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그 전부터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들에게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을 면밀히 "모너티링"하라고 지시하는 등의 과정을 통하여 이재용이 자신의 승계작업 등에 대통령과 정부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고 이를 이용하여 이재용을 도와주는 대가로 이재용에게 삼성그룹이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정유라의 승마훈련을 위한 경제적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주: 최서원)의 위와 같은 요청을 수락함으로써 대통령과 피고인은 이재용에게 요구하여 뇌물을 수수하기로 공모하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가 지난 2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한 최서원(최순실)에 대한 공소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특검은 최서원 씨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하여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게 특혜를 주고 뇌물(정유라에 대한 지원 등)을 받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을 뇌물죄의 공범으로 설정하였다. 문제는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 번도 만나거나 신문을 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최순실과 공모하여 뇌물을 받기로 "마음먹고" 이재용 부회장에게 요구하였다고 단정하였다.
특검은 대통령의 말도 듣지 않았는데 박 대통령이 그런 마음을 먹었는지 어떻게 확인하였는가? 다른 사람도 아닌 현직 대통령을 엮어넣기 위하여 이런 문법에도 맞지 않는 공소장을 쓰는 이런 검찰이 돈 없고 배경 없는 서민들을 어떻게 다루었을까. 지난 4월4일(2회), 4월8일(3회), 4월10일(4회) 검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신문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승마협회 운영과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구속기소)을 질책한 적이 없다고 했다. ‘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는 말 역시 李 부회장에게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연(注: 정유라의 개명 전 이름)의 결혼·출산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문: 2015.5.8. 정유연이 출산을 하자 최순실은 독일로 가서 정유연에게 승마훈련을 시키고 아이도 키울 계획을 세웠는데 당시 최순실로부터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사실이 있습니까. 답: 그런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정유연이 독일을 갔다는 사실, 정유연의 출산, 결혼사실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최순실이 정유연을 돕기 위해 독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없습니다. 문: 피의자는 2014, 9, 15, 이재용과 단독 면담 이후 삼성이 승마협회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점검을 한 사실이 있습니까. 답: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문: 피의자는 1회 조사 시, 2015. 7, 25, 단독면담에서 이재용에게 ‘기왕 맡으셨으니 승마협회 운영을 잘 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하였을 뿐 승마지원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질책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맞습니까. 답: 예, 맞습니다. 문: 이재용, 최지성 등의 진술을 종합하면, 2015. 7.25. 단독 면담 시 피의자가 승마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전체 약 30분간의 단독면담 시간 중 절반가량을 이재용에게 질책하였다는 것인데, 그러한 사실이 없습니까. 답: 제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마협회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는 등의 말을 한 사실은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재용 부회장을 질책을 합니까,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부인이 계속되자, 검찰은 ‘안종범 수첩’을 근거로 묻기 시작했다.
삼성이 구입한 高價(고가)의 말이 안종범 수첩에 적혀 있었고, 이것이 정유연에게 지원됐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었다.
즉, 삼성의 말 지원에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정유연을 머릿속에 두고 있지 않는데 그런 질문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문: 그러나, 안종범의 수첩에는 2016, 1. 12.자로 ‘승마협회장-현 회장 연결, 승마협회 필요한 것 마사회 지원’, ‘올림픽 대비 선수 말 구입’ 등이 기재되어 있습니다. 마사회 현명관 회장은 2016.1.초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에게 승마지원과 관련된 편지를 여러 차례 송부하였으며, 삼성은 2016.1 중순경 ‘비타나’, ‘라우상’ 등 고가의 馬匹(마필)을 구입하여 정유연으로 하여금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피의자는 승마지원과 관련하여 안종범에게 지시를 하고, 마사회, 삼성 등은 그 지시를 이행한 것으로 보이는 데 맞습니까. 답: 안종범 수첩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 등은 전혀 모르는 이야기이고, 이재만으로부터 그런 보고를 받은 사실이 없습니다. 정유연이라는 자체를 머릿속에 두고 있지 않았는데 반복해서 정유연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의 부탁을 들어주는 代價(대가)로 정유라에게 말 등을 지원하도록 지시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재차 물었다. 박 전 대통령은 “代價관계로 뭘 주고받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더러운 일”이라고 거칠게 항변했다. 그의 답변을 全文 그대로 소개한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중략)… 제가 정치생활을 하는 동안 代價(대가)관계로 뭘 주고받고 그런 일을 한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는 더러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代價관계로 돈을 받았다고 하다니 어이가 없고 그런 일을 하려고 제가 대통령을 했겠습니까.
제가 나라를 위해 밤잠을 설쳐 가면서 기업들이 밖에서 나가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게 하고 국내에서는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그렇게 고민을 하고 3년 반을 고생을 고생인지 모르고 살았는데, 제가 그 더러운 돈 받겠다고…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더럽게 만듭니까! 저는 대한민국을 위해 임기 3년 반 하루하루를 노력했습니다. 특히, 삼성이 미르·케이재단에 낸 돈까지 뇌물이라고 한다는 것인데 만약에 뇌물을 받는다면 제가 쓸 수 있게 몰래 받지 모든 국민이 다 아는 공익재단을 만들어서 출연을 받겠습니까.
