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오래전 내게 수구꼴통이라는 표현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습니다. 해외에서 수십 년을 그것도 창의적인 일에 앞서간다는 삶을 살았던 내게, 여기 저기 세계를 많이 돌아다니며 세상물정을 배웠다고 자부했던 내게 한 농담이라 “내가 대원군?” 하며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외국과 한국에서 사용되는 진보 보수의 개념은 상당한 차이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캐나다 총선에서 한국식으로 말하면 우파라고 불리는 Conservative Party의 하퍼 총리를 찍은 적도 있고 지난 총선에서는 좌파 Liberal Party의 트뤼도 2세 총리에게 한 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면 나는 우파일까요? 좌파일까요? 한국식 이분법 사고로 보자면 말이지요.
캐나다에서는 좌파 우파라고 할 수 있는 두 부류 정치인들의 정책이 크게 다른 점이 없어 국가가 돌아가는 데 많은 변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Liberal 쪽은 이민자 소수민족 난민 정책에 좀 더 유연한 정책을 펼치는 편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캐나다 지인에 의하면 Liberal 쪽이 집권한 이후 기업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했습니다. 무능한 직원 한 명 해고하기가 너무 어려워 회사 경영에 문제가 생긴다는 불만이었습니다.
트뤼도 2세는 처음 입각했을 때 젊고 미남이어서 인기가 좋았습니다만 요즘은 하향 곡선입니다. 지난번 국회에서 발언한 것이 캐나다 전역 국민들에게 반감을 갖게 만들었지요. 그의 부친 피에르 트뤼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고 합니다만 어쨌든 그는, 쿠바의 공산주의 독재자 카스트로가 죽었을 때 국회에서 카스트로가 위대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즉시 국회에서 야유가 쏟아지자 발언을 취소하고 사과했습니다. 그러나 많은 캐나다인들이 실망했으며 인기를 잃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적 성향의 캐나다이지만 지금도 공산주의는 결사반대입니다.
영화배우 출신이었던 로널드 레이건 미국 40대 대통령은 지금도 미국 근대사에서 가장 위대한 대통령으로 불리며 그를 추모하는 미국인들이 많습니다. 동서양의 냉전시대를 종식시키고 세계 평화에 기여했으며 미국을 더욱 위대한 나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듣기 때문입니다. 보수적 공화주의자였던 그는 취임하자마자 강력한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달합니다. 자신의 정책은 반공을 제일로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모든 미 국민들이 환호했습니다. 그 당시 LA에 살고 있던 나는 그의 스피치 장면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가 그런 스피치를 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때 미국노동총연맹 산하 영화배우협회 회장을 맡았던 그는 소비에트 공산주의에 물든 배우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습니다. 어디를 가나 좌파의 극렬성은 유난한 것인지 그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 산업이 문을 닫게 생길 만큼 위기에 봉착했던 것입니다.
그 당시 미국 내 한인 사회에도 지식인들 사이에 공산주의 바람이 불어 제가 아는 엘리트 지식인들이 미국 시민권으로 평양을 넘나들며 김일성에게서 자금을 받아다 생활했습니다. 시뻘건 글씨로 쓰인 ‘로동당' 신문을 들여와 한인촌 가판대에 버젓이 놓아두기도 했습니다. 현재 LA에는 북한을 넘나들며 김일성 상을 받은 사람이 있으며 얼마 전 뉴욕에서는 북한 찬양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같지 않을 것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 나는 그를 열렬히 지지했지만 그분이 자신의 주변을 챙기기 위해 자살했을 때 실망도 컸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4대강 실패와 BBK사건으로 그에게도 실망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지까지는 아니라도 외치와 안보는 잘하겠지 하고 기대했습니다.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매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같은 철의 여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후반의 실정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그래도 외치와 안보, ‘김영란 법’ 제정은 잘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 평가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우선 욕먹을 각오를 하고 내 집안의 내력을 평생 처음 공개하려 합니다. 내 본관은 동복(同福)입니다. 내 조상은 고려조 고종 시대 동복군(同福君)이라는 군호를 받고 왕으로부터 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땅, 지금은 물에 반쯤 잠겨버린 화순군 창랑리 물염적벽(和順郡 滄浪里 勿染赤壁)일대, 광산군과 무안군 일대의 땅을 하사받았습니다. 그래서 그 지명도 근대까지 동복군이었고 현재는 동복면입니다. 조선시대 들어와 몇 대에 걸쳐 영의정 이조 형조판서 대사헌과 많은 청백리를 배출했지만 온건하여 싸움을 싫어하는 집안입니다.
