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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꽉 잡어 븅아..."
"엉. 죽을 힘을 다해 잡고 있단다. -.,-"
"허리가 휘잉하다."
-_-... 고냥... 허리를 꽉 잡으라고 말을 하지 않겄니.
"자자, 이제 출발!! -0- 어서 달려!! 오빠 달려!!"
"...멍청이."
기어이 자신의 양쪽 허리의 옷깃만 살짝이 잡은 내 손을
자신의 허리에 꽉, 단단히 묶어(?)둔 디스타올 자식.
왜 디스타올 이냐고? -.,- 그건 바로...
부아아아앙!!!!!
"아악! 너무 빨라!!"
나를 삐까뻔쩍 엑시브 오도바에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려버리는
이 녀석 이름이...
"이수거어어어언!!!!!!!!!!!!=0="
바로 이수건이기 때문이다.=_=
5분 뒤.
코털이 휘날리도록 빠르게 달린 위험한 오도바에서
헐레벌떡 내리는 나와, 여유롭게 내리는 녀석. =_=..
"이태리 타올... 아니, 때밀이 수건 같은 놈이...ㅜ.,ㅠ"
험한 꼴. 즉 그지 산발상이 되어버린 나와는 대조되도록,
바람이 스타일리스트라도 되듯, 멋지게 휘날려 뻗친 머리를 하고
나를 쳐다보는 수건이 자식.
"너... 머리가... 그거야."
거지 산발이 되어 45도 뒤를 향하여 일제히 뻗친
내 짧은 머리를 보고는 곰곰히 생각을 하던 녀석.
곧이어... 그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거... 코쟁이 영화 시작전에.. 검은 구멍에서 뻥 뚫고 나오는거.."
그것은... 네 입에서 나온 그것은... 그것은...
'어흥.-0- 가르릉!!'
이런 간드러진 울음소리를 내며 거먼 액자에 모습을 드러내시는..
세기의 사자 '네오'님을 말하는 거냐...
즉.. 지금 내 머리는...-.,-..사자.. 사자 갈기...
"가자."
놀릴대로 놀려놓고 내게 손을 내미는 수건이놈.
이런 사자 콧구멍 속의 벼룩같으니.
넌 인제 끈덕지근 한 코딱지에 익사할거여.
그러나, 나는 녀석의 손을 꼭 붙잡고 친구들이 기다리는
톰아저씨 노래방으로 올라갔다.
그래.. 톰아저씨..
통통하고 자그마한 몸매에 콧수염을 맛깔나게 기른 그 분이
k로 운을 떼는 닭튀김(치킨)집 할아버지 포즈를 슬며시
따라하고 계신 모습이 당당히 세워진 그 노래방 입구를 지나,
2층에 자리잡은 은근히 넓은, 마치 톰아저씨의 넓은 동심세계를
보여주듯(되는대로 지껄이는 중-_-)...
"여어, 수건이, 나연이."
큰 노래방의 방 하나에서 기다리고 있던 삼형이가
마이크를 내려놓고.
"수건이 오빠!>_<"
여시같은 한효리... 절대 이효리 언니의 콧구멍을
따라잡지 못할 이름만 똑같은 효리뇬의 맞은편에
어느새 잡은 손을 놓은 수건이와 나는 털푸닥 앉았다.
"너... 눈이 나풀거려."
쉴 새 없이 눈을 깜빡거리며 귀여운 척을 하는
효리뇬에게 수건이놈이 뱉은 말.
그냥, 눈을 너무 자주 껌뻑인다고 하면 되지..-_-
모든 표현을 의성어와 의태어로 하려고 하지 말어...
"어멋, 제가요?>_< 꺄앗, 나풀이래!! 나비한테 쓰는 표현인데."
어쭈구리. -.,- 아주 자화자찬하고 납셨구만.
"나방."
"나비..네??!"
"나방."
나비라는 말에 감격하던 효리뇬의 입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저거 상처받았구만.=_=...
"그나저나, 수건이 너 나연이랑 정말 사귀는 사이 아니여?"