그 돈은 제가 한 푼도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기업은 항상 현안이 있습니다.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로 본다면 그 동안 기업들이 정부가 주도하는 일에 성금을 내거나 하는 것도 전부 뇌물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삼성의 경우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하여 합병에 찬성을 하게 하였다는 것인데 삼성에서 저에게 무엇을 해달라는 말이 없었고, 저도 해줄 게 없었는데 어떻게 뇌물이 된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5년 형 선고에 대하여, "고작 88억원의 뇌물로 대통령과 세계 초일류 기업의 CEO(최고경영자)가 경영권 승계를 놓고 거래를 했다고 한다면, 우리나라가 매우 초라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1심은 개별 현안에 대한 명시적 청탁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전제하면서도, 궁여지책으로 묵시적·포괄적 청탁이라는 두 겹의 극히 모호한 개념으로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다”라며 "(1심이) 그만큼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기에는 합리적 의심이 많았다는 솔직한 고백으로 다가온다”라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26일 ‘이재용 5년형 선고 이유가 "마음속 청탁"이라니’라는 제목으로 1심 판결을 비판하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측에 승마 지원과 동계스포츠재단 지원을 통해 뇌물 88억 원을 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삼성이 경제정책에 대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경영 승계 과정의) 도움을 기대하고 거액 뇌물을 제공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다만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에 대해선 "청와대가 전경련을 통해 결정한 것에 대해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며 무죄라고 판단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사건의 핵심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이 사건 핵심 쟁점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 2차 독대가 있은 후 삼성이 최순실-정유라 모녀를 지원한 것이 박 전 대통령이 경영권 승계를 도와준 대가였느냐는 점이다.
삼성은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승마 지원이 지지부진하다고 역정 내며 승마협회에 파견된 두 삼성 간부 교체를 요구했다"면서 "대통령의 질책에 깜짝 놀라 승마 지원에 나선 것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역시 독대 1주일 전에 이미 이뤄진 상태여서 선후(先後) 관계로 볼 때 승마 지원 대가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明示的)으로 청탁한 사실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 부회장에게는 경영권 승계라는 현안이 있었고, 이 부회장은 승마 지원이 최순실에 대한 지원이며 그것은 곧 대통령에 대한 금품 제공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 사이에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묵시적(默示的) 부정 청탁"을 주고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는 요지였다.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경영권 승계에 관한 말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도와줄 걸로 기대하고 승마 지원을 했고 박 전 대통령은 다양한 방법으로 경영권 승계를 도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렇게 지적한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이 서로 마음속으로 청탁을 주고받았는지는 이들 마음속에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확인할 수 없다. 두 사람이 이심전심 청탁을 주고받았을 수도 있고, 반대로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이 부회장이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일 수도 있다. 이쪽이면 유죄고 다른 쪽이면 무죄다. 이는 증거가 아니라 판사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조선일보는 <"마음속 청탁"이라는 판단 기준이라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낸 기업 모두가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 다른 기업 모두 현안이 있었는데 이 경우엔 대통령에게 바라는 마음을 품었다고 보지 않는 이유는 뭔가. 이 부회장에 대해 이 부분만 뇌물에서 제외한 것은 법리 때문이 아니라 다른 기업 전체를 뇌물죄로 모는 데 대한 부담 때문 아닌가>라고 비판하였다. 이 때문에 최초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한 것"으로 정리했었는데, 이것을 특검이 들어오면서 "뇌물 사건"으로 성격을 바꿨다고 비판한 조선일보는 <새 정권은 이 재판을 국정 과제 "제1호"로 내세우고 유죄판결을 이끌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뇌물 수수가 유죄로 인정돼야 새 정부의 도덕적 정당성이 더 강화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부회장을 희생양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는 것이다.
사설은 <이 사건은 사법부가 유형무형으로 쏟아지는 법정 밖 압력에 개의치 않고 법과 증거에만 입각해 판결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측면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국민 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명쾌한 판결을 기대했지만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정치 외풍과 여론 몰이 속에 진행된 재판의 판결 이유가 석연찮은 "이심전심의 묵시적 청탁"이다. 상급심의 판단을 주목한다>고 결말을 지었다. 새 정권이 이재용 회장에 대한 뇌물죄 판결을 이끌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였다는 지적이 사실이라면 정권이 중대한 삼권 분립 위반 행위를 하였다는 뜻이고 이는 헌법 위반으로서 탄핵 사유가 된다. 사법부의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위협하는 정권을 독재라고 부른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가장 많은 세금을 내면서 한국을 세계 속에서 우뚝 서게 한 자랑스러운 기업인을 굳이 구속재판으로 욕보임으로써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사람이 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무시한 법집행이다.
이병철 선생이 저승에서 통탄하고 있을 것이다. 병석에 있는 이건희 회장이 아들의 구속을 알지 못하기를 바란다.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을 이렇게 구박하는 나라는 다시 굶게 될지도 모른다.-조갑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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