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축구선수서 보험업계 전설 된 마크 터커 AIA 생명보험그룹 CEO 구제금융 갚으려 매각하기보다 홍콩증시 사상최대 IPO로 대박 AIA 독립 선택한 건 `신의 한수`
축구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11명의 선수가 한팀이 돼 7000㎡가 넘는 경기장을 누비며 서로의 골문을 겨냥하는 축구 경기는 전 세계인의 가슴을 뛰게 한다. 이런 축구에는 특이한 점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완장을 찬 주장, 캡틴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주장 완장을 차고 캡틴으로 활약하는 선수의 의미는 남다르다. 11명이라는 적지 않은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이지 않게 진두지휘하고, 최상의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어떤 부분에 집중할지 정확히 파악해 때로는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것도 캡틴의 역할이다. 90분간 경기에서 캡틴의 집중력과 판단력은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보험업계에서 전설적 인물로 불리는 마크 터커 AIA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축구의 예술`을 경영에 비유하는 걸 좋아한다. 그 스스로 영국 3부 리그에서 뛴 경험까지 있는 프로 축구선수 출신이기 때문이다. 최근 매일경제 MBA팀과 중구 수하동에 위치한 AIA타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축구의 미학을 강조했다. 터커 CEO는 기업의 리더와 축구의 캡틴이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터커 CEO는 이를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AIG그룹이 미국 정부에서 받은 구제금융 상환을 위해 아시아 자회사인 AIA를 매각하려고 했을 때 AIA의 새로운 `캡틴`으로 임명된 터커 CEO는 반대했다. 100년 가까이 아시아 시장에만 집중해 영업을 해온 AIA가 PCA(터커 CEO 본인이 20년 넘게 몸담아온 곳)에 매각되는 것이 마뜩잖았다. 그는 캡틴으로서 무엇이 가장 회사에 도움이 될지 빠르게 판단했다. 머뭇거릴 여유는 없었다. 그는 "AIA는 아시아를 중심에 두고 아시아 전문회사로서 더 커나가야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그의 리더십 아래 AIA는 아시아의 중심 격인 홍콩 증시에 상장됐고, 당시 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라는 성과를 냈다. 수많은 수근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축구에서 캡틴이 그렇듯 일단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주저없이 밀고 나갔다. 반대하는 사람들까지도 끌어안아 하나의 `원 팀(One Team)`을 만들었다. 다음은 그와의 자세한 인터뷰 내용이다.
-이미 4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직도 AIA의 홍콩 증시 사상 최대 규모 IPO 성사와 그 이후 성장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AIA는 AIG그룹 산하에 있던 아시아 전문 생명보험사지만 그 역사는 100년에 가깝다. 아시아에서 성장했고 아시아에서만 영업을 해온 아주 독특한 회사다. 아시아 특화, 아시아 전문 생명보험사인 것이다. AIG그룹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국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받았고, 이후 이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오자 AIG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매각해서 돈을 마련해야만 했다. AIG그룹에서 가장 우량했던 AIA 매각이 유력하게 나온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다른 그룹에 파는 대신 AIA는 `독립적` 행보를 택했다.
▶그것이 훨씬 더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IPO는 분명 엄청난 도전이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약속과 믿음이라는 무형의 가치를 파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회사에 매각되는 것보다는 자체적인 이름을 유지하며 아시아 전문 생명보험사로 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결심하고 나니 일을 처리하는 것은 훨씬 더 쉬웠다. 수많은 불안감이 있었지만 명확한 방향성을 갖게 되자 모든 것이 좋아졌다. 또 예상대로 AIA가 남의 회사 산하가 아닌 독립적인 회사가 되면서 조직원들의 마인드도 바뀌었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결국 장기적인 시각으로 내린 결정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막대한 자금 외에 IPO를 통해 얻은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면서 그 누구의 무엇도 아닌 AIA라는 독립적 회사로 나아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IPO를 통해 AIA는 새롭게 다시 태어난 것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아시아 전문 생명보험사가 아니라 아시아의 심장과 같은 홍콩에 본사를 둔 아시아 전문 생명보험사 AIA가 된 것이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자신감도 많이 상실했고, 방어적인 자세로 영업에 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IPO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현금 흐름이나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상 모든 수치가 좋아졌고 투명성도 한층 강화됐다. 직원들 모두 100년 가까이 아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해오며 키운 이 회사를 지키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나를 비롯한 임원진은 이 같은 직원들의 기대와 마음에 부응하기 위해 이 지역에 계속해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만 최소 연간 60억~70억달러 정도를 재투자하고 있으며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하지만 IPO 이후에 많은 것이 바뀌면서 조직 구조를 다잡고, 이끌어나가는 작업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의 모토인 `Doing the Right Thing, in the Right Way, with the Right People(옳은 일을, 옳은 방식으로, 올바른 사람들과 한다)`를 실천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실현하는 것만이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자기계발이나 승진, 인센티브 제공 등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또 과거 뉴욕 AIG 본사에서 다소 중앙집권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던 의사결정과 비즈니스 모델을 아시아 전 지역으로 고루 분산시켰다. 지역 사장단에 훨씬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해줬고 더 많은 책임도 줬다.
