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죽도 ‘상화원’
한국의 전통미와 자연미가 살아 숨쉬는 비밀의 정원
섬 주요산책로인 2km '회랑','석양정원' 및 한옥마을 등 특히 유명
고려말 충신인 정승 임향(任珦)의 유배지이기도
원래 죽도는 보령시 남포면에서 서남쪽으로 8.1㎞, 최치원 유적지가 있는 보리섬 서쪽 1.5㎞ 지점에 있는 섬으로 옛날 대나무가 울창하였던 섬이라 하여 대섬 또는 죽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대천해수욕장에서 3㎞ 떨어져 있는 남포 방조제와 연계되어 있는 섬으로 대천 해수욕장과 남포 방조제 끝머리에 있는 용두 해수욕장의 중간 지점에 있는 섬이다. 지금은 '상화원'이라는 한국식 휴양 정원으로 꾸며졌다.
'상화원'은 섬 전체가 하나의 정원으로서 천혜의 섬 죽도가 지닌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한국식 전통정원이다.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 전통 한옥을 충실하게 이건·복원한 '한옥마을', 죽림과 해송 숲에 둘러싸인 '빌라단지', 섬 전체를 빙 둘러가며 연결된 '회랑' 과 '석양정원' 등이 한데 어우러져 한국적 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콘크리트 도심 속 일반적인 연회장이나 휴양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만남과 휴식의 공간이다.
죽도로 들어가는 방조제 끝머리에는 사람 얼굴 모양에 갓을 쓴 특이한 비석이 한 개 서 있다. 죽도의 역사를 소개한 비석이다. '죽도 보물섬 관광지'라고 쓰여진 대형 반달모양 아치 우측 바로 밑에 있어 자칫 못보고 지나갈 수 있는 비석이다.
이곳 죽도는 고려조 절의충신(節義忠臣)인 정승 임향(任珦)이라는 분이 귀양살이 한 곳이라 한다. 고려 공민왕이 신돈을 중용하자 임향은 중(僧)을 재상으로 들이는 건 천하의 부끄러움이라는 글을 임금에게 직접 상소함으로써 임금의 노여움을 사고 유배형을 당하게 됐다. 임진왜란 때 호국승장인 사명대사는 임향의 현손(玄孫)이기도 하다.
죽도는 현재 개인 소유의 섬으로 ‘상화원’이라고 하는 자연정원으로 꾸며져 있으며 입장료를 내야 출입이 가능하다. 매일 개방하는 게 아니라 4-11월 중 금,토,일 및 법정공휴일에 만 개방하고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제일 먼저 고풍스러운 한옥과 마주친다. 이 한옥정자는 '의곡당'이라고 하며 고려 후기에 건립된 '경기도 화성 관아의 정자'를 옮겨 온 것이다. 2004년 상화원으로 이건(移建)하였다고 한다. 고려시대 건축양식이 남아 있어 고려 후기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 화성 관아의 정자는 현존하는 목조건물로는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상화원은 섬 전체가 하나의 커다란 정원으로서 한 바퀴를 둘러보는 것 만으로도 한국식 전통정원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다.
섬을 빙 둘러 조성된 회랑을 따라서 해송과 죽림에 둘러싸인 석양정원, 한옥마을, 해변연못과 정원, 빌라단지, 하늘정원 등을 돌아다니다보면 전통과 자연이 한데 어우러진 멋진 정원을 만날 수 있다.
회랑은 섬 둘레 뿐 아니라 상화원의 주요 시설인 한옥마을과 빌라단지와 연결되어 섬 전체를 하나로 묶어주는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
돌아보는 순서는 정문에서 우측으로 의곡당-취당갤러리-회랑(Corridor)-해변독서실-해변연못과 정원-한옥마을-사랑채-석양정원-임전갤러리 순으로 도는 게 좋다. 주로 회랑을 따라가다 보면 그 자체가 메인산책로다. 길이 2km(한옥마을 산책 포함)에 이르는 지붕형 회랑을 걸으면서 섬을 덮고 있는 해송숲과 죽림, 그리고 바다조망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회랑을 따라가다 보면 곳곳의 해변연못들과 개울들을 만날 수 있으며, 바닷가 쪽으로 이어지는 해변 테라스로 내려가면 발아래 굽이치는 파도와 마주할 수 있고, 저녁 어스름에는 아름다운 낙조를 즐길 수 있다. 지붕 있는 회랑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것이라 한다.
