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yilbo.com/sub_read.html?uid=328557§ion=sc30§ion2=
누구나 결혼 후 신혼 여행지로 다녀올 정도로 인기가 높은 해외 여행지 중 하나인 하와이, 하와이라고 하면 와이키키 해변에서 서핑과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하와이는 그 이상이다.
이곳은 아름다운 해변과 역동적인 문화, 자연경관 등으로 세계 각지에서 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다양한 문화와 국제적인 영향을 받으면서도 고유의 문화와 전통을 잘 지켜 나가고 있다.
미국의 50번째 주로 2023년 7월 기준 인구 약 144만 명인 하와이는 오아후(Oahu), 마우이(Maui) 등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오아후는 하와이의 주도이자 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호놀룰루가 있으며 이곳에 약 69.4%인 100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호놀룰루 국제공항과 와이키키 해변이 위치해 있다.
이 오아후 섬에 나는 30년 전('94년)에 한 번 왔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서른 아홉이었는데 내 인생의 마지막 모험을 해보겠다는 비장한 결단을 내리고 와이프와 함께 초등학교에 다니던 세 아이와 네 살배기 막내딸을 데리고 미국 이민을 작정하고 오면서 경유지로 들렸던 것이다. 그때로부터 강산이 세 번은 바뀌었을 30년이란 세월이 정말 덧없이 흘러갔다. 막내딸이 벌써 두 아이 엄마가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 막내딸과 사위의 믿음, 또 부모님을 공경하는 그 효성이 참으로 기특하고 고맙다. 이들은 부모님이 살이 계실 때 효도하겠다는 마음으로 해마다 리조트 여행이나 크루즈 여행을 보내주고 있다. 이번 여행도 그래서 오게 된 것이다.
막내딸 가정과 사돈 부부, 그리고 우리를 포함한 8명은 한 가족이 되어서 1월 27일 포틀랜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그리고 택시로 이동하여 크루즈 배를 탔다.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배는 이미 마우이(Maui)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 일행은 배를 탄 후 한 가지 규칙을 정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저녁식사는 다 같이 모여서 하고 나머지 시간은 각 가정별로 자유롭게 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마우이에 도착한 첫날, 택시를 타고 마우이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 마케나로 향했다. 이곳에 있는 Big Beach는 맑고 따뜻한 물과 황금빛 모래사장이 있어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일광욕과 ‘해양 스포츠의 꽃’이라고 불리는 보디보딩을 즐기기에 이상적인 곳이다. 이 빅 비치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약 200m 정도 되는 작은 모래 해변인 리틀 비치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길을 걸어 본 적이 없다.
둘째 날엔 사돈부부와 함께 Road to Hana로 불리는 길을 따라 여행했다. 이 52마일 도로는 마우이에서 가장 경치가 아름답고 인기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따라 600개 이상의 커브를 돌고 돌아 계속해서 운전하면 Hana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Hana에서 계속 직진하여 풀코스로 한 바퀴 돌아서 출발지로 돌아오면 약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나는 이 풀코스를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만일 Road to Hana에 여행할 분들이 계신다면 방문하기 전에 충분히 공부를 하고 지도를 꼼꼼히 체크할 것을 권한다. 도로에 안내 표시판이 없어서 모르고 지나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마우이 관광을 마치고 우리는 Big Island로 갔다. 여기서 화산 국립공원을 방문했다. 이곳을 방문하는 동안 Crater Rim Drive에서 대부분의 명소를 만나게 되는데 유황 은행(Sulfur Banks), 증기 통풍구(Steam Vents), 전망대와 용암 동굴이 모두 이 경로를 따라 있다. 그리고 힐로에 있는 레인보우 폭포의 높이는 24m이며 여신 ‘히나’가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용암동굴 위로 폭포가 흘러내린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카우아이(Kauai) 섬이었다. 이 곳에도 볼만한 곳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배에서 걸어서도 갈 수 있는 Kauai Beach에만 다녀왔다. 배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핫텁(Hot tub)을 즐기며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번 크루즈 여행에서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예상치 못한 기상 문제로 예정되어 있던 한 섬을 방문하지 못하고 하루를 꼬박 바다 위에 머물며 배에서 지냈다는 것이다. 불가항력적인 이런 일을 경험하면서 어떤 이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 며 흥분하기도 했지만 사위가 한 한마디 말에 곧 잠잠해졌다. 흥분을 순식간에 잠재웠던 그 말은 ‘first world probrem’이란 말이었다. 이 말의 의미는 크루즈 여행을 못 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한 곳 못 간 것이 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말 그렇다. 물이 바다를 채울 수 없듯이 타락한 죄성을 가진 우리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아무리 좋은 것을 가져도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흉한 모습으로 욕심 부리지 말고 자족할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문득 한 성경구절이 떠오른다. "내가... 어떠한 형편이든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 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빌4:11-12)
이제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나는 막내딸과 사위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멋진 여행을 선물해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두서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 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
미국, 오레곤주에서
시인, 서북미문인협회 회원
제14회 뿌리문학 시부문 당선으로 등단(2018년)
활발하게 문학활동 중
(계간)뿌리문학 동인지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