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다잉 연수회 가는 길
십일월 중순 화요일이다. 올가을 웰다잉 연수를 받느라 같은 장소로 다섯 번째 나간다. 지난주는 강사가 전국단위 연찬회에 참석한 관계로 하루 쉬었다. 추석 전부터 진행하는데 나는 청강생으로 참여하는 격이다. 가술에서 오후에 아동안전지킴이 봉사활동을 같이 하는 동료가 수강하면서 강사를 언급하길래 알고 보니 대학 동문 선배여서 근황이 궁금하기도 해서 도중에 합류했다.
연수 장소가 창원대로 들머리 팔룡터널 입구 신화빌딩 온누리 교육장이다. 그곳까지는 새벽부터 나서면 걸어서도 갈 수 있겠으나 차량 소음이나 매연으로 시도하지 못했다. 우중에 창원 천변을 먼저 걷거나 반송공원 숲을 누벼 버스를 타고 갔다. 소답동으로 나가 남산공원 산언덕을 넘어가고 교육단지에서 공단을 가로질러 남천에서 창원천을 거슬러 올라 몇 구간은 버스를 이용했다.
열 차례로 짜인 연수회가 다음 주 화요일 마치는데 그날은 나갈 여건이 못 되어 나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시간이다. 그때는 초등학교 동기들과 남녘 연안 섬에 들어가 머물기로 한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이번도 팔룡동 교육장으로 곧장 가는 단조로운 동선의 버스를 타지 않고 다른 경로를 모색했다. 어둠 속에 이른 아침 현관을 나서 신촌을 둘러 마산으로 가는 740번 버스를 탔다.
대방동에서 온 버스가 원이대로를 거쳐 충혼탑을 거쳐 창원대로 건너 아파트단지에서 내렸다. 양곡으로 가는 공단 배후 찻길에는 회사원들의 출근과 겹쳐 차량이 꼬리를 길게 이어졌다. 보도에 줄지은 수령이 오래된 벚나무 가로수를 비켜 삼동교로 나아갔다. 가로등이 켜진 속에 차량 전조등 불빛에 붉게 물든 단풍이 몇 닢 붙은 벚나무는 어둠이 걷혀가는 늦가을 도심 운치를 더했다.
공단 배후 차도는 골이 깊은 배수로가 나란하고 언덕에는 벚나무를 비롯한 수목이 우거졌다. 그 가운데 고목을 타고 오른 담쟁이가 단풍이 물드니 나뭇잎보다 더 예뻐 어둠이 남은 속에도 사진으로 담아뒀다. 남천이 흘러가는 하류를 가로지른 삼동교에 이르러 방향을 틀어 천변을 따라 걸었다. 보도에는 은행 열매가 단풍잎보다 먼저 낙하해 신발 밑창에서 으깨지면서 냄새를 풍겼다.
남천이 창원천과 합류해 양수리를 이룬 지점에 닿았다. 전번에 그곳을 지나다가 ‘봉암다리 너머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라는 푯말을 봤더랬다. 거기를 다녀와 같은 아파트단지 사는 꽃대감을 만나 조망을 가리는 잡목이 눈에 거슬려 시청 홈페이지 시민 소리함에 시정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다. 도청 고위직에서 은퇴한 친구는 행정 불편 개선 절차를 잘 알고 먼저 처리해주어 고마웠다.
봉암 연안은 음력 그믐이 가까워진 사리 물때라 수위가 높아져 갯벌은 드러나지 않고 가장자리 갈대숲이 운치를 더했다. 낙조는 아닐지라도 두 물길이 합수한 지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창원천을 거슬러 덕정교를 지나 창원대로까지 올라와 홈플러스 근처에서 시내버스로 팔룡동 교육장으로 향했다. 아직 교육 시간이 일러 인근 빌딩 카페에서 들어 배낭에 챙겨간 책을 꺼내 봤다.
웰다잉 교육은 10시부터인데 9시에 교육장에 드니 강사가 먼저와 좌석을 배치했다. 선배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직접 작사 작곡해 남성 합창단에서 공연한 ‘그냥 갈래요’ 영상을 시청했다. 이어 교육에 참여한 동료들과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임종을 어떻게 맞으며 그 이후 어떤 절차가 있을지 의견은 나누었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고 다가올 미래는 닥치지 않아 예견도 어려웠다.
연수 동료들과 뷔페서 점심을 함께 먹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눴다. 오후 일과를 위해 가술로 오다가 ‘겨울 장미’를 남겼다. “남포리 대산 들녘 벼농사 일색인데 / 꽃 재배 농가 도울 연구소 남향 정원 / 늦가을 차가운 날씨 분홍 꽃이 보여라 / 조경용 수목 사이 몇 그루 가꾼 장미 / 무서리 맞고서도 꽃잎은 온전한데 / 기온이 빙점 아래로 떨어지면 어쩌지” 2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