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와 어휘공부
임병식 rbs1144@daum.net
손녀와 통화중에 ‘조화(造花)’라는 말이 불쑥 나왔다. 이번에 만든 거라며 꽃병에 꽂힌 꽃을 보여주는데 그것이 아름다워 물으니 조화라고 한다. “이것은 제가 종이로 만든 조화예요” 하기에 “실제 꽃이 아니란 말이야“하니 별안간 손녀 입에서 또 다시 ‘생화가 아니예요' 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을 듣고 대화하던 카톡을 끊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맘때 어휘공부를 좀 시키면 어떨까. 초등학교 2학년 아홉 살이면 스폰지처럼 모든 걸 바로 흡수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우리말을 가르쳐주면 어떨까. 그 생각이 들어서 일상생활에서 부려쓰면 좋을 듯한 어휘를 골라 ‘ㄱㄴㄷㄹ’ 별로 가려뽑아 보기로 했다.
어휘가 비교적 정밀하게 다듬어진 분야는 역사학과 의학용어들이 있다. 역사책을 보면 강제 합병도 침탈이나 병탄 등으로 쓰고 있다. 의학용어도 마찬가지다. 병균이 들어온 것은 침윤, 병균이 보이지 않는 상태는 관해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은 그렇게 정제되어 있지 않아 같은 뜻일지라도 의미와 전달력면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가령, 장작을 팰 때 밑에 받힌 나무도 편의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여러 가지로 쓰고 있다. 바탕나무, 나무등걸,원통 등등으로 사용한다.
그러나 글로 쓸 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바른 명칭이 있는즉 모탕이라고 해야 한다. 이렇게 바르게 써야 글맛이 살아난다. 멧돌의 밑바침나무도 마찬가지다. 가로막대, 졸가지대 등으로 쓰는데 정확한 명칭은 가로다지다. 그리고 그 멧돌의 손잡이는 '어처구니'라는 고유한 명칭이 있다.
뿐인가. 물고기의 새끼이름도 따로 있는바 그냥 무슨 새끼라고 해서는 아니 되고 글로 표현 할때는 가오리새끼는 간재미, 고등어새끼는 고도리, 명태새끼는 노가리라고 써야 한다. 사람의 행위도 일상적인 말로는 두루뭉술하게 표현할 지라도 글맛을 내기 위해서는 정확한 어휘구사가 요구된다.
밤에 횃불을 밝히고 어로작업을 하는 것은 해루질, 물건을 저울에 다는 것은 드레질이나 마까질, 물건으로 땅을 다지는 일은 ‘달구질’이라고 해야한다.
초등학교 2학년이 소화하고 쓸만한 우리말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표현하기 좋은 말을 가나다라 어순에 따라 골라보았다. 첫째 ‘ㄱ편’. 우선 군시럽다와 고작, 꽃다지를 골랐다.
군시럽다는 벌레가 살에 붙어 기어가는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고. '고작'은 기대치에 비해 미치지 못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꽃다지는 오이나 채소의 처음 열린 열매를 뜻한다. 비슷한 말로서는 짐승의 맨 처음 새끼는 ‘무녀리’라고 한다.
‘ㄴ’편은 냇내와 늘비하다, 나비잠을 골라 본다. 각각 연기냄새와 죽 늘어진 모양, 그리고 어린이가 잘 때 두팔을 머리위로 올리고 자는 모양이다. 다음은 ‘ㄷ’편으로 떨어진 사이가 멀지 않는 것은 다붓하다이고, 반대의 뜻으로는 '도리어'.이다. 어린이의 댕기머리 는 도트락.
ㅁ편은 어휘 맛을 살리기 위해 용례를 들어야 설명할 필요할 것 같다. 조금 어려울수 있는데 익히고 나면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릇은 '대체로 생각해 보아' 라는 뜻을 지닌 어휘로, 예를 들면 ‘무릇 금년은 일찍부터 더워서 장마도 오래갈 것 같다’ 가 있다. 다음으로 모름지기는 마땅히라는 뜻인데 ‘학생은 마땅히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라고 쓸 수가 있다.
