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본문내용
|
다음검색
"너는 가슴으로 낳은 아이, 중요한건 DNA도 피도 아닌 사랑" |
연극배우 윤석화씨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책으로 엮어내 [조선일보 인턴 기자]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시들어버린 붉은 꽃을 버리며, 가슴에는…차마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었던 강물이 흘러 넘쳐 텅 빈 방에서 혼자서 울어야 했다.” ‘작은 평화’ 중에서. 지난 19일 저녁 7시 30분, 서울 동숭동 대학로 설치극장 ‘정美소’에서는 연극배우 윤석화씨가 아이를 입양하며 겪은 경험담과 함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수록된 ‘작은 평화’ 출판기념회 및 윤씨의 자선콘서트가 열렸다. 윤씨는 지난해 4월 남자아이를 입양하고 그해 11월 ‘엄마의 자장가’란 제목의 입양 아동을 위한 자선 콘서트를 ‘동방사회복지회’와 함께 열어 국내입양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이날 행사는 ‘윤석화의 사계: 사랑은 계속됩니다’란 제목 아래 열리며 윤씨는 3일간 자선콘서트를 연다. ◆ ‘사랑’을 부르던 날 나지막한 통기타 반주에 맞춰 큼지막한 하늘색 트렁크를 들고 등장한 윤씨는 200석의 좌석을 꽉 채운 관객들에게 “트렁크 안에 사랑을 담아 왔다. 이 안에 있는 것들을 흔쾌히 나누다 보면 사랑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뒤 이날 행사를 시작했다.
윤씨는 출판 기념회와 함께 관객들에게 아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앙증맞은 윤씨의 아들 수민이가 무대 위에 오르고 “제 아들 김수민입니다”란 윤씨의 소개가 이어지자 관객들로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윤씨는 “아이를 내 배로 낳아도 이런 예쁜 아이는 못 나온다. 이 아이는 내 가슴으로 낳았다”라며 “아이로부터의 맑음과 밝음이 사랑을 마련해 주었다”고 힘줘 이야기했다. 그는 이어 “아들에 대한 사랑, 생명에 관한 사랑으로 책을 낼 수 있었다”고 출판기념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윤씨는 첫 번째 곡 이덕진의 ‘내가 아는 한 가지’를 열창하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이번 콘서트에서는 일반인들이 접할 기회가 많이 없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69세의 연주자 양재용 씨의 출연과, 동요를 샹송, 재즈처럼 부르는 등 윤씨의 자유롭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관객들의 흥미를 더 불러모았다. 콘서트에서는 연극배우 박정자 씨,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서 윤씨와 같이 호흡을 맞췄던 박건영 씨 등이 깜짝 게스트로 참가하기도 했다. 윤씨는 콘서트의 분위기가 무르익자 처음 들고 나왔던 트렁크 속에서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그림을 꺼내 즉석에서 경매를 열고 낙찰가 전액을 입양기관인 ‘동방사회복지회’에 기부할 것은 제안했으며, 윤씨가 10여 년 전 50만원을 주고 구입한 그림 한 점은 120만원에 낙찰돼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에게 이웃의 훈훈한 정을 전해주기도 했다. 이어 윤씨는 관객들에게 정훈희 씨의 ‘꽃밭에서’를 합창할 것을 제안하며 2시간 남짓한 공연의 막을 내렸다. ◆ 입양에는 환경과 교육의 조건이 가장 중요
공연이 끝나고 연극배우 박정수씨는 “석화가 자주 수민이는 가슴으로 낳은 것이라는 얘기를 했다”며 “석화가 나이를 먹어 이제는 엄마가 될 준비가 다 된 것 같아 수민이와 완벽 하모니를 이룬다”고 윤씨와 수민이의 만남을 축하해 주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기자와 만난 윤씨는 “10년 후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 입양아들에게 정체성과 사랑을 찾아 주기 위해 해외에서 공연할 생각도 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그는 “생각을 깊게 했어야 했는데 글을 퇴고한 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책 속의 글이 현재의 나니까. 그런 것들이 소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 책은 아이가 이렇게 컸으면 좋겠다는 ‘희망문’이면서 나의 ‘반성문’이면서, 훗날 아이가 정체성 혼란을 느낄 때를 위한 글”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입양이라는 편견은 DNA나 피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과 교육의 조건이 사랑을 키울 수 있다. 환경과 교육으로 길들여졌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DNA’ 아닙니다. ‘피’도 아닙니다. ‘사랑’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출판기념회와 콘서트는 단순한 유희의 장보다는 이웃들에게 사회의 소외된 곳을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뜻 깊은 자리가 됐다. 막연하게 배우 윤석화 씨가 좋아 관람장을 찾았다는 정민아(서울시 은평구 진관외동·33)씨는 “입양에 대해서 평소 생각해 볼 기회가 없었는데, 공연을 본 후 입양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우은영(서울시 종로구 청운동·46)씨는 “윤석화씨가 이렇게 사랑이 많은 사람인 줄 몰랐다. 마음이 찡했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사회에서 소외된 곳의 관심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고 관람소감을 전했다. |
첫댓글 대단한 용기와 사랑이다 사실 키우는 정이 더 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