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金顯承) - 가을이 오는 달
九月에 처음 만난 네게서는
나푸타링 냄새가 풍긴다.
비록 묵은 네 洋服이긴 하지만
철을 아는 너의 넥타인 이달의 하늘처럼
고웁다.
그리하여 九月은 가을의 첫 입술을
서늘한 이마에 받는 달.
그리고 생각하는 魂이 처음으로
네 六體 안에 들었을 때와 같이
상수리나무 아래에서
너의 눈은 지금 맑게 빛난다.
이 달엔
먼 水平線이
높은 하늘로 徐徐이 바꾸이고,
뜨거운 햇빛과
꽃들의 피와 살은
단단한 열매 속에 고요히 스며들 것이다.
九月에 사 드는 冊은 다 읽지 않는다.
앞으로 밤이 더욱 길어질 터이기에
앞으론 아득한 별들에게
가장 가까운 등불로
우리의 눈은 차츰 옮아올 것이다.
들려오는 먼 곳의 종소리들도
이제는 더 質問하지 않는다.
이제는 고개 숙여 대답할 때다.
네 무거운 영혼을 生命의 알멩이로 때려
얼얼한 슬픔을 더 깊이 울리게 할 것이다.
그리고 九月이 지나 우리의 마음들
갈가마귀처럼 공중에 떠도는 十月이 오면,
이윽고 여름의 거친 고슴도치는
산과 들에 누워
제 털을 호올로 뽑고 있는 것이다.
*김현승(金顯承, 1913. 4. 4~1975. 4. 11, 평안남도 평양 출생) 시인은 고등학교 교사, 교수, 시인으로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교육자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으며 커피를 유난히 좋아 하였습니다.
*시인은 일제치하에는 자연의 예찬을 통한 민족적이고 낭만적인 시를 짓다가 일제말기에는 한때 붓을 꺾기도 하였고, 광복 후에는 기독교적 신앙을 바탕으로 인간 내면세계를 추구하는 시를 지었으며, 말기에는 사랑과 고독 등 인간의 본질을 추구하는 시를 지었는데, 시인은 “눈물이 너무 흔해서 아무래도 천국엘 못 갈 것 같다”고 한 것처럼 고독과 슬픔과 눈물을 지독할 정도로 노래하였습니다.
*시인의 작품으로는 “가을의 기도” “절대 고독” “행복의 얼굴” “눈물” “불완전” “창” “플라타너스” “아버지의 마음” “가을” “견고한 고독” “파도” “내일” “양심의 금속성”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 “아침” “황혼” “새벽 교실” “동면” 등이 있습니다.
*위 시는 “김현승 시선”에 실려 있는 것을 올려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