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광주문예회관에서 열린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는 광주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하며 많은 화제를 남겼다.
지난 3월 광주시향 상임지휘자를 맡은 후 이날 첫 번째 정기연주회를 진행한 구자범 지휘자는 열정적인 지휘로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을 연주하며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전했다.
이날 공연을 숨죽이고 지켜보던 관객들은 때론 산들바람처럼, 때론 폭풍처럼 몰아치던 구자범 지휘자의 마지막 동작이 끝나자 열광적인 환호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쏟아냈다.
구 지휘자와 단원들은 관객들의 박수가 이어지자 스트라우스의 ‘천둥과 번개’를 앙코르 곡으로 선사했다.
관객들의 관람 태도 역시 청소년 관객이 주를 이루던 예전과 완전히 달랐다.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기도 했지만 많이 거슬리지 않았던 게 악장 악장마다 관객들의 몰입도가 대단히 높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광주시향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티켓 전쟁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광주시향 공연이 매진 사례를 기록한 건 지난해 피아니스트 김정원 협연 공연에 이어 두 번째.
당시 공연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니는 김씨의 영향력이 컸던 무대로 명실상부 광주시향의 티켓 파워로 매진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50여 명은 객석 뒤에 서서 공연을 관람했다.
티켓 판매 금액 역시 1천300만원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유료티켓 판매금액은 300만원 수준이었다.
티켓 가격을 올리고, 초대권 발행을 최소화했던 이번 공연은 이미 공연 3일전 티켓이 매진됐다.
일부에서는 구 지휘자의 ‘취임 연주회’라는 특수성이 작용한 터라 다음 공연부터는 조금 다르지 않겠느냐고 예상했지만 적어도 이날 공연장을 다녀간 사람들은 광주시향의 고정 팬이 될 확률이 높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는 많은 색다른 경험을 했다.
공연 시작 전에 무료 배부된 공연 팸플릿은 기관장 인사말과 장황한 지휘자·연주자 소개가 주를 이루던 기존 팸플릿과 확연히 달랐다.
팸플릿은 이날 연주된 말러의 교향곡 ‘거인’의 미니 사전이었다.
음악적인 해설 뿐 아니라 철학적 해석까지 곁들여 차후 음반으로 ‘거인’을 들을 때 유용한 사전으로 활용할 만했다.
보통 공연 관계자들이 어울리던 리셉션장은 공연시작 전과 인터미션 시간에 관객들이 맥주, 와인, 주스 등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사교의 장으로 변신했다.
여느 때와는 다소 생경한 모습이라 아쉽게도 이용자가 별로 많지는 않았지만 광주시향은 이 공간을 꾸준히 운영할 계획이다.
광주시립예술단체 광주시향 인터넷 카페(daum.net/gjsym.orch)에도 관객들의 호평과 기대가 줄을 잇고 있다.
또 개인블로그에도 구 지휘자와 광주시향에 대한 글들이 대거 올라와 있는 상태다.
이번 공연이 좋았다는 내용이 많지만 무엇보다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지속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데 감격해 하는 글들이 많았다.
이날 연주는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구 지휘자의 아내와 부모, 배우 윤석화씨 등 구 지휘자의 가족과 지인들도 관람, 눈길을 끌었다.
2일 구자범 지휘자는 “이번 연주회는 제 취임연주회가 아니라 그냥 광주시향의 248회 정기연주회였다”며 “앞으로 광주시민들이 공연장을 찾아 맥주도 한 잔씩 하면서 더 잘 놀다가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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