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채무재앙과 세계자본시장의 무정부상태’ … 미국의 과잉채무가 가시화 되었고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이 세계차원의 협력과 규제를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 위협으로 자라났다 (하랄트 슈만, 크리스티아네 그레페, 글로벌 카운트다운, 2009.3 p121)
주가, 유동성으로 뜨다
경기지표의 하락세가 일부 멈추거나 나빠지는 속도가 둔화 것과 국내외 증시주변의
과잉유동성이 만들어 낸 랠리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솔직히 이 부분을 과소 평가한 점은 크게 반성하고 있다)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나갔을 지 모른다는 안도감은 주가를 위로 쏘아 올리는 에너지가 되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경기회복이 대문자 `V자형`인가 소문자 `u자형`인가 ‘대문자 L자형’인가는 중요치 않은 분위기다. 경기가 반등하는 속도나 폭보다는 지금 증시는 ‘우선 멈춘 경제지표’에 집중하고 있다. 왜냐하면 유동성이라는 현재의 실탄이 경기라는 미래의 고민거리보다 앞서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경기에 선행하는 것이니 수개월 후 기업수익이 정말 제대로 돌아선다면(밑동이 짧은 U자나 V자형) 지금 랠리는 어느 정도 정당하다. 하지만 수개월 후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하거나 그저 나빠지는 속도가 조금 완화되는 정도(L자형)에 그친다면 지금 봄철의 무리한 주가상승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다. 더욱이 경기회복의 기대변수 가운데 가장 컸던 원화환율이 지금 달러당 1,300을 위협하고 있다. 남은 유동성 총알을 환율로 환산하면 5-10%(원/달러 1,200원선) 정도일 듯하다. 주식시장은 짧게는 몰라도 길게는 늘 현명해왔다.
최근 주가강세 = 경기지표 하락세 둔화 + 전세계 유동성의 힘
지난 달 초까지만 해도 KOSPI가 1,000을 깨고 S&P500 지수가 600선을 밑돌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였지만 지금 한 달도 안 된 시점에서 그런 전망은 이미 케케묵은 비관론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증시주변에 어떤 상황 변화가 있었길래 시장이 이렇게 돌변한 것일까? 경기선행지수가 몇몇 금융관련 구성지표에 힘입어 돌아서고 재고출하지표가 깜짝 호전되고 국가 CDS프리미엄이 떨어지고 3월 경상수지가 45억불 흑자로 커지고 원화환율이 급속히 안정된 것, 그리고 미국 내구재소비가 돌아서고 주택재고(판매대비 비율)가 소폭 떨어진 것이 그 이유다. 또한 미국의 금융부실 처리프로그램(민관합동펀드 구성)이 발표되고 G20 정상들이 내년 말까지 5조 달러어치의 경기부양에 합의한 것도 주가상승의 기폭제가 됐다.
경기지표의 하락세 둔화와 유동성의 힘이 이토록 강한 랠리를 만들어 냈다.
현시점에서 실물과 금융부문에 대한 냉정한 점검 필요
1. 실물부문의 문제점
본질은 바뀐 게 없음 : 빚과 실업, 인플레 압력
하지만 사태의 본질에 무엇이 변해 있는가? G20회담 이후 독일 슈피겔지의 한 칼럼의 지적처럼 '빚과 실업, 인플레이션의 압력'은 그대로다.
지난 31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30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4.3%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전망치가 OECD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기존 전망치 -0.4%에서 대폭 하향조정 된 것이란 점이다.
(올해 성장률은) 미국이 -4%, 유로 -4.1%, 수출비중이 높은 일본이 회원국 중 가장 낮은 -6.6%로 예상되었다. (최근 일본의 경기침체는 우리경제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올해 세계교역이 13% 이상 줄면 특히 수출비중이 높은 독일과 일본의 경기침체가 가장 크게 우려되고 있다)
선진국의 소비능력 약화지속 예상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소비하느냐, 즉 최종수요다. 지구촌의 최종수요가 본격적으로 늘려면 상식적으로 소비력이 큰 국가의 기업들이 돈을 벌어 일자리를 늘려줘야 한다.
미국, 유로지역 모두 올해 소비를 크게 늘릴 수 없는 이유는 이들 지역 기업들의 근본적 국제경쟁력과 고용사정에 문제점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아직 소득의 13%가 이자로 빠지고 있는 미국사람의 경우 고용사정이 바닥을 찍기 전에는 지갑을 열 여유도, 지갑 안에 돈도 없다.
불행히도 미국 내 경쟁력이 있는 산업은 해가 거듭될수록 빠르게 저물어 가고 있다. GM이나 크라이슬러가 지금 단지 단기자금이 꼬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정책적 지원 한 방으로 돌아설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세계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미국에도 경쟁력 있는 산업이 많지만 13억 인구의 소비를 지탱해 줄 돈벌이 되는 산업의 규모가 작다는 뜻이다.