콧구멍이 근질거리는 듯 양쪽에 휴지를 빼초롬히
쑤셔넣은 용식이가 우리 둘을 휘휘 둘러보고,
"아니야! 무신 소리를!! 우린 그냥 친한 친구여, 으히.-.,-"
미리 선수를 쳐 수건이놈의 입을 막아버리는 나.
"이상허다. 너네 둘이 꼭 붙어다니는 거 보면 수상의 냄새가 쫄깃한데."
용식이 너는 수상따위의 냄새를 맡지말어.-.,- 그거 쫄깃하지 않어.
"빙신. 쫀득이지."
-0-...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런 말 하지마, 수건이놈아!!
이미지를 생각해!!
"에헴, 암튼, 자자. 오늘은 삼형이 생일이니께, 우리 모두 다 같이
생신 콩크랏츄 노래를 불러보자구.!"
영어랑 한국어 섞지마-.,-.. 고것도 요상하게.
용식이가 생일축하 노래의 번호를 눌러 시작하면,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삼형이~
생일 축하 합니다~♬"
일제히 노래를 부르는 우리 다섯... 빼기 이.
"이수건 뭐냐아!! 친구 생일에도 가오 잡냐!"
그러나 은근히 부르지 않은 나는 걸리지 않고,
대놓고 부르지 않은 수건이놈만 걸려버렸다.-.,-
"생일축하 노래는 반짝거려."
무표정하게 입에 주머니에서 꺼낸 빨대를 무는 수건이놈.
"맞다, 그리고 너 언제부터 담배를 끊은 것이냐?
언제부터 너의 입에 그 앙증맞은 색색깔의 빨대가
매일 무지개 순서로 물려있다냐?"
용식이는 수건이놈이 입에 문 빨대를 응시했고.
"사자가... 콜록콜록 할 때부터."
"뭐..뭐시여? 사자? 너 사자 키우냐?"
용식이는 기겁할 만큼 놀라서 목청을 돋우고
-,.-... 아무도 모르게 사자라 칭해진 나는
괜시리 얼굴이 달아오른다.
그랬구만, 저 녀석, 언제부터 담배를 끊었는가 했더니...
그 날이었구만.
그 날... 그 날..
그 날이라 함은.......
2#
한 달 전.
여자 하나 없는 고등학교 이과반에 전학와서,
매일매일 사내들의 땀 냄새에 후각상피세포의 마비를 경험하며
수줍게 나를 대하는 반 급우들과 조금 가까워졌을까 할 무렵에,
"아무래도 안되겄다!!-.,- 너는 오늘부텀 내 친구여!"
라고 외친 용식이에 의해 방과 후 용식이와 그 친구들과
무리 중 유일하게 여자인 효리뇬-.,-과 가끔 노래방 여행에
동참하게 되었고, 용식이와 그 옆반 삼형이의 절친한 친구인
(용식이와 삼형이의 말로는-_-)
수건이놈과도 슬슬 안면을 트게 되었다.
그러나 안면을 텄을 뿐, 말 그대로 얼굴만 알 뿐, 말 한마디
눈 한알 마주치지 않은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둘만 있게 되는 사태에 이르렀다.
용식이의 여자친구와 100일을 기념하려 나와 용식이,
수건이 놈이 노래방에 앉아있었는데.
(용식인 노래도 못부르는게 기념일마다 노래방을 갈구했다-_-)
여자친구를 데릴러 갔다와야 한다며 갑자기 나가버린
용식이에 의하여 둘 만 남게 된 수건이놈과 나.
"어허...-.,-"
수건이 놈은 워낙 말이 없는 놈이라 뻘쭘히
노래방 책만 넘기고 있는데.
품에서 담배를 꺼내는 수건이놈.
용식이랑 삼형이도 안피는 그 마의 음식을-0-!!
"너...너 그거 집어넣어라-0-!!!"
... 헉.-.,-..나도 모르게 빽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것도 엄청 요상시런 말투로...
담배를 입에 비스듬히 문채 나를 꼬나보는...
그래 바로 맞은 편에 앉아있어서 더더욱 피하기 힘든
시선으로........
