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은 한줄의 문장으로 몇권의 책을 만들어간다
시인들은 한 단어를 듣는 순간 아름다운 그림 한작품을 표현해낸다
내게 있어서 그시간은 이 많은 나날중에서 있었던가 싶게 작은 날이었다
중심에 선생님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보조출연자격밖에 안되는 변두리 인연일지도 모른다
그런데....그런데....자꾸만 그 이름이 보고싶다
이름만 생각해도 웃음꼬리가 입주변에 만들어지는.....선생님이시다
많이 살았다 으시대는 것은 아니지만
겪을것은 다 겪은 나이
앞날에 무엇이 있을거란 기대는 없다
살아내려 온 힘을 기울였던 절정은 익다 못해 쭈그러져 떨어지려 한다, 잎맥이 다한 나뭇잎처럼
전화를 받는순간부터
나의 정신줄이 길을 잃었다
이틀후..
이틀후가 지나가야 비로소 나의 제대로 된 생활이 이어질것임을 너무도 잘 안다
시계바늘같은 나의 촉은 오로지 그시간이다..선생님 만나는 날....
집안일을 함에 있어 누락되게 하지 않아야 함도 그날이 기다리고 있기때문이다
깔끔
뭔가를 앞두고 깔끔하게 해놓고 나야
중요하고 오랫동안 꿈꾸었던 그 시간을 갖을수가 있을것 같았다
아침
억수로 비가 쏟아졌다
이럼 안되는데
언젠가 모든 길목 길목을 주저 앉히고 쓸어내렸던 빗줄기가 또 온것은 아닐까?
온통 시선은 창밖에 머문다
그칠기미가 있을까 ?
빗줄기의 힘을 가늠해본다
그렇더라도 난 안다
선생님은 오실거라는 것을.
옛 기억으로
곧은 길에서 주저함이 없으셨고
올바름에서 빗나가지 않으셨던 성품
그러니 빗속이라도 약속을 지켜내실거라는 것을.
그것이 걱정을 두배로 가져다 안겨준다.
그랬는데
조바심으로 얼굴가득 회색하늘 닮음이었는데
빗줄기도 가늘어졌고
이슬비정도로 약해진 저쪽 공간에서
너무도 보고팠던 선생님이 오시고 있었다
꼿꼿하신 그 모습
거칠것 없으신 그 모습
여전하시다.
아~~~
이렇게 뵙는구나
입가에 웃음꽃이 먼저 인사를 한다
날씨는 비요일
찐득찐득 온 몸을 달라붙는 습기들 물방울들
선생님 얼굴을 본 순간 에어컨을 켜놓은듯 사라져버렸다
수업을 한참 열심히 하시다가
뭔가 진지하게 설명하시다가
끝마무리에서 앞부분과는 다른 이야기 한문장 하실때마다 웃곤 했는데
그 대화법은 여전하셨다
옛날처럼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얼마나 그리워했던 모습인가
분필을 한손에 들고 교과서 이야기 하시다가 어느순간 감히 상상도 못했을 법한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무거운 졸음 끄덕 끄덕하지도 않았었다
오래전 나무냄새 가득한 그 교실안에서
형광등 불빛도 졸음에 사투하던 그 교실
햇님 달님 교대한지도 오래된 시간
어린이 여러분 이제 잠잘 시간입니다
그 문구가 지나갔어도 한참이나 지나갔을 법한 시간에
선생님의 눈빛은 희망이었다
절망속에 있다보니 어떻게든 잡을만한 것을 찾았겠지만
그 시간이 희망의 연결 다리였음을 이제서 느껴본다
그리고 절망과 희망의 다리 위에 선생님이 계셨었다
비어있던 퍼즐 맞추듯
선생님 말씀에 그랬었지 맞아 그랬었지
새록 새록 피어나는 추억들이 장마당 펼쳐놓은 물건들 같다
이 느낌이라면
나도 한편의 수채화 같은 소설 한권 쓸수 있지 않을까?
화려했던 청춘이 머물던 곳이었지만
청춘의 덫에 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청춘
어떻게든 그곳은 지나야 했고
물길따라 흘러온 곳은 이곳 여주강이 흐르는 곳
휘돌아 가는 강물따라 나도 따라 흘러가볼까?
그럼 앞이 아닌 오래된 추억들이 나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때 그모습 그대로 선생님들 수업시간표에 따라 한분 한분 들어오실까? 교실에..
어이없음이다
하지만 좋은 날이다
행복했던 날이다
장마철에 이토록 개인날 맑음의 날이 있을줄 누가 알았으랴
그러니 살아져야 하는것이 맞다
부정아닌 긍정으로 살아져야 하는것
복이 복을 따른다는 말을 새삼 느꼈던 날
다 썩어 문드러져도 겉 껍데기 한겹 뿐이라해도
살아가야 한다
오늘같은 날을 선물 받으려면
2013.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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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선생님요?
생각했던 선생님 꼭 뵙길 바랄게요..이제부터 선생님과 함께 할 시간 어떻게 짜 맞출까 생각중이에요..ㅎㅎㅎ.
오늘은 저 혼자 뵈었고..담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으로 만들려합니다..
선생님은 예전 그대로시네요 ^^
풍경님 글은 한권의 책을 읽는 듯 했어요
책 쓰셔도 될거 같습니다 ^^
잘은 모르지만 풍경님의 학창시절이 보이는 듯 했어요
정말 그대로셨어요,말씀하시는것도 예전그대로..
이상하게도 말이지요..그시절이 있긴 있었는데 어떻게 지나왔나 싶을 정도로 눈동자에 몇겹의 비닐을 쓰고
달려온듯..꿈속같은 시간들이에요,분명 있었는데 말이지요.
눈꺼풀이 젖어 버리는... 눈물담을 봉지 챙겨서 돌아가야 할..그런 시간속에 계신분을 만나서 며칠간 행복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하답니다..
파란물감님..읽어주심에 감사드려요..
행복이 묻어 나오는 詩 같은 문장! 직접 녹음하신 노래를 링크하시는 솜씨! 모두 부럽습니다. 저 역시도 이준희 선생님을 뵈면 행복하거든요~ 선생님께서 계속 건강하셔서 많은 분들에게 행복을 선사하셨으면 합니다!
감사드립니다.선생님덕분에 이준희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더 늦지 않았음에 감사드리고 더 일찍 찾아 뵙지 못함에 죄송하고 그랬답니다...
수필 한편 읽은듯한 느낌입니다.
읽는 동안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선생님께 전화 막 하고 싶은 충동이...
말주변이 별루 없어서 막상 전화하면 뭐라고하지? 하는 걱정이 몰려오네요.
이렇게 못되먹은 제자도 있는데, 풍경님 글이 무척 훈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