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물음에 답하는 신앙: 종교철학의 소명과 새로운 지평}
강사: 임명락 교수
1. 도입: 왜 지금 우리는 ‘종교철학’을 말해야 하는가?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그리고 미래의 목회자이신 신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우리는 **‘종교철학(Philosophy of Religion)’**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 시대의 신앙을 진단하고자 합니다. 사도 베드로는 우리에게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벧전 3:15)**라고 권면했습니다. 여기서 ‘대답’에 해당하는 헬라어 **‘아폴로기아(apologia)’**는 단순한 변명이 아니라 논리적인 변증을 의미합니다.
종교철학은 바로 이 변증의 토대입니다. 종교를 인문학적 범주에서 배제하려는 ‘세속주의적 축소주의’와, 계시만을 강조하며 이성을 부정하는 ‘반지성주의적 독단론’ 사이에서, 우리는 신앙의 공적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2. 본론 I: 종교철학의 핵심 과제와 신학적 성찰
종교철학은 신학의 시녀가 아니라, 신학이 세상과 대화할 수 있게 돕는 언어의 통로입니다.
① 신과 세계의 관계: 초월과 내재
우리는 하나님을 믿지만, 그분이 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 맺으시는지 철학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 용어 적용: 하나님의 **초월성(Transcendence)**과 **내재성(Immanence)**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 성경 구절: “만물이 그에게서 나고 그로 말미암고 그에게로 돌아감이라”(롬 11:36). 이는 단순한 고백을 넘어, 존재론적 근거로서의 하나님을 드러냅니다.
② 신정론(Theodicy): 악의 문제에 대한 응답
“전능하고 선하신 하나님이 계신데, 왜 세상에는 극심한 고통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종교철학의 고전적 난제인 **악의 문제(Problem of Evil)**입니다.
• 용어 적용: 우리는 이를 해명하는 **신정론(Theodicy, 神正論)**적 노력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와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③ 종교 언어와 해석학
우리가 사용하는 ‘아버지’, ‘목자’, ‘빛’과 같은 용어는 인간의 언어로 신을 표현하는 **유비적 언어(Analogical Language)**입니다.
• 용어 적용: 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신앙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이는 성서 텍스트를 현대적으로 풀이하는 **신학적 해석학(Theological Hermeneutics)**과 직결됩니다.
3. 본론 II: 연세 종교철학의 정체성과 에큐메니칼 정신
연세 신학 안에서의 종교철학은 특별한 전통 위에 서 있습니다. 바로 에큐메니칼(Ecumenical) 정신, 즉 '보편적이고 일치된' 신학적 지향점입니다.
• 고전과의 대화: 우리는 아우구스티누스나 안셀무스가 가졌던 **‘이해를 추구하는 신앙(Fides Quaerens Intellectum)’**의 태도를 견지합니다. 무조건적인 맹목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인 이성을 통해 진리를 더 깊이 사유하는 것입니다.
• 통전적 신학: 신학이 철학 및 인문학과 대화할 때, 비로소 신앙은 사사로운 영역을 넘어 공적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공적 신학(Public Theology)**으로 거듭납니다.
4. 본론 III: 과학기술 시대, 신학의 새로운 과제
이제 우리는 변화하는 시대 현실 속에서 하나님을 이해하는 **‘적절한 관점’**을 모색해야 합니다.
① 자연과학과 창조론의 대화
현대 과학은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고 있습니다.
• 용어 적용: 우리는 과학과 신학을 대립시키는 '갈등 모델'을 넘어, 서로 보완하는 대화와 통합의 모델로 나아가야 합니다. 시편 기자가 “하늘이 하나님의 영광을 선포하고 궁창이 그의 손으로 하신 일을 나타내는도다”(시 19:1)라고 고백했듯이, 과학적 발견은 창조의 경이로움을 확장하는 도구가 됩니다.
② 기술발전과 인공지능: 포스트휴머니즘의 도전
인간의 뇌를 컴퓨터에 업로드하려는 시도나 AI의 등장은 인간 존재의 본질을 묻게 합니다.
• 용어 적용: 인간은 단순히 생물학적 기계가 아니라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가진 영적 존재입니다. 기술이 인간을 도구화하는 시대에, 종교철학은 인간의 **존엄성(Dignity)**과 **종말론적 운명(Eschatological Destiny)**을 수호하는 보루가 되어야 합니다.
5. 결론: 성찰하는 목회자, 소통하는 신학
강의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바울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고 했습니다. 여기서 ‘분별’은 치열한 지적, 영적 성찰을 요구합니다.
종교철학은 우리에게 이 **분별의 지혜(Phronesis)**를 제공합니다.
• **독단적 교리주의(Dogmatism)**를 경계하십시오.
• **회의주의(Skepticism)**에 당당히 맞서십시오.
목회 현장에서 성도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들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 질문들을 붙들고 종교철학적, 신학적 성찰을 심화할 때, 우리의 강단은 비로소 시대의 갈증을 해소하는 생수의 근원이 될 것입니다. 생각하는 신앙, 성찰하는 목회자로 서 가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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