어려서도 매해 여름 방학이 되면 호남의 땅을 찾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의무였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사람들에 싸여 행복했던 기억도 많습니다. 그런데 풍류와 기개가 드높았던 호남의 땅이 언젠가부터 비하의 땅으로 차별의 땅으로 변했고 5·18이란 비극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5·18 방송을 보던 날 참담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호남에 깊은 애정과 인연의 끈을 가진 내가 왜 호남 출신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그분 생전에 두 번 상면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은 중학교 때 목포 방문길에서 젊은 김대중 씨의 연설을 들었고 두 번째로는 미국 유학 시절 LA에서 유학생 지인들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해 나와 있던 그분을 대면했습니다. 당시 20대였던 나는 그분의 언변과 음성에 믿음이 가지 않았습니다. 신선하다거나 진정한 애국심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저 야망에 불타는 한 정치인으로만 느껴졌지요.
결국 그는 호남의 적극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대통령이 되었지만 그로 인해 핍박받던 호남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 게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 대북송금과 햇볕정책으로 대한민국이 얻은 것은 무엇인지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것이 그 덕분이라고 폄하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가 떠나고 난 지금 핵 재앙이 발등에 떨어진 현실, 북한에 힘을 실어준 대가로 협상 테이블에서 끌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된 현실, 얄타회담처럼 강대국 협상에 조국의 운명이 다시 매달리게 되어버린 상황을 그는 알까요?
안타까운 것은 그런데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3대 세습을 하고 있으며 공포정치를 자행하고 있는 공산체제의 북한 정권을 옹호하는 세력이 대한민국에 상존한다는 것입니다. 극우로 흘러가고 있는 세계정세에 역행하는 것이지요. 여기에는 우리 신문, 방송이 안보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정치 놀음판에 끼어든 탓이 큽니다.
나는 매일 한국 신문 방송을 포함해 10여 개 이상 언론사들의 글을 읽고 방송을 봅니다. 최근 한국 내 신문, 방송에서 본 납득하기 어려운 보도 몇 가지를 열거하겠습니다.
*중앙일보는 한 주일에도 며칠씩 몇 주 동안 계속해서 사주의 얼굴을 커다랗게 싣고 계열 방송사 앵커의 얼굴을 몇 달 동안 매일 띄우다 이제야 멈추었습니다. 그들의 얼굴을 매일 올리는 이유는? 이런 경우를 외국 언론에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 는 내가 좋아했던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나 요즘 지나치게 편파적인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든 촛불 집회든 태극기 집회든 의도적인 편집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형평성에 맞게 편파적인 점 없이 증거와 팩트를 공평하게 제시하고 시청자에게 판단을 맡겨야 하는데 요즘 정치색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불편합니다. 거기에 잘못된 방송에 대한 사과도 없습니다.
*주요 일간지 C, D에 양식이 되는 글을 쓰고 있는 지인 몇 사람이 평소의 집필회수가 반으로 줄어든 데다 회사에서 퇴출당하게 생겼다고 하소연해 왔습니다. 그들의 글이 특별히 우파 지지의 글도 아니고 지극히 이성적이며 바르게 현실을 보여주는 글인데도 말입니다. 신문사 내부에서도 좌우파로 갈려 그 폐해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우선 젊고 유식하면 좌파, 늙고 무식하면 수구꼴통이라는 터무니없는 편견부터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현상은 오직 대한민국에서만 전염병처럼 만연하고 있습니다. 이런 편견들이 세대간, 지역간,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만들고 편 가르기로 나라를 망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시는지요?
나는 요즘 400여 년 전의 조선을 떠올립니다. 임진왜란 말입니다. 선조가 깨우친 왕이었다면 그래서 율곡 이이의 주장대로 군사력을 막강하게 키워 위기에 대비했다면 그런 수치의 역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분열을 수습하고 비전 있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건전한 liberal party와 건전한 conservative party가 서로 협치하고 견제해 나가야만 합니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고 분열시키는 그 어떤 집회, 그 세력을 업고 정권을 잡으려 하는 정치꾼에게는 한 표도 주지 말아야 합니다. 첫째 국가 안보, 둘째 국민 통합, 셋째 경제 문제에 혼신의 노력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아야 할 것입니다.
모짜르트 레퀴엠 라단조 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Lacrimosa, Requiem KV626.. (W.A. Mozart) Tomowa...Karajan, Cond Wiener Singverein Berliner Philharmon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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