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JTBC 손석희의 9시뉴스 4인토론을 보면서 새삼 확인한 것은 논객의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다. 이명박 정부의 후반기와 박근혜 정부 1년 내내 방송3사는 (정부의 압력 때문인지, 아니면 경영진의 과잉충성 때문인지)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려 정부에 불리한 여론 형성을 막기 위해 논객의 수준을 하향평준화시켰다.
JTBC 방송화면 캡처
논객의 수준은 방송3사의 시사토론 프로그램 시청률과 영향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심지어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이 결과를 가지고 경영진은 시사토론 프로그램들을 폐지하는 이유로 들었다. 방송3사 경영진은 시사토론 프로그램을 넘어 드라마와 예능 및 보도 영역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전 영역에 걸쳐 뛰어난 직원들의 이탈이란 도미노 현상을 불러왔다. 방송3사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렇게 방송3사 시사보도 프로그램과 드라마·예능·보도 프로그램은 끝없는 나락을 거듭했고, 어용방송이자 북한전문방송으로 특화된 종편의 등장과 함께 악순환은 정점에 이르렀다. tvN과 JTBC의 약진은 이런 배경 하에 이루어진 측면이 강하다. 불법·비리·부패 백화점이었던 이명박 정부가 아직까지 단죄되지 않고,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이 유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까지는 이명박근혜 정부의 일방적 승리였다. 반란(결코 혁명은 아니다)은 그들의 중심에서 일어났다. 종편의 일원이었던 JTBC가 보도부분 총괄사장으로 손석희를 영입하는 역발상을 들고 나왔다. 세간에서는 ‘제비 한 마리가 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평가와 함께 JTBC의 태생적 한계를 언급했지만 그 파장은 예상을 넘어섰다.
JTBC 방송화면 캡처
반란의 선두에 앵커로 복귀한 ‘손석희의 9시뉴스’가 자리했다. ‘내 시작은 비록 초래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그리고 마침내 2014년 1월1일, JTBC 손석희의 9시뉴스 4인토론이 전파를 탔다. 논객의 수준이 그 옛날의 ‘백분토론’을 연상시켰고, 토론의 수준도 그러했다. 4인 논객의 성향이 조금씩 달랐고, 자리하는 위치도 좌에서 우까지 그 정도가 조금씩 달랐다.
해서 유시민 전 장관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거의 다 해주었기 때문에, 철저히 필자 중심으로 논객의 순위를 매기는 유치한 짓을 하는 것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당연히 1위는 유시민이다. 그의 논리는 가장 정연했고 풍부했으며, 국정 경험의 연륜과 시민적 관점이 적절히 녹아들어 빈틈없는 말의 성찬을 이루었다.
정치가 말이라면 유시민이 이 시대가 원하는 진짜 정치인이다.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하지 않을 뿐이지, 인간의 공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정치라는 면에서 그는 최고의 논객이자 정치인이 분명하다. 인간은 성공이 아닌 실패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성공은 자신의 관점만 강화하지만, 실패는 자신의 관점을 약화시키고 타인의 관점을 반영한다. 오늘의 유시민이 그랬다.
JTBC 방송화면 캡처
2위는 이혜훈이다. 그는 새누리당의 최고의원이라는 지위가 주는 역할도 잘 수행했고, 합리적 보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늘 만큼은 유시민에 필적할 만큼의 내공을 보여줬다. 그는 유시민처럼 현실 정치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었는데, 그것이 그로 하여금 내적 성찰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토론을 보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3위는 노회찬이다. 그 역시 예전의 노회찬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 역시 편향된 사법부의 판결에 의해 직업 정치인으로서 치명타를 입은 경험이 있다. 아쉬운 점은 사법부 판결의 부당함 때문인지 실패에서 나올 수 있는 성찰의 깊이가 유시민이나 이혜훈보다는 조금 낮은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에 대한 정부의 강경대응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
4위는 전원책 자유경제원장이다. 심지어 그는 논리적으로도 퇴보했다. 솔직히 평가할 가치도 없는 말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극우에 가까운 그의 모습에서 신자유주의의 망령이 여전히 힘을 잃지 않았고, 박근혜 정부 들어 어느 정도까지 부활에 성공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멀쩡한 사람도 자본의 편에 서면 극도로 시야가 좁아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신자유주의(신고전주의) 경제학의 원조인 고전주의 경제학의 아버지인 아담 스미스마저 기업가들은 모이면 담합이나 기득권을 형성하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했겠는가? 신자유주의의 본산인 시카고학파마저 주류 경제학에서 퇴출돼, 이제는 과거의 유산으로 경제학의 공동묘지로 갔는데 전원책은 시체에 인공호흡 하는 무식함을 드러냈다. 꼴지로 선정된 것도 다행이다. 아예 등외로 할려고 했으니까.
바라건대, 오늘 같은 수준의 논객들이 시사토론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돌아왔으면 이보다 좋을 것이 없겠다. 그래야 시간을 내서 바보상자를 보는 최소한의 본전이라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들로 해서 방만경영의 대명사인 KBS의 시청료 인상은 어떠한 명분도 없다. MBC는 지상파 지위를 박탈해서 종편이나 케이블방송으로 돌려야 할 정도다. 공영성은 고사하고 지상파의 최소한의 품위조차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잠시 부활하는 것 같았던 SBS는? No Comment.........아니다, 한 마디만 하자. SBS만이 아니라 JTBC도 민영방송이다! |
출처: 늙은 도령의 세상 보기 원문보기 글쓴이: 늙은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