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길을 걸어온 고불 맹사성과 만나다] 정병경.
ㅡ온고이지신을 새기며ㅡ
광주廣州 남한산성아트홀에서 흐르는 악기 소리가 관객의 심금을 울린다. 대금 소리와 함께 아쟁등이 관중을 매료시킨다.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연주한 악기 종류가 한자리에 모여 기량을 펼친다. 우리의 관악기가 오랜 세월 이어오면서 애환이 서린 시절을 되새겨본다.
악기 종류가 다양하게 변해가는 시대에 접해보니 구관이 명관이다. 궁중 음악은 문화재의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종묘제례악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우리의 정통 음악이다. 현대 음악인들은 온고지신으로 옛것에 대해 존숭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락을 창조해낸다.
40만명의 아담한 도시 경기도 광주에 경사가 났다. 7월 16일부터 5일간 세계 음악인들이 모여 축제를 펼치는 '2024 WASBE 세계관악컨퍼런스' 행사 기간이다. 광주는 예악禮樂의 도시로 자리매김할 기회를 맞는다. 음률에 능한 고불古佛 맹사성孟思誠(1360~1438)이 있기에 광주가 염원하던 꿈이 이루어져간다. 흑소 타고 대금을 불던 고불 선생이 길러낸 후학들은 전통 음악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행사에 참여할 연주자들은 예악의 선율을 익히며 맹훈련에 매진한다.
7월 9일은 광주시 문화행사의 날이다. 조선풍류井에서 기획ㆍ연출하여 '고불 맹사성'의 타이틀로 스토리텔링 공연을 펼친다. 광주문화원 주관으로 홍보차 무료로 제공되는 공연이다. 270석의 아트홀 소극장에서 궁중 음악에 대한 기원을 알리는 서막이 펼쳐진다. 2024 컨퍼런스 행사에 맞추어 선을 보여주는 출연진은 국제 수준급이다. 종묘제례악의 전폐희문奠弊熙文과 대금산조로 이어진다. 궁궐 연회(염불,타령,군악)와 강호사시가, 거문고와 선비춤은 천의무봉이다.
공연의 하일라이트인 마지막 여섯번 째 '시나위'로 행사의 막을 내린다. 관객과 함께한 무대는 열기로 가득하다. 연주자와 출연진은 악기와 소리를 전공한 전문인이다. 귀로 전해지는 음색의 색다름을 느낀다. 객석에서 환희의 박수가 이어진다. 감동이다.
휘날레를 장식한 대금과 아쟁, 해금, 장구 등 네 콤비의 조화로움에 반한다. 관객과의 흥이 고조를 이룬다. 악기들이 형제를 이루어 객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우리 민족이 역사적으로 잦은 외침에 시달리면서도 슬픔을 치유하는 끼가 넘친다. 지역마다 특색이 있는 우리 가락은 흥미롭다. 조상이 물려준 음악으로 희노애락하며 세월을 이어가는 민족이다.
공연이 끝나도 귓가에 박자의 여운이 남아 관객들은 일어날 줄 모른다. 조선 대금의 명인 고불 맹사성은 광주 곧은골(直洞)에 흑소와 지근거리에서 잠들어있다. 고불의 자존심을 걸고 20회 째 너른골에서 개최되는 컨퍼런스 행사가 성황리에 마치길 빌어본다.
2024.07.07.
첫댓글 광주시 문화행사의 날, 남한산성 아트홀에서
조선 대금의 명인, 고불 맹사성의 향기를 만나셨네요.
사진과 글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