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하나의 존재
“성불할 수 없다니? 그거 나쁜 거야 카나?”
듣고 있던 카이리가 눈살을 찌푸리며 카나에게 물었다.
“아냐 카이리. 나쁜 거 아냐. 그만 가야지. 배고프지 않아?”
“하지만 카나가…….”
“정말이야. 괜찮아. 카이리를 지키라고 명령 받은 자라면 그만 카이리를 데려가지 그래?”
제니에게로 시선을 옮긴 카나는 카이리한테 말할 때와 달리 목소리가 냉정했다.
“잠깐. 난 카이리에게도 물을 게 있어.”
“응? 나?”
“그래. 너의 이름은 카이리 아벨런이라고 했지?”
“아…….”
“아벨런이란 성을 가진 자는 카인. 그는-”
“그래. 카이리는 휴머스트야.”
제니의 말을 끊고 카나가 대답하였다.
“역시…….”
“이 일은 다른 기사들에게는 알리지 말아라. 알아봤자 득될 것도 없고. 그리고 애초에 카이리가 휴머스트라고 달라질 건 있나?”
“알아봤자 해가 되는 것도 없지. 그리고 달라질 게 없으니까 말해도 되는 거 아냐?”
“너 정말 마음에 안 드는 군.”
“나도 그 쪽이 그렇게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냐.”
“뭐. 그럼 말하던지.”
“아니. 난 카이리에게 맡기겠어. 자신의 과거는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
“제니…….”
“그럼 그만 가자 카이리.”
“응. 가자!”
“그런데 당신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나요?”
카이리와 제니가 사라지자 바람의 정령이 카나에게 말을 걸었다.
“모른다니?”
“아뇨. 아닙니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거군요……. 아니 할 수 없었던 거군요…….”
“그?”
“아닙니다 카나 님. 그런데 카이리라는 저 아이가 당신과 같은 존재이란 건 저 아이는…….”
“그래. 저 아이가 이 전쟁에서 메이지스트와 인간을 구할 예언자…….”
“그럼 저 아이도…….”
“그건 아직 몰라!”
“…….”
“난 그렇게 만들지 않겠어.”
“카나 님…….”
“돌아왔어!”
카이리의 외침에 제프가 캠프에서 나와 둘을 마중하였다.
“알렉스와 세라는?”
“알렉스는 수행 중. 세라는…….”
“세라는?”
“그게…….”
“왜? 무슨 일 있었어?”
제프는 자초지종을 카이리와 제니에게 설명하였다.
“제프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
카이리는 제프를 꾸중했다.
“민감한 부분이었나 보군.”
반면 제니는 여전히 냉정함을 유지했다.
“난…….”
“제프 너 세라랑 알렉스와 소꿉 친구 아니었어?”
카이리의 물음에 제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 둘이 소꿉 친구야. 어렸을부터 같이 지냈다고 들었어. 내가 둘은 만난 건 천국 기사단을 뽑는 시험장에 가는 도중. 목적지가 같아 같이 가다가 친해진 거야.”
“알렉스는 어디 있어? 알렉스에게 세라를 데리러 오라고 하는 게 제일 나을 거야.”
제프는 시냇가 쪽을 가리켰고 카이리는 서둘러 제프가 가리킨 쪽으로 향했다.
“실수였잖아. 신경쓰지마.”
“고마워 제니……. 하지만…….”
“넌 내가 루시아나에 대해 민감하다는 걸 알았어. 그래서 신경 써 줬잖아? 만약 너가 세라가 그런 부분에 대해 민감하다는 걸 알았다면 똑같이 신경 써 줬을 거야. 안 그래?”
“제니…….”
“그러니까 너무 기죽지 마.”
“고마워.”
“뭘. 됐어.”
제프는 제니의 말에 애써 웃어 보였지만 자신이 과연 세라에 대해서도 그렇게 신경을 써 줬을 지 의문이 들었다. 자꾸 아니였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알렉스!”
“카이리?”
“큰일 났어!”
“왜 그래?”
다급한 목소리로 카이리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하였지만 처음엔 당황하던 알렉스는 차츰 냉정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아.”
“괜찮다니! 상처를 받은 게 분명해! 세라가 방해를 된다는 건 말도 안 돼! 오히려 방해 되는 건 난데…….”
“너도 아냐!”
“하지만 난 보호만 받잖아!”
“센트럴에서 세라를 구한 것도 리카의 마음을 연 것도 제니에게 믿음을 준 것도 너야. 방해되지 않아.”
“알렉스…….”
“세라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오늘 좀 신경이 곤두선 것 뿐이야. 좀 기다리면 되돌아 올거야.”
“알렉스 그래도!”
“난 수련해야 돼. 넌 가서 점심이나 먹어.”
“알렉스!”
“가.”
알렉스의 무심한 태도에 카이리는 화가 났다.
“됐어! 내가 세라를 찾을 거니까! 알렉스 바보!”
결국 카이리는 알렉스에게 화를 내고는 세라를 찾으러 갔다.
“방해라……. 세라가 그랬을 만도 하군…….”
알렉스는 혼자 중얼거리더니 다시 수행에 집중하였다.
“알렉스 바보!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자기를 그렇게 좋아해 주는데…….”
‘아렌……. 내가 널 떠나는 것도……. 내가 원하기 때문이야.’
‘안 돼요! 놔줘요! 원장님이……. 아렌이!’