그래, 꼬나보는 놈.
제길, 그래. 꼬나본다 이거지..
나 용식이가 데려온 친군데, 니가 이런다 이거지...
이런 미간에 털 숑숑 자랄 놈.-,.-
이윽고, 나를 꼬나보다가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쭈욱 맛깔지게 빨았다가 내뿜는데
"코..콜록...-0-"
연기도 연기지만, 기침은 나의 동무요,
가끔 방문하는 도시가스 점검 같은 존재이므로,
나는 기침을 연신 뱉어냈고.
"아...씨...."
왠지 짜증나는 표정으로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끄는
수건이놈...
어...어라, 저거 설마 내가 기침해서-,.-...
"너 그거 설마.. 내가 기침을 하여서...-.,-"
"...콜록 거려서."
그..그러니깐.-.,- 저 호랑말방구 같은 놈이.
"그니까 내가 콜록 콜록 기침을 해서.-0-"
"쿨럭 거려서."
=.,= 미묘하게... 단어를 바꾸는구만.
그럼 내가 이번에 쿨럭 이라 하면,
자네는 컬럭 이라 할텐가.-_-...
"신경..."
"응? 엉?!?-0-"
"신경이... 꼬물딱 해..."
뭐...뭐시라?-.,- 신경이..
쪼물딱도 아니고 꼬물딱 하다고?
(쪼물딱도 말 안되는 건 매한가지.-_-)
"시..신경이 왜?"
"그냥... 켈럭켈럭 하니까.."
케..켈럭...-.,-...
수건이놈의 오묘한 말솜씨...
"저기.. 그건... 그말인 즉슨... 내가..
내가 기침을 한 게 신경이 쓰...-0-"
"아니."
"아니.. 그렇잖어. 니가 한 말에 의하면.."
"아니."
...=_= 이런.
베베 꼬인 스크류바짝퉁 같으니.
그렇게, 잠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곧이어 수건이놈의 핸드폰이 울렸다.
'부치차키아카챠 부투투부투투~♬'
어느 나라 언어인지 모를 노랫가사를 뱉어내며 울리는
수건이놈의 핸드폰.
이 어색한 침묵에 너무 반가운 그 전화의 주인공은
-미안허다, 둘이 놀다 가라, 내 이럴 줄 알고 2시간 어치 넣어놨으니깐
그 돈 만큼 놀다 가야해!!-0-
...이... 이 망할 용가리 같은 새끼야..ㅜ0ㅠ...
...
........
다시 시작 된 침묵.
수건이놈은 조용히 수시로 바뀌는 TV화면만 꼬나보았고...-.,-
용식이의 돈은 돈이고.. 우리의 어색함은 어색함이니..
그냥 나가버릴까 하는 찰나에,
"해... 노래. 너."
그런 요상코롬한 어순을 가진 명령조로 내게 지껄이는 녀석.
"뭐..뭐? 노.. 노래를 부르라고? 나더러?
그.. 그냥 나가는게!-.,-"
"용식이.. 돈 내고 갔다."
순식간에 온 몸이 빳빳이 굳어버린 나.
노래... 노래는 안되는데..
나.. 노래 못하는데.
노래..... 부를 수가 없는데.
"노.. 노래를 하란 말이지.. 너 방금 나에게
노래라는 말을 꺼냈단 말이지..."
"어. 해... 너."
노래방책을 나한테로 휙 던져주는 수건이놈.
이런... 아니돼, 난 노래를 부를 수 없어.
"나..나나난!!!! 엄청난 음치라!!!.."
"어."
뭐..뭐가 어라는 것이여.=_=
"그니까!!! 나는!! 노래를 할 수 없어!!!"
"...왜."
"나...나는!!!!!"
"..."
"나..나는...그러니까 나는..."
말 없이 나를 응시하는 수건이놈.
그래, 저건 응시하는 거지 절대 꼬나보는 게 아니야.-_-....
".... 그럼..."
내가 조용히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걸 듣더니,
수건이놈의 내뱉는 한 마디.
"랩 해."
