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이마트의 주 35시간제 - 박하순(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신세계-이마트(이하 ‘이마트’라 하자)가 내년부터 주 35시간제를 도입한단다. 임금삭감없이! ‘임금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구조조정 국면에서 혹은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일부 좌파들의 오랜 요구였다. 이마트가 좌파의 요구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다니! 그래서 따져 봤다.
2013년 4월 고용노동부의 불법파견 판정에 따라 이마트는 146개 매장 상품진열 도급사원 9천여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채용했다(회사에서는 이들을 ‘전문직’이라 칭한다). 그리고 이마트 노동자들 중 가장 열악한 근로조건을 가진 판매직 도급 사원 1,600여명도 같은 해 5월 ‘패션전문직’이라는 이름으로 정규직이 되었다.사실 이 때 이마트는 노조사찰로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 이전 비정규직법이 시행되기 직전 5,000여명의 캐셔(계산원)들이 정규직이 되었다(이들도 ‘전문직’에 속한다). 그리고 30시간, 32시간, 32.5시간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들 약 1,300여명 가량이 일하고 있다. 이마트에는 대졸 전문대졸 사원인 공통직과 가전 등에서 일하는 전문점직이 있지만 이들 캐셔, 상품진열직, 판매직(과 이들 직종의 시간제) 노동자들이 이마트 노동자들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임금을 받고 있었다. 기본급, 기본급과 함께 최저임금에 포함되는 매월 지급되는 각종 수당, 성과급, 상여금이 기본적인 임금항목들이다. 기본급은 2015년 63만6천원, 2016년 64만 7천원이었고, 기본급에 기초해 지급되는 성과급은 연 400퍼센트, 명절 때 지급되는 상여금은 200%였다.
그런데 2017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 시급기준으로 6,470원으로 인상되었다. 2016년 6,030원이었으니 440원이 오른 것이고 인상률은 7.3%였다. 주 40시간 노동자(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의 월 최저임금은 2016년 약 126만원에서 2017년 약 135만원으로 약 9만원이 올랐다. 2016년에도 기본급은 2%만 올렸던 이마트는 이 부담스러운(?)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한다.
즉 2017년에도 기본급은 여전히 2%, 월 기준 13,000원만 인상하고 대신 400% 주던 성과급 중 200%를 떼어 매월 나눠서 지급한다. 이렇게 되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임금은 그 전 해에 비해 10.4% 오른 것으로 나타나지만(<표 1>을 참조하라), 임금을 거의 올리지 않으면서도 최저임금 기준을 위반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일은 중소사업장에서 왕왕 벌어지고 있던 일이긴 하지만 2016년 매출액이 거의 12조에 이르고 영업이익이 6,000억이 넘는 이마트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았으리라.
그런데 촛불시위로 인한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고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으로 결정되었다. 월 최저임금은 2017년 약 135만원에서 2018년 약 157만으로, 즉 월 22만원이 오르게 되어 있다. 민주노총과 사회운동진영에서의 최저임금 1만원 운동, 사회적 양극화의 일정한 개선 필요성,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정책으로 소득(임금) 주도 성장 정책의 채택 등이 이런 최저임금의 상당한 인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2018년 최저임금은 인상률로는 16.4%이고, 공약대로라면 2020년에는 최저임금은 시급기준으로 1만원으로 오를 예정이고, 이를 달성하려면 2019년과 2010년에도 각각 15% 이상 최저임금이 올라야 한다.
이마트로서는 이미 최저임금으로 산입된 상여금 200%를 제외한 나머지 성과급 200%를 또 다시 최저임금으로 편입시키는 등의 꼼수를 부리기에는 안팎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렇다고 임금을 예년처럼 기본급 2% 정도 올리면 이마트 전문직의 월임금이 약 157만원에 달하는 2018년 월 최저임금에 현저히 미달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최저임금과 별 관련이 없는 공통직의 상위직급의 임금은 2%, 공통직 하위직급(band 5)의 임금은 4% 올려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임금을 인상시키되, 최저임금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임금을 받는 전문직의 임금은 10%를 올려 주었다. 그래서 전문직의 임금은 최저임금을 상회하게는 되었다. 그러나 2017년에는 월 최저임금보다 약 67,000원 정도 많이 받다가 2018년에는 그 격차가 불과 월 8,230원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데 앞으로 예정된 최저임금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마트로서는 기발한 생각을 해내게 된다.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에서 당장 내년부터 주 35시간으로 줄인다! 그렇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질 경우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15% 이상 오르게 될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
이마트로서는 전문직에게 최저임금 정도의 임금만을 지급하려 한다면(이제까지의 임금억제를 위한 이마트의 행태와 최저임금 인상 규모를 보았을 때 다른 경우를, 즉 최저임금보다 상당폭 높은 임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것을 상상하기 어렵다), 2019년과 2020년 15%대의 인상률이 아니라 7%대 인상률로 이 시기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물론 문재인의 최저임금 공약이 지켜지지 않고 최임인상률이 더 낮아지면 이마트의 임금인상률은 더 낮아져도 될 것이다).
