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막대기
이준관
길을 가다
나무 막대기를 주웠다.
나는 나무 막대기를
땅에 꽂아 주었다.
그럴 거다.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가
나무 막대기를 보고
-기어코 저 나무 막대기를 뛰어 넘을 거야.
하고 뒷다리에 힘을 꾸욱 줄 거다.
어린 나비가
나무 막대기를 보고
-저 나무 막대기 꼭대기에 꼭 앉을 거야.
하고 날개에 힘을 꾸욱 줄 거다.
그럴 거다.
나무 막대기도
나무가 되고 싶어
땅에 꽂힌 발에 뿌리가 돋아나도록
힘을 꾸욱 줄 거다.
이준관 동시집 『내가 채송화 꽃처럼 조그마했을 때』 (푸른책들, 2003)
감상글 : 김혜숙
쓸모없이 버려진 흔하디흔한 나무 막대기.
땅바닥에 글씨나 그림을 그릴 때 말고는 관심도 없는 하찮은 나무 막대기.
그 막대기를 작가는 땅에 꽂았다.
땅은 흙이고 흙은 생명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독자에게는 땅에 꽂는 행위가 신념 또는 결심의 의미로 받아 들여 진다.
신념이든 결심이든 이런 작은 행위가 누구에게는 도전이 되고 꿈이 되는 것이다.
나무막대기를 뛰어 넘으려고 뒷다리에 힘주는 개구리처럼, 나무꼭대기에 앉으려고 날개 짓하는 나비처럼,
뿌리를 내리려고 힘을 주는 나무막대기처럼, 나도 동시 막대기 앞에서 풋풋한 힘을 모으게 된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알든 모르든, 나무 막대기 무심코 꽂아놓고 싶은 멋진 마음을 갖게 되는 동시다.
첫댓글 버려진 나무 막대기 하나가 겨울잠에서 깬 개구리와 어린 나비의 꿈을 키우며 자신도 땅에 꽂힌 발에 뿌리가 돋아나는 날을 꿈꾸고 있네요. 이준관 선생님의 시상의 깊이와 폭이 얼마나 넓으면 이런 발상을 할까요. 버려진 나무 막대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상상력의 힘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