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설립한 사립 미술관은 대기업 오너들의 취향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기업은 미술관을 통해 고집스럽게 또는 일면 악착같이 수집해 온 다양한 유물과 문화재를 전시·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가의 ‘리움미술관’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전시물을 보면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국보 47점을 비롯해 보물과 희귀문화재들이 즐비해 국립박물관을 착각하게 할 정도다. 이를 두고 ‘삼성그룹 10개를 사고도 남는 가치’라거나 ‘삼성그룹의 뒤에 있는 영원한 보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 미술관은 설립자인 故 이병철 회장의 성(姓)인 ‘Lee’와 박물관을 뜻하는 영어인 ‘–um’을 합해 지어졌다. 이병철 회장은 30대부터 수집해 온 골동품 2174점을 호암미술관에서 첫 전시했었다. 이후 리움미술관은 이들 유물과 2세들이 추가로 수집한 것을 모두 전시해 놓았다. 특히 국보는 국내 전체 국보의 총 11%나 된다. 사립 미술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다. 리움미술관은 지난 2004년 10월 19일 ‘작가와 관람객이 수준 높은 전시 문화를 만든다’는 설립취지를 내걸고 오픈했다. 이곳 관장인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는 2008년 6월 삼성 특검 당시 관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이후 3년 만에 다시 복직했다. 방문객은 PDA 디지털 가이드(일명 ‘똑똑이’)를 목에 걸고 관람한다. 작품 앞에 서면 센서가 자동 감지해 작품 해설과 특성 등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어 큐레이터가 필요 없을 정도다. 리움미술관은 총 3개의 시설로 지어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MUSEUM 1은 대지 700평에 연건축면적 3000평 △MUSEUM 2는 대지 500평에 연건축 면적 1500평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는 대지 1200평에 연건축면적 3900평 등으로 각각 조성됐다. 전시 규모로는 최대를 자랑할 만큼 대지가 넓다. 스카이데일리가 리움미술관에 전시된 국보와 보물급의 유물을 현장 취재했다. <편집자 주> |
▲ 리움 미술관 전경
▲ 리움미술관의 야외테라스에 있는 ‘마망’
▲ 리움 박물관 입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관장이다. 이곳은 국립박물관이라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로 국보 및 보물급 유물이 다량 전시돼 있다. 삼성문화재단의 리움 미술관이 국보 47점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나라 국보는 316호에 410개로 이는 국내 국보의 11%를 삼성재단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삼성재단이 국보를 보유하게 된 것은 창업주 故 이병철 회장이 40여년에 걸쳐 수집한 각별한 노력에서 출발한다. 이어 이건희 회장과 삼성문화재단 등이 수집한 국보급의 유물들이 모두 지금의 리움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
이곳은 국보를 비롯해 보물, 한국미술품 등 값으로 환산 할 수 없는 희귀한 한국 문화재들이 진열돼 있어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리움 미술관 MUSEUM 1의 한국 고미술 상설전은 국보를 비롯해 보물 등 120여점의 문화재들이 총 4개 층으로 나눠져 전시돼 있다.
문화재들은 각 층마다 고려청자, 조선시대의 분청사기와 백자, 서화, 불교미술 및 금속공예로 구성돼 있으며 특히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조선시대의 대표작들을 직접 볼 수 있다.
이곳에 전시된 문화재는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긴 역사 속에서 꽃피었던 고귀한 문화유산들로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연구 자료들이다. 또한 전시된 작품은 훌륭한 전시 환경에서 전통미술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가면 가장 눈에 뛰는 것이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모양 주전자다.
▲ 국보 제133호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 모양 주전자.
국보 제133호로 지정된 이 문화재는 고려시대 무신정권의 최고 실력자의 한 사람인 최항의 묘지(강화도)에서 출토된 것으로 유명하다.
높이 33.2cm, 밑지름 11.4cm로 표주박 모양의 몸통 표면은 연잎으로 둘러싼 형태를 갖추고 있다. 손잡이는 덩굴을 살짝 구부려 붙인 모양을 하고 있다.
▲ 국보 제252호 청자 음각 ‘효문’명 연화문 매병의 자태가 유려하다. 또한 청자 음각 ‘효문’명 연화문 매병 역시 고려시대 만들어졌다.
