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정 시인님의 시 '꼼장어 볶음'이 설치된
서울지하철 스크린도어 詩글판을 즐감하고 왔습니다.
서울지하철 시 공모전은 경쟁률이 센데 역량이 대단해요!
안미정 시인님은 작년 11월 제56회 문봄신인상에서 시 '차마'로 등단하신 분입니다.
거짓 없이 느끼는 대로 죽을 때까지 시를 쓰려 한다는 시인!
오전에 배당을 메고 집을 나섰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시상식 생략하고 우편 송부로 대체한 미안함 때문에
시인의 詩로서 대면코자 하는 마음도 있고,
무엇보다도 '꼼장어 볶음' 내용이 궁금하기도 해서!!
내 고향 부산에서 직장 근무할 때 자갈치시장에서 소주 + 꼼장어 볶음 엄청 먹었는데
매콤 고소한 그 중독스런 맛에 매료되어 아직도 잊지 못한답니다.
시 '꼼장어 볶음' 게시 위치는 네 군데.
2호선 역삼역 6-1(우) - 외선방향
4호선 충무로역 5-2(좌) - 당고개방향
5호선 명일역 4-4(좌) - 상일동방향
9호선 공항시장역 4-2(우) - 중앙보훈병원방향
완전히 동서남북으로 나뉘었군요.
휴대폰 지하철 노선도를 펼칩니다.
집에서 가까운 역삼역을 시작으로 돌아야겠군요.
남/동/북/서, 역삼역 → 명일역 → 충무로역 → 공항시장역
첫번 째 역삼역에 왔습니다.
안미정 시인님의 '꼼장어 볶음' 드디어 찾았습니다!
우리 문봄 시인의 지하철 詩글판을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고 영광스런 일이지요.
꼼장어 볶음
안미정
활활 연탄불에 육수가 뚝뚝
지글지글 짭조롬한 양념이 탄다.
아침 일찍 일 나가신 우리 부모님
퇴근길 사 오시던 꼼장어 볶음
하루 종일 배고픈 다섯 형제들
젓가락이 춤을 추듯 먹어 치웠다.
"엄마는 아직도 꼼장어 좋아?"
"엄마는 징그러워 못 먹는다."
우리 엄마 꼼장어 못 드시는 줄
반백이 되어서야 알아버렸다.
누구 건지 알 수 없던 젓가락 춤에
우리 엄마 젓가락은 없었다는 걸
꼼장어 볶음의 맛에 관한 시가 아니군요.
가슴이 좀 먹먹해집니다.
배고픈 아이들이 맛있는 꼼장어 볶음을 먹느라
엄마의 젓가락을, 엄마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실 엄마는 못 먹는 게 아니라
자식들 많이 먹어라고 둘러대는 것이 아닐는지...
입은 다 같은데 엄마라고 왜 먹고 싶지 않았을까요!?
우리네 엄마들은 그렇게 깊은 마음으로 그 많은 자식들을 길러 왔습니다.
두번 째 동쪽 명일역으로 왔습니다.
안미정 시인님의 시 '꼼장어 볶음'을 발견하고 역시 반가움~!!
아이들의 젓가락 춤이 눈에 선합니다.
그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는 엄마의 눈길도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어머니 아버지!
자갈치시장에서 소주 기울이며 꼼장어 볶음 엄청 처먹던 그 젊은 어른은
그때 왜 아버지 어머니의 입과 젓가락을 생각지 못했을까요?
회한이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와 문득 울컥해집니다.
"엄마는 징그러워 못 먹는다."
둘러대며 당신의 입을 닫고 아들의 입을 열어주시던 어머니!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피터팬의 날개가 있다면
젊은 어른 시절로 돌아가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직장에서 많이 먹어 배부르니까 아버지 어머니 많이 드세요!!"
이제 세번 째 충무로역에 왔습니다.
'꼼장어 볶음' 또 반가움~!!
충무로역은 3호선 4호선 환승역이라 평소 직장인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지요.
직장인들이 출퇴근 길에 안미정 시인님의 '꼼장어 볶음'을 음미하며
많은 공감과 울림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백이 되기 전에 빨리 철 들면 좋겠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젓가락들 춤출 때
사람 수와 젓가락 수 세어보기!
빠진 사람 없는지 살펴보기!
안 온 사람 기다려주기!!
마지막 공항시장역으로 향합니다.
동작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하여 급행열차 타고 가면 빨리 가지요.
평생 직장이 있었던 여의도역을 통과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출퇴근하느라 여념이 없었는데 어느덧 정년퇴직한 지 1년이 넘었네요.
세월이 빠름 빠름~!!
그러고 보니 문봄 회장직도 열 달밖에 안 남았군요.
당산역도 통과합니다.
우리 문봄 노수현 시인의 시 '당산역 어느 술집에서'가 생각납니다.
코로나 시국에 그 당산역 술집은 안녕하신지 궁금합니다.
부디 무사해서 나중에 꼼장어 볶음 안주 놓고 한잔하길 기대해 봅니다.
마지막 공항시장역 '꼼장어 볶음' 詩글판, 자꾸 반가움~!!
활활 연탄불에 육수가 뚝뚝/ 지글지글 짭조롬한 양념이 탄다.
지금도 해운대 어느 꼼장어집에선 연탄불에 초벌구이해서 준대요.
부산에 가면 친구들과 함께 해운대 꼼장어 볶음 먹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마냥 세월만 보내고 있습니다.
"친구들아, 꼼장어 징그러워 안 먹을란다. 느그들 많이 무우라!"
마지막 공항시장역에서 돌아서기 전에 사진 한 컷!
어느 시인은 반백의 나이에 철이 들었는데
난 백발이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철이 덜 들었어요!
내일부터 쇳덩어리(철) 아령 들기!ㅎ
거짓 없이 느끼는 대로 죽을 때까지 시를 쓰신다는 안미정 시인님!
많은 공감과 깊은 울림을 주는 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시고 웃음 가득 하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안미정 시인님, 다시 한번 축하합니다.
별안간 꼼장어에 한잔 하고 싶은 마음 ^^
저도 꼼장어에 소주 생각이 간절합니다.
좋은 기회가 오겠지요..^^
같이 가려고 했는데, 회장님 혼자 다녀오셨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가진 게 시간밖에 없기도 하고 홀로 하는 지하철 여행이 재미있기도 하고...
다음에 함께 합시다.. 막걸리도 한잔하구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