3#
슈왕슈왕 투쿠쾅.
부왕부왕 추콰캉.
이 소리는 내 머릿속을 불꽃으로 지지는
수건이놈의 이 어이가 없음에도 모자란
어이가 내 옹골진 콧망울 피빨아먹는 소리였으니...
"너...너 지금 대체.. 무신 소리를.."
"노래 못하면, 랩 해."
"랩도 노래잖어-0-!!! 너 정말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것이냐?!
너는 가끔 보면 참말로 사람이 베베 꼬였어, 아니, 혀가 꼬였어,
아니, 뇌가!!! 그래, 뇌가 꼬였어-0-!!!!"
후우, 후우, 수건이놈의 언어장난에 쌓아놓은 말을
몽땅 뱉어버렸다. 어버버... 나 이제 죽는 것인가.
용식이가 수건이놈 이래뵈도 싸움은 우리 학교, 아니아니
우리 동네, 아니아니 우리 도시... 암튼.. 뭐 그 정도 최고랬는데.
혹시나 저 놈이 화가나서 나를 퍽퍽 때려버리면
..... 나 맞으면...그럼 정말 아플낀데...
"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내 온 몸에 심지어 똥구녕까지
닭살이 숌퐁숌퐁 돋아나게 하는 무서운 목소리를 가진 수건이놈.
"왜..왜왜...왜?-0-"
기선제압에서 눌려버린 슬픈 나는
옆 동네 바보마냥 말을 더듬거렸고..
"왜 노래를 못 해.."
"어?!! 그.. 그건 말이지.. 그건..-0-"
그건.. 그건 말이지...엄청 눈물콧물 나는 그런
과거 때문인데 말이지..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사실은.. 내가 여기로
눈물 콧물 빼며 올라온 이유는 말이지..."
"..."
"들을 수가 없다고... 더 이상 내 눈물나는 노래를...
더 이상은 들어줄 수가 없대.."
그랬어....
내가 그 잘하던 문과 과목을 팽겨치고
끔찍한 과학이 삼종세트 필수인 이과반으로
전향한다는 핑계로... 전학 온 이유는....
"나 밀어냈어... 내 노래가 너무... 너무 눈물난대서."
잘나가던 밴드부 보컬시절.
그리고...
오빠의 죽음.
그리고...
내 노래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행복하게 오빠가 들어줬던..
내 노래는...
자꾸만 슬퍼졌다.
눈물을 달고 있었다.
듣는 사람에게도.. 연주하는 사람에게도..
부르는 나도..
자꾸자꾸 슬퍼졌다.
그래서... 도망쳤다.
사실 아무도 그런 말 따위는 하지 않았어.
날 밀어낸건.. 바보같은 나였고...
내 노래를 들어줄 수 없는건...
병신같은 나였어.
.....
"난 여기로.. 도망쳐왔던거야.."
"..."
갑자기 심각해져버린 분위기. 그리고,
내가 여기로 온 이유를 설명하고 나서부터
아무 말도 없던 수건이놈이..
갑자기 너무 슬퍼져버린 내 앞통수를 보더니..
얼굴이... 눈물없이도 울어버리는 걸 보더니...
"... 슬퍼도 들어준다."
"응.. 응?!!뭐.. 뭐여?-0-"
"니 노래 슬퍼도... 난 들어준다."
"아니.. 그게 말이지.. 꼭 누군가가 슬프다고
안 들어줘서가 아니라.. "
"그러니까 앞으로 노래부르고.."
"아니.. 수건이놈아.. 아니, 수건이야...-0-"
"앞으로... 웃으면서 울지마."
........
"너... 너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걸까.
남자만 있는 반에 뚝 떨어져서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 나를.
그래서.. 혼자서 자꾸만 외톨이가 되려했던 나를.
용식이가 건네 준 따뜻한 손이...
전혀 기쁘지 않았던 나를..
방과 후에 종종 노래방에 모여서 놀 때..
웃으면서 울고 있었던 나를.
"어떻게 안 거냐..."
"니 여기가 켈럭켈럭 하는게 느껴지니까."
