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승환을 알게된 것은 얼굴이 아니라 음반을 통해서였다. 그때가 1990년 겨울, 고등학교시절인데 기숙사에서 보내야만 했던 시절, 같은 방 룸메이트 친구녀석이 이승환 1집 테잎을 듣고 있어서, '좋은날'이란 노래를 처음으로 접하게되었다.
그런데 주말에 집에 가니 여동생이 역시 1집 테잎을 사 두었던 것이었으니... 그러나 사실 그때만 해도 별 관심이 없었고, 고등학교 3학년때인 1991년 가을에 2집 '너를 향한 마음'을 접하게 되었다.
노래는 참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별로..
1992년 대학 수련회때 강제로 시키는 신입생노래시간에
마땅히 부를 노래가 없었으나 이때 기억나는 노래가 한 곡
있었으니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이었다.
그리고, 그해 여름, 동아리에 들어가면서 신입회원 노래시간때 불렀던 곡이 '한사람을 위한 마음'이었다.
사실, 노래가 참 좋았지, 이승환에 대한 얼굴이나 사생활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이승환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었으니, 1993년 MBC 어느 쇼프로그램에서 아마 'The Show'투어
기간 중이었던 걸로 기억나는데, 라이브로 '꿈꾸는 소년',
'프란다스의 개','한사람을 위한마음'을 부르는 것을 보고
뻑 가버렸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음반과 라이브가 너무나 판이한 가수들이 많아서 다 녹음기계덕에 좋은 목소리가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관념을 송두리째 깨버린 가수가 나타났으니 그가 바로 이승환이었다.
그리고, 난 이승환의 음악을 정말 좋아하게 되었고,
방송출연을 잘 하지 않는 관계로 어쩌다가 그가 출연한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녹화해두거나 반드시 방송으로 그를 만났다.
악보를 모아두던 때도 그즈음이었다.
기타를 당시엔 치지 못했지만, 언젠가 배우게 되면 꼭 연주하겠노라고 마음먹고 세월이 지나면 구하기 어려울까봐 좋은 노래의 악보를 구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그의 모든 음반, 하다못해 객원으로 참가한 음반까지 대부분 구해서 듣고 따라 부르고, 또 기타로 연주하면서 어느 연말에는 음악친구들과 작은 우리만의 음악회를 갖기도 했다.
이승환의 인간적인 면에 대해선 요즘에 약간 배신감을 느끼고 실망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와 함께 하는 음악인들의 음악역시 나의 취향과 맞았고, 그의 가사말이 참 마음에 와닿아서 적지않은 위안을 받았다.
그러나, 알게모르게 나의 음악은 그의 강력한 영향으로 고착화되어버리는 부작용을 낳았으니...
개방적이고 유연한 음악적 감성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항상 좋아하던 음악인의 음반만 구입하고 변함없는 지지를 보내는 그런 타입이 되어버렸다.
예를 들자면, 정석원, 유영석, 오태호, 김동률, 일기예보,
유희열, 신해철, 강수지 등.... 그리고 최근에 부쩍 좋아하게된 박정현....
음악을 접하고 그로 인해 위안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 것은 정말 소중한 것 같다.
듣는 것은 물론 직접 음악을 한다는 것은 더 즐겁겠지..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들이 정말 부럽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꼭 배우고 싶었는데...
난,이승환의 편이 아니라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팬일뿐이다. 그렇기때문에 광적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 일희일비하는 그런 모습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그에겐 그의 생활이 있고, 가수이기 전에 한사람의 인간이니까....우리가 너무 그를 우리의 상상과 기대의 틀에 가두는건 아닌지.... 인간으로서의 이승환에 대해선 뭐라고 말을 못하겠지만, 아뭏든 예전에 비해 너무나 많이 변한 것 같다.
좋은의미인지 나쁜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난 예전의 그의 모습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내가 이승환을 인간적으로 좋아하지 않더라도, 난 그의 음악을 이제껏 사랑해왔으며 앞으로도 그의 음악을 지켜보고,늘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는20대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음악인이므로...
지금 누군가가 이승환의 어떤 노래든지 제목만 말하면 바로 부를 수 있을만큼 난 그의 음악에 구속되어버렸다....
(내가 무슨 말을 이렇게 많이 한걸까?
수정없이 바로 써서 올리는 글이니까 이해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