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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생왕인록경 (頂生王因綠經) 요약
인간의 수명이 끝이 없던 시대에 난센브주(洲)에 프샤다라는 왕이 있었다. 하루는 왕의 머리꼭지에 부스럼 같은 살덩어리가 생겨났다. 그것은 솜과 같이 부드럽고 가는 털실로 짠 천 같이 번들 번들한 것이었다. 그것이 점점 무르익더니 마침내 터져서 그 안에서 한 사내아이가 태어났다. 몸은 금색으로 눈부시고 머리에 선문(旋文)이 있고, 넓고 반듯한 이마, 가는 눈썹, 높고 곧은 코 등 윤곽이 단정하고 조화가 잡힌 대장부의 상을 한 사내아이였다. 이것을 본 궁녀들은 젖이 저절로 넘쳐흘러서 『제가 태자를 길러 모시겠습니다.』 하고 다투어 말했다. 왕의 머리 꼭지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이 아이는 정생(頂生)이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그는 성장하여 태자가 되자 세계 만유(漫遊)의 길에 올랐다. 그가 여행을 떠난 후에 부왕인 프샤다라는 병들어 자리에 눕게 되었다. 왕은 임종이 가까워짐을 알고 신하를 모아 놓고 태자를 불러 즉위의 대전(大典)에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여러 신하는 왕명을 받들어 곧 사신을 보내서 태자의 뒤를 쫓게 하여 부왕의 명령을 전하도록 했다. 그 사신이 출발하자 곧 왕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저승으로 떠났다. 이 흉보를 전할 두 번째 사신이 태자에게 파견되었다. 태자는 그들의 소식을 듣고 『부왕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 달려간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왕위는 이어받겠다. 그러나 여기서 즉위식을 올려주기 바란다.』 하고 말하고 귀국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대신은 『즉위의 대전을 올리려면 여러 가지 설비가 필요합니다. 제발 궁중으로 돌아가셔서 즉위의 대전을 올리도록 부탁드립니다.』 하고 거듭 귀국을 간청했지만 『그런 것들은 이제 이곳에 갖추어질 것이다.』 원래 태자에게는 네브카라는 야차가 항상 따라다니고 있어서 이 야차는 태자의 말을 듣자마자 신통력으로 왕관과 사자좌와 포장, 그리고 궁성도 시가지도 마을도 모두를 그대로 태자 앞으로 운반해 오고 말았다. 태자는 가만히 있으면서 궁성에 돌아온 셈이다. 이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태자의 이 불가사의한 힘에 놀라 기이하게 생각하였다.
정생왕은 보통 왕이 아니라 전 세계를 통일하도록 운명지어진 전륜성왕이었다. 그가 왕위에 오르자 일곱 가지 보물이 차례로 갖추어졌다. 왕은 옥녀보(玉女寶) 보물로 천 명의 아들을 얻었다. 이 아들들은 모두 용감하여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전륜성왕의 위덕은 완전히 갖추어진 것이다. 하루는 정생왕이 백성의 생활을 시찰하기 위해서 시골을 돌아다녔다. 그는 백성들이 밭을 갈고 있는 것을 보고 신하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임금님, 저 사람들은 밭을 갈아 씨를 뿌리고 그리고 곡식을 얻는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나는 성왕이다. 사람이 밭을 갈고 오곡이 익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하늘의 종자가 있어서 자연히 익는 것이다.』 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물일곱 가지의 종자가 하늘에서 쏟아졌다. (그렇게 왕이 원하기만 하면 하늘에서 목화씨, 실, 여러 가지 옷들도 쏟아져 내려왔다) 왕은 궁성에 돌아와서 생각했다. ‘내 힘을 백성들은 아직도 모른다. 나는 무엇이든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칠일 간만 이 궁중에만 금화(金貨)의 비가 오도록 해다오.’ 왕이 이렇게 소원하자 하늘에서 금화의 비가 쏟아졌다.
