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에 기찻길 마을이 있다. 하노이역에서 롱비엔역까지 운행하는 이 기차는 아침 6시와 저녁 7시에 기차가 지나간다. 하노이역 부근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기찻길 옆에 가정집과 카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서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 풍경을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 한가로운 분위기와 감성 가득한 여행의 즐거움을 체험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필수 답사처이다. 태국의 기찻길 마을이 있다. 방콕 근교에 매끌렁 기찻길은 하루에 4번(8시 30분, 11시 10분, 14시 30분, 17시 40분)만 운행하는 빨간 기차로 일반 집들이 아닌 시장을 관통하며 지나간다. 기찻길 바로 앞까지 물건들을 펼쳐놓고 장사를 하다가 기차가 들어오며 경적을 울리면 잠시 물건을 들여 놓았다가 기차가 지나간 뒤 다시 물건을 펴고 장사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기차가 지나갈 때 사진을 찍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곳이 태국 방콕 근교의 기찻길 마을이다. “피렌체로 가는 기차는 오후 3시에 떠납니다.”“ 이탈리아 영화에서 확성기를 통해 나오던 안내 방송과 같이 이국적인 맛이 물씬 풍기는 기찻길 마을이 우리나라에도 여러 곳에 있다. 그중 한 곳이 전라북도 군산시 경암동에 있는 경암동 철길 마을이다. 경암동은 원래 옥구군 북면 지역으로 1932년 10월 1일 경장리 일부를 경포리를 바꾸었다가 1946년 왜식동명 변경에 의해서 경암동이 되었다. 조선 시대 군산 지역에 열렸던 3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경장이 있었으니 지금은 열리지 않지만 경장의 주요 물류 통로로 사용되었던 경포천이 경장동을 흐르고 있다. 여러 차례 변천의 과정을 겪었던 경암 기찻길마을은 1944년에 준공한 페이퍼 코리아 공장과 군산역을 연결하는 총 연장 2.5㎞의 철로 주변의 마을의 철길을 일컫는 말이다. 1944년 일제 강점기 개설된 철도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 되었고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마을을 이루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치푹치푹 기차 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옛날도 오랜 옛날 불렀던 노래가 문득 떠오르는 경암동 기차마을은 공장에서 신문 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최초로 개설되었다. 이 경암동 철길은 해방이 되고도 계속 운행되었는데, 철도 이름이 여러 차례 변경되었다. 그 이유는 회사 주인이 바뀔 때마다 이름이 변경되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중반까지는 “북선 제지 철도”로 불렸고, 1970년대 초에는 “고려 제지 철도”로 불렸다. 그 뒤에는 “세대 제지선” 혹은 “세풍 철도”로 불리다가 세풍 그룹이 부도나면서 새로 인수한 업체 이름을 따서 “페이퍼 코리아선”으로 불리고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에 모여 사는 집은 오십여 채 정도 되지만 빈집이 더 많고, 살고 있는 가구는 열다섯 가구 남짓이며, 철도는 현재 운영되지 않고 있다. 이 마을의 건물은 대부분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에 건축된 것이 대부분이고, 벽면의 색깔은 대부분 푸른색, 자주색, 노란색 계열의 파스텔톤으로 칠해져 있다. 기찻길 골목 양편으로 건축물들이 나란히 서 있는데 오른편의 건물들은 2층 구조가 많고 왼편의 건물들은 주로 화장실이거나 창고로 사용된다. T.V.와 신문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한 경암동 철길 마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밤중에 기적을 울리는 기차를 타고 싶은 환상을 품고 있다.”라고 말한 ‘월리 넬슨’의 말처럼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색적인 관광을 목적으로 찾아오고 있다.
베트남이나 태국과 같이 지금이라도 다시 경암동 철길을 부활하여 운행한다면 군산의 또 다른 명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