'마침내'는 결과가 있는 후 마지막에 이르러'라는 뜻으로 ‘그는 꾸준히 노력하더니 마침내 꿈을 이루었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마침내는 경우에 딱 맞다는 뜻이다.
‘ㅂ’편은 바야흐로와 부디를 들고 싶다. 각각 이제 한창과 꼭 기어이라는 뜻으로, 짧은 글을 지으면 ‘4월이 되니 바야흐로 꽃이 한창이다’라고 쓸 수 있고, '부디'는 '이것은 꼭 성공하기 바란다’로 쓸수 있다.
‘ㅅ ’편은 아주 딴판으로라는 뜻을 지닌 ‘사뭇’. ‘ 그는 조금 전의 웃는 모습과는 달리 사뭇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로 표현 할 수 있다. 시울은 입이나 눈의 가장자리.그리고 속적없이는 어찌할 도리가 없음을 이른다. 그리고 '소절'은 악보의 세로줄의 구분. 그 밖에 다의적으로 사용할수 있는데 예컨대 ‘한소절만 읊어라’ 등으로 표현 할 수 있다.
‘ㅇ ’편의 애꿎다는 아무런 잘못없이 억울하게라는 뜻이고, 오롯이는 조용하고 쓸쓸하게의 뜻. 어차피는 이렇게나 저렇게나 귀결되는 바의 뜻이다. 정해진 결과에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엿보이는 뜻도 담고 있다. 어스름은 날이 저물거나 동이 트기전 어둑한 상태를 이른다.
다음은 ‘ㅈ ’편. 정녕은 거짓없이 진실하게의 뜻. ‘정녕' 떠난단 말인가’. 등으로 쓸 수 있다. '자못'은 생각보다 훨씬이라는 뜻. ‘그는 꾸준한 노력으로 자못 목표치를 달성하였다’. 이러한 용법이다. 지청구는 꾸지람. 주니가 나다는 지루하게 느껴서 싫증을 내는 것이다.
지며리는 차분하고 꾸준히라는 뜻으로, ‘영희는 한번 책상앞에 앉으면 자리를 뜨지 않고 지며리 책을 읽는다’.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여기서 참고할 말은 ‘잘났어 정말’이 있는데 이것은 비야냥조로 하는 것. , '잘 나왔어 정말'등으로 쓴다. 그런데 그것을 살짝 바꾸어 정반대의 좋다는 의미로 쓰는 것을 보고서 뜨악해한 적이 있다. ‘ㅎ’편의 '하물며'는 더군다나 라의 뜻. ‘그는 눈을 다쳤다. 더군다나 팔까지 상처를 입어서 고생을 한다’ 로 쓸 수 있다. 그리고 ‘했기 망정이지’는 다행이다 또는 잘 되었다는 뜻이다.
대충 이렇게 어휘를 뽑아놓고 보니 분량이 상당하다. 어린 손녀가 소화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이긴 하지만 이것을 3개씩 익혀가도록 할 참이다. 어릴 때는 어느 시기보다도 감수성이 있어서 무엇을 한번 들으면 잊지를 않기 때문에 익혀두면 나중 글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쓰기에 있어서 어휘의 풍부함만큼 큰 자산이 어디 있는가. 표현력이 높아지면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4)
첫댓글 손녀의 어휘지도 아주 유익하고 참 좋은 우리 말 공부가 되겠습니다.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ㅎ 어휘 용례로 알려 준 단어는 우리 일상 생활에 아주 유용한 말입니다.
하나라도 놓쳐서는 안되는 단어입니다.
누구라도 공부하여 글 쓸 때 유용하게 써야 할 말입니다.
손녀가 할아버지의 가르침을 잘 익히면 장차 훌륭한 작가가 되겠습니다.
그 귀하고 사랑스러운 우리말을 穿鑿하여 발굴해 내심을 慶賀드립니다.
아직은 아이디어 수준인데 이것을 차차로 가르쳐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난도가 높다는 느낌이지만 그도 나이 먹은 생각이지 싶어요 요즘 아이들의 수준은 상상 이상이죠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어릴때부터 어휘를 익혀두면 나중에 커서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미리서 질리지 않도록 세 어휘씩만 가르쳐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