정생왕은 이렇게 오랫동안 난센브주를 통치하였다. 하루는 정생왕이 야차 네브카에게 말하기를 『난센브주의 밖에 다른 주(洲)가 있다면 나는 그것도 통치하고 싶다.』 『왕이여, 수미산 동쪽의 큰 바다에 쇼신이라는 큰 반달 모양의 주가 있습니다. 인구는 많고 생활은 넉넉하며 국토는 비옥하고 인간들은 아름답습니다. 이 주에 가서 통치하심이 어떻습니까?』 왕의 몸은 공중으로 날아 올라가 일곱 가지 보물과 천명의 아이들이 그 주위를 에워싸고 18만의 정병(精兵)이 그 뒤를 따르고 하여 순식간에 쇼신주에 도착했다. 왕은 이 주의 백성들에게 갖가지 선정을 베풀고 오랫동안 통치를 계속했다. 하루는 정생왕은 또 야차 네브카에게 물었다. 『쇼신주 외에 또 내가 모르는 주가 있지 않겠는가?』 『수미산의 서쪽 큰 바다에 고카라는 큰 주가 있습니다. 그곳도 풍요하며 아름다운 주입니다. 그곳으로 가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곳도 접수하고..) 『수미산의 북쪽 큰 바다에 쿠루라는 큰 주가 있습니다. 거기는 또한 훌륭한 곳이므로 그것으로 가서 통치하심이 어떨까요?』 왕은 이곳에서도 또 백성을 잘 다스리고 나라를 번성케 하여 오랫동안 통치를 계속했다. 정생왕은 이와 같이 수미산의 사방에 있는 네 개의 큰 주를 정복하여 인간 세계는 그에 의해서 통일되었다.
어느 날 왕은 네브카를 불러 물었다. 『또 내가 가서 통치할 곳이 없겠는가?』 『대왕님, 이 지상에서는 왕이 통치하시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천계가 남아 있습니다.』 천계의 정복을 결심한 정생왕은 일곱 가지 보물과 아들들 그리고 80만의 군대를 거느리고 하늘로 날아 올랐다. 수미산의 기슭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일곱 개의 금산(金山)이 있었다. (그 일곱 개 각각의 산마다 4~5명의 천왕(天王)과 많은 천인(天人)이 살고 있었는데, 정생왕은 그곳에 머물러 오랫동안 이 산들을 통치했다) 일곱 개의 금산 끝에서 저 쪽을 보니 끝없이 넓고 크며 비길 데 없이 아름답고 엄숙한 수미산이 향수의 바다 속에 의젓이 솟아 있었다.
물 위에 솟아 있는 것이 8만유순(由旬), 물속에 잠긴 것이 8만유순, 사방이 각 8만유순, 주위가 32만유순, 황금의 대지에 네 가지 보물로 되어 있는 대수미산의 모습은 말로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었다. 동쪽 면은 수정으로 되어 있고 서쪽 면은 백은(白銀), 북쪽 면은 황금, 남쪽 면은 유리로 되어 있다. 이 네 개의 면(面)사이, 곧 산의 사각에 네 개의 봉오리가 있다. 각각 그 폭이 125유순, 높이가 4유순 반, 둘레가 5백유순인데, 동남쪽 봉오리는 유리로 되어 있고 서남쪽 봉오리는 수정, 서북쪽 봉우리는 황금, 동북쪽 봉우리는 백은으로 되어 있다.
정생왕은 이 수미산을 정복하기 위하여 일곱 가지 보물과 천 명의 아들들과 80만의 군대를 거느리고 향수의 바다를 날아서 수미산의 기슭에 도착했다. 많은 용왕들이 가로막아 전진을 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용왕들도 정생왕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바로 순응하여 오히려 안내자가 되어) 사대천왕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사대천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나에게로 왔는가?』 『인간계에 정생왕이란 왕이 있습니다. 이 왕이 이번 천계에 나타났기 때문에 지금 안내하여 모셔왔습니다.』 이 말을 들은 사대천왕은 서로 협의한 결과 『이 인간의 대왕은 위대한 복덕과 크나큰 명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 왕에 대항할 수는 없다.』 라고 뜻이 모아져 곧장 제석천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그 뜻을 전했다. 제석천왕도 『이 위대한 복덕과 크나큰 명성을 갖추고 있는 대왕에게 대항할 수는 없다.』 말하고 이상한 보물을 들고 마중을 가기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편 수미산을 올라온 정생왕은 흰 구름의 뭉치가 산봉우리처럼 높게 뭉쳐있는 것을 보았다. 왕은 또 네브카를 불러서 물었다. 『저것은 무엇인가?』 『임금님, 그것은 선법당(善法當)입니다. 33천의 천인들과 사대천왕이 모여서 세상의 모든 일을 생각하고 관찰하고 여러 가지로 궁리하는 곳입니다.』 마침내 왕의 일행은 수미산의 산정을 향해서 거침없이 전진하였다. 수미산 산정의 중심에는 제석천왕이 살고 있는 희견성(喜見城)이 있다. 가로 세로가 각각 2500유순, 둘레가 1만유순으로 일곱 겹의 성벽이 둘러져 있다. 성벽의 높이는 1유순반인데 모두 순금으로 둘러져 있다. 성안의 지면은 101종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고 기묘한 직물처럼 부드럽고 푹신푹신하였다. 또 하늘나라의 만주사화(曼珠沙華) 꽃이 그 위에 무릎이 파묻힐 정도의 깊이로 깔려 있는데 향기로운 바람이 불어와서 시들은 꽃을 지게 하고 새로운 꽃을 피게 하였다. 성에는 천한 개의 문이 있다.
