나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가방에서 거울을 보더니 화장을 하기 시작했다. 근데 버스가 이렇게 흔들리는데도 불구하고, 립스틱을 제대로 발랐다. 대단한 솜씨다. 이번엔 솜 같은걸로 얼굴을 치는데, 되게 빠르다. 화장빨 잘 받는 사람이다. 이 여자.
그렇게 빤히 보고있자, 누나가 날 의식한 듯 말했다.
"왜? 뭐 묻었어?"
"아니."
"근데 왜 쳐다봐?"
"그냥 신기해서."
내 말이 끝나자마자 화장거울을 접더니 나를 응시했다. 나는 내가 뭘 잘못했나 싶었다. 조금 당황했다.
"뭐가 신기한데?"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난 그게 더 무섭다.
"아니... 뭐 그냥. 화장하는 솜씨가 신기해서."
누나는 다시 화장거울을 피더니 자신의 얼굴을 꼼꼼히 확인했다.
"보통 이 정도는 기본으로 해."
그러면 소현이도 그 정도는 한다는 말인가. 난 걔 화장하는걸 본 적이 우리 삼촌 결혼식 간다고 할 때 화장하고 왔던 적이 있었다. 예뼜다. 하지만, 마스카라가 삐죽 튀어나와서 내가 많이 놀려댔던 적이 있는 것 같다.
시간은 쏜살같이 빠른 것 같다. 별 얘기도 안했는데 누나가 벌써 내린다고 한다. 원앙동. 여기는 을지대학교가 있는 곳이다. 을지대학교는 서울에서 약간 떨어지는 곳이긴 하지만, 나름 인정받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난 저 대학교를 지원하지 않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누나와 손인사를 하고, 잠에 빠져 들었다. 제발 그 악몽이 나오지 않기를 기대하며. 제발. 제발.
푹 잔 느낌이 들었다. 얼마나 푹 잤는지. 어느덧 종점까지 와 버렸다. 우리집은 그 두 코스 전인데 그 두 코스가 거의 1km 가까이 된다. 젠장. 정류장을 알려주는 여성의 목소리가 종점을 알렸다. 1km를 걸으라는 말 같이 들린다. 망할.
목도리를 풀어 가방 안에 넣었다. 햇볕도 쩅쨍하고, 걸으면 왠지 더울 것 같았다. 지금 시각은 10시30분. 집에 도착하면 11시20분 정도 될 것 같다. 종점에는 효승여고가 있었다. 소현이 다니는 고등학교이기도 하다. 아마 지금쯤이면 종례를 했겠지.
'띠리링. 띠리링."
내 벨소리다. 소현이다. 호랑이도 제말하면 나온다더니... 아니 생각하면 나온다더니.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 인가.
"여보세요."
"야 너 어디야?"
소현의 목소리 뒤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큰 바람 인 것 같다. 그 때, 나도 큰 바람을 맞은 것 같다. 뭐지 이 느낌은. 뒤를 돌아봤다. 소현이의 모습이 보였다. 소현이는 나를 보며 팔을 휘휘 저었다. 난 피식 웃으며 소현이에게 다가갔다.
"니가 왜 여기있냐?"
소현이 물었다. 내가 여기 있는게 신기하기도 할거다. 아무래도.
"버스에서 자다가 종점까지 왔어."
"으휴 멍청하긴. 가자. 그리고 나 빠삐코 하나만 사줘."
인연인지 아니면 그냥 만난건지, 신기할 따름이다.
두갈래길이 나왔다.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내 집이고, 쭉 직진하면 소현이의 집이다. 우리 둘은 마주 봤다. 소현이 말했다.
"난 갈게. 내일 나 못 만나. 알바하러 가야되니까. 내일 하루만 연락하지마. 알았냐?"
"치. 오늘은 해?"
"아니."
"그래. 조심히 가."
이 말을 끝으로 나와 소현이는 두갈래길에서 갈라졌다. 그런데 내일도 못보고 오늘도 못본다. 오늘은 알바를 안 나간다고 했으니, 소현이네 집에 놀러나 가야겠다. 가던 길에서 뒤 돌아 소현이 걷는 쪽으로 달려 소현을 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야 나 니네 집 놀다갈래. 그래도 되지?"
소현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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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강캐리입니다. 건의사항이 하나 들어와서요. 대화하는 문장은 그 앞과 뒤 사이를 띄워달라는 내용인데요. 그건 제가 힘들 듯 합니다. 제가 쓰는 문장체랑 많이 안 맞아서요. 죄송합니다.
여러분들도 뭔가 눈치를 채셨다면 이 소설의 삼각관계도가 그려질 겁니다. 네 맞아요. 소현-시우-정민 과의 삼각관계는 연재하다 보시면 알게 될 거에요.
이제 3편 써놓고 뭔 개소리냐고요? 1장은 5편까지 있습니다. 2장은 7편, 마지막 장은 10편으로 구성 될 겁니다. 에필로그는 지금 쓰는 양에 한 3배 정도 되는 내용이고요. 그러니 벌써 8분의1이나 왔다는 소립니다!!!!(ㅈㅅ)
마지막으로 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맞춤법, 건의사항 등은 댓글을 달아주시면 그에 맞는 답변과 수정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해요.
(누가 그랬는데요. 작기의 말중에서 약간의 복선이 들어가면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는 겁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