그리고 2018년 이마트의 월임금을 월 소정근로시간 183으로 나눠주면 시급이 8,645원이 되어 2017년 시급에 비해 무려 27.3%나 오르게 된다. 월임금이든 시급이든 ‘임금삭감이 없는 노동시간단축’이 된다. 요즘 유행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한다는 워라밸, 즉 ‘일-가정 양립’ 혹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가져오는 노동시간 단축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대적으로 선전을 하고 별 생각 없는 언론들은 이를 받아쓰기에 바쁘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시급기준으로 최저임금을 위반하지 않게 되는 것일 뿐 이마트 노동자들의 월임금은 2019년부터 최저임금에 미달하게 된다. 필자의 어림잡은 예상으로는 이마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보다 2019년에는 월 약 11만원, 2020년에는 약 26만원 덜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연하게도 이렇게 낮아진 이마트의 월 최저임금을 183이 아니라 지금까지처럼 혹은 다른 사업장들처럼 월 소정근로시간 209로 나눠 계산하면 2019년부터 최저시급에 미달하게 된다.
결국 이마트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대되는 임금보다 더 적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표 1> 참조).
혹시 모르겠다. 단순히 노동시간을 8시간(패션전문직의 경우 9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이면서 부족한 인원을 신규채용해 노동강도 강화가 없다면 사측의 35시간제를 고민해 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임금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거나 생계에서의 책임이 덜한 노동자들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그리고 생태문제, 소비주의 문제 등을 생각하면 이런 방향이 역사의 진보에 부합하리라. 그러나 이마트 전문직 노동자들의 경우 임금수준이나 중장년 여성노동자들이 지고 있는 생계에서의 책임을 고려하건대 이런 고민을 할 노동자들은 그리 많을 것 같지 않다. 이마트 노동조합의 주 35시간제 비판은 이를 반영한 것일 것이다. 일부에서 노동거부-노동시간단축-노동자의 자기가치증식이라는 네그리 사상을 여기에 대입하는 것은 난센스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트 사측은 그럴 생각이 없다. 단지 주 30시간에서 32.5시간을 노동하는 단시간 노동자들 중 희망자에 한해서 전문직으로 전환할 뿐 추가 고용은 없다. 아니 이마트노동조합에 따르면 최근 매장 노동자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고, 사업보고서도 동일한 통계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단시간 노동자 숫자가 1,300여명(2017년 3/4분기 기준)에 불과하고 이들이 전문직으로 전환해 노동시간을 늘린다고 해도 주 5시간에서 2.5시간에 불과하다. 각각 주 10시간에서 5시간이 줄어드는 전문직과 패션전문직 노동자 약 18,000(2017년 3/4분기 기준) 명의 노동시간 감소를 메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는 11시 폐점 이야기를 하나 점차적으로 진행될 것이라 할 뿐 확실한 계획이 나와 있지 않고 이 시간대의 노동자들은 그리 많지 않아 1시간 이른 폐점으로 인해 전체노동자들이 덜게 되는 노동의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1,300명의 시간제노동자가 전부 32시간을 노동하다가 35시간제 전문직이 되고, 16,000명의 전문직이 주 40시간제에서 주 35시간제로, 2,000명의 패션전문직이 주 45시간제에서 주 35시간제로 변경되면서 하루 14시간(아침 10시부터 밤 12시까지. 준비시간 1시간을 포함하면 아침 9시에서 밤 12시까지 15시간) 개점에서 13시간(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준비시간 1시간을 포함하면 아침 9시에서 밤 11시까지 14시간) 개점으로 바뀔 경우 노동강도지수(=작업량 혹은 개점시간/노동자들의 총노동시간)는 평균적으로 6.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폐점시간이 12시에서 11시로 당겨져 개점시간이 13시간이 된다 하더라도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이 동일하다면(상품진열과 계산원이 주된 직종이어서 매출변화가 크지 않다면 이럴 가능성이 없지 않다), 노동강도지수는 14%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폐점시간을 한시간 앞당긴다 해도 손님이 거의 없는 시간이라 이로 인한 매출 감소는 거의 없을 것이고 다른 경쟁업체들도 이마트를 따른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매장을 이용하는 고객수도 개점시간이 14시간일 때나 13시간일 때나 변함이 없을 것이다(소비는 소득의 함수이지 유통업체의 개장시간의 한두시간의 증감과는 별 관계가 없다). 반면 이마트는 심야수당, 교통비, 전기료 등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표1 > 최저임금표와 이마트 전문직 임금표
*) 최저시급은 2020년 1만원 도입을 가정한 것이고 2019년 시급은 필자가 적절한 값을 넣은 것이고, 월 최저임금은 주 40시간제(월 소정근로시간 209시간)에서 해당하는 임금이다. 2018년까지의 이마트 시급과 월임금은 이마트 노조와 미디어오늘에 근거한 것이고, 이마트의 2020년 시급과 월임금은 이마트가 지금까지의 최저임금 회피 혹은 무력화 시도에 근거해 최저임금만 지급한다고 가정했다. 2019년 월임금은 2018년과 2020년 임금의 사이에서 적절한 값을 필자가 집어넣은 것이고 시급은 월임금은 35시간제(월 소정근로시간 183시간)에서 해당하는 임금이다.
결국 이마트의 주 35시간제 도입은 상여금이나 수당의 최저임금으로의 산입, 경비원노동자의 중간 휴게시간 증대-노동시간 감소,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용역노동자수를 줄이는 용역계약 체결 등과 같이 최저임금의 상당한 인상에 따른 자본의 다양한 대응방식 중의 하나라고 해야겠다. 기업의 경영상황이 매우 양호해 해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총노동시간 감소-노동강도 강화-총인건비 억제를 달성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