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작가 ; 알프레드 뒤블린(1878-1957
초판 발행 ; 1929
1920년에 출판된 알프레트 되블린의 소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흔히 대도
시 소설로 불린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소설이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알렉산
더 광장을 중심으로 1920년대 본격적인 현대화에 접어들고 있는 대도시 베를린을
무대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소설의 주인공 프란츠 비버코프는 베를린에서 삶의 터
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 때 그가 마주하는 베를린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
적 풍경들 및 범죄와 사기가 난무하는 대도시의 그늘2)이 프란츠 비버코프의 개인적
삶과 연결되면서 소설의 일부를 이룬다.
이런 대도시의 환경과 상황은 현대적인 다양한 소설 기법들에 의해 부각된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몽타주 기법의 경우, 신문기사, 잡지광고, 일기예보, 과학적
설명이나 공문서의 내용이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 흐름에 끼워 넣어지고, 성서와 신
화 또는 그 당시 노래가사 등이 삽입되거나 인용되어 주인공의 생각을 분산시키고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을 방해한다. 또 다른 기법적 특징은 화자가 등장해서 다소
“교육적 역할”4)을 한다는 점이다. 화자는 소설의 각권이 시작할 때마다 해당 내용
의 의미와 결과를 설명하기도 하고, 본문의 흐름 중간 중간 끼어들기도 한다. “19세
기 리얼리즘 소설전통과 완전히 단절”5)한 이러한 새로운 방법들은 알프레드 되블
린을 “독일 문학의 새로운 시대”6)를 연 작가로 만들었다.
이제, 소설의 내용으로 주의를 돌려보자. 이 소설은 “석방되어 테겔감옥의 문 앞
에 vor dem Tor des Tegeler Gefägnisses” 서 있던 주인공이 베를린이라는
대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따라간다. 소설은 프란츠
비버코프가 익숙하게 길들어 있던 세계를 벗어나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
는 낯선,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나오는 것에서 시작하여, 대도시에서 “착실하게
anstädig”(11) 살아가기 위해 겪는 예기치 못한 사건들과 그로 인한 충격, 그리고
그것의 극복에 대해 다룬다. 익숙한 세계로부터 낯선 세계로, 그리고 거기에서의 모
험으로 요약될 수 있는 이러한 과정은 프란츠 비버코프의 이야기를 한 사람의 방황
과 모험의 이야기로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런 관점에서 알프레트 되블린의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을 영웅의 모험 이야기인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와 비교함으로써, 프란츠 비버코프의 이야기가 영웅의 모험 이야기 구조를 이루고 있음을 보이고자 한다. 이 때 비교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이 말한 바 있는 출발 - 성취(시련의 극복) - 귀환8)의 도식이 분석틀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프란츠 비비코프가 테겔 감옥을 떠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4년의 수감 생활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오는 그 순간부터… 보통이라면 새롭게 자유를 부여받는 그 순간을 즐겨야 함이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는 두려움부터 느낀다. 그 순간을 형벌로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앞으로 펼쳐질 그의 인생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그의 새로운 삶은 시작된다.
앞서 밝혔듯이, 프란츠 비버코프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알고 보면 그의 삶이 그리 복잡하지만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수감 생활을 끝내고 세상에 나온 한 남자가 겪게 되는 새로운 삶이라는 한 줄로 요약될 만큼 말이다. 사실 줄거리는, 각 권의 시작에 앞서서 이야기되는 것들과 각 장의 제목들을 통해서 쉽사리 예상할 수 있다. 단순한 줄거리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것은 그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이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1928년경 베를린의 모습들과 사회적 큰 혼란으로 인한 전환점을 앞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사람들 중 하나인 프란츠의 의식을 통해 생각해보는 인간 본성,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 등.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이런 거대한 흐름으로 작가인 ‘알프레트 되블린’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실들을 곳곳에서 찾는 재미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느 정도까지는 도덕적인 이야기로 보아도 무방하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교도소를 나온 주인공이 점잖은 시민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지만 헛되게 끝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전형적으로 순진한 사람이다. 작가(화자)는 짖궂게 그를 중심으로 범죄도 일으키고 유혹도 하면서 복잡한 배신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우리의 주인공 프란츠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 서투른 강도질을 하다가 한쪽 팔을 잃기도 한다. 포주가 되었고, 마침내 사랑에 빠진다. 그는 오래 동안 원수의 관계였던 라인홀트에게 배신을 당하여 살인범의 누명을 쓴다. 작가(되블린)가 그려내는 것은 노동자 계층이 모여사는 베를린 동부의 어두운 지하세계의 사람들을 잊을 수 없는 인물을 그려낸다. 그리고 그들의 삶의 패턴을 그려낸다.
이 소설은 도시의 문제를 다루었기 때문에 문제작이 되었고, 기억이 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소설의 전통적인 기법에서 벗어나서 다중화법으로 대도시의 담화를 풀어낸다.
이 작품은 신문에서 무작위로 뽑아서 기사, 인물, 광고 그리고 거리의 표지판을 소설에서 삽화 형식으로 서술했다. 그리고 대중가요의 가사, 성서와 고전에서 따온 인용문을 가지고 현대적 서사시로 창조하고자 했던 되블린의 욕망이 나타나 있다.
소설이나 연극에서 배경으로만 생각했던 배를린이, 베를린의 거리가 쇼의 중심스타가 되어서 나타난 것이다.
작가는 서문, 좌우명, 각 단락의 머리말과 표제어 등을 통해 주인공 비버코프의 줄거리를 이끌어나간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작가가 현실을 날카롭게 살피면서 대도시의 문제점을 지적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을 되블린이 자각한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가활동과 문학”(1929)에서 현실을 단순히 소설의 재료로 이용하지 않으려는 되블린의 생각을 관찰할 수 있으며, ‘예술은 자유롭지 않고 영향력이 있어야 한다.’ (1929) 에서 역시 되블린은 작가가 국가와 민족 그리고 계급의 구성원으로서 그의 견해는 다른 사람들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기적으로 소설보다 뒤늦게 발표된 되블린의 이론서들은 되블린이 작가의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며 베를린알렉산더 광장을 완성한 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보여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