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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내용의 계절적 배경, 시간적 배경은 픽션이며. 12월입니다.
금지구역 09. 그녀의 통화상대는 남자- 아니고 남.동.생.
붙잡는다니...나를..?
무슨말을 하고 싶은걸까, 외계어도 아닌 그의 말은 도저히 알아 들을 수 없었다.
“내 말, 일도 못 알아먹겠지.”
독심술...?
“쓰여있다고. 얼굴에.”
“웃기지마····.”
“그럼 무슨 뜻인지 아냐?”
아뇨..모르겠습니다...
“돌리고 돌려서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 제대로, 솔직히, 정확히 말하라는거야 지금.”
“그..래···.”
네가 누군지, 대체 뭐하는 녀석인지. 그게 정말 궁금해....
금지는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외쳤다.
순간의 정적.
“너.”
그 정적을 깨고.
“너 내가 제대로 말하면, 넌 숨도 못 쉴걸.”
“무슨 말이야? 대체.”
“내가. 너무 좋아서. 설레서.”
미친게 분명해······.
그게 아니면..
자아도취·······.?
“또-또, 표정 펴라.”
“그러니까...내가 널 왜····.”
“···알고 싶으면, 나한테 관심 좀 가지고.”
구혁은 말을 남기고 다시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아!”
금지는 무언가 생각 난 듯 구혁을 잡고 싶었지만, 이미 차안에 있는 그를 어찌 할 수 없었다.
몸이 좀처럼 그쪽으론 움직이질 않으니..
“씨이..”
결국 그의 앞에서 두팔을 쭈욱 뻗고 두 눈은 꽉 감았다.
기어를 넣고 악셀을 밟으려던 구혁의 그녀의 모습에 깜짝 놀라 재빨리 후진기어를 넣고 벌컥, 문을 열었다.
“미쳤어? 죽고 싶어 환장했냐고!”
그를 막을 생각 뿐이였던 금지는 구혁이 그렇게 화를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꼭.. 할 말이 있어서..”
“너 목숨 두 개야? 그래서 차에 달려들어? 그렇게 네 자신이 아깝지도 않아? 무섭지도 않은거냐고!”
왜, 왜이래...왜이렇게...
과잉반응...
“무서워. 무서웠는데...넌..”
“하····너 그 때처럼.”
“그 때...?”
그 때라니..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어...?”
“네 목숨 걸고 싶을 정도로,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뭐냐고.”
“아..! 내일..반에서 좀 보자고.”
“무슨 반.”
“이 바보야, 교실 말이야.”
교실...
“너 2반이잖아, 우리..같은 반이거든.”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듯 구혁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고, 곧 금지 모르게 작게 웃어보인다.
“왜, 이제야 나한테 관심이 생기기라도 했냐?”
“그럴 리가..! 난 그저··.”
“그저, 뭐.”
차가운 공기 위에 부딪히는 두 사람의 눈동자.
아니야..아니라고! 얼굴이 벌게진건 추워서 그래. 분명..
금지는 자신의 빨개진 얼굴을 알아차리고 마음속으로 변명을 해댔다. 주문처럼····.
“내가..2반 반장이거든.. 네 덕분에 선생님은 나만 나무라셔. 그러니 교실에 얼굴 좀 비춰줘.”
“이런걸 부탁한다는거 자체가 충격이지만.”
“물론, 너의 친구들도.”
“...너, 내가 학교가면....”
“여보세요?”
이런 젠장.
“아주 기가 막힌 타이밍이군.”
“응, 밥 먹었어? 그래 잘했어..”
“야, 아금지...”
“쉬..”
그의 말을 끊고 통화를 하는 금지는 표정이 무척 밝아보였다.
“웃음까지...대체 누구..”
구혁은 자신이 왜 이런 생각까지 해야 하는지 속이 쓰렸다.
그녀의 통화상대는 다름 아닌 남동생인 미루인데 말이다.
“알아, 슈크림이지? 일 끝났으니 금방 가. 응, 잠시만.”
금지는 통화를 하다 혼자 서있는 구혁을 이제야 눈치챘는지 ‘먼저 갈게’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구혁은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만 지을 뿐.
“아..! 내일 학교에서 2반에서 보자! 꼭..! 꼬옥..!”
금지는 다시 뒤돌아 내일 교실에서 보길 당부했다.
“······학교...가야겠네. 아금지....보러...”
구혁은 떨리는 마음을 움켜쥐고 다시 차에 올랐다.
.
.
.
.
.
.
“다녀왔어.”
“언니!”
“일찍도 온다. 누나.”
“일이 늦게 끝났다니까~ 자. 슈크림만 있는 붕어빵.”
“우와!!”
집에 돌아온 금지.
두 동생들에게 손 한가득 붕어빵을 쥐어주자 미루와 하루는 아주 행복해 보인다.
어른같이 행동하지만 아직 꼬맹이인 미루이다.
“맛있게들 먹네. 다행이다..으으- 추워.”
두꺼운 외투와 교복을 벗고 따뜻한 스웨터와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로 갈아입는 금지.
“누나, 아까 그 남자 누구야.”
“누구..?”
“누나 이름 막 불렀던 그 남자.”
“누구...풉..!”
금지는 미루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구혁이 생각났는지 마시던 우유를 사방으로 뿜어버렸다.
“아 더러워 진짜..”
“미..미안.”
“언니! 이거로 닦아.”
금지의 착한 여동생인 하루가 수건을 건네준다.
“고마워 하루~”
“그래서, 그 남자 누군데?”
“시..시끄러.. 쪼금한게 말이 많아.”
“얼굴 빨개진거 봐라.”
“아니야아-!”
금지는 괜히 자신을 놀리는 미루에게 화만 낸다.
“언니 좋아하는 친구 있나보다! 그치 오빠?”
“그런걸 바로 뻘짓이라고 하는거지.”
“뻘,짓... 아미루 진짜 말 그렇게 한다?”
“그렇잖아, 지금 누나, 아니 우리 형편에 누나가 남자친구라니.”
“하....”
금지는 수건으로 얼굴과 옷을 닦으며 미루가 한 말을 곱씹었다.
부모님이 계셨을 때도 형편이 이 보다 더 했지 덜 하진 않아서.
그녀에게 연애, 남자친구. 다 상상 밖이였다.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조차 만나기 힘들었고,
집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집으로 공부만 했다.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그런데.
빠져 나가긴 커녕
출구가 보이지 않게 더 깊숙이 들어온 것 같다.
“왜에, 난 학교에 남자친구들 많아! 재현이도 있구..서진이랑..또..”
“아하루 넌 까불지마.”
콩.
“힝! 오빠는 맨날 나만가지고 그래! 언니.. 언니도 좋아하는 오빠있지? 그렇지? 하루는 있어!”
좋아....하는 사람...
“그만하고..자자...내일 학교가야지. 늦었어.”
금지의 말에 미루와 하루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고.
금지도 불을 끄고 누워 이불을 덮었다.
토닥..토닥..
하루를 토닥이는 소리에 맞춰, 금지의 머리를 괴롭히는 생각은 저멀리 사라지고,
깜깜한 밤의 달빛만이 금지네 집을 비추었다.
물론, 구혁의 집에도....
첫댓글 종대사랑님이 제가 동경하는 대상이 돼어 버렸어요...항상재밌답니다~!!
동경이라뇨! 가당치 않아요ㅜ 저보다 대단한분들이 얼마나 많은 데 전 그것에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걸요ㅠ
하지만 말씀은 너무 감사드려요ㅜㅜ 항상 재밌게 봐주셔서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종대 사랑 그래도 동경해요~다음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