손가락으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가리키는 수건이놈.
"여기가... 계속 기침했으니까."
4#
... 바보 같이.
정말 바보 똥구녕의 삐져나온 털 두가닥 같이..
눈에서 눈물이 뿅뿅 나오고 말아.
1년 만에... 그렇게 눈물이 나오고 말아.....
"나.. 안 돼.. 노래하는거.. 이제 죽기보다 싫어.."
"....해."
"너..너도!! 너도 세상에서 죽기보담 하기 싫은 게 있을거잖어!!"
".......어."
"그래.. 나도 그래.. 그러니까 그러지 말자.
죽기보담 하기 싫은 건... 하지 말자."
"..근데..."
"..근데...?"
"너가 보이면 신경이 꼬물딱 해.."
"...그니까 왜!!-0-"
"노래방.. 표정이 울었으니까.."
"뭐..뭐라고?-0-"
"용식이... 노래방 데리고 올 때마다..
표정이 울고 있었으니까.."
".. 그.. 그래, 그건 그렇다 쳐도.. 나 참고 있을 수도 있고
노래방 계속 와도 상관 없어!!-0-"
"용식이가 노래방하고 싸우지 않는 이상..
계속 올거니까."
"...그...그래도 상관 없어..-_-"
"그럼 또 표정이 울테니까. 자꾸 자꾸 울테니까.
노래를 하고 싶은데 노래를 할 수가 없어서.. 울테니까."
노래를 하고 싶은데.. 라고.
내가... 노래를 하고 싶어한다고...
그건... 그건 나도 몰랐던 건데.
나도 내가 노래를 하고 싶은지는... 모르는데..
"그러니까 노래를 다시 하게..
내가 들어준다..."
... 그게 무슨 얼토당토 않는 이유야..
대체 그게 어떻게 이유가 돼..
왜.. 도대체 왜...
"왜..왜 그런 거에 신경을 쓰는 거냐..
아무리 내 표정이 계속 울고있었다고 해도..
난... 분위기도 험악하게 만든 적도 없고...
넌... 그래, 아무리 용식이가 나를
자꾸 너희들 노는데에 끼게 했다 해도.. 그래도..."
"..."
"나는 남일낀데... 계속.. 특히 너한텐 남이었는데.
그러니까.. 내가 노래를 하던 말던.. 표정이 울던 말던..
너는 그냥 상관이 안 될텐데..."
"..그럼 이제 남 하지마."
너무나... 너무나 간단하게 답을 줘버린 수건이놈 때문에
뇌가 쫙 펴지는 기분이야.. 스트레이트 파마를 한 것 처럼
윤기나게 매끈매끈 길쭉길쭉 해진 기분이야.
"수..수건이놈아.. 아니, 이수건아..."
"이제 됐네."
되긴 뭐가 돼!!-0-
자기 할 말만 쏙 해버리고 일어나는 말미잘 세 번째 촉수 같은 녀석.
"너.. 너가 죽기보담 싫은 건 뭔데!!!"
"..."
"내가 죽기보담 싫어하는 게 뭔지 알았잖아!
비록 니가 내가 부르고 싶어도 부를 수 없다고
그렇게 말했지만!! 난 지금 노래부르는 게 죽기보다 싫어!!"
"... 그래서."
"니가 싫어하는 건 뭔데!!! 니가 죽기보담
싫어하는 건 대체 뭔데!!"
"여자."
뭐..뭐.. 여.. 여자?-0-
"여자가... 죽기보단 싫다."
"죽기보담 이야......"
"...아무튼 여자가 싫다."
그래, 그래서 그 동안 그렇게 앵겨왔던
귀여운, 남정네들이 환장하게 귀엽게 생긴
효리뇬을 눈꼽으로도 쳐다보지 않았겠지..
"그.. 그럼! 누가 너보고 여자 만나라고!!
니가 여자를 싫어하는 이유가 니가 가진 상처 때문이라고
그 상처 낫게 해주겠다고 여자 만나라 하면 만날거냐!!"
".. 아니."
...-_-.. 너무.. 너무 단호했다.