지난 수년간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 속에 생산은 신흥국, 소비는 자국(미국)이라는 공식 안에서 미국가계는 빚만 늘어 왔다. 제조업이 약골이 되는 사이에 금융업이 그 공백을 메우면서 미국의 소득분배 구조는 지난 30년간 계속 악화되어 미국은 현재 멕시코 포루투갈에 이어 OECD 국가 중 세 번째로 나쁜 소득분배를 갖고 있다. (2005년 미국 지니계수 0.383) 이른바 소비를 지탱하는 중산층이 무너져 온 것이다. 이런 모순이 금융부실 청산으로 단 1년 만에 해결되고 미국제조업이 부활된다면 그것은 정말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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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금융부문의 문제점
미 부실정리 프로그램 산 넘어 산 : 금융-실물 상호 악순환 우려
세계인구의 1/20로 세계GDP의 1/4을 차지하는 있는 미국은 아직 자국 GDP의 3배에 달하는 빚더미를 안고 있다. 그리고 이중 가계부채는 여전히 가처분소득의 130% 수준에 달하고 있다. 오는 2분기부터 금융회사의 부실자산에 대한 시가평가가 유보되었다고 해서 금융회사가 지고 있는 손실이 어디로 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회계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만 증가해 금융신뢰가 떨어져 자칫 2차 신용경색의 발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CDS(신용디폴트스왑)는 처음 개별신용의 위험을 외부로 전가시키기 위해 개발되어 10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해 2007년 6월까지 CDS계약과 연결된 신용의 명목가치는 미국GDP의 3배인 42조 달러에 달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진금융회사들은 수천 개의 소액대출을 대규모 패키지로 묶어 이 패키지를 담보로 다시 대출증권(부채담보부증권, CDO :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을 발행하되 대부분 Aa의 높은 신용등급으로 둔갑해 팔아 치웠다.
지금 이런 황당한 문제들이 원점에서 다시 평가되고 정리되기 시작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안고 있는 대규모 CDS, CDO연관 부실채권이 잠잠해질 때까지 패키지로 부실화된 실물(가계소비, 기업)과 금융의 상호 악순환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인플레가 오면 금리상승으로 미국의 금융부실 처리 프로그램은 상당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미국, 부실정리에 얼마의 비용 더 들어 갈지는 미지수
얼마의 비용이 더 들어가야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은행들의 장부 클린화 작업(Legacy Loans Program)이 끝날 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정부의 의도대로 부실자산 구제계획(TARP) 잔여금에서 출연할 750에서 1천억 달러로 다 충당되려면 미국은행의 부실자산이 아무리 많아도 1조 5천억 달러를 넘지 말아야 한다.
진실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실자산과 이자의 속성상 시간이 지나고 또 방치될수록 불 끄는 비용이 불어나고 부실채권의 가격형성과 매각유통이 어려워지는 속성이 있다. 올해 실물경기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 한 지금 금융권에서 나간 정상여신이 1년 후 모두 그대로 ‘정상’으로 온전히 남아 있을 것이란 계산은 너무나 지나친 낙관이다.
한편 미국 금융회사들의 민간주택담보부 증권(RMBS)이나 커머셜 MBS에 대한 매입작업(Legacy Securities Program)도 계획보다 쉽지 않은 이유는 대상이 되는 MBS의 1/4이 이미 신용 강등된 상태고 앞으로도 추가 강등될 채권이 늘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부실규모가 확정적이고 감당 가능하다면 굳이 민간투자가에 엄청난 레버리지 혜택을 부여하고 납세자에게는 불리한 민관투자펀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금융정상화에 너무 많은 조건들 필요
미국의 새로운 금융부실 정리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자동차회사들의 해법이 드러나는 4월 이후가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에 또 다른 분기점이 될 듯하다. 민관합동펀드의 부실채권 매입이 진행되는 앞으로 수 분기 동안 미국과 글로벌 실물경제가 ‘안녕’하기를 빌 뿐이다.
앞으로도 이 긴 터널을 다 빠져 나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터널 안에서 미국이라는 기관차가 멈춰 서지 않으려면 너무나 많은 조건들이 뒤 따라야 한다. 각국의 과감한 경기부양책 집행, 인플레가 표면으로 지나치게 떠오르지 않을 것, 달러화의 안정, 금리안정, 글로벌 정책의 지속적인 협조, 말뿐이 아닌 진짜 보호무역 자제, 금융 부실부문에 대한 정직한 상각, 거대 부실기업의 체계적 파산, 각국 의회의 경기부양 및 금융부실 정리 프로그램 승인, 동유럽 등 외환 부족국의 경제안정 등등… 이런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세계경제가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올 수 있다. 앞으로 모든 게 다 잘 되기를 바라고 있지만 마음을 조리 지 않을 수가 없다.
경기만 빼고 인플레조건 모두 충족: 유동성에 의한 위험한 인플레 게임
최근 1년간 급속한 통화팽창으로 지금은 경기회복만 빼고 인플레를 향한 모든 조건들이 다 충족되어 있다. 투기적 유동성이든 아니면 미세한 경기회복에 의존한 신념투자에 의해서든 자산가격(주가, 집값, 상품가격)은 오를 수 있다. 이때 사람들은 자산가격 상승을 경기회복의 증거로 굳게 믿어버릴 수도 있다. 초기 인플레는 디플레 공포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이완제가 된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자산가격이 오르고 인플레가 앞질러 올 수 있는 이유다.
하지만 지금 인플레에 민감한 글로벌 생산함수는 바뀐 게 없다. 만일 실물경기와 연관이 적은 인플레라면 곧 실질소득을 훼손시켜 경기를 끌어내릴 것이다. 유동성에 의한 위험한 인플레 게임이 어떻게 전개될지 두렵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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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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