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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중에서 (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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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괜찮아 괜찮아
- 이혜미 l 시인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 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시인 한강의 시 ‘괜찮아’ 중에서)
소설가 한강이 시집을 낸 것은 지난 2013년이다. 그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문학과 지성)는 한강이 가진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시집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한강의 시집을 읽은 사람들은 꼭 이 시, “괜찮아”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강하게 와 닿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왜 그래” 같은 말을 꺼내려다 이 시를 생각하며 멈칫한 적도 있다.
한강의 시 ‘괜찮아’는 매일 저녁 울음을 우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배고파서도, 아파서도 아니라 아무 이유도 없이 꼬박 세 시간을 우는 아이. 엄마인 화자는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아이를 안고 애태우며 묻는다.
“왜 그래.
왜 그래.”
그러나 아이의 울음은 그치지 않고 안타까움만 더해간다. 그렇게 여러 밤이 흐른 뒤 엄마는 문득 말해본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라고.
그런데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춘다.
‘왜 그래’와 ‘괜찮아’의 차이는 무엇일까. 슬픔에 잠긴 사람에게 우리는 흔히 묻는다. 왜 그러느냐고. 무슨 일이 있느냐고.
그러나 슬픔에 명확한 이유가 있을까? 또 그 이유를 아는 것은 슬픔을 달래는 것과 얼마나 관련이 있을까? 슬픔이나 좌절 같은 감정은 내면의 가시와 상처들이 뒤얽힌 복잡한 상태다.
그것은 이성적으로 설명되거나 논리적으로 납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슬픔에 눈물 흘리는 사람 앞에 앉아 왜 그러냐고 묻는 것은 분명 관심의 표현이기는 하지만, 이유를 묻는 그 자체가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시인 박준은 “울고 있는 사람 곁에 쪼그려 앉아 함께 있어 주는 것이 시”라고 말했다. 이유를 거듭 묻기보다는 그저 곁에서 “괜찮아, 괜찮아”하고 조용히 되뇌어 주는 태도가 위로에 더 가깝다고 믿는다. 슬픔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에서 완성되는 것이기에. 그렇게 스스로 감정을 받아들여 안을 때, 위로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다가오는 것이기에.
- 출처: <불교신문> 2016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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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소설가, 시인
1970년 11월 광주에서 소설가 한승원의 딸로 출생. 연세대 국문학과 졸업 및 동대학원 석사.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 맨부커상 수상. 현재 서울예술대학 교수.
* 2024년 10월 10일 한글날 다음날에 전 세계에 노벨문학상이 대한민국의 "한강" 작가에게 수여되었다는 소식이 속보로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The Swedish Academy has awarded the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to South Korean author Han Kang. She was honoured "for her intense poetic prose that confronts historical traumas and exposes the fragility of human life," the Swedish Academy said.
스웨덴 아카데미는 한국 작가 한강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여했습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으로 그녀에게 영예를 안겼다고 밝혔습니다.
* 다음은 출판사를 통해 한강이 전달한 서면 수상 소감 전문입니다.