성안의 길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고 도처에는 선단이라는 향수가 뿌려져 있다. 길의 좌우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못이 있는데 그 바닥은 금과 은, 유리와 수정의 네 가지 보물이 깔려 있다. 못의 사면에는 네 가지 보물로 장식된 네 개의 계단이 있고 못 가운데는 네 개의 보석의 디딤돌이 있는데 금, 은, 유리, 수정으로 여러 가지 모양을 내서 장식되어 있다. 못에는 맑은 물이 넘쳐 흐르고 갖가지 빛깔의 연꽃이 다투어 피어 있고 그 사이를 물새가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며 놀고 있다. 못가에는 여러 가지 꽃나무와 과일 나무가 있는데 자랄 대로 자란 가지에는 꽃과 열매들이 가득히 열려 있다. 그 나무에는 갖가지 새들이 살고 있어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또 성안에는 파랑색, 노랑색, 빨간색, 흰색의 네 가지 빛깔이 가득한 나무가 있어서 새 옷을 입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나 그 나무 앞에 가면 자기가 가지고 싶어 하는 빛깔의 옷을 얻을 수 있다. 또 신기한 음악의 나무가 있어서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그 나무 앞에 가면 음악이 자연히 연주되어 들려온다. 또 파랑, 노랑, 빨강, 흰색 네 가지 색의 감로(甘露)맛이 나는 음식이 있어서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든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의 음식이 눈앞에 나타난다. 또 코끼리, 말, 수레, 가마의 네 가지 탈 것이 있어서 어디로 가고 싶다고 하면 자기가 타고 싶은 것이 저절로 나타나서 그것을 타고 갈 수가 있다.
희견성의 중간에 선법당(善法當)이 있다. 이 선법당도 많은 금과 은, 그리고 진기한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고 그중에 특히 순금으로 만들어진 최승현좌(最勝現坐)가 있는데 그곳에 제석천왕이 앉는다. 기타의 천왕들은 그 밑으로 질서정연하게 자리가 만들어져 있다. 최후에 정생왕의 자리가 깔려 있다. 제석천왕은 이 선법당으로 정생왕을 맞아들인 것이다. 정생왕은 선법당에 들어서서 자기의 자리를 보고 생각했다. ‘내가 이 자리에 앉아야 할 것인가? 그러나 제석천왕이 자기 자리를 반만 나누어 준다면 얼마나 유쾌할 것인가?’ 제석천왕은 왕의 마음속을 꿰뚫어 보고 자기 자리를 나누어서 왕에게 손짓했다. 왕은 앞으로 나가 제석천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앉았다. 천왕(天王)과 인왕(人王)이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키나 용모나 그 위엄이나 말씨나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다만 그 눈을 깜박거리는 것만이 다를 뿐이었다. 정생왕은 이렇게 하여 수만년이란 오랜 세월을 33천에 머물러 있게 되었다.