높이 27.7cm, 밑 지름 10.6cm, 아가리 지름 5.3cm로 현 소유자는 이건희 회장이다. 이 매병은 국보 제252호로 지정돼 있다. 작고 아가리가 달린 고려시대의 전형적인 매병으로 팽배하게 벌어진 어깨가 부드럽게 흘러내린 균형 잡힌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유물은 맑고 푸른 유약의 색깔로 제작됐다. 아름다운 연꽃 장식이 유려하다.
무늬는 가는 선만으로 새겼는데, 어깨 위에는 꽃봉오리 띠를 둘러 공간을 나누고 그 안에 연꽃 덩굴무늬를 넣었다.
굽 바닥 한 모서리에는 ‘효문(孝文)’이라는 만든 사람 이름이 새겨져 있어 전라북도 부안군 유천리 가마터에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 국보 제309호 백자 달항아리 또 국보 309호인 백자 달항아리는 조선시대 왕실용 백자를 생산하던 광주에서 제작한 유물로 순백의 단순성을 간직한 조선백자를 대표하고 있다.
이 국보는 높이가 44cm, 몸통지름 42cm로 측면 곡선은 거의 완전한 원을 그리고 있다. 구연부의 외반 정도와 수직 굽이 잘 조화돼 풍만하면서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제작된 장소는 백자제작소(경기도 광주) 340여 개소의 가마 가운데 금사리 가마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 국보 제169호 양각죽절문 병도 진열돼 있으며, 국보 220호인 청자상감 용봉모란문 개합 등 다양한 국보와 보물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3층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대표적인 화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또 다른 국보와 보물급의 문화재를 만나볼 수 있다.
이곳은 △겸제 정선의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국보 216호)’를 비롯해 △단원 김홍도의 ‘혜능상매’ △혜원 신윤복의 ‘귀로산수도’ △추사 김정희의 ‘행서대련 원문가사’ 등 역사 속 진귀한 국보 및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 겸제 정선의 국보 제216호 인왕제색도
특히 인왕제색도는 조선후기 화가 정선이 76세에 그린 산수화로 지금의 효자동 방면에서 비가온 뒤 인왕산 경치를 보고 그린 것이다.
안개와 산능선은 엷게, 바위와 수목은 짙게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먹색의 강렬한 흑백 대비로 굴곡진 산의 습곡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며 화면의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었다.
1~2층에서는 불교미술과 금속공예 국보급 유물들을 볼 수 있다.
이곳에 진열된 국보 213호인 금동대탑은 현존하는 금동탑으로는 가장 규모가 큰 탑으로 높이 155cm이다.
▲ 국보 제 136호 용두보당 특징은 기단이 넓고 중하하며 탑신의 지붕은 견고하게 제작돼 있어 안정감이 있어 보인다. 탑 전체에 무늬장식과 부탁물이 많아 공예탑적인 특성이 강하지만 목탑의 형태를 재현하고 있어 목조건축의 연구 자료로서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국보 제136호인 용두보당은 높이 73.8cm로 석조기단의 모양을 따라 2층 기단을 마련했다. 그 위에 두 개의 지주를 세우고 한가운데에 당간을 세웠다. 당간 정상의 용두는 매우 생동감 있게 조각한 것이 특징이다.
이외에 청동기시대의 청동방울 일괄(국보 146호), 고구려 시대의 금동미륵반가상(국보 118호), 삼국시대의 금동보살삼존상(국보 134호)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리움 미술관 관계자는 “국보는 보물에 해당하는 문화재 중 특히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큰 것을 뜻한다. 아울러 보물은 유형문화재로 학술적·예술적 가치가 국보 다음으로 높은 문화재를 의미한다”며 “상설미술관(MUSEUM 1)에 전시된 국보와 보물은 희소성이 있어 계속 진열을 해 놓고 있지만 10월 기점으로 5~6점은 교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움미술관은 모두 세 개의 건물로 이뤄졌다. MUSEUM 1은 스위스의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우리의 전통 도자기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해 한국 전통미술을 전시하는 고미술관이다.
MUSEUM 2는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로 현대미술의 첨단성을 표현해 설계했다. 이곳에는 한국의 근현대미술과 동시대 국제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 리움 미술관은 세계적인 건축가 3사람이 맡았다. 하나의 미술관을 위해 개성이 다른 건축가들이 모인 것은 세계 건축사에서도 보기드문 일이라는 것이 미술관측의 설명이다. (왼쪽부터 마리오 보타, 장 누벨, 렘 쿨하스)
▲ 사진:리움 미술관 또한 기획전시실과 교육기능을 동시에 담당하는 삼성 아동교육문화센터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건물로 공중에 떠 있는 듯 한 미래적인 공간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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