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먹던 것을 게워내야 할 듯한 징그러운 광경. 애석하게도 그의 복부가 절개되어있었다.
힘없이 축 늘어져 배 밖으로 징그럽게 삐져나온 내장.
마취가 강하게 되었는지 움직이지도 않고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어머, 일어났어?"
'누구..지?'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맑은 연두색 눈동자와 뽀얀 피부. 그리고 완벽한 3사이즈.
미소녀의 삼박자를 다 갖추었던 것이다.
거기에다 보너스로 노출도가 약 50%에 달하는 과감한 옷 까지.
한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면 묵직한 상자를 들고 오는 것이었다.
"고마워~ 내 연구의 첫번째 샘플이 되어 줘서."
'뭐야?!'
"오빠는 내 프로젝트 'Will'의 첫번째 피험자가 될 거야. 여기 온다는건 쉽지 않고 사람들도 여기 오기는 꺼려하는데, 오빠는 제 발로 들어왔더라구. 물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지만. 6백년 간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짆아? 정말 고마워. 이건 선물이야."
그러고서는 갑자기 쓰러진 미소년의 입술을 훔치는 것이 아닌가!
'뭐야?~! 이 왕창 까진 계집애는!!'
반(半)나체의 미소녀는 묵직해 보이는 주사기를 그대로 지환의 목에 꽂았다.
"다음에 오빠가 눈 뜨면 더 재밌는 거 해 줄께~♡"
'이 계집애.. 까져도 제대로 까진 애다..'
이리도 허무하게 일어나자마자 재워지는 지환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몇 시간이 흘렀는 지는 모른다.
꽤 오랫동안이라고 생각했다.
지환은 눈을 떴다.
흉한 꼴로 있던 복부는 이미 봉합 된지 오래인 듯 보였다.
마취가 풀린 듯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일수 있었고, 지환은 일어섰다. 예전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다.
다른 것이 하나 있다면 등이 좀 묵직하다 정도?
약간 낯선 느낌에 지환은 등을 돌아보았다.
"허억?!"
등에는 황금색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날개가 달려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쐐액!'
왠지 모르게 보호 본능이 무한 폭발을 일으킬 정도로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살기를 떡칠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키잉!'
누가 봐도 사람좀 꽤 베었나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뻘건 칼날을 가진 단검이 지환의 날갯죽지에 박히기 위해 날아왔으나, 스트레스를 다량 제조하는 소리(즉 예리한 쇠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단검이 산산조각 나버렸다.
"유후~성공이야♡" 사랑스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이였다.
"무슨..소리야?!" 팔자에도 없던 칼을 맞을 뻔 한 지환은 약간 쫄았었다.
"강도도 완벽해! 이제 남은 건 유연성과 반응속도, 그리고 비행속력 뿐이야."
'여보세요? 난 지금 죽을 줄 알고 엄청 쫄았거든요? 그런 걸 3번이나 더 해야 하나요? 앙?! 너 얼굴만 안 예뻤으면 지금쯤 여기 갈아 엎었어요!' 여느 남자들과 다를 것 없는 미소녀 추종자 지환이었다.
"어머, 그렇게 무서웠쪄요? 꺄핫♡"
이 소녀는 말꼬리에 하트 붙이는게 천성인가보다. 물론 얼굴 덕분에 누가 봐도 푹 빠져들 것이겠지만. 그것보다 어떻게 말 끝에 하트를 넣을 수가 있을까? 미소녀들에게만 가능한 어투인가보다 하고 넘어가자.
"그것보다.."
"응?"
"네 이름은 뭔데?"
"에?!.." 소녀는 극도로 당황한 얼굴을 지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울상을 짓기 시작했다. 지환은 극도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제발..'
그러나 운명의 여신은 지환의 편이 아니었다.
'훌쩍..훌쩍..' 미소녀들만의 고유 어빌리티 [삐치면 울기]가 발동 된 것이다.
"얘! 울지 마."
"오빠같은 미소년이 나같은 미소녀의 이름도 모르다니..훌쩍.."
지환은 어이가 없었다.
아무리 정신연령이 낮다지만 자기가 가르쳐주지도 않은 이름을 무슨 수로 안단 말인가.
더군다나 속마음이 아닌 컴퓨터 조차도 해킹할 실력이 없던 지환이었다.
"아.. 잊어버렸어. 알려줄래?"
"거짓말!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 흐에엥!.."
점점 소녀는 크게 울기 시작했고, 상황은 점점 더 지환이 나쁜 놈인 방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지환은 최후의 대책을 쓰기로 했다.
"뚝!"
'..!' 역시 효과가 만빵이었다.
"그럼 넌 내 이름 알아?"
"..몰라요.." 얼떨결에 존댓말을 써 버린 소녀였다.
"그럼 이번 기회에 서로 알려주기로 하자. 절대로 잊어버리기 없기다! 네 이름은 뭐지?"
"..루리엘 에델스타인이요.."
지환은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캐릭터를 생성 할 때는 이름은 자기가 짓지만 성은 무작위로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로이드 리스테니아-Lloyd Lystenia]
"난 로이드 리스테니아야. 앞으로 잘 해 보자구."
그러나 나중에 방금전에 했던 마지막 말을 취소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운명에 처할 로이드였다.
첫댓글 아. 게임판타지였군요! ..아닌가?ㅡ,.ㅡ;
열심이 쓰시길 바랄게요
재밌어요!!!담편기대하께요 ㅋㅋ
흥미진진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