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 서쪽 집에서 정옥호를 기다렸으나 오지 않다〔城西宅期鄭玉壺 不至〕 도성 서쪽 늦은 봄에 아름다운 약속 있어 / 城西春暮有佳期 동복은 계단을 쓸고 여종은 술잔 씻었네 / 僮掃苔堦婦洗巵 슬프다 사립문에는 손님 알리는 학이 졸고 / 怊悵柴門眠報鶴 석양은 살구꽃 가지로 옮겨 가 걸렸구나 / 夕陽移在杏花枝
[주-D001] 정옥호(鄭玉壺) : 정하언(鄭夏彦, 1702~1769)으로, 본관은 영일(迎日), 자는 미중(美仲), 호는 지당(止堂)ㆍ옥호자(玉壺子)이다. 목사 정무(鄭堥)의 아들이다. 1735년(영조11) 문과에 합격하고, 정언, 의주 부윤(義州府尹), 삼척 부사(三陟府使), 승지, 대사간 등의 관직을 역임하였다. 《承政院日記》 《文科榜目》 1751년 번암이 삼척에 유배되었을 때 삼척 부사로 재임하고 있던 정하언과 친밀하게 교유한 바 있다.[주-D002] 사립문에는 …… 졸고 : 약속한 손님이 오지 않는 상황을 표현한 말이다. 송나라 때 은자인 임포(林逋)가 평생 장가를 들지 않고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은거한 채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니, 당시의 사람들이 ‘매처학자(梅妻鶴子)’라고 불렀는데, 손님이 오면 학을 풀어 손님을 맞이하였다고 한다. |