"근데 넌 왜 나한테 그런 걸 요구하냐!!!-0-"
"..."
"웃긴 놈일세!! 넌 나한테 노래 하라 마라 할 자격 없어!!"
"...그럼 만나던가."
그래, 그래야... 뭣이여?-0-.......?
"아니.. 있잖어.. 수건이놈아-0-.."
"너도 여자니까 너 만나면 되겠네.."
"자..잠깐!! 이야기가 왜 그렇게 흘러가!!-0-
그리고 무슨 나를 만나, 만나긴!!!"
"아 씨, 몰라 따지지마.
그냥 만나. 그리고... 너 노래 해.
앞으로 용식이.. 노래방 오면 노래 해."
"너.. 너 내 노래를 사실은 너무나 듣고 싶은 나머지
아니면, 머리가 너무 돌아버린 나머지 아니면 나에게
어떻게든 항복을 받아내고 싶은 나머지 이러는 거 같구나...=_="
"아니."
"그.. 그럼 뭐냐!! 뭔데!!-0-"
"여기가 기침하니까."
"... 뭐?-0-"
"노래방 와서 노래 안하는 거...
여기가 기침하니까. 표정은 울고 여기는 기침하니까."
다시 한번, 자기 왼쪽 가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수건이놈.=_=...
"겨..겨우 그런 것 같다가!! 말도 안 돼!! 겨우 그런 이유는!!!..."
".. 누나."
"누.. 누나?!-0-"
"누나랑.. 똑같으니까."
누.. 누나가 뭐가 어째?
알 수없는 말을 하고는 휙 나가버리는 수건이놈.
대체.. 무슨.. 갑자기 무슨 누나...
그리고 노래를 부르라고........
.. 또.... 또...
자기를.. 만나라고..
........
................
"뭐여 뭐여, 무신 생각 중이여 나연이?!"
"엉? 어어???"
어억, 나도 모르게 어느새 한 달 전 그날을
그것도 구구절절이 자세하게 마치 소장의 융털을
꼼꼼하게 세듯이 생각해 버리고 말았다.-.,-
급히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
여기는 한 달 전 그곳과 똑같은 톰아저씨 노래방의
똑같은 방이고,
뭔가 달라진 게 있다면...
맞은편에 앉아 날 꼬나보던 이수건은... 수건이 놈은..
"... 멍청이."
바로 내 옆에 앉아 이제는 묘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아하.. 아하하... 오늘 배운 물리 공식을 외우고 있었어.
그러니까 그게.. 어.. 그게 말이지.. v3=...."
"노래 불러."
당황해서 횡설수설하는 나에게 가볍게 노래방 책을 던지는 수건이놈.
"어...어?!?!"
"노래... 부르라고...."
그 한 달전 일 뒤로... 세 번이나 노래방을 왔었지만...
노래 부르라는 소리는 절대 꺼내지 않았던...
노래얘기는 꺼내지 않았지만..
우리는 왠지모르게..-,.- 은근히 계속
만남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이 만남이 시작된 이유는...
내가 죽기보담 싫어하는 걸 하라고 하고
그렇게 말한 대가로 자기도 죽기보담 싫은 것을 한다는....
그래.. 어허, 이건 필요충분의 법칙.. 아니아니,
이건 오고가는 정... 아니아니.. 이건 그냥..-.,-
우리 만남의 이유는 그냥......
"나연이, 정말 노래하는거여? 그런거여? 우와, 나 나연이 노래는
처음 들어보는데!!-0-"
"설마 음치인거냐 나연이..?"
삼형이의 말에 순간 울컥한 나는...
그게 거진 1년만에 불러보는 노래임에도
아무런 감격이나 설레임 없이..
오로지 음치라는 말이 귓구녕을 낼름낼름 거려서
내가 언제나 생각하고 있던 곡을 신청하고 말아...
"오오, 나연이가 부릅니다. 이유 없는 만남."