“수상 소식을 알리는 연락을 처음 받고는 놀랐고, 전화를 끊고 나자 천천히 현실감과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수상자로 선정해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동안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의 마음들이 전해져온 것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동문 단톡방에서 옮김-
밤에 시간되시는 분들은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
읽어드리니 침대에 누워 들으세요~^^
https://youtu.be/ECC3wGirUmQ?si=JCKqPAi-v_drJT-n
샛노란 은행잎
검붉은 감잎
울긋불긋 단풍잎
가을이 춤춘다
새벽에 일어나 일기 마무리하여 톡을 보내고 나니 여섯시가 다 되간다
집사람에게 목욕이나 다녀 오자고
6시 30분경에나 가자고 해서 마늘밭에 어제 사온 ‘마늘 한방’ 비료를 뿌렸다
혹 노열동생이 일찍 와서 로타리치면 미처 못뿌릴 수가 있다
차 시동을 거니 밸밸거리다 꺼진다
어? 왜 이러지
집사람이 방전된 것같다고
날씨도 춥지 않은데 방전되다니
아침 일찍 미안하지만 문사장에게 전화
전화를 받는데 이제 막 일어난 목소리
단잠을 깨 미안하지만 시동을 걸면 밸밸거린다고 했더니 밧데리 방전이라며 이따가 가겠다고
문사장은 보통 여덟시에 출근
일찍 서둘러도 7시 30분 넘어야 올 것같다
톡보내고 운동을 하지 않아 기다리는 동안 체조와 스쿼트
땀이 은근히 밴다
운동을 마치고 나니 문사장이 왔다
손밧데리를 가지고 와 차 밧데리에 연결하고 시동을 걸어 보란다
시동을 거니 바로 걸린다
조금 방전된 것같다고
아이구 가까이 있는 덕분에 쉽게 고칠 수 있었다
집사람이 달걀 후라이와 두유를 가지고 와서 먹으라고
문사장은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 한단다
일하는 사람이 아침을 먹지 않으면 안되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고
목욕장에 가니 두분이 목욕하고 있다
샤워하고 반신욕
30여분 하고 나니 은근히 땀이 밴다
이럴 때 기분이 좋다
냉탕과 온탕을 두세번 오갔다
이렇게 하면 몸이 좀 풀리는 것같다
몸무게는 저번과 똑같다
항상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했음 좋겠는데...
집사람이 아침을 준비하는 사이 난 동물을 챙겨 주었다
물과 싸래기 미강을 버무려 주었다
병아리장엔 후기사료가 떨어졌다
한포대 사서 먹여야할까보다
아래밭에서 트랙터 소리
내려가보니 노열동생이 마늘밭 로타리를 치고 있다
앞뒤로 두 번을 왔다갔다 하며 잘 갈아 준다
일찍 와서 갈아 주니 고맙다
아침 한술
매운탕에 말아 맛있게 먹었다
어느새 10시가 다 되간다
집사람과 같이 삽과 쇠갈퀴 괭이 마늘밭 두둑에 씌울 비닐을 가지고 아래 밭으로
먼저 밭 둘레를 삽으로 파 올려 고랑을 만들었다
로타리 쳐 놓은 곳에 씌울 비닐의 폭만큼 두둑을 만들어야겠다
노열동생이 올라왔다
내가 두둑을 만들려고 하니 노열동생이 나서서 두둑을 만들고 두둑에다 제초제와 살충살균제를 뿌리란다
그걸 뿌리고 난 후 바로 비닐을 씌워 버린다
비닐을 씌울 때 예전엔 고랑의 흙으로 비닐가를 덮었는데 그러지 말고 프라스틱 삼발이 꽂이를 꽂아 고정하잔다
그리고 그 위에 흙을 뿌리면 비닐이 쉽게 날아가질 않는다고
동생이 말한대로 해보니 일이 훨씬 쉽다
로타리 쳐 놓은 마늘 밭에 두둑을 세 개 만들어 비닐까지 모두 씌웠다
집사람과 둘이서 했으면 최소 두시간 이상 거렸을건데 노열동생이 도와 주어 1시간 만에 일을 끝낼 수 있었다
넘 고맙다
이따 점심이나 같이 먹자고
노열동생애 마늘 종자를 사러 간다니 우리도 한접만 사다 달란다
올해 캔 마늘이 작아 종자로 쓸게 많지 않으니까 한접 사서 종자하잔다
있으면 한접 사오겠단다
집에 올라오니 11시 가 훌쩍 넘었다
기구들을 대충 정리해 두고 샤워
그도 일이라고 땀을 흘렸다
집사람이 오후에 마늘을 쪼개잔다
내일은 마늘을 심어야한다고
