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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는 물류 분야에서 10년정도 일한 사람임을 밝힙니다. 전문가라 말할정도는 아니지만 알만큼은 안다고 자부합니다. 중소기업에도 있어봤고, 누구나 아는 큰 물류회사에도 있어봤습니다. 중소기업 다니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거기 다닐때는 1인 다역의 업무를 해봤죠- 고객관리, 영업, 창고관리, 일손 부족한 날엔 한달에 사나흘정도 현장작업(까대기 라고 하죠) 지원…
물류인 입장에서 운하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업계 사람 들에게 물어봐도 운하 찬성한다는 사람 본적이 없습니다. 제일 긍정적인 답변이라야 ‘설마 조사도 안하고 저러겠냐’ 내지는 ‘정밀하게 조사해보고 추진해야 할것이다’ 정도이고 대부분은 반대입장입니다.
한번 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물류에 가장 큰 혜택을 안겨줄 운하를 물류인들 대부분이 왜 반대하는지? 어제 100분 코메디에 나온 박씨성 가진 의원 말대로, 업무가 복잡해지는 것이 싫으니 실무진에선 귀차니즘 때문에 반대한다고 보십니까? 물류업계 실무자들은 무뇌아입니까, 사업에 혜택이 생겨도 업무가 복잡해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게? 의원들은 보좌관 임명 절차가 복잡해지는 대신 세비 올려주겠다고 하면 세비 인상에 반대할겁니까?
어제 100분 토론 보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특히 E대 교수라는 그 외계인 닮은 양반은 박사학위 진위 검증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철저한 무개념이더군요. 유럽(자세히 말하면 네덜란드와 독일)에서 운하 좀 많이 쓰는거 맞습니다. 그거야 그나라들 얘기구요, 한국은 그들과 산업환경, 자연환경이 전혀 다른데도 자꾸 유럽이 잘되니까 우리도 하면 된다, 아니 해야된다 식의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주장만 펼치더군요. 그 나라들은 바다라고는 오직 북해밖에 없으므로 미주, 아시아, 아프리카 행 화물은 무조건 북해로 가야되는 겁니다. 그런 와중에 라인강이라는 유량이 비교적 일정하고 표고차도 크지 않은 축복받은 강이 있으니 그런 나라에서 주운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겁니다.
우리나라처럼 길쭉한 지형의 이탈리아와 영국을 한번 볼까요? 어제 표를 보니 운송 분담률이 0%더군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바보들인가요? 바로 지척의 이웃나라들은 운하를 잘도 쓰는데, 자신들도 남부/중부의 나폴리나 로마에서 북부의 볼로냐, 베네치아, 밀라노로 가는 운하를 왜 안만들었을까요? 또, 세계를 호령했던 영국사람들은 천치들인가요? 라이벌 독일이 잘만 쓰는 운하를 남부의 런던에서 북부의 스코틀랜드까지 연결할 생각은 안하고 무개념으로 허송세월하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아, 영국에도 18, 19세기에 많은 운하를 만들었습니다……만, 그것의 노선을 보면 거의 다 횡방향(동서)이었지 종방향(남북)은 거의 없었고, 그나마도 이제는 상업적으로 이용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일부 유럽이 운하 잘 된다구요? 그럼 나는 한반도와 유사한 지형의 유럽국가들이 운하 아예 만들지도 않았거나, 만든거 지금 놀리고 있다고 반박하고 싶군요. 어떻습니까, 설득력 있나요? 설득력 있다면 박교수 주장과 대등해지는 거고, 무조건적인 외국사례 비교라서 설득력 없다면 그건 박교수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특히 어제 제가 배꼽잡고 웃은 두 장면중 하나는 왜 수송분담률이 15%냐, 그 근거가 뭐냐 라고 물으니 독일이 그러니까 우리도 그렇게 본다는 겁니다. 그런 논리라면 우리는 전국에 수만명 수용가능한 천연잔디 축구전용구장을 수십개 지어야 할겁니다. 왜? 독일이 그러니까. 또한 F-1, MotoGP 개최 가능한 규모의 자동차 경주장도 2~3개는 지어야 할겁니다. 왜? 독일이 그러니까. 아참, 군대도 한 20만명 수준으로 줄여야겠네요. 왜? 독일이 그러니까.
세상에, 20조 규모의 국책사업을 한다는 사람들이 정확한 수요조사 한번도 안해본채, 물동량의 근거를 대라니 외국이 그렇다는 겁니다! 하다못해 냉동만두 시장에 론칭할때조차 과학적으로 시장의 수요조사를 하거늘 국책 사업하는데 수요조사도 안해보고 사업규모와 성격을 정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이 사업의 근본이 잘못되었음을 어제 토론에서 공개한셈입니다.
어떤 화주분께서 운하의 허구성을 밝히는 글을 써주셨는데요, 저도 간략히나마 계산좀 해보겠습니다. 부산~서울 20ft 컨테이너 왕복 운임이 90~100만원이더군요. 좋게 봐서 90만원이라 칩시다. 90만원주면 내 공장앞마당에서 부산항 인근의 야적장까지 6~7시간 후엔 내려다줍니다. 자 그럼 운하를 사용한다고 가정해볼까요?
