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처럼 살다 간 정현오 친구를 보내며...
끝 까지 고통을 참고 이겨내며
친구들과 '가을산행'의 약속을 지키려했던 좋은 친구 정현오!
이세상에 와서 화려한 삶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가신 당신의 삶을 되돌아 봅니다.
"항상 남루한 옷차림에 한눈을 내려뜨고 무표정한 모습으로 가만히 쳐다보던 말없던 친구!
우리가 동요처럼 불렀던 노래 --'현오! 현오! 모 현오!, 마나리 밭에 똥싸고...-'친구의 노래
여름에는 학교를 오지 않고 '아이스께기통'을 메고 다니던 친구!
옥곡장날에는 '뻥티기'기계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던 순박한 나의 친구!
평생 사랑 고백 한번 하지 못했고, 결혼도 생각하지 않았던 바보같은 친구!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가면 된다던.. 땡땡이 대장 정현오 친구!..."
당신을 떠나 보내던 아침나절, 가을 햇살은 찬란히 빛났습니다.
당신을 배웅하러 나온 동네의 선.후배와 동창생 몇명이 운구를 도왔습니다.
그 피안의 언덕을 넘어서는 당신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었으면 합니다.
매제의 선도 차량에 당신을 실은 25인승 장례차를 따르는 차량은 나의 작은차량 한대가 전부였습니다.
" 혹시나 외로워 할 당신을 생각하며 초라하게 떠나 보내야 하는 이별 앞에 나는 친구의 두손을 꼭 잡고 한없이 통곡했습니다."
현오 친구의 마지막 가시는 길! 조금이라도 덜 외롭게 편안하게 잘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화장하여 야산이나 강에 뿌려달라던 가족들의 생각을 바꿔서 수목장으로,
장례식장에서 화장터로 바로 가자던 생각을 돌려 친구가 항상 걸어 다니던 묵백리길과 평생
떠나지 않았던 짜빡꼴 마을과 고향집을 돌아서 화장터로 갈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였습니다."
나의 친구 현오는 자동차는 커녕 자전거도 없었고, 비.눈길을 마다않고 20십리 길을
항상 두발로 걸어 다녔습니다.
"못난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 했던가요?
가족과 협의하여 하루 전날 괭이, 삽, 톱과 낫을 챙겨서 김석원, 성한식 친구와 함께
국사봉에 올라서 멋진 소나무를 골라 주변을 단장하고 적절한 구덕을 파고 나무가지로 가려두고
하산하였습니다.
추석 밑자락에 다들 바쁜데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30여명)들이 함께하여 주었습니다.
또한 원근 각지에서 친구들의 부의금이 답재하였습니다.
"친구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또한 서울 성순옥친구 부친상에 동창회를 대표해
'조문'해 주신 상훈, 강빈, 미영, 인숙 등 서울친구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가식이 없고 인간적인 모습이 물씬 풍긴 친구 나의 친구 정현오!
"이곳저곳 일자리를 찾아 다니며 열심히 일해서 어머님과 가족을 부양했고, 암보험과 연금보험을
넣어 자신이 떠난 후에도 가족의 살길을 마련해 놓고 떠나간 야무진 친구!..
평생을 그렇게 살면서도 다른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살다갔고, 마지막 순간40분 전까지도
용변과 손발씻는것 까지도 타인의 도움을 멀리한 의지의 사나이 정현오 친구! 였습니다.
"무거운 육신이 하얀 뼛가루가 되어 나올때 그 고통 스러운 육신의 짐을 벗어 던지고 초연한 모습
으로 하늘을 마음 껏 날아 다닐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식지않은 '유골함'을 안고 가족들의 통곡을 멀리하고 4륜구동 짚프차 2대에
나눠타고 영원한 안식처를 향해 내달렸습니다.
약속된 그자리에 부드러운 흙과 잘 섞어서 ,두 발로 꼭꼭 밟아서 날짐승이 파지 못하도록 하고
주변정리를 하고 초라하게 차려진 제단 앞에 소주 한잔 올리고 '영생'을 기원하며 친구들의 마음
을 담아 삼가 명복을 빌었습니다!!!
제단에 차려진 안주에 소주한잔을 나눠먹고 가끔은 외롭지 않게 찾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내려오는 발길은 가벼웠습니다.
* 함께 해주신 박순병선배님, 유동진후배, 박기병, 성한식, 김석원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삶이 자칫 잘못하면 나만의 욕심으로 살게되고 타인의 짐이 되기도 하는데
정말 아무에게도 짐이되지 않는 삶을 충실히 살다가신 현오 친구의 장한 삶이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우리의 친구 정현오!, 바보 처럼 살다간 나의 친구 현오!
당신을 이렇게 밖에 떠나 보내지 못해 미얀하게 생각하고
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렇게 친구를 떠나 보내며 친구의 소중함도 느꼈고, 삶의 '겸허함'도 배워갑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의 건투를 기원 합니다...
2010. 9. 19 옥곡장날 어제마신 술을 깨며...
옥곡초등하교44회 동창회 회장 이 철 재 올림
첫댓글 수고 많으셨네요, 친구가 정말 편안히 가셨겠네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