'생각해 보면 너와 난 그저 이유가 필요했던 거야-
우리의 만남이 우리의 앞날이 함께 였으면 한거야-
이유가 없는데 이유를 만들어내려고 노력 한거야-
그냥 첫 눈에 딱 이 사람이다 생각을 해버린거야-
넌 나의 shining 넌 나의 loving
우리의 마음이 더 깊어지기를
crying 너 없는 난 knowing
난 알게 되 버렸으니까-
이유 없이 널 만나 사랑하고 있다는 걸-♬'
1년 전.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되고 나서부터...
그 때부터 내 귀를 맴돌았던 노래 하나.
언젠가.. 누군가를 이유없이 만나서
사랑하고 싶어지게 된다면..
그 때 꼭 부르고 싶었던 노래 하나..
"우와... 나연이 노래 쥑이네... 그동안 왜 안불렀냐."
"나연이 짱이다."
"뭐.. 뭐 잘 부르긴 하네요, 언니."
지금 내가 이 노래를 불러버린건 말이지..
다시 나를 묘하게 쳐다보고 있는...
도롱뇽말방구방구 호랑방구 같은 수건이놈 니 녀석 때문일까...?
5#
"나연이 진짜 캡짱! 생일 선물로 최고였다!!"
"맞아 맞아 나 진짜 듣는 순간 콧구멍의 휴지를 뿜어냈잖아!!"
용식이와 삼형이의 들뜬 목소리를 뒤로 하고
자신의 엑시브에 올라타 나를 물끄럼히 바라보던 수건이놈이
......처억.
나에게 가만히 손을 내밀었다.-0-..
"어... 어 뭐냐, 이수건이. 너도 나연이 노래 듣고 반한거냐?!?"
"오.. 오빠, 나연이 언니한테 뭐 받을 거 있어요?"
수건이놈이 내민 손과 나를 불안하게 두리번거리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수건이놈에게 말을 거는 효리뇬.
"채나연. 이거 31일 된거야."
"뭐..뭐여? 31일이 무신 소리야?-0-"
"유..유통기한이나 제조일자 같은 거냐?!"
용식이랑 삼형이가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목청을 돋굴 때, 나는 그 말뜻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으므로
조용히 고개를 숙이었다. -.,-
저네들은 사실을 알면 얼마나 내게 배신감을 느낄까.
다시는 내게 물리 쪽지시험 때
공식적힌 팔꿈치를 보여주지 않을지도 몰라.
(앞자리에서 팔꿈치에 적은 공식을 스리슬쩍 보여주던 두 아이-_-)
"오..오빠.. 그 말은."
"나 사자랑 31일."
어이쿠야. 드디어 밝혀졌구나.
"사자가 뭐여, 아깐 나연이가 31일 어쩌구 저쩌구.."
"사자랑 나연이랑 같은 건가? 그렇담... 그.. 그렇담?!?!!?"
........ 주여.
저들이 배신감으로 내 명치를 치지 않도록 해 주시옵소서,
다만 어깨는 괜찮사옵니다. 탈골되지 아니할 정도로만..
그 정도로만 슬며시 치도록 도와..-.,-
"이것들!! 감쪽같이 31일을 속였구만!!!"
"어쩐지 수상했어! 이수건이 이 놈이!! 이 여자라면
죽기보다 싫어하는 놈이!! 나연이를 챙기는 거여!"
"맞어맞어!! 꼬박꼬박 오토바이 태워갖고!!!"
"이 자식들!! 완전 축하한다, 아니 축복한다!!"
...-0-.. 뜻밖의 환호와 환희에
나는 고만 붕어빵틀에서 구워지는 붕어마냥 멍해졌고...
"손."
"어? 어어??"
아까 나에게 내민 손을 아직도 거두지 않은
수건이놈은 내게 지 손을 잡으라고 하고 있다.
"어머어머 용식이 저걸 보게나, 이수건이 여자 손을 잡았다네."
"거봐거봐, 저거 키우는 맛이 있을거랬잖아, 저게 여자를 다 만나네."
어느새 아파트 오일장에 장바구니 가득 야채를 넣고
수다를 떠는 아줌마들 같이 변해버린 용식이와 삼형이.
.. 그리고.
"말도 안돼. 난 나방이라면서."
