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zh-hiZwlVak?si=RY3gEvQ8woI1l2J9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가로서 뿐만 아니라, 교수이며 고전 악보의 편찬자로 또 모짜르트 연주가이며 바이올린 교과서의 뛰어난 저자로서도 유명한 헝가리의 칼 훌레쉬 (Karl Flech 1873-1944)는 "어떤 예술가의 예술을 이해함에 있어서 매스터 키를 제공하는 것은 언제나 그 예술가의 성격이다."라고 확인했지만, 티보의 경우 그러한 성격은 타고난 것이었다. 그는 프랑스인이며 인생을 사랑하고 여인을 사랑했다. 그의 연주에서는 "관능적 쾌락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흐르고 그 세련미에는 한층 더 매력을 더해주는 부정의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 " (M. 캠벨 "위대한 바이올린 연주자들").
그러나 티보는 야비하다든가 감정 표현이 지나치다는 따위의 비난을 들은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그의 연주는 언제나 남성적 매력으로 넘치고 있었다. 티보 특유의 애무하는듯한 느낌의 선율은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속삭이는 것만 같다고 하는 의견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었다. 바이올린 연주에 그가 끼친 영향은 표정 있는 음이나 지속음의 평탄한 인토네이션의 수준을 향상시킨 것이 있다. 그의 바이올린은 섬세하고 우아한 음색에 특색이 있었다. 그 꺼져들어가는 듯한 미묘한 음 속에는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개성적인 빛이 깃들어있었다. 에스프리로 가득찬 세련된 스타일을 지니면서도 그저 멋진 연주라고 말해 버릴 수만은 없는 기품이 넘치며 가눌길 없는 야릇한 매력이 있었다. 그 우아하고 관능적인 음색의 아름다움 때문에 수많은 음악 애호가가 지금도 그의 레코드에 귀기울이며 황홀경에 빠지는 것이다.
티보는 1880년 9월 27일,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뒤, 13세에 파리 음악원에 입학했다. 마르탱 마르쉬크로부터 철저한 바이올린 주법을 배워 1896년에 1등상을 받고 졸업했지만, 생활이 곧 궁하여 한때 카훼 루쥐의 전속 악사로 일을 해야만 했다. 그 카훼에서 지휘자인 에두아르 콜론느에게 발탁되어 콜론느 관현악단의 바이올린 주자로 있다가, 이윽고 솔로이스트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 1901년에 베를린에서 데뷔하고, 이어 1903년에는미국 무대에 화려하게 등단했다.
1905년에 코르토 (Alfred Cortot,1877-1962)와 2중주를 하게 되고 이어 카잘스 (Pablo Casals,1876-1973)까지 합세하여 3중주단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이것이 음악사에 길이 빛날 카잘스 3중주단 (Casals Trio)으로서 1920년대 후반부터 실내악 연주의 빛나는 금자탑을 이룩하게 된다. 이 3중주단의 역사적 명연주는 모두 EMI에서 LP 및 CD로 복각되어 언제든지 들을 수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티보는 반 나치 운동에 가담하여 독일에서의 연주를 거부했다. 1943년 유명한 롱-티보 국제 콩쿠르를 창시하여 세계의 유능한 연주자들의 등용문을 만들기도 했던 그는 1953년, 일본으로 향하는 연주 여행 도중 알프스 상공에서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때 그의 나이 72세였다. 당시 추락한 비행기에는 생존자란 하나도 없었다.
1927년부터는 코르토와의 2중주곡 녹음이 시작되었다. 그 첫 레코드가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이었다. 이 연주는 그지없이 화려하고 청초한 에스프리가 넘치는 연주로서, 지금 들어도 청춘의 싱싱한 노래로 넘쳐 흐름을 가슴 뜨겁게 느낄 수 있다. 2년 후에 이들이 녹음한 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역시 후세에 길이 남을 향기 짙은 명연주이다. 그 후 1932년에는 코르토, 카잘스와 함께 결성한 3중주단의 제1작,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곡" 제1번이 파리에서 녹음되었다. 절정기의 세 거장이 천의무봉이라고 해야할 당당한 명연기를 펼쳐 주고 있다. 카잘스 3중주단은 이어 멘델스존과 슈만의 "피아노 3중주곡",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단" (대공)과 "카카두 변주곡", 하이든의 "피아노 3중주곡" 등을 계속 녹음했다.
1929년에 이르러 티보 특유의 개성이 가장 돋보이는 주옥 같은 바이올린 소품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의 원숙기의 명연주가 이 한 장의 "자크 티보 리사이틀"에 고스란히 수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열연이며 음질도 나무랄 데가 없는 걸작이 비탈리의 "샤콘느" (1936년 녹음)이다. 티보의 그 오묘한 아름다운 음색, 기교를 초월한 품격, 영감을 가슴에서 전해 주는 높은 경지는 당대의 크라이슬러도 미치지 못한 고고함을 지닌다.
그리고 코르토 반주에 의한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와 "음유시인" (전주곡 제1권, 제12번)을 비롯하여 생-생스의 "하바네라", 마리쉬크의 "스케르짠도" (1933년 재녹음)같은 걸작이 있다. 그 밖의 수록곡을 좀더 살펴보면, 포레의 "자장가", 라벨의 "하바네라", 베라치니의 "소나타", 활랴의 "무곡", 그라나도스의 "스페인 무고", 바하의 "가보트", 알베니스의 "말라게냐", "탱고" 등 티보의 종횡무진의 신기를 엿볼 수 있는 명작들이 눈부시게 깔려 있다.
https://youtu.be/of7if4v8qjc?si=TsRfu7Xi-IitRvZE
글출처: 하늘바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