-팀워크를 항상 가장 중요한 가치로 강조해왔다. 축구선수 시절 배운 것을 토대로 한 부분인가.
▶축구는 팀워크의 중요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AIA가 축구팀을 후원하는 마케팅 활동을 펼치는 것은 내가 축구선수 출신이어서가 아니라 축구는 아시아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중 하나며, AIA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스타 플레이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 팀이 모두 함께 움직여야 좋은 성과를 낸다는 것, 그 와중에서 캡틴이 중심을 잡고 올바르게 이끌어나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것, 룰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것, 노력하면 어느 정도 결과를 가져다준다는 것…. 이 모든 것은 축구가 가르쳐 준 것이다.
-아시아 문화와 아시아 시장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사실 CEO인 본인은 영국인이고, 아ㆍ태지역 총괄 사장 역시 스코틀랜드 출신이다. 짓궂은 질문 같지만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나 고든 왓슨 총괄사장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아시아에서 보냈다. 사실 영국보다 어쩌면 아시아가 더 우리 고향 같은 느낌이다. 이런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시아라는 시장을 `동양 문화권` 하나로 묶어서 보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에서 반평생을 보낸 우리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아시아는 결코 하나의 동질적 성격을 지닌 시장으로 묶일 수 없다. 우리는 이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수십 년간 경험과 역사가 그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줬다. 그래서 우리는 지역을 세분화하고 최대한 세밀하고 섬세하게 로컬라이징하려고 했다. 이것이 AIA의 가장 큰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리고 물론 나와 고든 왓슨 총괄사장은 `서양인`이고 댄 코스텔로 AIA 한국지사장도 그렇지만 그 외 지역은 사실 대부분 현지 직원 중 우수한 사람을 뽑아 채용 중이다.(코스텔로 사장은 특히 AIA 한국지사 직원 700명 중 외국인은 자신을 포함해 3명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 한국 시장 비중은 어떤가.
▶한국은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중국보다도 오히려 AIA 내부 비중이 더 컸다. 지금은 중국에 뒤처져 있지만 한국은 AIA에는 정말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 진출 28년째로 꾸준하고 성실하게 영업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또 한국의 생명보험시장 상황도 우리에게는 좋은 편이다. 한국은 가족의 사고ㆍ사망, 중대질병 발생 시 실제 필요 자금과 보험 가입금액에 큰 격차가 있는 불균형 상태에 있고, 이 불균형을 액수로 환산하면 3조달러가 넘는다. 우리가 아직도 파고들어갈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서울의 중심부에 땅을 사고, 빌딩을 지어 AIA타워를 열게 된 것 역시 한국의 잠재력을 믿기 때문이다.
■ WHO HE IS…
마크 터커(Mark Tucker)는 영국 출신으로 평생 보험업계에서 일했다. 1985년 영국 공인회계사(Chartered Accountant) 자격을 취득한 후 1986년 PCA생명그룹에 입사해 23년간 몸담았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는 PCA생명그룹 최고경영자를 지내기도 했다. 보험업계의 전설로 불리며 2010년 PCA의 가장 강력한 경쟁사인 AIA그룹의 CEO로 전격 발탁됐으며, 이후 지금까지 AIA를 이끌고 있다. 2012년부터는 골드만삭스의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