자연의 멋을 그대로 지키고자 한 상화원에는 그 흔한 카페 하나 없다. 대신 입장객에게 떡과 음료를 제공한다. 회랑 입구와 약 450m 떨어진 방문객센터에서 입장료 영수증을 보여주면 된다. 방문객센터 주변에 앉을 곳이 있다. 해송 아래 앉아 졸졸 흐르는 연못과 그 너머 바다를 바라본다. 이런 경치에서 맛보는 떡과 커피는 단연 꿀맛일 수밖에 없다.
이곳 상화원에는 섬 둘레를 돌아가며 서른셋의 '해변연못'을 조성하였고, 각 연못에 서로 다른 수생생물의 고유한 특성을 담아냄으로써 한국식 전통정원의 운치를 더하였다.
자연석을 이용하여 만든 해변연못으로 모이는 물은 이곳 상화원의 가장 높은 지대에서 계류를 타고 섬 사방으로 흘러내린다. 섬 전체에 상시 흐르는 개울은 수생식물이 우거지고 금붕어가 노니는 해변연못들과 연결되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음은 한옥마을. 한옥은 우리 조상들의 천년 세월의 지혜가 깃들어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이러한 한옥이 점차 우리 곁에서 사라지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지난 십여 년간 전국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한옥을 찾아다니면서 이를 이건하고 복원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 결과 현재의 '상화원 한옥마을' 조성이 가능하게 되었다.
상화원 한옥마을은 단순히 한옥을 이건·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천혜의 섬 죽도가 지닌 자연미를 그대로 살리고 거기에 물과 나무와 바람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식 정원을 더함으로써 한국적 미를 극대화하고자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각각의 한옥 뒤쪽으로는 폭포가 흐르고, 푸른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자와 온갖 수생물이 숨쉬는 연못, 그리고 한옥마을을 감싸안은 해송들이 한데 어우러져 아늑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소나무가 기와지붕을 뚫고 하늘로 치솟은 한옥을 보면 경이로움을 금치못한다.
고창군 홍씨 가옥 안채 및 문간채, 홍성군 오홍천 씨 가옥, 청양군 이대청 씨 가옥, 고창읍성 관청, 낙안읍성 동헌, 해미읍성 객사 등 상화원 한옥마을은 사대부가에서 일반 평민, 관리들이 사용하던 한옥까지, 또한 안채에서 문간채, 행랑채, 정자까지 우리 한옥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줌으로써 조상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전통적 한옥마을의 면모를 갖추었다.
한옥마을에서 바라보는 바다경치도 장관이다. 이곳에서 5km 거리에 있는 무창포해수욕장과 무인도인 석대도가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매월 거의 두번 바다가 갈라지는 소위 '모세의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다.
새롭게 조성된 '석양정원'은 바다 가까이에서 바위에 부서지는 아름다운 물보라와 파도소리를 가슴에 담을 수 있다.
석양정원은 해변독서실 주변의 기존 회랑 아래쪽으로 총 350m에 달하는 회랑을 하나 더한 곳이다. 회랑에서보다 더 가까이 바다에 다가가 있어 기암괴석과 바위에 부서지는 파도, 시원한 파도소리를 가까이 할 수 있어, 상화원에서 가장 동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회랑 중간에는 명상관도 있다. 발을 드리운 명상관은 이름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명상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리고, 총 길이가 200m에 무려 108개에 달하는 세계적 규모의 나무벤치가 바다를 향해 이어져 있어 여유로운 산책과 낙조를 즐길 수 있다. 108개 벤치 중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석양의 놀랍고도 신비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108 개의 번뇌에서 벗어나 여유와 자유를 느끼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하다. 산책을 하다가 잠시 여유를 찾아 책을 들여다볼 수 있는 독서공간까지도 조성되어 있다.
