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고... 함께 본 지 벌써 두 달이 넘고 한 달이 되어 가는 영화모임 후기를 써야 한답니다.
이 게으름으로 인한 기억의 간극을 어찌 메울 수 있을지요...(짤막하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10월에는 기억과 치유에 관한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을 보았습니다.
내 생애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다시 본 영화는 이 영화가 처음인 듯싶다. 극장에서 가족과 함께 본 그날, 엔딩 크레딧이 끝날 때까지 앉아 있게 한 영화. 알모책방 뒹궁뒹굴 도서관에서 몇몇이 앉아 다시 보면 어떨까,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 보니 더 좋은 영화였다. 여섯 중 나 포함 두 명이 다시 보았는데, 의견 일치!
기억이란 어떻게 저장되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기억으로 인한 상처는 어떻게 치유될 수 있는지를 아름답게 그려낸 영화. 처음 보았을 때는 안도감이 들고 따스해지면서도 싸한 기분이었다면, 두 번째에는 감정 한 올 한 올을 섬세하게 느끼며 보니 싸한 기분은 말끔히 사라지고 유쾌하면서도 스스로 치유받는 느낌이었다.
폴에게 마담 푸루스트가 있었기에 왜곡된 기억에서 해방되고, 행복한 기억으로 과거를 채우고 새 삶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듯이,
폴의 이모들에게도 그 기억과 죄의식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 이가 있었다면, 이모들도 폴도 그렇게 오래도록 고통 속에 있지는 않았을 거란 이야기가 오고갔다. 그리고 상처는 결국 직면해야만 치유될 수 있다, 직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란 이야기도.
감독 실뱅 쇼메가 직접 작곡한 발랄한 곡들도, 파스텔톤의 아름다운 이미지들도 누군가의 가슴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기에 충분했다.
11월에는 젊은이의 꿈과 우정에 관한 영화, <프란시스 하>를 보았습니다.
아무런 정보 없이 가볍고 유쾌하게 보았지만,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해 할 말이 많은 영화였다.
무용수를 꿈꾸며 당차게 부루클린으로 왔으나 연습생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27세의 한 여성(프린시스)이
좌충우돌, 방황하다 마침내 자기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안무 기획자)을 찾아 나름 자리를 잡는다.
그 과정은 학창 시절부터 단짝이었고 룸메이트인 친구(소피)가 떠난 뒤, 집세를 못 내 친구 집을 전전하면서
소피를 원망하고 집착하던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과 맞물린다.
결국 정신적 독립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할 때 한 존재로서 당당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
암튼 우정에서도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미숙하고 풀리지 않던 그녀가 아픔 만큼 성숙해진다니,
앞으론 제대로 해낼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아, 글이 점점 식상해지지만, 그래도 패스.ㅠ)
취업난으로 힘든 우리 사회에서 우리 자녀들이 겪어야 하는 삶일 수도 있단 점에서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다.
프란시스는 자신이 월세를 감당하지도 못할 만큼 곤궁하지만,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결혼을 하고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뭐든 필요한 거라면 다 해주는, 또는 미리 챙겨 주는 양육 태도에서 비롯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어느 정도의 결핍이 있어야 스스로 노력한다,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며,
유산상속 문제로 벌어지는 가족살인이란 반인륜적인 문제로까지 이야기가 이어졌다.
암튼 건강한 부모 아래서 건강한 아이가 자라난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총총.
아, 이 영화는 오늘날 이야기인데 흑백이다. 그런데 그래서 이야기가 더 잘 살아 있다.^^
12월에는 22일(월) 7시, 브래드 피트 주연의 <흐르는 강물처럼>을 와인 한잔과 함께 봅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보고픈 분 모두에게 문을 활짝 열어 두니
오실 분들은 주저 말고 댓글 달아 주세요.^^
첫댓글 마담 프루스트는 음악도 정말 좋았어요.
옴마야~
시간이 벌써...
후기를 보니까 우리가 그냥 시간을 보낸 건 아니지 싶은 생각이 들어요~
뿌듯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