“알렉스 바보……. 나중에서야……. 잃은 후에야 후회해 봤자 소용이 없단 말이야…….”
카이리는 아렌의 생각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아 정말……. 이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카이리는 그 때 어째서 더 아렌에게 상냥하게 대해주지 않은 건지 또다시 후회가 됐다.
“카이리?”
그 때 세라가 먼저 카이리를 발견하였다.
“아. 세라. 찾고 있었어!”
“너 울었어?”
“아. 아니…….”
“울었네 뭘!”
“아냐. 아무것도…….”
“길 잃었던 거야?”
“진지하게 말하지 마.”
“난 진지한데?”
“세라!”
“풋. 미안. 다시 기운 차려서 다행이네.”
“아.”
순간 카이리는 자신과 세라의 역할이 뒤바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미안 세라.”
“응? 왜?”
“나 세라를 위로해 주려고 온 거였는데……. 내가 위로를 받다니…….”
“에? 잠깐. 날 위로하다니 왜?”
“아니. 제프가 너가 상처 받은 것 같다고…….”
“뭐? 아냐.”
“그치만!”
“풋. 아냐 카이리. 그냥 오늘은 좀 감정적이어서 그래.”
“저기 세라는 전혀 방해가 아냐! 그러니까!”
“고마워.”
“세라…….”
“난 정말 괜찮아. 너야 말로 괜찮은 거야? 왜 울고 있었어?”
“응……. 아냐. 눈에 뭐가 들어갔어.”
“거짓말.”
“진짜야~ 빨리 가자 세라. 나 배고파.”
“점심도 안 먹고 찾으러 온 거야?”
“당연하지! 밥은 같이 먹어야 맛있는 걸?”
“그래……. 고마워 카이리……. 정말로…….”
“당연한 걸 가지고 뭘!”
“응! 빨리 가자!”
카이리는 모르는 듯 했지만 카이리의 말이 세라에게 힘을 주었고 덕분에 세라는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세라는 웃으며 카이리와 함께 캠프장으로 돌아갔다.
“거봐. 돌아 왔잖아?”
“그- 그야! 알렉스 말이 맞기는 맞았지만! 그래도 세라에게는 사과해! 나도 알렉스한테 사과할 테니까.”
“넌 왜?”
“화 냈잖아…….”
“쿡. 그런 거 일일이 사과 안 해도 돼. 내 잘못이었으니까.”
“그래도 미안! 됐지? 그러니까 알렉스도 얼른 세라한테 사과해!”
“됐어 카이리. 알렉스. 그럴 필요 없어.”
세라가 말렸지만 카이리는 사과할 때까지 밥이 없다며 둘을 내쫓았다.
“나까지 왜…….”
세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알렉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 결국 입을 열었다.
“미안. 내가 어른스럽지 못했어.”
“그러니까 뭐 때문에?”
“요즘 너한테 좀 차가웠던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그리고?”
“음……. 아냐. 그럼 밥 먹으러 갈까?”
“응? 그래.”
세라는 망설이다 평소처럼 알렉스에게 달라붙었다. 그리고 이번에 알렉스가 자신을 밀쳐낸 것에 대해선 정말 고마웠다. 평소처럼 대해준 것에 대해서.
“저기. 모두들…….”
밥을 다 먹은 일행을 카이리가 할 말이 있다며 불러 모았다. 마음을 가다듬은 후 카이리는 다시 입을 열었다.
“미안. 내 성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야. 내 이름은 카이리……. 아벨런이야…….”
“아벨런? 아벨런이라면……. 카인 아벨런의?”
예상대로 셋은 금방 카인 아벨런을 떠올렸다.
“하하. 우리 아빠가 그렇게 유명한가?”
“유명한 정도가 아니지! 카인 아벨런은 그야 말로 전설이잖아? 그런데 그는……. 인간과 결혼해서…….”
“응. 난 휴머스트야.”
제프의 말에 카이리는 선뜻 대답하였고 말은 마친 후 어느새 자신이 눈을 감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맞을 게 두려워서였다.
“그래? 하지만 카이리는 카이리잖아."
하지만 카이리의 예상과 달리 셋은 카이리가 휴머스트라는 사실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듯 했다. 카이리는 그런 기사들에게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카이리? 어쩌지? 나 울려 버린 것 같아!”
당황하는 제프를 세라는 시원하게 싸대기를 때리고 카이리에게 가 카이리를 안아 주었다.
“왜 때려 세라!”
“눈치 없어서 때렸다!”
“뭐? 내가 뭘 잘못 했는데?”
“나에게 한 말 벌써 잊은 거야?”
“윽!”
“너가 뭐라고 했지? 응?”
“으……. 미안! 이번만 봐주지!”
빨갛게 부어 오른 뺨을 어루만지며 제프가 투덜거렸다. 그 모습에 카이리는 울다 말고 웃음을 지었다.
“카이리 울다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
제프가 엉덩이를 가리키며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풋! 그게 뭐야!”
카이리에게 있어서 자신을 카인의 딸 휴머스트가 아닌 카이리란 하나의 존재로 봐주었단 건 너무나 큰 의미가 있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옆에 있는 기사들이 너무나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얘들아! 너무 좋아!"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꾸벅
사실 제가 여행을 가게 돼서요~~
죄송하지만 당분간 연재를 못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복귀하겠습니다!!
읽어 주시는 분들 너무나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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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17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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