정생왕이 이렇게 천계에 머물러 있을 동안에 아수라와 천중(天衆)과의 사이에 큰 전쟁이 일어났다. 아수라는 상병(象兵), 마병(馬兵), 차병(車兵), 보병(步兵)의 네 병을 갖추고 활, 칼, 창, 검의 네 가지 무기를 휘두르며 천계에 밀어 닥쳐왔다. 물가에 있던 용왕이 이것을 보고 적수가 왔구나 하며 똑같이 갑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며 맞아 싸웠다. 한동안은 막상 막하로 싸웠으나 아수라의 힘이 세어서 용왕은 대패하고, 이어서 사대천왕도 아수라를 막았으나 그도 힘이 모자라 결국 제석천왕이 있는 곳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제석천왕은 상왕(象王)에 타고 오병(五兵)을 갖추어 사보(四寶)의 갑옷을 입고 사종의 무기를 들고 전장터에 나가려고 하였다. 이것을 본 정생왕은 말리면서 말했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제가 싸우겠습니다.』 『그러면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 때 정생왕은 18만의 정병을 이끌고 공중으로 올라가 활을 조사하기 위해서 활줄을 튕기게 하였다. 이 소리를 들은 아수라는 『누가 활줄을 튕기고 있는가?』 하고 묻자 다른 아수라가 대답했다. 『저것은 정생왕이 튕기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며 혼자 생각하기를 ‘정생왕 이야기는 그전부터 듣고 있다. 용감무쌍하고 복덕이 많아 아무도 감히 상대를 하지 못 한다고 한다.’ 결국 아수라는 당황하며 바다 속에 있는 궁성으로 도망가 버리고 말았다.
정생왕은 이때 스스로 생각했다. ‘나는 이곳의 33천보다 훌륭하다. 이미 난센브주, 동쇼신주, 서카로주, 북쿠루주를 통치했고, 천계에서는 제석천과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만약 제석천왕이 죽는다면 내가 천계를 통치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천계도 인계도 모두 내 소유가 되는 것이다.’ 정생왕이 이런 생각을 갖자마자 그 신통력도 위력도 모두 없어져 버리고 지금까지 수미산정의 천계에 있다고 생각한 자기 몸이 난센브주의 옛날 궁성의 방구석에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병이 들어 점점 죽음이 가까워 왔다.
이때 대신인 리슈코가 왕에게 나아가서 『임금님, 임금님이 돌아가신 후 왕이 임종하실 때 무슨 말씀을 남기셨느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 무어라고 답하면 좋을까요?』 왕은 그에 말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이렇게 말해 주게, 정생왕은 훌륭한 사람이었다. 건강한 육체와 긴 수명과 사람을 마음속으로부터 기꺼이 복종케 하는 매력을 갖추었고 더구나 일곱 가지 보물과 천 명의 아들을 가졌고 인간세계를 정복한 다음 천계까지도 지배했지만 결국은 오욕(五欲)을 이기지 못했다. 그는 그 욕심 때문에 몰락하여 죽어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남겼다.
『괴롭고나 탐애(貪愛)의 세계여, 보물을 쌓는 일은 끝이 없네,
하늘나라의 더 없는 즐거움도 애욕에 흐르면 괴로움이 생긴다.
욕심내고 아까와 하는 마음이야말로 괴로움의 근원인 줄 누가 알겠는가?
다만 부처님과 그 제자만이 욕심을 버리고 괴로움을 끊었도다.』
이렇게 말하고 정생왕은 이 세상을 떠났다.
이때의 정생왕은 석가모니이다.
-------- 또 다른 버전 ---------
옛날 잠부드비파에 구살라 왕이 있었다.
구살라는 8만4000천 나라를 거느린 대왕이었다.
어느 날 구살라 왕의 머리에 혹이 생겼다.
혹은 점점 자라나 박 만큼 커져버렸다.
왕이 머리에서 혹을 떼어내자 혹이 두 개로 쪼개졌다.
그 혹 안에는 한 사내아이가 있었다.
구살라 왕은 이 아이를 괴상하게 여겨 점쟁이를 불렀다.
점쟁이는 왕에게 아이가 자라나 훗날 성군이 될 재목이라고 말했다.
왕은 아이의 이름을 ‘정생’이라 짓고 정성껏 돌봤다.
아이가 성인이 되자 구살라 왕은 자신의 나라 중 하나를 정생에게 맡겼다.
시간이 흘러 구살라 왕은 몸이 쇠약해져 죽고 말았다.
신하들은 정생에게 찾아가 왕위를 이으라고 간청했다.
정생이 말했다.
“만일 내가 왕위에 오를 재목이라면 하늘에서 하늘의 임금과 제석천왕이 내려올 것이다.”