월요일부터 비온다니 비오기 전에 심어 놓는게 좋겠다
노열동생이 마늘을 사왔다고 전화
그럼 같이 점심 식사하자고
집사람은 모임이 있어 나만 갔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성준이가 집에 있다
같이 점심 먹으러 가자고
성준이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와나무로 갈비탕 먹으러 갔다
둘은 갈비탕 난 생비
성준이가 갈비탕이 참 맛있다며 잘 먹는다
입맛에 맞았다니 다행이다
한 일도 별로 없건만 잠이 쏟아진다
집에 오자마자 떨어져 버렸다
집사람 전화
모임 끝나고 회원들과 집에 와 차 한잔 한다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려 끓였다
한순교육원에서 같이 교육받았던 분들끼리 모임을 했는데 난 나이가 많아 빠졌다
참 오랜만에 본다
모두들 건강해 보여 좋다
차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들
교육 받을 때 참 즐거웠다고
교육 받는 동안 함께 점심 식사를 해서 더 기억이 나는지도 모르겠다
마땅히 줄게 없어 주워 두었던 쥐밤이라도 한봉지씩 가져가라고 주었다
집사람이 마늘 심기 위해 마늘을 쪼개야한다니 여러사람이 있을 때 같이 쪼개자며 가져오란다
마늘을 가져다 주니 다들 달려들어 마늘을 쪼개 준다
참말 고맙다
올해 농사 지으면서 이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광주에 사는 분들인데 이렇게 농사일 해보는 것도 재미있단다
덕분에 마늘을 다 쪼갰다
오늘 저녁엔 장성 가을꽃 축제장에서 내년 도민체전 장성 개최를 기원하는 음악회가 열린다고
파크볼 치는 분들도 꼭 참석해 달란다
특히 임원들은 빠지지 말라고 했단다
장성 바둑 협회에서도 도민체전 열린 음악회에 꼭 참석해 달란다
집사람도 파크볼 임원이라 같이 가보는게 낫겠다기에 음악회보러 공설운동장으로
와 많은 사람들이 벌써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마치 장성 분들이 모두 나온 것 같다
빈 자리를 찾으려는데 쉽지 않다
다행히 협회장을 만나 뒤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해가 지니 공설 운동장 주변으로 불이 밝혀져 야경이 넘 아름답다
수 많은 꽃들이 불빛에 요염한 자태를 뽐낸다
여기 오길 참 잘했다
재정국장 전화
앞에 파크볼 임원들의 좌석이 있다며 앞으로 나오라고
내려가보니 무대 정중앙을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여긴 체육회 소속 단체 임원들이 앉을 수 있도록 좌석이 배치되었다
협회장 사무국장 재정국장 이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우리도 뒤쪽 좌석에 앉았다
군수님의 환영사를 시작으로 국회의원 군의장 전남체육회장등 많은 분들이 영상으로 축하메시지를 시작으로 공연 시작
1부 공연은 팝페라와 뮤지컬 배우들의 공연
이런 공연을 아주 오랜만에 봤다
참 멋진 공연이었다
2부는 가수들의 공연
원프라스원과 송민경 에녹 김휘재의 공연
넘 맛진 노래를 선사해 주었다
와 밤 기온이 넘 차다
난 이렇게 추울줄 모르고 가볍게 옷을 입고 나갔더니 손이 얼을 것처럼 시럽다
집사람이 손을 마사지 해주며 추위를 이겨내라지만
공연이 좋아도 추워서 더 이상 볼 수 없다며 집에 가자고 재촉
이렇게 있다가 감기들면 나만 힘들것같다
대부분 옷을 따뜻하게 입고 나왔는데 난 밤 기온을 생각 못했다
에녹의 공연이 끝나고 김휘재 공연이 시작하는데 도저히 안되겠다며 일어 섰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니 이빨이 딱딱 거릴정도
차로 돌아오니 그때서야 좀 낫다
멋진 공연을 추워서 다 보질 못했다
집에 오니 아홉시가 훌쩍 넘었다
저멀리 가로등 불빛만 깜빡깜빡
님이여!
가을이 익어 갑니다
가을꽃 축제장 찾아 아름다운 꽃길 걸으며
오늘도 기쁨 넘치는 하루 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