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인기가 있었던 미국 TV 프로그램 중에 <딱따구리>가 있습니다. 시작할 때 주인공인 딱따구리 우디 우드페커(Woody Woodpecker)가 등장하는데, 목청 높여 노래하고는 나무를 쪼아대지요.
“우헤헤헤, 우헤헤헤, 두르르르르륵~.”
애니메이션 <딱따구리>의 영향으로 딱따구리는 미국에서 사는 새며, “우헤헤헤” 소리로 울고, 나무를 쫄 때 “두르르르르륵” 소리가 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는 사실이 맞고 하나는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도 딱따구리가 삽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며 살아가는 딱따구리는 6종이 있습니다. 몸집이 작은 크기에서 큰 순서로 차례로 소개하면 쇠딱따구리, 아물쇠딱따구리, 오색딱따구리, 큰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까막딱따구리입니다. 울음소리는 “우헤헤헤”와는 거리가 멀며 종마다 소리가 달라 사실이 아닙니다. 딱따구리가 나무를 연속으로 쫄 때 “두르르르르륵” 소리가 나는 것은 맞습니다.
우리나라의 딱따구리 중 가장 작은 친구는 참새 크기의쇠딱따구리입니다. ‘쇠’는 ‘작다’는 뜻입니다. 아물쇠딱따구리는 쇠딱따구리와 비슷한데 살짝 큽니다. 아물은 중국의 ‘아무르’ 지역을 말합니다. 오색딱따구리는 다섯 가지 색을 지녔으며, 큰오색딱따구리는 오색딱따구리와 비슷한데 살짝 큽니다. 청딱따구리는 녹색이 많습니다. 일상에서 녹색을 ‘푸르다’라고 할 때가 많아 ‘청(靑)’이 이름에 붙었습니다. 까막딱따구리는 45㎝의 크기로 우리나라의 딱따구리 중 가장 큽니다.딱따구리의 세계에는 법칙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꼴이든 머리에 빨간색이 있으면 수컷, 없으면 암컷입니다. 법칙이라고 했습니다만 예외가 있습니다. 까막딱따구리는 암컷의 머리에도 빨간색이 있습니다. 분포는 다릅니다. 수컷은 머리 윗부분 전체가 붉고, 암컷은 뒷부분만 빨간색입니다. 아마 까막딱따구리 암컷은 “나는 까마귀가 아니오!”라고 표현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생명에 더 귀하거나 덜 귀한 것이 있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까막딱따구리는 멸종위기종이어서 조금 더 마음을 써야 합니다. 까막딱따구리의 주요 서식지는 경기 북부와 강원도 일부 지역입니다. 전수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년에 걸친 개인 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개체군 크기는 위태로운 수준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딱따구리는 6종이라 했습니다. 사실 한 종 더 있었습니다. 크낙새입니다. 까막딱따구리와 크기·모습이 거의 비슷하지만, 배가 흰색인 점이 다릅니다. 크낙새는 1989년에서 1990년 사이, 경기 포천 광릉숲에서 서식하던 마지막 한 쌍마저 사라진 이후로 35년이 지나도록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주지 못해 사라진 것입니다. 크낙새는 왜 멸종의 길로 내몰렸으며, 까막딱따구리는왜 급격히 줄고 있는지 그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대처하지 못하면 까막딱따구리마저 우리 땅의 크낙새가 걸었던 비운의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아, 이제 누구라도 더 잃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전원생활 2024년 12월호에서>
첫댓글 안타깝네요
멸종이라니....무섭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인류에게도 닥칠 수 있다)
저희집에도 있어서 그렇게 위기를 못 느꼈나봅니다
소리만 나고 모양은 못 봤습니다
만약 봤다해도 무슨 종인지는 모를듯요 😅
우리집 뒷산에서도 간혹 딱따구리 소리가 납니다.
저도 소리만 들었지 본 적은 없어요.
그래도 이런 도시에 딱따구리 소리라니 그것만으로도 귀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