그러자 하늘에서 하늘의 임금과 제석천왕이 내려와 정생에게 관을 씌워 줬다.
이 모습을 본 신하들은 정생에게 잠부드비파 전체를 통치할 것을 권유했다.
“만일 내가 이 나라 전체의 왕이 되고자 한다면, 그 나라가 내게 올 것이다.”
정생이 이렇게 말하자 나라 안의 모든 궁전과 보물, 동물, 신하들이 그에게로 모여들었다.
정생은 잠부드비파의 최고 왕위에 오르고 난 후, 나라의 백성들을 두루 살피기 위해 길을 나섰다.
길을 가던 정생은 백성들이 밭에서 씨를 뿌리는 것을 발견했다.
“저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하는 것인가?”
“백성들은 저렇게 곡식을 심고 길러내 끼니를 해결합니다.”
“내게 복이 있다면 많은 음식이 생겨 백성들을 배불리게 먹이고 싶구나.”
정생이 이렇게 서원을 세우자, 온 나라에 음식들이 저절로 생겨나
백성들은 온갖 음식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됐다.
정생은 또 길을 가다 사람들이 길쌈하는 것을 보고 신하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옷이 없어서 옷을 해 입기 위해 길쌈을 하는 것입니다.”
“내게 복이 있다면 여러 가지 옷이 생겨 백성들에게 맘껏 입히고 싶구나.”
정생이 또 서원을 세우자 나뭇가지의 나뭇잎들이 옷으로 변해 백성들은 여러 옷을 입을 수 있게 됐다.
정생이 원을 세우기만 하면 모두 이뤄지자, 정생은 신하들에게 물었다.
“어째서 내가 서원을 하기만 하면 모두 이뤄지는 것인가.”
“그것은 전하의 복이요, 백성의 복이기도 합니다.”
“만일 내 복이면 궁에 온갖 보배가 쏟아질 것이고,
백성의 복이면 온 나라에 보배들이 쏟아질 것이오.”
그러자 궁에는 온갖 보배들로 넘쳐났고,
정생은 그 덕에 8만4000년 동안 모든 즐거움을 누리며 살게 됐다.
어느 날 갑자기 궁 안에 야차가 나타가 정생에게 말했다.
“동쪽으로 가면 푸르바비데하라는 나라가 있소.
그곳으로 가면 지금보다 훨씬 더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것이오.”
이 말을 들은 정생은 곧장 푸르바비데하라로 떠났다.
그곳에 간 정생은 무려 8억 년의 세월 동안 즐겁게 생활했다.
그때 야차가 또 나타나 정생에게 말했다.
“서쪽으로 가면 고야니야라는 나라가 있소.
그곳은 보물과 신기한 것들이 넘쳐나는 곳이오.”
정생은 야차의 말을 듣고 또 고야니야로 떠났다.
정생은 그곳에서 16억 년을 보냈다.
야차는 또 정생 앞에 나타나 말했다.
“천왕들이 사는 하늘에 가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모든 것을 누리면서 지낼 수 있소.”
정생은 군사들을 이끌고 천왕들이 살고 있는 하늘로 갔다.
천왕들은 정생이 몰고 온 군사들에 의해 항복하고 하늘을 정생에게 바쳤다.
정생은 그곳에서 10억 년을 지냈다.
그러자 정생은 생각했다.
‘도리천은 이보다 훨씬 더 좋은 곳이리라.’
정생은 군사들을 이끌고 도리천을 향했다.
이 소식을 들은 제석천왕은 1200개의 문을 걸어 잠그고 몸을 피했다.
정생이 활을 쏘자 1200개의 문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정생왕은 말했다. “내 힘을 보라. 나와 대적할 이는 아무도 없느니라.
하늘에 왕이 두 명인 것은 무의미하다. 제석천왕을 죽이고 내가 왕위를 차지해야겠다.”
정생이 나쁜 마음을 먹고 제석천왕을 해치려 하자,
갑자기 정생은 땅으로 떨어져 죽게 됐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정생 왕은 40억 년 동안이나 천하를 통치했음에도 욕심이 그칠 줄 몰랐다.
그의 탐욕이 그를 곧 죽게 한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처럼 탐욕이 끊이지 않으면 결국 재앙이 찾아온다.
그러니 현재에 만족하면서 진실한 도를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