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봄농원에서 한글 창제 주역 최항의 향취를 느끼다] 정병경.
ㅡ민족의 꽃 ㅡ
한글은 세계 최고의 문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상대에게 전하고져하는 뜻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다. 단연 문자의 우수성에 대해 인정받는다. 우리 글을 창제한 주역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은 과학적으로 만든 문자이다. 우리 글은 민족의 꽃이다.
퇴촌 태허정로太虛亭路 (도마리)는 최항의 호를 빌려 도로명으로 부른다. 집현전 학자의 주역인 최항崔恒 선생이 서쪽 방향 한양을 바라보고 누워있다. 후대가 태허정의 업적을 기리며 제향 때 광주문화원이 주최가 되어 정성과 예의를 다한다. 올봄에 최항 묘역 부근의 잡목을 제거하는 정비사업을 단행해 시야가 좋아졌다.
최항은 최충崔忠의 증손자이며 본관이 삭녕朔寧이다. 최사유崔士柔와 오씨吳氏 사이에서 태어났다. 가문에 유전자를 이어받아 승승장구하며 최고의 높은 벼슬에 오른다. 두 달 간격으로 삼정승을 거치면서 정사에 일조한 인물로는 드문 경우이다.
묘역 맞은편 길 건너 계곡 율봄농원(태허정로267-54)에 '삭녕 숭덕단비朔寧 崇德壇碑'가 세워져있다. 최항 묘역은 경기도 지방문화재 제 33호로 지정했다. 숭덕단은 삭녕 최씨 선조를 모신 제단이다. 최씨 본관이 북한에 있어 조상을 기리는 단비를 조성했다. 매년 개천절 후손들이 제향을 올리고 있다.
훈민정음 8학사 중 선임학사인 최항 선생의 업적에 대해 새삼 존경심이 더한다 . 임금으로부터 하사받은 땅을 후손이 율봄농원으로 잘 꾸며놓았다. 아담한 정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며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후손들이 정성을 들여 가꾼 식물원엔 벌과 나비는 물론 멀리 있는 사람까지 불러들인다.
백옥의 쉬땅나무와 노오란 황금사철나무, 선비로 일컫는 자작나무 등이 운치를 더한다. 칙칙한 장마철에 기분 전환시키는 빨간 서양 봉선화도 한 몫을 한다. 한글 창제에 일조한 인물을 기리며 상념에 젖어본다. 율봄농원 꽃길을 마냥 걸으며 고향의 포근함도 느껴본다.
능선의 묘지와의 높이가 비슷하며 직선 거리는 500여m이다. 20여년간 정성을 들인 식물원은 2만여 평에 이른다. 다양한 색깔로 수놓은 수국과 정원송이 주류를 이룬다. 물을 좋아한다는 수국水菊, 또는 비단으로 수를 놓은 꽃의 의미로 수구화繡毬花로도 부른다. 장마 때 불꽃을 이루는 수국을 보기 위해 남녀노소가 주말에는 줄을 잇는다. 자연을 이용해 조성한 수목원은 태허정의 정기를 품고있다.
잠시 왔다 가는 봄은 항상 아쉬운 마음이다. 꽃과 나비의 계절로 표현해본다. 꽃은 눈을 유혹하는 마술사이다. 아름답고 깜찍한 꽃이 질 때는 시들까 노심초사한다. 어느 것에도 비교할 수 없는 사랑의 전도사이다. 봄이 떠나고 장마철에 접어들어 초목은 긴장한다.
공기가 맑고 녹음 짙은 퇴촌길은 다닐수록 정이 간다. 팔당길로 이어지는 태허정로는 봄부터 꽃향기로 가득하다. 율봄농원에서 아침해를 맞이하고 태허정 묘역은 해넘김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2024.06.30.
*광주문학 27호.
첫댓글 6월의 마지막날,
율봄농원과 태허정 묘역에 잘 다녀오셨습니다.
글과 사진을 올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