1) 공장~수도권 운하터미널 운송: 비용 15~20만원. 시간 0.5~1시간 (터미널 바로 옆에 공장 있는 예외적인 경우는 빼자구요)
2) 수도권 운하터미널 하차, 대기 및 선적: 비용 5~6만원. 시간 4~5시간 (이게 무슨 컨베이어도 아니고 하차되는 즉시 부산가는게 아닙니다. 배가 오길 기다려야 하고 컨테이너 다 실어야 출발합니다)
3) 운하 운송: 비용 잘모르지만 한 15만원 된다고 칩시다.(저공해 위해 CNG 선박 도입하면 연료비땜에 더 비싸질수도 있겠군요. 또 운하관리회사와 운수업자 수익 보장하려면 더 비싸질수도 있습니다. 비싸지지 않으면 국민 세금으로 보조하거나…) 시간 35시간(아주 잘 봐준겁니다…)
4) 부산 운하터미널 하역 및 대기: 비용 5~6만원. 시간 2~3시간.
5) 부산 운하터미널~컨테이너 야적장: 비용 10~15만원. 시간 0.5~1시간
합계) 비용 50~62만원. 시간 42~45시간
상당히 좋게 봐줘서 계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트럭 운송에 비해 장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컨테이너 한 대당 30여만원 아끼려고 이틀을 버릴수 있는 화주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합니다(독일에서 말고 한국에서요…) 편의상 컨테이너 한대당 제품 5천만원어치가 들어있다고 치고, 하루에 두컨테이너씩 수출하는 회사라고 가정하면, 이틀 연장시 2억의 재고 부담이 더 생기는 겁니다. 이틀동안 절약하는 물류비는 30만x2대x2일 해서 120만원인데 말이죠… 지금 제조업체, 유통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수억원짜리 관리 시스템 도입하고, 신장비 도입하고, 컨설팅 받고, 외부인재 스카우트하고 난리들인데 이틀 재고를 늘려라? 현장의 상황을 전혀 모르는 팔자 좋은 교수와 의원 나으리의 교황이 불경외는 소리입니다.
어제 제가 배꼽잡고 비웃은 두번재 장면은 바로 그 vessel-to-vessel 이라는 용어가 나왔을 때입니다. 5천톤급 배에서 만 TEU급 배에 직접 옮겨 싣는다? 한국인이니까, 불가능을 이뤄내는 MB니까 가능하다고 설득하시렵니까? 쉽게 말해 3층건물 옥상에서 15층건물 옥상에 15톤짜리 짐을 올려야 하는 일입니다.
당연히 크레인이 필요하겠죠. 어디에? - 물론 큰 배에.
그런 대형 컨테이너선 현재 세계에 있나? - 없죠.(예외적으로 몇척 있을순 있지만 그거야 특수용도일 테니 논외로 합시다)
왜 없나? - 필요 없으니까.(부두에 크레인이 있지 배에 있는게 아닙니다.)
우리가 조선 강국이니 우리가 그런 배 만들면 되지 않나? - 전세계에서 오직 부산항에서만 쓰이게 될 장비를 선박에 설치하라고 하면 어느 해운회사가 OK 할까요? 크레인 설치할 공간에 컨테이너 실으면 1회 운항에 몇천~몇만달러는 더 벌수 있는데 해운회사들이 미쳤습니까?
뭐 좋습니다. 위대한 MB님은 불가능을 이뤄내시는 불세출의 영웅이시고 현대중공업의 주인인 정뭉준씨도 한나라당으로 갔으므로 크레인 달린 배를 만들었다 칩시다.
운하용 선박에 컨테이너 실을 때 목적지에 따라 순서대로 실을건가요?(만약 그럴거라면 위에 계산시 운하터미널 대기 시간이 왕창 늘어날겁니다. 예를 들어 호주행 짐을 다 실어야 유럽행 짐을 싣는데 전자가 아직 도착을 안했다면 계속 기다려야겠죠) 어떻게 대형 선박을 찾아가서 거기에 실릴 짐만 쏘옥 뺄수 있는거죠? 아니면 아예 운하에서 출발시 이 배엔 유럽행 짐만 실으세요 그럴건가요? 유럽행, 미주행, 호주행, 동남아행, 기타행 등등의 배에 다 싣고 출발시키려면 역시 운하터미널 대기시간이 길어집니다.
Vessel-to-vessel은 기술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것일뿐더러 운영상으로도 문제가 많습니다. 즉, 결론은 현재 육상운송과 같이 운하로 운송한 컨테이너도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모아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부산운하터미널 바로 옆을 컨테이너 야적장으로 만들면 비용이 절감은 되겠지만, 다시 근본 문제로 넘어가서, 물동량이 되어야 물류회사들이 컨테이너 야적장에 투자도 하고 그러는거지 돈도 안되는 사업에 투자 안합니다.
어휴,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환경과 관광쪽은 얘기도 못하겠네요.(오늘 회사가 한가해서 다행.^^)
아무튼 운하를 통해 물류 혁신을 이룬다는 것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만 알아두시기 바라는 물류인이었습니다.
첫댓글 씨~~익 좋네요.
토론 보고 있으면 대운하 정책하는 사람들 말도 안되는 사업 진행 시키느라 아주 곤혹을 치르고 있죠...빨리 그만 두길
설명잘 읽어보았습니다. 어떻게든 국민들을 속여먹을 궁리만하는 한나라당은 도둑놈 패거리들입니다.
저는 이글 보면서 두 번 껄껄 웃습니다...1. E대 교수 "그 외계인 닮은 양반"...커커커 어쩜 이렇게 정확한 표현을 !...그 외계가 혹시 네들란드??? ㅋㅋㅋㅋ.. 2...하다못해 "냉동만두 들여올 때도 과학적인 시장조사"...ㅋㅋㅋ 확~ 와닿습니다. 몇 십조 들어가는 국토의 지형을 바꿀 대운하가 냉동만두보다 못햐...ㅜ.ㅜ 어제 홍교수가 환경과 관광쪽 얘기 못하셨으니...언제 또 회사가 한가하신지요^^...이어질 글 기대 기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