충격받아 흉하게 입을 벌려버린 효리뇬.
저 입안에서 왠지 나방이 나올 것 같구만.-,.-
그래..그래, 앞으로 너를 오정이뇬이라 불러주마.
사오정.. 낄낄.
"간다. 내일 봐."
나를 오도바에 태우고 내 손을 다시 자기 허리에 묶은 다음
고개를 까닥, 흐뭇하게 바라보는 용식이와 삼형이
"말도... 안 돼.."
벙쪄있는 오정이뇬에게 작별을 고한 뒤,
부아아아앙,
수건이놈의 삐까뻔쩍 엑시브는 다시 전속력을 다했다.
곧 사자가 될 나를 태우고.-.,-
........
"수건아, 있잖어..."
"..."
"안들려? 안들리나? 안들리는 건가?"
"..."
그래,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어서 못듣는 게구나.-.,-
그럼... 그럼 내가 여기서 개구리 꼬락지 같은
낯 간지러운 말을 내뱉어도..
너는.. 너는 듣지 못하겠지...
"수건아..."
"..."
"나.. 있잖어... 오늘 부른 그 노래 말이야.."
"..."
"그게.. 널 향한 .. 앞으로의 내 마음일 거 같어..."
"..."
"그러니까... 나.. 앞으로..."
"..."
"널 더 많이 좋아... 아니, ... 사랑하게 될 거 같어."
"........멍청이."
"뭐...뭐여!! 드.. 들렸어?! 들린거였단 말이야?!"
"..."
멍청이 한 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침묵에 잠기는...
이... 이 용식이 허벅지보다 피부 두꺼운 뻔뻔이 수건이놈!!-0-
(용식이의 허벅지 둘레는 보통 여자의 허리둘레였다-_-)
"너.. 너 이 개미똥구멍 같은 자식..ㅜ0ㅠ"
"..."
"이.. 이 뻔뻔시러운 용식이 허벅지 같은 자식..ㅜ0ㅠ"
".......나도."
"뭐..뭐?! 뭐가 너도여!!ㅜ0ㅠ"
"나도 그렇다."
"뭐가 그런데, 엉?! 너도 너도 부끄럽냐? 너도
나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얼굴이 명란젓마냥 벌개져?!"
"아니... 이미."
뭐..뭐래는거야.-_-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수건이놈.
"아마도.. 난 이미."
넌 이미 뻔뻔하다 이거냐...=_=
자랑 아닐낀데... 그럴낀데.
암튼. 녀석의 질주는 우리 집 앞까지 계속되었고-.,-
다시 한 번 늠름한 네오의 모습을 재연한 나는
전속력으로 부아앙 가버리는 수건이놈 뒤통수를 자꾸
쳐다보게 되고 말아.
그리고.... 오빠를 떠나보내기 한 달 전처럼...
저 놈의 뒤통수를 기억 깊이 새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저 검고 작은... 그래 나랑 삐까삐까한... 절대 나보다 작지 않은..
(작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_-)
아무튼... 예쁜 뒤통수를..
깊이.. 새겨놔야 할 거 같아..
그 어디서 보더라도.. 바로 팔딱 기억나도록.
아무리 먼 곳에 있어도..
아무리... 알아보지 못하더라도...
저 뒤통수를 보기만 하면... 바로 생각나도록..
내가... 이유없이 사랑 하게 될.. 그런 사람이라는거...
이수건... 니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거...
첫댓글 재미써요ㅋㅋㅋㄱㅋ아까폰으로읽ㄷㅏ가댓글달ㄹㅏ고했ㄴㅡㄴ데날ㄹㅏ가서지금달음ㅠ.ㅠ
감사합니다!!ㅠ_ㅜ 와우 사랑해염ㅋㅋ
으아제목부터 좋았는데 내용 역시 좋으네요!
감사합니다 ㅜㅜ 오오 극찬을 ㅜㅜ
오오오...재밌어요!!!!!!!!! 수건이...매력남!!!!!! 다음편 기대요!!
감사합니다 ㅜㅜㅜ 오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