회랑의 양쪽 출입구에는 한국정원의 단아한 미가 가장 잘 표현된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입구 시작점에서는 수묵을 사용한 화훼, 특히 매화에 능했던 취당(翠堂) 장운봉(張雲峰, 1910∼1976) 화백의 한국화가 고풍스러운 나무 창틀과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 있다. 또한, 회랑이 끝나는 곳에서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압록강 동쪽으로 소치를 따를 만한 화가가 없다” 하며 극찬할 정도로 산수화에 뛰어났던 소치 허련의 후손인 임전(林田) 허문(許文, 1941~)의 수려한 꽃그림이 펼쳐져 있다.
또, 한옥마을에서 내려오면 바로 현대미술갤러리와 이어진다.
필자가 방문한 2021.5.1에는 홍주완 화가의 '하이힐 그림에 투영된 여성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작품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참으로 기발하고 특이한 작품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조형물들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언덕길 풀밭에 사슴 가족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표현한 ‘행복한 사슴 가족 옥돌상’,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자리한 ‘반가사유상’, 사슴들이 바다에서 올라오는 장면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관음보살상과 열두 사슴들’ 등. 예상치 않은 길목에서 만나는 조형물이 색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상화원 가장 깊숙한 곳에는 죽림과 해송 숲에 둘러싸인 20동의 '빌라'가 있다. 크기에 따라 세 가지 평형으로 나뉘고, 실내 계단으로 이어진 2층 구조로 되어 있으며, 1층과 2층은 각각 독립적인 공간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어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휴식의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빌라는 기본적인 숙박시설 이외에 옥상으로 통하는 원형 계단이 있어 낮에는 일광욕을 즐기고 밤에는 별을 감상할 수 있으며 (Open-air hotel), 옥상 위로 인접 빌라와 연결된 데크는 하늘정원까지 이어져 있다. 섬에서 조금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침실에서는 우거진 나무숲과 곳곳에 조성된 해변연못 등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상화원 밖 죽도 둘레해안도 경관이 탁월하다. 대부분 바위해안이어서 트레킹에 스릴이 있다. 필자는 2014년에도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다.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왔던 죽도 바위해안 트레킹이었다. 당시는 상화원 정식개방 전이라 별 제한이 없었으나 추락사고 등의 위험이 있어 현재는 진입이 통제되고 있다.
사진출처-보령시청
죽도는 상화원 이외에도 주변에 대천해수욕장, 무창포해수욕장, 오천항 등이 있다. 죽도에서 5km거리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며, 무창포는 매월 음력 보름과 그믐 중 간만의 차가 심할 때 무창포와 석대도 사이 약 1.5km 길이의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 때를 맞춰 죽도를 방문한다면 또 하나의 잊지못할 볼거리를 추가할 수 있다. 오천항에는 조선시대 석성인 충청수영성이 있으며, 오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시원한 전망이 압권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글,사진/임윤식)
*죽도 가는 방법은...
죽도는 육지와 방조제로 연결되어 있어 자동차로 상화원 내까지 들어갈 수 있다.
대중교통의 경우 서울-대천역까지 열차는 3시간 간격으로 일 16회 운행한다. 대천역에서 죽도까지는 바로 가는 버스는 없으며 운행시간이 많지않아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낫다. 대천에서 죽도까지 15-20분 소요. 택시요금 13,000-14,000원 정도. 4-11월 중 금,토,일요일 및 법정공휴일에만 오픈한다.
*잘곳·먹을곳
-상화원 내 한국빌라(조식제공) 070-7456-2200
해뜨는민박 041-931-1234
동그라미민박 010-2030-0765
-바다향기 영준네 010-4423-6237
죽도보물섬횟집 041-931-9961
군산횟집 0507-1383-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