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서안평의 위치에 대한 질문입니다. 일단 서안평의 위치가 공식적으로 현 랴오닝성 단둥시로 판명나 있는 건 알고 있지만, 곰곰히 생각하다보니 좀 의혹(?)이 들더군요.
동천왕이 서안평을 공격하고 난 뒤(242년의 일입니다) 고구려가 위나라에게 발려서 왕이 옥저 지역까지 도망치죠.
근데 그 이전에 오나라와 고구려가 사신을 주고 받습니다.
(사정을 굳이 적어보자면, 원래는 233년 3월, 오나라의 손권은 요동의 공손씨와 제휴해서 위를 협공하려는 목적으로 요동지역에 사신을 파견했는데 공손씨에게 위나라의 압박이 들어와서 오히려 오의 사신이 죽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오나라 사신들 중 일부가 도망쳐 산을 헤매다가 이웃한 고구려로 들어와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고구려-오의 외교관계가 수립되었다는군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고구려가 같은 해 8월 오나라 사신의 귀국을 도와주면서 이러저러한 물자를 함께 보냈다는 거죠. 즉 고구려의 배가-물론 그래봤자 연안항해였겠지만 여하튼-발해만을 빠져나가 동중국해에 닿았다는 겁니다. 3년 뒤의 236년에는 오가 고구려에게 사신을 보냈는데 역시 위의 압박이 들어와서 동천왕은 오의 사신을 죽여서 위에 보냈죠. 두 나라가 딱 한차례씩 사신을 주고받은 셈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비정대로면, 233년이건 236년이건 당시 고구려는 황해나 동중국해는 고사하고 발해만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아시겠지만 지도의 검은 점이 서안평입니다(요동군,낙랑군,대방군은 모두 공손씨의 관할 하에 있는 걸로 되어있죠). 남만주 일대와 한반도 서북부의 해안 지역은 중국 군현에 의해 완전히 가로막혀 있습니다. 이래서는 사신 귀국은 고사하고 어업도 불가능해보입니다. 차라리 동천왕이 서안평을 공격한 시점이 오와 수교하기 이전, 즉 233년 이전의 일이라면 '서안평 공격해서 황해로 빠지는 길을 뚫었고, 그 길 따라서 오나라 사신 바래다주었다'라고 생각하면 되니까 깔끔할텐데 정작 서안평 공격은 242년으로, 233년 이후의 일이라는 게 문젭니다. 뭔가 아퀴가 좀 안 맞지 않나요? 굳이 무리하게 생각해 본다면, 고구려 입장에서 이미 위나라에게 한 차례 압박 들어온 공손씨에게 항로 좀 빌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고 낙랑군에게 위탁(...)했을리는 만부당한 일이죠.
그렇다면 서안평이 있는 압록강 연안과 청천강 사이의 해안지역에 고구려가 진출해 있었을까요?(확인할 방도가 없어서 이 부분은 아닐 거라고 확언을 못하겠습니다만;) 하지만 무조건 해안지대라고 항구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더군다나 방파제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고대에는 항구 건설을 위해서는 풍랑을 피할 수 있는 깊은 만을 필요로 할 텐데 이 사이 지역에는 그런 공간이 없습니다. 혹은 서안평 공략 이전에 고구려가 어딘가를 공략해서 해로를 확보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런 의심스런 냄새도 나지 않는데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건 너무 편리대로인 것 같고, 애초에 이 질문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므로 패스해야 될 거 같네요(그리고 항구라는 시설 자체가 아무렇게나 짧은 시간 안에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요? 난징까지 갈 수 있는 수준의 배가 드나들 수 있는 항구라면 크고, 나름 오래되었겠죠.).
여하튼 그렇습니다. 당시 요동반도의 완전 제패가 요원하게 여겨지던 고구려의 입장에서 보자면 항구로 그나마 가장 적합한 현 단둥 일대에는 현재 서안평이 비정되어 있는데, 이대로라면 고구려가 바다 건너 멀리 떨어진 오와 교류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서안평을 어디 요동군의 다른 지역에 비정하지 않는 한 말이죠(제 지식이 짧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요ㅎ;). 그렇다고 환 모분들처럼 '거란의 상경 임황부가 서안평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은 건 아닙니다. 요동군 소속이니 요하 이동지역 어딘가에 있었을텐데 최소한 단둥은 아닐 거 같다는 말이죠. 즉 질문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현재로서 서안평이 단둥 이외 다른 지역(상경 임황부 제외)의 어디일 것이라는 학설이 존재하나요? 만약 없다면 그것은 서안평=단둥이라는 공식이 거의 확신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사료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정도 되겠군요. 관심있는 분들의 많은 답변 기대합니다
첫댓글 1730번 글 보시면 도움되실 듯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